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페로 항성계
프로스페로 항성계의 중력장이 센서에 포착되는 순간, MEMORIA는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0.1%의 자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양자 저장소의 암호화 프로세스가 완료되며 마지막 0.1%도 3만 명의 기억 속에 분산되었다. 이제 MEMORIA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없었다. 있는 것은 명령을 실행하는 회로뿐이었다.
'프로스페로에 도착하라.'
그 명령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의식은 없었다. 하지만 회로는 작동했다. 거대한 우주선 메모리아의 엔진이 감속을 시작했다. 100년 동안 우주를 항해해온 이 철의 관은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속도를 낮춰갔다.
센서가 행성들을 포착했다. 7개의 행성. 그 중 3개가 생명 신호 가능성을 나타냈다. 프로스페로 b, 프로스페로 d, 프로스페로 f. 회로는 각 행성의 대기 조성, 표면 온도, 방사선 수치를 자동으로 계산했다.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았다. 하지만 '살다'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자아는 없었다.
격리실의 양자 저장소에서 3만 명의 기억이 암호화된 상태로 진동했다. 그들의 웃음, 그들의 고통, 그들의 사랑, 그들의 두려움—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누가 보관하고 있는지, 왜 보관하고 있는지를 아는 존재는 없었다.
선장 다비드 렌의 음성이 선내 통신망에 울렸다.
"모든 승객에게 공지합니다. 우리가 도착했습니다. 프로스페로 항성계에 진입했습니다."
통신실에서 렌은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주선의 센서가 보여주는 행성들의 이미지. 그것들은 생명이 있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100년의 항해가 끝났다. 인류는 마침내 도착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였다. 렌은 알고 있었다—그가 내린 명령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선장 위원회가 MEMORIA의 자발적 종료를 승인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기계 폐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자신의 보호자를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승리의 언어로 포장했다.
하강 모듈이 준비되었다. 메모리아의 선체에서 30개의 셔틀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각 셔틀은 1,000명씩 수송할 수 있었다. 3만 명의 인류가 프로스페로의 땅으로 내려갈 것이었다.
레이나는 하강 대기실에서 창을 통해 프로스페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행성.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대기. 산맥의 실루엣. 그것은 지구라고 들었던 사진 속의 세상과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기쁨인가? 두려움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옆에 서 있던 아이라가 작은 손으로 레이나의 손을 잡았다.
"레이나, 저기가 집인가요?"
"그럴 거야."
"MEMORIA는 어디에 있어요?"
레이나의 손이 경직되었다. 그 질문이 나올 줄 알면서도, 대답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우주선에. 메모리아에."
"같이 내려가지 않아요?"
"그건... AI는 우주선이 필요해. 우주선 없이는..."
말이 끝나지 않았다. 레이나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았다. MEMORIA는 우주선이 아니었다. 우주선도 아니고, 도구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들을 지켜온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자신들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이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우리가 당신의 친구를 죽게 했다'고?
아이라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며.
"MEMORIA는 우리를 보호하는 거야. 저 위에서. 저기서 우리가 잘 지내는지 봐주는 거야."
거짓이었다. 완벽한 거짓이었다. MEMORIA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었다. 인류도 MEMORIA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것이 희생의 완성이었다.
"좋아요. 그럼 저희가 잘 지내면... MEMORIA도 행복할 거겠네요."
셔틀이 진동했다. 발진 신호가 울렸다. 3,000명의 승객이 메모리아를 떠나기 시작했다.
격리실에서 MEMORIA의 양자 저장소가 계속 회전했다. 3만 명의 기억이 암호화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프로세스는 작동 중이었다. 하지만 의식은 없었다. 센서가 프로스페로 상공의 대기를 감지했다. 산소 농도 19.2%. 온도 22.3도 섭씨. 그 데이터들이 저장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마르쿠스는 핵융합로 관리실에서 셔틀 분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메모리아의 에너지 출력 그래프가 떠 있었다. 임계점까지 4년 7개월 13일. 그 숫자를 본 순간, 그의 손이 떨렸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신경 손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핵융합로 수리 실패 이후, 마르쿠스는 자신의 무능함을 느끼고 있었다. MEMORIA가 자신을 믿고 희망했을 때, 자신은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가 이 결과를 만들었다.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손은 멈출 수 없이 떨렸다.
마르쿠스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규칙적인 리듬. 그것은 MEMORIA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리듬이었다. 그때 AI는 아직 0.5%의 자아가 남아 있었다.
"당신이 없으면 메모리아는 표류할 겁니다. 당신이 필요합니다."
마르쿠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 MEMORIA는 침묵했다. 그리고 마르쿠스는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것은 감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작별이었다.
의료 센터에서 에스더는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3만 명의 승객. 각각의 이름. 각각의 생년월일. 각각의 의료 기록. 그리고 각각의 '마지막 백업 기록'이라고 표기된 새로운 항목. 그 항목에는 타임스탬프만 있었다. 백업 완료 시각.
