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경국대전과 대명률의 맹점을 이용한 법리 암투
17세기 조선에서 사대부들의 도덕적 탄핵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신성시하는 율법으로 그들의 숨통을 끊는 것이다. 이진은 성리학적 당위성을 주창하는 대신, '대명률(大明律)'과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조문 깊숙이 숨겨진 세목과 구례(舊例)를 현미경처럼 분석한다. 그는 정적들이 보낸 자객을 손수 처단하는 대신, 자객의 배후 가문이 과거 사적으로 유통한 군량미 부실 사건이나 법전에 위배되는 토지 점유 사실을 캐내어 조정에 밀고한다. 적들이 자신을 탄핵하기 위해 올린 상소문이 오히려 그들 가문의 비위를 찌르는 부메랑이 되도록 법리적 덫을 놓는 것이다. 이는 명분과 가식으로 무장한 상대방의 위선을 법전의 문구 자체로 찢어발기는 지독하게 치밀하고 가혹한 조선식 궁중 암투법이다.
지역
군기시 야철 가마터와 토법(土法)의 지옥
한양 도성 남쪽 모퉁이에 위치한 군기시(軍器寺) 야철 공방은 땀과 유독가스, 붉은 달구지 불통으로 가득 찬 흙먼지형 기술 개발의 현장이다. 조선의 전통적인 용광로는 온도가 고작 1,100도 안팎에 머물러 불순물이 가득한 똥철만을 뱉어낼 뿐이다. 이진은 지옥과 같은 가마터에서 장인들과 함께 뒹굴며 현지 찰흙과 모래를 섞어 내화 벽돌을 굽고, 가마 내부의 화력을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벽돌 송풍로를 설계한다. 현대의 만능 공작 치트가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벽돌 한 장의 배합비가 비틀어지면 가마 전체가 폭발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장인들의 불신 섞인 눈초리와 열악한 조선식 야철 한계 속에서, 이진은 손톱이 빠지고 온몸에 화상을 입어가며 점진적이고 가혹한 과학 실험을 거듭하여 조선의 한계를 뚫어낸다.
세력
대북(大北) 세력과 사대부의 이권망
광해군 치세 조선의 지배권은 전후 복구와 임진왜란의 공신 세력을 자처하는 대북(大北)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영수 정인홍과 실권자 이이첨을 필두로 한 이들은 국경 지대의 야철업과 은광 개발 등 사적 이권망을 조장하며 조정의 군권을 은밀히 분점하고 있다. 사대부들은 성리학적 명분을 외치며 사간원과 사헌부를 통해 여론을 통제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가문이 소유한 철광산과 사노비 군역 면제권 등 막대한 부를 지키는 데 집착한다. 이진이 주장하는 '규격화된 무기 양산 체제'와 '광산 전매권의 국유화'는 사대부들의 경제적 요새를 뿌리째 뒤흔드는 도발이다. 대북파는 이진을 왕의 눈을 가리는 '도덕적 패륜아'이자 '가짜 정치를 일삼는 간신'으로 낙인찍고, 사법 및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그의 목숨을 조여온다.
힘의체계
미래 무기 공정 시뮬레이터와 이혈(耳血)의 대가
이진의 머릿속에 각인된 '미래 무기 설계 데이터베이스 및 가상 주조/제련 시뮬레이터'는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다. 이는 현실의 가용한 원자재 성분 비율, 장작의 수분계수, 가마의 단열 한계를 대입해 오차 없는 주조 형틀 배합과 응력 분산을 도출해내는 극도의 인지 연산 능력이다. 그러나 조선의 열악한 야철 철광석은 황(S)과 인(P)의 성분이 지나치게 높아, 시뮬레이터는 매번 수백만 번의 반복 가상 연산을 요구한다. 뇌의 연산 한계를 초과할 때마다 이진은 고열과 함께 귀에서 피가 흐르는 '이혈(耳血)'이라는 육체적 붕괴를 겪는다. 더불어, 설계된 병기를 실제로 양산하기 위해서는 조정의 공식 승인과 군기시의 전매권, 그리고 초석과 철광 등의 대대적인 이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그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궁중 암투의 한복판에서 자원 배분권을 쟁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