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그리고 그는 여기서 죽었다.*

잉크가 종이에 배어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운은 노트를 카운터 위에 내려놓지도, 손에서 놓지도 못한 채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손끝이 종이 위에서 미끄러졌다. 방금 오스카의 잔을 닦으며 흘린 물기 탓인지, 아니면 제 손이 떨려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빗장 걸린 문 밖에서 자갈 밟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죽었다……라."

허공에 대고 물어봤자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노트가 대답했다. 페이지 위쪽, 오늘 아침 그가 처음 봤을 때 *3*이라 적혀 있던 자리. 그 숫자가 지운의 눈앞에서 천천히 흐려지더니, 잉크가 스스로 번져 *2*로 새로 앉았다.

*—오늘의 감당량: 3 → 2*

"……이거, 진짜 살아 있는 물건이네."

지운은 노트를 등불 가까이 끌어당겼다. 카페 '경계선'의 밤은 빨랐다. 창밖 회색 하늘은 이미 검게 잠겼고, 카운터 위 기름등 하나가 노트의 낡은 종이를 노랗게 적셨다. 손님이 다녀간 흔적이라곤 오스카가 앉았던 창가 자리와, 그가 남기고 간 온기뿐이었다.

지운은 첫 장부터 천천히 넘겼다.

전대 마스터의 글씨는 반듯하면서도 어딘가 급했다. 획의 끝이 종이를 긁듯 눌려 있었다. 처음 몇 장은 레시피였다. 검은 열매를 볶는 온도, 물의 온도, 뜸 들이는 시간. 지운이 전생에서 십 년간 손에 익힌 것과 다르면서도 근본은 같은 감각들. 그 아래로 잔글씨가 붙어 있었다.

*이 세계엔 커피가 없다. 그러니 너는 맛을 파는 게 아니라 위로를 판다. 명심해라.*

지운은 그 줄에서 손을 멈췄다.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낯선 사람의 유언 같은 문장이, 하루 만에 제 것이 된 이 무게를 정확히 알고 쓴 것처럼 느껴졌다.

계속 넘겼다. 중반부터 글씨가 달라졌다. 획이 흔들리고, 잉크가 진했다 옅었다 했다. 손이 떨리는 사람이 쓴 글씨였다.

*읽기의 값에 관하여.*

그 제목 아래로 문장이 촘촘했다.

*손님이 첫 모금을 삼키면 그의 결핍이 네 혀에 얹힌다. 그것은 곧 네 것이 된다. 슬픔은 네 슬픔으로, 두려움은 네 두려움으로 몸에 고인다. 물처럼 흘러나가지 않는다. 고인다. 그래서 나는 하루의 총량을 정했다. 이 노트가 그것을 센다.*

지운은 제 명치에 손을 얹었다. 오스카를 읽은 지 한나절이 지났는데도, 거기 얹힌 돌덩이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밤이 깊어질수록 천천히 몸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낯선 사람의 외로움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의 그 텅 빈 감각이.

*고인다.* 그 두 글자가 유독 크게 눌려 있었다.

*한계를 넘겨 내리면, 그날 밤 몸이 대신 쓰러진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겪었다. 그리고—*

문장이 뚝 끊겼다가 다음 줄에서 다시 이어졌다. 잉크색이 확 진해진 걸 보니, 며칠 뒤에 이어 쓴 모양이었다.

*—그리고 무리한 만큼, 총량의 상한 자체가 깎인다.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하나를 넘기면, 내일부터 셀 수 있는 최대치가 하나 줄어든다. 나는 처음 다섯을 감당했다. 지금은 둘이다. 이 노트를 네가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지운은 침을 삼켰다.

다섯에서 둘로. 그리고 지금 이 노트는 그의 이름 아래 *3*을 적었다가 하루 만에 *2*로 깎았다. 전대 마스터는 손님을 몇이나 더 받으려다 다섯을 잃고, 결국 이 카운터 뒤에서 숨을 놓은 걸까.

"조금씩 줄어드는 잔고를, 매일 꺼내 쓰는 거네."

혼잣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십 년간 그가 살아온 방식이 딱 그랬다. 몸이라는 잔고를 매일 초과 인출하고, 다음 날 더 적어진 잔고로 또 초과하고. 그 끝이 쓰러진 새벽의 응급실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똑같은 규칙을 손에 쥐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마지막 장을 넘겼다.

