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체계
천인감응의 혜검과 인과잠식
무당파의 전설로만 내려오던 검선의 경지. 역사(役事)하는 기와 명(命)의 흐름, 즉 세상 온갖 사물과 초식 간의 '인과의 실타래'를 눈으로 직접 보는 능력이다. 이를 터득하면 적이 펼쳐내는 무공의 극의와 결점, 다음 초식의 궤적을 찰나에 꿰뚫어 보고 최소한의 힘으로 즉각적인 파훼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절대적인 권능에는 초월적인 역류가 따른다. 혜검을 발동하여 인과의 실을 베어내고 운명을 바꿀 때마다, 시전자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억과 그에 얽힌 소중한 감정이 머릿속에서 강제로 마모되어 영구히 소실된다. 무공의 정점에 다다를수록 한 개인으로서는 완벽한 정서적 진공 상태인 '천화(天化)'에 빠지게 되는 가혹한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세력
무당파와 천태성가 (千台星家)
무당파는 정파의 강대한 태산북두이나, 내부적으로는 썩어 문드러진 기득권 집단이다. 무당의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원로 도사들은 신선인 척 위선을 떨며 뒤로는 사익을 탐하고 파벌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무당파의 세속적 후원 가문인 '천태성가'다. 천태성가는 대대로 무당파에 막대한 재물과 거대한 정치력을 제공하며 동맹을 맺어왔으나, 최근 가문의 존망을 뒤흔들 배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가문의 명맥을 지키고 무당파에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젊은 가주이자 후계자인 사형 백자운을 무당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세우려는 필사적인 음모를 꾸미고 있다.
기타
천화(天化) 방지의 궤적, 묵로(默路)
혜검의 사용으로 소멸되어 가는 기억과 감정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기 위한 비공식적인 고육책. 설원은 혜검을 펼친 후 자아의 상실을 막기 위해, 자신이 잊지 말아야 할 인연들의 이름과 감정의 형태를 칼끝으로 자신의 몸이나 전용 비밀 수첩에 극도로 세밀하게 새겨넣는 '묵로의 도'를 행한다. 그러나 단순한 기록물은 흘러간 마음의 진짜 온기까지 온전히 복원해 주지 못하기에, 기억이 닳아 없어질 때마다 겪는 정서적 고독과 혼란은 설원으로 하여금 날 선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서스펜스를 심어준다.
지역
태극검총 (太極劍塚)
무당산 가장 깊은 천혜의 절벽 아래 자리한 금단의 구역. 무당의 건파 조사들이 쓰던 고검들과 검선이 남긴 진전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무덤이다. 세찬 기류와 태극의 진법이 사시사철 소용돌이쳐 고강한 이가 아니면 발을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설원이 바로 이곳에서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천인감응의 혜검'을 얻었으나, 동시에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검총 중심부에는 감정이 메말라 돌이 된 고대 검선의 좌화신이 보존되어 있으며, 후련한 검기가 바람을 탈 때마다 마음을 잃어가는 슬픈 검명(劍鳴)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세력
정무맹 (正武盟)의 위선
천하 정파 무림의 공동체이자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연맹. 그러나 실상은 자신들의 이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소리소문없이 중소 문파를 멸문시키고 마교의 소행으로 조작하는 등, 가증스러운 위선과 음모의 총본산이다. 이들은 무당파의 이단아이자 통제 불가능한 천재인 설원을 '마도의 끈적한 유혹에 빠진 변절자'로 낙인찍어 제거하려 한다. 정무맹의 명숙들은 겉으로는 대의명분과 자비를 외치며 불쌍한 협사를 연기하지만, 이면에는 은밀한 정보 조직 '묵영각'을 가동해 자신들의 추악한 치부를 아는 이들을 가차 없이 사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