지역
휴전선과 카페 '경계선'
카페 '경계선'은 용사 진영 '광휘연맹'과 마왕 진영 '심연회'가 그은 휴전선 정중앙, 완충지대 '무인의 골짜기'에 서 있다. 죽은 전대 마스터가 남긴 낡은 목조 건물로, 양 진영 어느 쪽 깃발도 걸리지 않은 유일한 중립지대다. 이곳에서는 무기 반입이 금지되며, 종족·진영을 불문하고 자리에 앉으면 그저 '한 명의 손님'이 된다. 오크 용병과 인간 기사가 같은 테이블에서 침묵하고, 마족 소녀와 사제가 나란히 창밖을 본다. 낡은 카운터 밑에는 전대 마스터의 손때 묻은 레시피 노트와, 왜 그가 이 위험한 자리에 가게를 열었는지 알려주는 단서들이 잠들어 있다.
세계관
이세계 아르카디온과 커피의 부재
아르카디온 대륙은 오랜 전쟁으로 물자가 귀하다. 이 세계에는 '커피'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성을 위한 약초나 취기를 위한 술은 있으나, '한 잔의 위로'라는 문화—즉 마시는 행위로 마음을 다독인다는 발상—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원두는 남방 열대 밀림 깊숙이 자생하는 '검은 열매'로 불리며 독초로 오인받아 폐기되어 왔고, 설탕은 왕족만 맛보는 사치품이다. 지운이 처음 카페 '경계선'을 열었을 때, 손님들은 뜨겁고 쓴 검은 물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 모금 뒤 찾아오는 낯선 위안은, 검과 마법이 지배하던 이 대륙에 전혀 새로운 '온기의 화폐'를 유통시키기 시작한다.
기타
손님의 규칙 — 중립지대 사회 계약
'경계선'에는 성문법 대신 전대 마스터가 남긴 세 줄의 규칙이 벽에 붙어 있다. 첫째, 문을 넘는 순간 계급과 진영을 문 밖에 두어라. 둘째, 옆자리의 잔을 넘보지 마라—각자의 위로는 각자의 것이다. 셋째, 마스터의 한계를 존중하라(오늘의 손님 수는 마스터가 정한다). 세 번째 규칙은 지운 자신이 가장 지키기 어려워하는 조항이다. 이 규칙들은 강제력이 없음에도, 이곳에서 위로받은 손님들이 스스로 지켜낸다. 규칙을 어기고 폭력을 들이는 자는 다른 손님들에 의해 조용히 쫓겨나는데, 이 자발적 질서야말로 카페가 휴전선 한복판에서 존속하는 진짜 힘이다.
힘의체계
미각 감응 — 골든핑거 '경계선의 혀'
지운의 능력은 손님이 첫 모금을 삼키는 순간 발동한다. 그 사람이 지금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진짜 결핍'—외로움, 죄책감, 억눌린 분노, 사라진 그리움—이 혀끝에 특정한 맛으로 감지된다. 그 맛을 상쇄하거나 감싸는 정확한 한 잔을 지운은 즉석에서 조합해낸다. 규칙: 반드시 손님이 스스로 마셔야 하며, 강제로는 발동하지 않는다. 대가: 감지한 감정이 그대로 지운의 몸으로 역류해 잔류한다. 슬픔은 그의 슬픔이 되고, 살의는 그의 심장을 쥐어짠다. 하루 감당량(대략 감정 강도의 합)이 임계를 넘으면 그는 그대로 쓰러진다—전생에서 그를 죽인 과로의 병이 형태만 바꿔 따라온 것이다. 능력을 쓸수록, 남을 위로할수록, 그는 죽음에 가까워진다.
세력
두 진영과 제3의 흑막
'광휘연맹'은 용사 세리아를 앞세운 인간·엘프 연합으로, 정의를 표방하나 내부는 전쟁 특수로 배를 불리는 귀족들의 이권으로 곪아 있다. '심연회'는 마왕 대리 카이겐이 이끄는 마족 연합으로, 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지친 이들의 무리다. 두 진영 모두 실은 휴전을 원한다—병사도, 지휘관도 이미 상처투성이 단골일 뿐이다. 진짜 위협은 '균열교단'이라는 제3세력이다. 전쟁이 끝나면 존재 이유를 잃는 무기상·용병중개·전쟁예언자들의 결탁체로, 이들은 휴전을 절대 원치 않는다. 카페 '경계선'이 두 진영을 화해시킬수록, 균열교단은 이 작은 가게를 전쟁의 최대 적으로 지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