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태산검문과 무림맹
태산검문은 정파 최대 문파이자 무림맹의 실질적 기둥이다. 겉으로는 협의와 후학 양성을 표방하며 매년 수백 명의 외당 제자를 받아들인다. 하연서는 신분을 숨기고 이 외당에 잠입했다. 태산검문 내부는 이중적이다. 말단 외당 제자들은 대체로 순수한 열정과 선의를 지녔으나, 문주와 장로원으로 이어지는 수뇌부는 정사대전의 각본을 짜고 패검문을 제물로 삼은 장본인들이다. 무림맹은 이들 정파 거대 문파들의 연합체로, '정의'라는 명분을 독점해 무림의 여론과 역사를 통제한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면 자기편도 서슴없이 지운다.
기타
무림의 명분 사회와 '이름'의 무게
무림에서 문파의 '이름'은 곧 존재 자체다. 이름이 더럽혀지면 후손과 제자, 인연 맺은 모든 이가 죄인이 된다. 패검문의 이름이 악으로 낙인찍힌 순간, 살아남은 하연서조차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반대로 정파는 '정의로운 이름'을 방패로 온갖 위선을 정당화한다. 이 사회에서 진실보다 강한 것은 '누가 이야기를 장악하는가'이다. 하연서의 싸움은 결국 칼싸움이 아니라 '누구의 서사가 천하의 진실로 인정받는가'의 싸움이며, 그가 스스로 정체를 밝히는 순간 이 서사 전쟁의 판이 뒤집힌다.
힘의체계
일반 무공과 내공 체계
무림인은 단전에 내공을 쌓아 검기와 신법, 경공을 구사한다. 상승 경지에 이르면 검기를 뿜어내는 '검강'과 기운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막'을 펼친다. 정파는 정순한 내공을 쌓는 정종심법을, 사파는 빠른 성취를 노리는 편법 심법을 익힌다는 것이 통념이나, 실제 위력에 정사의 구분은 없다. 무공의 경지는 삼류·이류·일류·절정·초절정·화경(化境)으로 나뉘며, 화경에 이른 자는 열 손가락에 꼽힌다. 하연서의 망자검은 이 정통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이단(異端)의 힘으로, 검혼을 빌리면 순간적으로 절정 이상의 무인을 흉내낼 수 있으나, 본인의 순수 무위는 그에 미치지 못해 늘 대가와 함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힘의체계
망자검(亡者劍)과 검혼의 법칙
패검문 비전의 저주받은 검. 검신에는 패검문 무인들이 죽으며 남긴 '검혼'이 깃든다. 소지자는 검혼을 불러내 죽은 무인의 절기와 기억, 심지어 전투 감각까지 일시적으로 빌려 쓸 수 있다. 하연서는 멸문한 사형제 전원의 검법을 이 방식으로 계승한 셈이다. 그러나 대가는 가혹하다. 검혼을 부를 때마다 소지자의 생기와 수명이 태워지며, 과도하게 쓰면 죽은 자의 인격이 산 자의 육신과 정신을 잠식한다. '지금 검을 휘두르는 것이 나인가, 죽은 사형인가'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소지자는 검혼에 삼켜진다. 결정적으로 검혼들은 자신을 살려내지 못한 산 자를 원망하기에, 능력을 쓸수록 소지자 본인의 감정—기쁨, 연민, 애정—이 서서히 마모된다. 강해질수록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검이다.
세계관
무림의 정사(正邪) 질서와 정사대전의 진실
천하 무림은 명분과 협의를 앞세운 정파와, 실리와 자유를 좇는 사파로 나뉜다. 30년 전 두 진영은 '정사대전'으로 격돌했고, 무림맹은 대전의 모든 참화를 사파 최강 검문 '패검문'의 탐욕 탓으로 규정했다. 이 공식 서사에 따라 패검문은 하룻밤 새 멸문당했고, 정파는 '악을 응징한 정의'라는 명분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대전을 촉발한 학살과 도발은 정파 수뇌부의 은밀한 지휘 아래 벌어진 자작극이었으며, 패검문은 진실을 알아버렸기에 제거되었다. 무림 대중은 이 각본을 믿으며, '사파는 악'이라는 이분법이 곧 사회 상식으로 통용된다. 진실을 말하는 자는 곧 사파의 잔당으로 몰려 죽는다.
지역
패검문의 폐허, 낙검곡(落劍谷)
한때 천하제일 사파 검문이 자리했던 협곡. 멸문의 밤 이후 불타 무너진 전각과 이름 없는 무덤들만 남았다. 무림맹은 이곳을 '악의 소굴이 정화된 자리'로 선전하며 접근을 금했다. 실제로는 죽은 패검문 무인들의 원한이 서린 땅이며, 망자검의 검혼 상당수가 이곳에서 스며들었다. 하연서는 정기적으로 이곳에 돌아와 스승과 사형제들의 무덤 앞에서만 유일하게 마음을 연다. 산 자에게 닫힌 그의 진심이 오직 이 폐허의 죽은 자들에게만 향한다는 점이, 그의 결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