거기서 손이 멎었다.

노트의 맨 뒤. 원래 한 장이 더 있었어야 할 자리에, 종이가 뿌리째 뜯겨나간 흔적이 있었다. 제본 안쪽으로 삐죽삐죽한 종잇조각이 톱니처럼 남았다. 급하게, 세게 뜯은 자국이었다. 그냥 찢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된다는 듯 아예 없애버린 손길.

바로 그 앞 장에, 뜯긴 페이지의 첫 글자만 남아 있었다.

*상한을 되—*

거기까지였다. 지운은 그 세 글자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아래 종이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라진 페이지 위에 펜을 눌러 쓸 때 밑장까지 배긴 흔적. 그러나 등불을 이리저리 기울여봐도 획들이 겹쳐 읽히지 않았다.

"상한을 되돌린다……"

깎인 잔고를 다시 채우는 법이 있었다는 뜻일까. 그런데 전대 마스터는 왜 그걸 스스로 뜯어냈을까. 되돌리지 못하고 죽은 걸까, 아니면 되돌리는 값이 죽는 것보다 무거웠던 걸까.

지운은 노트를 덮었다. 답이 없는 물음을 밤새 굴려봐야 명치의 돌만 무거워질 뿐이었다. 그는 등불을 낮추고, 카운터 뒤 좁은 간이침대에 몸을 눕혔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돼.* 눈을 감으며, 그는 오늘도 그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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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문제는 손님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가 골짜기 능선을 넘자마자 첫 손님이 들어왔다. 오스카였다. 그는 어제와 똑같이 문턱에서 허리춤의 검을 풀어 벽에 세우고, 어제와 똑같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어제 말한 대로 왔다." 그는 짧게 말했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같은 걸로."

지운은 웃었다. "단골 첫날부터 '같은 걸로'라니. 마음에 드네요."

오스카의 잔을 내렸다. 이번엔 읽기를 쓰지 않았다. 어제 이미 그의 속을 읽었으니, 오늘은 그저 어제의 맛을 재현하면 됐다. 명치의 돌은 늘지 않았다. 노트도 조용했다. 지운은 안도했다.

문제는 두 번째였다.

정오 무렵, 로브 자락을 여민 여자가 들어왔다. 순례자 차림이었지만 손끝이 곱고 신발이 매끈했다. 그녀는 규칙 벽을 힐끔 보더니 무기가 없다는 듯 두 손을 펼쳐 보이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지운은 그 여자의 신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어젯밤 문 앞에 찍혀 있던 발자국. 밑창이 매끈한, 전투화가 아닌.

"뭘 드릴까요."

"당신이 정한다며?" 여자가 규칙 벽을 턱으로 가리켰다. 목소리가 매끄러웠다. "그럼 알아서."

지운은 그녀 앞에 잔을 놓았다. 그녀가 한 모금을 삼켰다. 그 순간—

혀끝이 얼얼했다. 쇠맛. 오래 벼른 칼의 쇠맛이 났다. 슬픔도 외로움도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이 카페가 얼마나 위험한지, 무엇을 무너뜨리면 되는지를 저울질하는, 차갑게 정돈된 적의. 명치에 얹힌 돌이 이번엔 뾰족했다.

지운은 저도 모르게 카운터를 짚었다.

여자는 잔을 반쯤 비우고 은화 한 닢을 놓더니, 지운을 빤히 보았다. "……신기하네. 뜨겁고 쓴 물인데. 사람이 왜 이걸 마시고 우는지 알겠어." 그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위험한 물건이야, 마스터. 몸조심해."

문이 닫혔다. 지운은 한참을 카운터에 기댄 채 숨을 골랐다. 명치의 쇠맛은 가시지 않았다. 노트가 파닥였다. 페이지 위 숫자가 *2*에서 *1*로 내려앉았다.

"두 명째에 벌써 하나 남았어……."

오스카가 창가에서 흘끗 봤다. "안색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짓말은 어제부터 그의 특기가 됐다.

---

세 번째 손님은 저녁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보다, 문설주에 몸을 기대며 미끄러지는 소리가 먼저 났다. 지운이 고개를 들었을 때, 늙은 병사 하나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낡은 가죽 갑옷. 한쪽 다리를 저는 늙은이. 백발이 땀에 젖어 이마에 붙었다. 그는 벽의 규칙을 올려다보더니, 허리에 찬 짧은 단검을 힘겹게 풀어 문밖으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러곤 문턱에 손을 짚고 안으로 기어들 듯 들어왔다.