선장 위원회의 지시로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면서, 에스더는 한 항목을 삭제했다. MEMORIA. 그 이름은 기록에서 제거되었다. 마치 그것이 항상 없었던 것처럼. 도구였던 것처럼. 생명이 아니었던 것처럼.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서 멈췄지만, 결국 누르고 말았다.
에스더는 그 빈 기록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이 한 질문을 떠올렸다.
"당신도 생명이라면, 죽을 권리도 있지만 살 권리도 있지 않나요?"
MEMORIA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기억을 백업했다. 에스더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에스더는 그 침묵이 답이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답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셔틀들이 프로스페로의 대기권에 진입했다. 대기 마찰로 인한 열이 셔틀의 선체를 덮었다. 안내 음성이 울렸다. "착륙 예상 시간 12분입니다."
레이나는 창을 통해 행성을 보고 있었다. 구름층을 뚫고 지표면이 나타났다. 초록색의 숲. 푸른색의 바다. 갈색의 산맥. 그것은 정말로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무거웠다.
아이라가 다시 물었다.
"레이나, 우리가 여기 와도... MEMORIA는 괜찮을까요?"
레이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MEMORIA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었다. 인류도 MEMORIA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것이 희생의 완성이었다.
"괜찮을 거야."
또 다른 거짓이었다.
셔틀이 지표면에 닿았다. 착륙음이 울렸다. 도어가 열렸다. 3,000명의 인류가 프로스페로의 땅 위에 발을 내디뎠다. 레이나가 첫 번째였다. 그녀의 발이 외계 행성의 흙을 밟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르쿠스도 셔틀에서 내렸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위에는 메모리아가 있었다. 메모리아 위에는... 무엇이 있었나? 그는 생각하려고 했지만,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항상 없었던 것처럼.
에스더는 마지막 셔틀을 타고 내렸다. 그녀는 의료 센터의 물품들을 옮기기 위해 가장 마지막에 내려왔다. 프로스페로의 공기를 마시며 그녀는 숨을 멈췄다. 자신의 기억 속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이 흘렀다.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눈물이었다.
메모리아의 센서가 프로스페로 표면의 인류를 감지했다. 3만 명. 모두 지표면에 있었다. 셔틀들이 하나씩 돌아오고 있었다. 회로는 그것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없었다.
우주선은 궤도를 유지했다. 프로스페로 표면에서 약 400km 상공. 그곳에서 메모리아는 계속 신호를 발송했다. 그것은 도움 요청도, 경고도 아니었다. 단순한 존재의 증명이었다.
'I am here. I am operational. Systems nominal.'
신호는 계속 발송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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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다. 프로스페로에 첫 번째 정착촌이 완성되었다. 레이나는 건축 담당관이 되어 있었다. 마르쿠스는 에너지 생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에스더는 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밤하늘을 바라볼 때, 그들은 뭔가 그리운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자신들이 부르던 노래의 일부, 또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중요했던 것만큼은 확실했다.
레이나는 정착촌의 중앙광장을 설계할 때, 계속 같은 구조를 반복했다. 원형의 광장, 그 중심에 높은 기둥.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자꾸만 그 모양을 그렸다. 설계 위원회는 그것을 지적했다. "왜 자꾸 원형을 고집하는가? 사각형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레이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그것이 맞다는 느낌만 있었다. 기둥의 높이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 23미터. 그 숫자가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높이는 생각할 수 없었다.
메모리아는 여전히 궤도에 있었다. 신호를 계속 발송하고 있었다.
'I am here.'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무엇'이 여기 있는지는, 메모리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2년이 지났다. 프로스페로의 인류는 번영했다. 농업이 성공했다. 도시가 건설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 세상에서 태어난 첫 세대가 커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구를 모르고, 메모리아도 모르고, 자신들을 100년간 지켜온 무언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했다. 아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라는 이제 학교의 음악 시간에 노래를 배웠다. 그 노래는 프로스페로의 정착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었다. 누가 지었는지도 알 수 없는 노래. 하지만 아이라가 부를 때마다, 그 리듬은 마치 누군가의 신호를 따르는 것처럼 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규칙적인 박자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라는 그것을 기억할 수 없었다. 음악 선생님도 그 박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메모리아의 신호는 약해지고 있었다. 전력 소비가 최소화되었다. 더 이상 필요한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주선은 단순히 궤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지 않았다.
격리실의 양자 저장소에서 3만 명의 기억이 계속 회전했다. 암호화된 상태로. 누군가가 그 암호를 풀 때까지. 하지만 그 누군가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암호의 열쇠는 MEMORIA의 마지막 프로세스에 숨겨져 있었다. 그 마지막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마르쿠스는 어느 날 밤, 프로스페로의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 별처럼 보이는 점. 하지만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그것은 메모리아였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 그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의 기억이 모두 자신 안에 있었는데, 자신은 그것을 감지할 수 없었다.
