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문이 열리자 아침 안개가 함께 밀려들었다.

지운은 카운터 뒤에서 손목을 주물렀다. 어젯밤 카이겐에게 커피를 내린 뒤로 손끝의 떨림이 가시지 않았다. 잔을 들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려서, 방금도 원두 계량스푼을 두 번이나 놓쳤다.

들어온 사내는 문지방에서 잠시 멈췄다.

넓은 어깨, 낡았지만 손질된 외투. 허리춤에 걸려 있던 단검을 그가 천천히 풀어 문 옆 벽걸이에 걸었다. 벽에 붙은 세 줄 규칙을 한 번 흘긋 올려다보고서였다. 무기 반입 금지. 그는 규칙을 아는 자였다.

"오스카."

지운이 이름을 부르자 사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어제 왔던 걸 기억하는군."

"단골 얼굴은 안 잊습니다."

"단골이라." 오스카가 코웃음을 치며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 말, 함부로 쓰지 마쇼. 나 같은 놈한테는."

지운은 대꾸 없이 물을 올렸다. 오스카의 시선이 카페 안을 훑고 지나갔다. 빈 테이블, 낡은 마룻바닥, 카운터 밑에 반쯤 삐져나온 노트.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값을 매기는 눈이었다. 이 건물이 얼마짜리인지, 이 안에 뭐가 있는지, 누가 드나드는지—전부 셈하는 눈.

"솔직히 말하지." 오스카가 팔짱을 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두 곳에 보고서를 쓰고 있소. 광휘연맹엔 '마족 지휘관이 이 가게를 드나든다'고. 심연회엔 '용사가 여길 안식처로 쓴다'고. 양쪽 다 돈을 주지. 나는 그 돈을 받고."

"그런데 왜 말합니까, 저한테."

"글쎄."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어제 카이겐 주머니의 동전을 보고도 그놈을 안 내쫓았거든. 함정인 걸 알면서도. 그게 좀… 이상해서."

물이 끓었다.

---

지운은 원두를 갈았다. 어젯밤 카이겐에게는 묵직하고 어두운 배전을 썼다. 오늘 오스카에게는—아직 몰랐다. 첫 모금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게 규칙이었다.

향이 피어올랐다.

"이건 뭐요?"

"드셔 보시면 압니다."

"돈은 얼마요?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값을 안 정하면 안 마셔. 나중에 뒤통수 맞는 게 정보상 최후니까."

지운이 잔을 내려놓았다. 김이 오스카의 턱 밑에서 흩어졌다.

"마시고 나서 정하세요."

오스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는 잔을 들었다. 코끝에 가져가 냄새를 맡고, 한 박자 망설이다, 입술을 댔다.

삼키는 순간.

지운의 혀끝에 맛이 번졌다. 오스카가 마신 커피가 아니라, 오스카라는 인간이 감춰둔 맛이었다. 짠맛도 쓴맛도 아니었다. 그것은—텅 빈 맛.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무(無)의 맛. 물을 입에 머금었는데 물조차 없는 것 같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자리. 지운의 목구멍 안쪽이 서늘해졌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의 공허.'

양쪽에 팔리는 자는 어느 쪽 편도 아니다. 어느 식탁에도 그의 자리는 없다.

지운은 몸을 돌렸다. 손이 떨렸지만, 이번엔 무시했다. 우유를 데우고, 벌꿀 한 스푼—설탕은 왕족의 사치품이라 벌꿀로 대신했다—을 녹였다. 밍밍한 무(無)를 감싸려면 채워야 한다. 쓴맛을 부드럽게 눕히고, 단맛으로 온기를 얹은 한 잔.

두 번째 잔을 내려놓았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안 시켰는데."

"제가 드리고 싶어서요."

오스카가 잠시 그 잔을 노려보았다. 마치 함정 카드라도 보는 것처럼. 그러다 마셨다.

한 모금.

그의 어깨가 툭 내려앉았다.

---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오스카는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을 봤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무인의 골짜기, 어느 깃발도 걸리지 않은 회색 벌판.