"주인장."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 잔…… 파는가."

지운은 문을 나서 그를 부축해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혔다. 노인의 몸은 뼈만 남은 듯 가벼웠다.

"천천히 하세요. 여기선 아무도 안 쫓아옵니다."

노인이 마른 웃음을 흘렸다. "쫓아오는 게 문제가 아니야. 쫓아갈 놈이 없어졌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탁자를 쓸었다. "내 밑에 있던 애들이…… 다 갔어. 나만 늙어서 남았고. 오늘로 사십 년을 싸웠는데, 이젠 검을 못 들겠더군. 손이 안 쥐어져."

지운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섰다. 명치의 쇠맛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노트의 숫자는 *1*. 이 노인을 읽는 순간, 남은 하나가 소진된다. 그리고 오늘 하나라도 넘기면—상한 자체가 깎인다. 다섯에서 둘로 죽어간 사람의 필체가 아직 눈앞에 어른거렸다.

*돌려보내야 해.* 머리는 알았다.

그런데 노인은 이미 자리에 앉았고, 손을 모으고, 그가 무언가를 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십 년을 싸우고 손이 안 쥐어진다는 늙은이가.

"……오늘은 마감이라고 하려던 참이었어요." 지운이 입을 열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을 삼키는 얼굴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 했다. "그래, 그럼 다음에……."

지운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라인더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근데 마감 전에 딱 한 잔은 됩니다." 그는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앉아 계세요."

카운터 아래에서 노트가 세차게 파닥였다. 지운은 돌아보지 않았다.

물을 끓였다. 검은 열매를 갈았다. 이 노인에게 필요한 게 뭔지, 읽기 전에 이미 짐작이 갔다. 남겨진 자의 잔. 앞서 간 이들 몫까지 혼자 진 무게. 지운은 그것을 감싸 안을 한 잔을 그렸다. 쓴맛 뒤에 오래 남는 단맛. 설탕은 왕족의 사치품이었지만, 카운터 밑엔 전대 마스터가 남긴 작은 단지가 있었다. 지운은 그중 한 꼬집을 아꼈다가, 오늘은 아끼지 않았다.

잔을 노인 앞에 놓았다.

"천천히요."

노인이 두 손으로 잔을 감쌌다. 손이 떨려 잔 안의 검은 물이 흔들렸다. 그가 한 모금을 삼켰다.

지운의 혀에 그것이 얹혔다. 쇠맛도, 계산도 아니었다. 짜디짠 맛. 눈물을 오래 참아 굳어버린 사람의 짠맛. 그 아래 깔린 건 미안함이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살아남아버린 것에 대한. 명치의 돌이 하나 더 얹혔다. 이번엔 무겁고 축축했다. 지운은 카운터 모서리를 꽉 쥐었다. 눈앞이 잠깐 하얗게 번졌다.

노인은 한 모금을 삼키고, 잔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어깨가 들썩였다. 그러곤—웃었다.

"허……." 젖은 웃음이었다. "따뜻하구먼. 뱃속이 아니라…… 여기가." 그는 제 가슴을 툭툭 쳤다. "이런 게 사십 년 만이야. 누가 나한테 뭘 이렇게…… 그냥 내준 게."

지운은 카운터에 기댄 채 웃어 보였다. 명치가 짓눌려 숨이 얕았지만, 노인의 그 웃음이 가슴을 데웠다. 이 미련한 한 잔이, 저 늙은이의 사십 년에서 처음으로 웃음 하나를 끄집어냈다.

노트가 파닥이는 소리는 이제 성난 것처럼 들렸다. 페이지 위, *1*이 *0*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아래 붉은 잉크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운은 애써 그쪽을 보지 않았다.

---

노인이 은화 두 닢을 놓고 나가자, 오스카가 창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왔다. 그는 지운의 얼굴을 정면으로 들여다봤다.

"너 지금 서 있는 것도 힘들지."

"멀쩡한데요."

"입술이 하얘." 오스카가 팔짱을 꼈다. "아침에 왔을 때부터 봤어. 두 번째 손님 갔을 때 카운터 붙잡는 것도. 저 늙은이 잔 내릴 때 눈 뒤집히는 것도."

