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정사대전과 혈음천마의 잔재
백 년 만에 강호를 다시 피로 물들이기 시작한 정사대전은 단순한 정의와 악의 대립이 아닌, 쇠락하는 전통 정파 무림연맹과 새롭게 세력을 확장하려는 사패천(邪覇天)의 자원 및 생존권 쟁탈전이다. 양측은 서로의 전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 잔혹한 포화 속에서 과거 마교의 분파 중 하나인 '혈음천마(血陰天魔)' 계열의 잔당들이 물밑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들은 사체에서 힘을 추출하는 사마(邪魔)의 주술을 복원하여 가혹한 전쟁터에서 소모되는 전사자들을 매개로 천마의 재림을 꿈꾸고 있으며, 백무강이 우연히 삼킨 마경의 행방과 존재를 감지하고 집요하게 그의 숨통을 조여 오기 시작한다.
힘의체계
환정마경과 칠정반사의 인과율
'환정마경(幻情魔經)'은 마교의 극의를 담은 금단(禁斷)의 심법이다. 이 비급의 진정한 무서움은 죽은 무인들의 마지막 순간에 남겨진 영혼의 흔적인 '망집(妄執)'을 백무강의 정신 영토인 환정마경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백무강은 죽은 자의 비장과 마도를 직접 마주하여 그 한과 유지를 깨달음으로 치환하고, 그들의 무학적 가치와 정순한 내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 그러나 이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대가로 주어지는 '칠정반사(七情反噬)'는 원혼들의 광기와 슬픔, 분노 등의 파괴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정화하지 못할 경우, 그 백귀(百鬼)의 감정이 백무강의 마음을 직접 잠식하여 정신을 마해(魔海)에 빠뜨린다. 만약 마경을 가동하는 와중에 그의 도심(道心)이 꺾이거나 자아의 끈을 놓쳐 마(魔)에 완전히 굴복하는 즉시, 전신의 맥락이 미세한 파편으로 찢어발겨져 죽음에 이르게 되는 극독의 계약이다.
세력
화산파의 모순과 본산·속가 간의 단절
화산파는 정파의 명숙으로서 상생(相生)과 도심(道心)의 가치를 드높인다고 선전하지만, 다가오는 정사대전의 전운 속에서 내부적인 모순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산파의 직계 제자들이 거처하는 본산은 오롯이 청정한 무맥과 고결한 도도를 보존하는 데 힘쓰며, 속세와의 더러운 중재나 물질적 기반 마련은 산 아래의 '속가(俗家)'에게 전부 떠밀어 두고 있다. 속가제자들은 본산의 무림인들에게 무공의 깊이를 전수받지 못한 채, 전쟁이 임박하자 고기방패이자 정사대전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불합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본산의 도사들은 상생의 매화검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그림자인 속가제자들의 고혈과 고통에 대해서는 방관하며, 이를 대의를 위한 양보와 인내라는 이름의 위선으로 포장하고 있다.
지역
강호의 고도, 낙하원의 평화
화산 하급 속가 구역 끝자락, 시든 수풀 사이에 위치한 '낙하원(落霞院)'은 정사대전의 포화가 아직 미치지 않은 작고 허름한 의원이다. 이곳은 화산파의 외면 속에서 병들고 다친 가난한 이들과 도망친 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치료를 받는 구휼의 공간이다. 의원 사방에 피어나 있는 씁쓸한 약초 향과 노을빛이 내리는 평상, 그리고 늘 끓고 있는 탕약의 열기는 세파에 찌든 무인들에게 기묘한 안식을 준다. 주인공 백무강에게 낙하원은 단순한 정주지가 아니라, 세상 모든 문파가 위선과 독점욕으로 물들었을 때 유일하게 무조건적인 온기와 생명 존중을 보여준 인간성의 보루이며, 그가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개척해야 할 유일무이한 정토(淨土)의 원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