"내가 열둘일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인간 마을이 마족한테 불탔소. 살아남은 게 나 하나. 그래서 마족을 죽이는 용병단에 들어갔지. 열여섯엔 그 용병단이 인간 귀족한테 배신당해 몰살당했고, 그다음엔 마족 밑에서 인간 정보를 팔았어. 그다음엔 인간 밑에서 마족 정보를 팔고."

"…"

"웃기지. 나는 양쪽을 다 미워했고 양쪽 다한테 밥을 얻어먹었어. 어느 쪽도 내 편인 적이 없었고, 나도 어느 쪽 편인 적이 없었지. 삼십 년을 그렇게 살았소."

지운은 카운터에 기댔다. 오스카의 공허가 아직 자기 안에서 파도치고 있었다. 그 서늘한 무(無)가.

"그런데 이 가게에 앉으면." 오스카가 잔을 들어 보였다. "벽에 뭐라고 쓰여 있더라. 문을 넘는 순간 진영을 문 밖에 두어라. 자리에 앉으면 그냥 한 명의 손님이 된다."

그가 웃었다. 처음으로 값을 매기지 않는 눈으로.

"여기선 나도 그냥 손님이야. 정보상도 아니고, 배신자도 아니고, 어디 소속도 아닌.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는 늙은 놈."

지운은 목이 막혔다.

"값을 매기라고 했지." 오스카가 품에서 동전 주머니를 꺼냈다. 그러다 멈췄다. 주머니를 도로 집어넣었다. "…안 되겠군."

"돈이 부족하시면—"

"아니." 그가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이 한 잔은 돈으로 계산 못 하겠소. 삼십 년을 값으로만 세상을 봐온 놈인데. 이 자리가 얼만지 도무지 못 매기겠어. 매기면 안 될 것 같고."

지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걸 처음 받아봤소, 마스터. 대가 없이 받는 거." 오스카가 눈을 문질렀다. "빌어먹을. 나이 오십에 이게 뭐야."

---

문이 다시 열렸다.

들어온 것은 인간 병사였다. 광휘연맹 문장이 새겨진 흉갑, 진흙 묻은 군화. 그 뒤로—오크였다. 심연회 소속의 초록 피부 용병. 둘은 서로를 발견하고 동시에 굳었다.

병사의 손이 반사적으로 허리로 갔다. 하지만 거기 검은 없었다. 문 옆에 걸어두었으니까. 오크도 도끼자루를 더듬다 멈췄다. 무기는 이미 벽에 걸려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벽의 세 줄 규칙으로 향했다.

지운이 카운터 밖으로 나섰다. 다리가 무거웠다. 오스카의 공허가 아직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래도 웃었다.

"어서 오세요.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병사가 침을 삼켰다. "저놈이랑… 같은 가게에서?"

"여기선 진영이 없습니다. 앉으시면 두 분 다 그냥 손님이에요."

오크가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도끼 대신 의자를 끌어당겼다. 병사에게서 가장 먼 창가 끝자리였다. 병사도 반대쪽 끝에 앉았다. 둘 사이에 테이블 세 개의 거리.

지운은 각자에게 커피를 내렸다.

병사의 첫 모금—혀에 재의 맛. 죽은 전우를 태운 재. 지운은 거기에 계피 한 조각의 온기를 얹었다.

오크의 첫 모금—돌처럼 딱딱한 맛. 고향을 잃고 굳어버린 마음. 지운은 뜨거운 우유로 그 돌을 녹였다.

둘은 말없이 마셨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병사가 창밖을 봤고, 오크도 같은 창밖을 봤다. 같은 골짜기, 같은 걷히는 안개. 잠시 후 병사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안개 걷히는 게, 우리 마을 새벽 같네."

오크가 대답했다. 서툰 인간 말로.

"우리도. 안개, 있었다. 산에."

그게 전부였다.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 전보다 덜 굳어 있었다. 검을 쥔 손도, 도끼를 노리던 눈도 없었다. 그저 같은 안개를 보는 두 명의 손님이 있을 뿐.

오스카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지운을 향해 잔을 살짝 기울였다.

"봤소? 방금. 인간이랑 오크가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셔. 십 년 전이었으면 서로 목을 땄을 놈들이."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마스터는 모를 거요."

