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준호와 한솔이의 단절의 역사
준호와 솔이의 관계 악화는 점진적이었다. 솔이가 중학교 1학년이던 2009년, 준호는 명문대 입시를 위해 딸의 모든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학원 스케줄, 친구 관계, 심지어 책까지 준호가 선택했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준호의 신념은 솔이에게 질식적 압박이 되었다. 2010년 봄, 솔이는 아버지 몰래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것이 발각되면서 부녀는 처음으로 심각한 충돌을 겪었다. 그 이후 솔이는 점점 준호에게 마음을 닫았고, 준호는 더욱 강하게 통제하려 했다. 2015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솔이는 아버지의 집을 나갔다. 준호는 딸을 찾으려다 차량 사고를 당했고, 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다.
기타
사회적 규칙과 한준호의 위치
2020년 한국 사회에서 준호는 이상한 존재다. 5년간 식물인간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깨어났으니 의학적 기적으로 취급되지만, 동시에 그는 5년의 시간에서 완전히 단절되었다. 직장은 그를 잃었고, 재산은 의료비로 거의 소진되었으며, 가족도 그를 외면했다. 사회적으로 준호는 '복귀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회귀 능력은 이러한 사회적 좌절을 뛰어넘는 초월적 기회처럼 보인다. 준호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사회적 좌절도 의미가 없어진다는 환상이 그를 사로잡는다. 이것이 준호가 반복해서 회귀하도록 몰아가는 심리적 함정이 된다.
힘의체계
시간 회귀의 법칙
한준호에게 부여된 초자연적 능력은 '월간 회귀'—매달 한 번, 과거의 특정 날짜로 돌아가 그날을 다시 살 수 있다. 회귀 시간은 최대 48시간이며, 회귀자는 이전 시간선의 기억을 온전히 보유한다. 그러나 이 능력의 대가는 가혹하다. 시간을 거슬러갈 때마다 현재 시간선에서 형성된 새로운 추억과 인간관계 중 하나가 완전히 소실되며, 과거에서 만든 모든 변화도 현재로 돌아오면 초기화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서 딸을 설득했어도 현재로 돌아오면 그 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 된다. 능력은 신체적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의식 상실 상태에서만 활성화되며, 의도적으로 발동할 수 없다.
지역
병원 - 회귀의 중심지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병원 5층 중환자실이 준호의 물리적 거점이 된다. 이곳은 회귀 능력이 발동되는 공간이며, 매번 준호가 깨어나는 장소다. 병원의 하얀 벽, 기계음, 소독약 냄새는 준호에게 현실과 회귀 사이의 경계를 표시한다. 의료진과 간호사 지영이 이곳의 주민들이며, 특히 지영이가 근무하는 야간 시간대가 준호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준호가 회귀에서 돌아올 때마다 지영이가 그를 맞이한다. 그러나 회귀가 거듭될수록 지영이는 점차 준호의 삶에서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이는 준호가 능력의 대가를 실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세계관
세 개의 시간선
이 이야기는 세 개의 겹친 시간선에서 전개된다. 첫째, '원래의 시간선'—준호가 사고 이전, 딸 솔이와 멀어져 가던 현실. 둘째, '회귀 시간선'—준호가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사는 그날들. 셋째, '현재 시간선'—회귀에서 돌아온 후 준호가 살아가는 지금. 이 세 시간선은 완벽히 독립적이지 않다. 회귀 시간선에서의 준호의 선택은 현재 시간선에 미묘한 파동을 일으키고, 현재 시간선의 상실은 준호를 회귀하도록 몰아간다. 마치 여러 겹의 투명한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처럼, 한 시간선의 변화가 다른 시간선을 희미하게 비춘다.
지역
현재의 서울—2020년, 변화된 풍경
준호가 깨어난 2020년 서울은 그가 기억하던 도시와 달라져 있다. 스마트폰은 더욱 발전했고, 거리의 모습도 변했으며, 사람들의 일상도 다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의 변화다. 준호는 5년 동안 누군가의 일상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직장동료들은 그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친구들은 이미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유일하게 준호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간호사 김지영이다. 그녀는 준호를 단순히 환자로 보지 않고, 5년간의 간호 과정에서 그의 삶에 깊게 관여한 유일한 타인이다. 현재의 솔이는 23세 대학생이 되어 있고, 준호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