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우림리 노인회와 고통 방관자들
우림리의 비밀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원주민 집단. 이들은 마을의 기이한 전이 현상을 신치(神治)라 부르며 신성시한다. 이들은 외지인이 들어와 마을의 비밀을 폭로하거나, 고통의 전이로 인해 파멸하는 제물(도연 같은 연주자)이 도망치는 것을 철저히 막는다. 겉으로는 은퇴한 노인들의 친목회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신림당'의 피아노를 감시하고 비가 오는 날마다 마을의 결계를 유지하며 제물이 바치는 고통의 연주를 묵인한다. 이들은 도연의 희생을 방조하며 마을의 평화를 유지하려 하고, 도연의 행동을 막으려는 지원을 가두거나 위협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음습한 집단적 관조자들이다.
기타
공명(共鳴)의 역효과: 감정의 잔상
피아노 연주를 통한 고통의 전이는 단순한 신체적 이식에 그치지 않는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의 영혼은 일시적으로 완전히 공명 상태에 빠진다. 이때 은폐되어 있던 과거의 기억, 미처 전하지 못한 오해의 진실, 상대방을 향한 왜곡된 증오 아래 숨겨진 깊은 사랑이 강제로 노출된다. 대화나 타협으로는 결코 풀 수 없었던 해묵은 오해들이, 전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리 속 환영'을 통해 양측에 적나라하게 주입된다. 이로 인해 도연은 지원이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게 되고, 지원은 도연이 왜 자신을 떠나야만 했는지를 고통의 전율 속에서 억지로 직면하게 되며 파멸적인 진실의 수렁으로 걸어 들어간다.
힘의체계
우수(雨奏)의 계약과 대가
비가 내리는 우림리에서만 발현되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비를 매개체로 타인의 고통을 연주를 통해 전이시키는 기적의 체계다. 이 계약은 오직 진심 어린 갈망과 스스로를 파괴할 준비가 된 연주자만이 시전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동안 특정 대상을 지정해 피아노를 연주하면, 상대방이 겪고 있는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이 연주자의 몸으로 고스란히 이식된다. 이 힘은 대가 없는 자비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대가가 따른다. 고통을 전이할 때마다 연주자의 손가락 감각이 하나씩 영구적으로 마비되며, 종국에는 양손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완전한 불구가 된다. 상대의 구원이 곧 자신의 예술적 사망이자 영구적인 지체 장애로 이어지는 잔인한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지역
안개와 비의 마을, 우림리(雨林里)
태백산맥 줄기 끝자락, 일 년 중 200일 이상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가상의 분지 마을. 외부와 연결된 도로는 단 하나뿐이며, 기압이 낮아 언제나 음울하고 눅눅한 공기가 감돈다. 마을 중앙에는 거대한 물푸레나무와 고풍스러운 석조 성당, 그리고 낡은 LP 바 '신림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비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과 고통을 매개하는 영적 전도체 역할을 한다. 오래전부터 마을에는 '비를 타고 남의 슬픔을 먹는 이들이 산다'는 기이한 전설이 내려오며, 실제로 고통을 앓는 자들이 마지막 구원을 바라며 흘러들어오지만,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는 기만적인 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