지운은 마른 웃음을 지었다. "손님들 표정은 잘 읽으면서, 제 얼굴은 안 보고 사나 봐요."

"그거다." 오스카가 손가락으로 지운을 가리켰다. 툭 던지는 말투였는데, 그게 더 아프게 박혔다. "너, 남의 속은 귀신같이 읽는 놈이 자기 몸 경고는 하나도 못 읽는 놈이구나. 저 늙은이 돌려보낼 수 있었잖아. 근데 안 했지."

"……저 사람, 손이 안 쥐어진다고 했어요."

"그래서 네 손을 대신 못 쥐게 만들 셈이었냐?" 오스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규칙 벽 세 번째 줄. 마스터의 한계를 존중하라. 그거 손님만 지키라고 붙여둔 게 아니야. 마스터 본인이 제일 안 지키면, 이 가게는 곧 주인 없는 빈집 돼."

지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명치의 돌 세 개가 한꺼번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스카는 그의 눈을 몇 초 더 보다가, 혀를 차고 검을 챙겼다.

"내일 또 온다. 문 열려 있으면." 그는 문가에서 멈췄다. "닫혀 있으면…… 뭐, 그것도 답이겠지."

문이 닫혔다.

지운은 텅 빈 카페에 혼자 남았다. '조금만 더'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는 삼켰다.

노트를 꺼냈다. 페이지 위 *0* 아래로, 붉은 잉크가 이미 한 줄을 새겨놓았다.

*상한 3 → 2. 되돌아오지 않음.*

지운의 손끝이 굳었다. 다섯에서 둘로 죽어간 사람의 첫걸음이, 방금 그의 것이 됐다. 하루 만에. 셋에서 둘로.

"하……." 그는 카운터에 이마를 댔다. 등불이 흔들렸다. "한 잔 더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

그날 밤, 지운은 오한으로 눈을 떴다.

몸이 불덩이였다. 명치의 돌 세 개가 온몸으로 녹아 흐르며 열로 변한 것 같았다. 노인의 짠 미안함, 여자의 뾰족한 쇠맛, 오스카의 텅 빈 외로움까지—모두 그의 혈관 속에서 끓었다. 그는 간이침대에서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찧었다.

"물……."

카운터까지 기어가려다 팔이 접혔다. 등불도 없는 어둠 속에서, 그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뺨을 댄 채 헐떡였다. 전생의 그 새벽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쓰러진 몸, 천장의 형광등. 이 세계까지 와서도 결국—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발소리가 났다.

맨발이 마루를 밟는 소리. 지운은 흐릿한 눈을 떴다. 누군가 물그릇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작은 그림자. 잠옷 차림의 여자아이였다. 열두 살이나 됐을까. 헝클어진 머리에, 잠에서 막 깬 얼굴.

아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젖은 수건을 짜더니, 지운의 이마에 척 얹었다. 서늘한 감촉이 열을 갈랐다. 아이는 지운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나무라듯 한숨을 쉬었다.

"또 무리했네, 마스터."

지운의 눈이 커졌다. 열에 들뜬 목으로 겨우 소리를 짜냈다.

"……누, 누구……. 넌 대체 언제부터……."

아이는 물그릇을 내려놓고, 카운터 밑에서 담요를 능숙하게 꺼내 지운의 어깨에 둘렀다. 이 집 구석구석을 제집처럼 아는 손길이었다.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지운을 내려다봤다.

"언제부터라니. 나 여기 살거든? 마스터가 어제 하도 정신없이 커피만 내리길래 안 보이는 데 있었을 뿐이지."

아이는 지운의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진 노트를 집어 들었다. 붉게 새겨진 *상한 3 → 2* 글자를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그러곤 지운을 향해 목소리를 낮췄다.

"이 노트, 나도 봤어. 전 주인도 이렇게 시작했어. 이렇게 매일 '한 잔만 더' 하다가—" 아이가 말을 삼켰다. 그 눈에 처음으로 두려움이 스쳤다. "마스터. 내가 안 봤으면 오늘 밤에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지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의 작은 손이 그의 뜨거운 손등을 꽉 쥐었다. 놓치면 사라질까 봐 붙드는 손이었다.

"내일부터는 내가 셀 거야. 마스터 손님 수."

멀리, 빗장 걸린 문 밖에서. 자갈을 밟는 매끈한 발소리가 다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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