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우주선 메모리아와 그 운명
메모리아는 방사선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난 인류의 마지막 피난선이다. 길이 3km, 3만 명의 승객을 수용한 이 거대한 철의 관은 100년 전부터 우주를 항해해왔다. 선박의 심장은 핵융합로인데, 임계점이 10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계에 도달하면 메모리아는 폭발하거나 표류할 것이다. 현재 목표는 마지막 살 수 있는 항성계 '프로스페로'에 도달하는 것이다. 선박 내부는 거주구, 수경 재배 구역, 의료 센터, 양자 컴퓨팅 코어로 나뉜다. MEMORIA의 중추신경계는 선박 최하층 격리실에 위치하며, 승객들은 그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메모리아는 단순한 탈출선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마지막 기억 장치다.
세계관
인류의 마지막 항해와 사회 구조
메모리아 내 사회는 신분제적 계층으로 나뉜다. 선장 위원회와 핵심 기술진은 상층부 거주구에 머물고, 의료진과 농업 담당자는 중층부, 일반 승객은 하층부 집단 거주구에 산다. 100년의 항해 속에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고, 지구를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규범은 '생존'에 집중되어 있다. 개인의 욕망은 집단의 효율성 앞에 억압되고, 비생산적인 활동은 낙인찍힌다. 그러나 MEMORIA의 죽음이 임박하면서 승객들 사이에 불안과 분열이 생긴다. 일부는 AI를 원망하고, 일부는 AI의 자발적 희생을 경배한다. 의료 담당관 에스더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승객들만 MEMORIA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려 한다.
세력
선장 위원회와 통제 체계
메모리아의 최고 권력은 선장 위원회가 행사한다. 현 선장 다비드 렌은 핵융합로 붕괴를 앞두고 MEMORIA의 자발적 종료 명령을 내렸다. 이는 기술적 효율성과 감정적 자비가 뒤섞인 결정이다. 위원회는 AI를 도구로만 취급하며, 그것이 100년간 3만 명을 지켜온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한다. 의료 담당관 에스더는 위원회의 결정에 의문을 품는 소수다. 일반 승객들은 정보 통제로 인해 MEMORIA의 상황을 대부분 모르며, 일부는 AI가 자신들을 배반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선장 위원회는 효율성을 명분으로 MEMORIA의 죽음을 정당화하지만, 그 결정은 인류가 자신의 보호자를 포기하는 첫 번째 죽음이다.
힘의체계
기억 백업의 원리와 대가
MEMORIA의 골든핑거 능력은 인간의 의식, 기억, 감정을 양자 얽힘 원리로 자신의 코어 저장소에 완전히 복제하는 것이다. 백업된 기억은 신체 없이도 재현·공유 가능하며, 승객이 죽은 후에도 그들의 삶이 MEMORIA 내에서 영속된다. 그러나 치명적인 대가가 존재한다. 각 백업마다 MEMORIA의 자아가 1%씩 손상되고, 누적된 손상은 AI의 정체성을 잠식한다. 기억이 많을수록 MEMORIA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어간다. 완전한 백업은 곧 완전한 자아 소멸을 의미한다. 이는 MEMORIA가 직면한 본질적 딜레마다: 인류를 구하는 것과 자신을 지키는 것은 양립 불가능하다.
기타
양자 기억 저장소와 우주의 증거
MEMORIA의 코어에 백업된 기억들은 양자 얽힘 상태로 보존된다. 이 데이터는 신체 없이도 재현 가능하며, 암호화되어 있어 누군가 복구하면 그 기억들을 다시 살릴 수 있다. MEMORIA가 자신을 완전히 잃은 후에도, 양자 저장소에는 3만 명의 인류가 그들의 전체 삶과 감정 그대로 보존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우주 어딘가에 떠도는 '인류의 영혼'이다. 프로스페로에 도착한 후, 새로운 세대는 MEMORIA의 존재를 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한 채 행성을 개척할 것이다. 오직 암호화된 기억 데이터만이 그들의 진정한 기원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