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동합금 백동화포와 조선식 주조 한계
조선은 구리와 주석의 절대적 부족 국가다. 주인공이 아무리 현대식 대포 설계도를 머릿속에 품고 있어도, 당대 조선의 기술로는 기포가 가득 찬 불량 청동관이 완성되어 포신이 폭발하기 일쑤다. 이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은 철저한 계량 화학을 도입한다. 사판에 모래를 섞어 거푸집을 만드는 사형 주조법을 개선하고, 불순물이 섞인 동광석을 제련할 때 규산염 광물을 투입해 슬래그를 분리해내는 '토착형 화학 계량법'을 고안한다. 이는 마법 같은 연금술이 아닌, 끊임없는 수율 계산과 장인들의 희생으로 지어 올린 피와 땀의 냉혹한 고증 공학이다.
지역
함경도 무산과 초석 정제소의 지옥
함경도 무산은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과 여진족의 상시 침입이 도사리는 변방이자 오지다. 이곳은 화약의 핵심 원료인 초석과 질 좋은 유황이 묻혀 있으나 가내수공업 수준의 조악한 가마로 인해 순도가 극도로 떨어졌다. 주인공 박강우가 최초로 부임하여 기틀을 다지는 기지이기도 하다. 흙을 파고 소 오줌과 분뇨를 섞어 끓이는 '치토법'의 극한을 물리치며, 가마의 배치 하나부터 도가니의 수명 연장까지 온갖 진흙탕 속 고증 기술이 실현되는 장소다. 이곳에서 생산된 순도 높은 정제 화약은 훗날 다가올 임진년 왜군의 신무기에 맞설 조선 서북면 최고의 비밀 병기창으로 탈바꿈한다.
세력
북방 군부와 서인·동인의 은밀한 이권 동맹
선조 대의 조정은 표면적으로는 숭문천무(崇文賤武)와 붕당정치에 매몰되어 있으나, 실상은 북방의 초석과 가죽, 무기 제조권이라는 막대한 이권을 두고 사대부 가문들이 얽혀 있다. 평안도와 함경도의 하급 군관들은 이들 한양 세도가들의 방납(防納) 사슬에 묶여 조악한 불량 무기를 고가에 강제 매입당하는 처지다. 주인공은 현대식 지식으로 사대부를 훈계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사대부 가문 간의 치명적인 세법(稅法) 위반과 불법 사가(私家) 무기 유통 경로를 조선 경국대전과 전례(典例)를 통해 포착한다. 법률과 뇌물, 감찰 제도를 고도로 활용해 자신을 억누르는 가문들을 합법적으로 파멸시키고 군권을 침탈해 나간다.
힘의체계
토착 물질 분자 구조 직관안과 인과의 역풍
공학도 한정우가 얻은 '직관안'은 조선의 열악한 원소들을 분석하는 가이드다. 초석의 수분율, 무산 유황의 미세 비소 함량, 석탄의 회분 함량을 소수점 단위까지 간파해 최적의 정제 공식을 홀로그램처럼 시각화한다. 그러나 물리적 불순물을 거르는 육체적 노동까지 대신해주진 않는다. 능력을 무리하게 기동할 시 두통을 넘어 손가락 끝마디가 마비되고 각혈을 하는 신경계 과부하라는 대가가 따른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인과의 자정 작용'이다. 주인공이 정밀 흑색화약과 야포 주조법을 개량해 조선의 군사 기술을 크게 끌어올리면, 그 반작용으로 일본 왜군 역시 서양 조총수 수입을 앞당기거나 조기에 전술 개량에 나서는 등 전쟁의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왜곡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