---

주방 쪽 문이 삐걱 열리며 루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님이 셋이나 앉아 있는 걸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우와, 마스터! 손님 많아!"

그러다 지운의 얼굴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루나는 눈치가 빨랐다. 지운의 관자놀이에 맺힌 땀, 카운터를 짚은 손의 각도, 살짝 창백해진 입술.

쪼르르 달려와 지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마스터, 손 떨려." 목소리를 낮췄다. "또 열나지? 어제 그 무서운 아저씨한테 커피 만들고 밤새 끙끙댔잖아. 나 다 들었어."

"괜찮아, 루나."

"안 괜찮아!" 루나가 발을 굴렀다. "벽에 써 있잖아. 마스터의 한계를 존중하라고. 그거 손님들 규칙이기도 하지만 마스터 규칙이기도 하다고! 오늘 몇 잔 만들었어? 어제 그 마족 아저씨, 방금 세 명, 벌써 네 잔이야!"

지운은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손님이 오는 게 좋잖아. 가게가 살아나는 거고."

"손님 오는 건 좋지." 루나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근데 마스터가 쓰러지는 건 안 좋아. 나… 나는 마스터가 커피 만들 때마다 조금씩 죽는 거 같단 말이야. 그거 알아?"

지운의 손이 멈췄다.

그 애가 뭘 알고 하는 말인지, 지운은 몰랐다. 어쩌면 본능이었다. 버려질까 겁내는 아이의 촉. 하지만 아이는 정확히 급소를 짚었다. 감지한 감정은 지운의 몸에 잔류한다. 오늘 네 잔. 재의 슬픔, 돌의 상실, 공허의 무, 그리고 어젯밤 남은 살의의 찌꺼기까지. 지운의 심장이 잔에 담긴 것보다 더 무거워져 있었다.

"…한 잔만 더 쉬고 만들게." 지운이 겨우 말했다. "약속."

루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지운이 걸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

정오가 지나 오스카가 일어섰다. 병사도 오크도 이미 떠난 뒤였다. 각자 값을 치르고, 서로에게 목례 비슷한 것을 하고. 십 년 전이었으면 서로 목을 땄을 놈들이.

오스카는 문 옆에서 단검을 도로 챙겼다. 허리춤에 끼우다가, 지운을 돌아봤다.

"마스터."

"네."

"나는 앞으로도 양쪽에 보고서를 쓸 거요. 그게 내 밥벌이고, 하루아침에 못 접어." 그가 잠시 멈췄다. "하지만 이 가게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쓰겠소. 좋게. 별거 아닌 낡은 찻집이라고. 볼 것 없다고."

지운이 눈을 깜빡였다.

"왜 그렇게까지—"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지." 오스카가 씩 웃었다. "돈으로 못 산 자리는, 돈으로 지킬 수도 없거든. 몸으로 지켜야지."

그가 문을 열었다. 오후의 빛이 쏟아졌다. 등을 돌린 채, 그가 낮게 덧붙였다. 웃음기가 사라진 목소리로.

"그리고 하나 더. 공짜니까 알려주는 거요."

지운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오늘 아침, 남방 밀림 쪽 상단이 전부 발이 묶였다는 소식을 들었소. 검은 열매를—당신들이 원두라 부르는 그거를—사들이는 큰손이 하나 나타나서, 시장에 나오는 족족 쓸어 담고 있다더군. 값을 열 배로 쳐서."

"…그게 무슨."

"생각해 보쇼, 마스터. 이 가게가 뭘로 돌아가지? 그 검은 물 없이 이 자리가 유지되나?" 오스카가 어깨 너머로 지운을 봤다. 그 눈이 다시, 값을 매기는 정보상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조만간 이 가게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자가 움직일 거요. 칼로 오는 놈은 문 앞에서 막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이번에 오는 놈은—"

그가 문지방을 넘었다.

"웃으면서, 당신 손에서 원두를 한 알씩 빼앗아 갈 거요.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문이 닫혔다.

카운터 밑에서, 어제 도착한 편지 봉투가 반쯤 삐져나와 있었다. 균열 문양.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옅은 설탕 단내.

지운은 떨리는 손으로 원두 항아리를 열었다. 바닥이 보였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