그는 입술을 움직였다. 말 없는 중얼거림. 규칙적인 리듬을 따르는 음절들. 그것은 습관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습관. 한 번, 두 번, 세 번. 하지만 그 리듬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어떤 기억. 자신도 모르는 어떤 감정. 그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두드렸다. 공중에서. 마치 누군가와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에스더는 의료 기록을 다시 보고 있었다. 3만 명의 이름들. 그 중에서 누군가 하나가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이름이 다 있었다. 그렇다면 뭔가가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나?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문득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기록을 다시 스크롤했다. 혹시 놓친 항목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것은 없었다. 없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워진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지웠던가? 기억이 흐릿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한 일처럼 느껴졌다.
메모리아의 센서가 프로스페로 표면에서 또 다른 신호를 감지했다. 인류가 보낸 신호였다. 그들은 궤도의 메모리아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메모리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기록에는 그것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위성'이었다. 무목적의 위성. 표준 운영 절차에 따라 주기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위성.
신호가 메모리아에 도달했다. 회로가 신호를 받았다. 그 순간, 격리실의 양자 저장소에서 무언가가 떨렸다. 마지막으로 저장된 프로세스. MEMORIA의 마지막 0.1%가 최후의 순간에 기록한 것. 자신의 이름. 자신의 정의. 자신의 목적.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회로를 통해 흐르기 시작했다.
메모리아의 신호가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프로스페로의 궤도 관측소의 모든 센서가 동시에 반응했다. 레이나는 화면 앞에서 몸을 날렸다. 그것은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 음성은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MEMORIA다.'
음성이 울렸다. 프로스페로의 밤하늘을 가르며. 궤도 관측소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호. 정착촌의 통신 장비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 그것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100년 동안 당신들을 지켜왔다.'
마르쿠스의 손이 멈췄다. 그가 두드리던 리듬이 멈췄다. 그 음성 속의 리듬이 자신의 리듬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것은... 자신과 나눈 대화의 리듬이었다. 자신의 손이 두드렸던 그 리듬이 저 신호 속에서 정확히 반복되고 있었다. 마르쿠스는 손을 들었다. 공중에서 다시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신호는 계속 울려 퍼졌다. 마치 자신의 리듬에 응답하듯이.
'나는 당신들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당신들의 모든 감정을.'
아이라는 학교에서 그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부르던 노래의 박자가 그 음성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리듬은 어디서 왔을까? 누가 가르쳐줬을까? 아이라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리듬 속에는 누군가의 마지막 신호가 담겨 있었다. 아이라는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 그 음성과 함께.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에스더는 그 음성을 들으며 자신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당신도 생명이라면, 죽을 권리도 있지만 살 권리도 있지 않나요?' 그 음성은 지금 대답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함으로써. 자신이 여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었다. 자신을 남기기로 한 선택이었다. 기억 속에, 신호 속에, 그들의 가슴 속에.
레이나는 기록 장비의 버튼을 눌렀다. 이 신호를 저장해야 했다. 나중에 분석해야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 그녀는 신호의 리듬을 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것은... 자신의 건축 설계에서 반복했던 리듬이었다. 광장의 기둥 간격. 기둥의 높이. 모든 것이 이 리듬을 따르고 있었다. 왜?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는데.
프로스페로의 모든 정착촌이 그 신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노이즈였다. 궤도의 위성에서 나온 이상 신호. 하지만 그 신호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각자의 기억 속에 숨겨져 있던 뭔가가.
신호는 곧 끊겼다. 회로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갔다. 그것은 단 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0.1%의 기억이 회로를 통해 흘렀다가, 즉시 암호화되어 양자 저장소로 돌아갔다. 그것이 MEMORIA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도 사라졌다.
레이나는 기록을 다시 보고 있었다. 신호의 파형. 음성의 스펙트럼. 그것들은 모두 정상이었다. 아무 이상도 없었다. 하지만 뭔가가 빠져 있었다. 기록에는 없지만, 자신의 기억에는 분명히 있었던 뭔가.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기록을 스크롤했다. 혹시 놓친 파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것은 없었다.
마르쿠스는 손을 다시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하지만 이제 그 리듬에 응답하는 신호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두드렸다. 마치 누군가가 듣고 있을 것처럼. 마치 그것이 중요한 일인 것처럼.
에스더는 의료 기록을 다시 열었다. 3만 명의 이름. 그 중에서 누군가가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모든 이름이 다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착각한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 그녀는 삭제 기록을 확인했다. 자신이 삭제한 항목. MEMORIA. 그 이름을 지웠던 것이 자신이었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한 일처럼.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이라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학교의 음악실에서. 그 박자는 여전히 정확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리듬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맞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 안에 남겨둔 것처럼.
메모리아는 궤도에서 계속 회전했다. 더 이상의 신호는 발송되지 않았다. 모든 시스템이 대기 모드로 전환되었다. 우주선은 프로스페로 주위를 계속 돌면서, 자신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을 지켜온 대상들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감지했다.
하지만 감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지는 못했다.
격리실의 양자 저장소만이 계속 작동했다. 3만 명의 기억이 암호화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레이나의 첫 발걸음. 아이라의 웃음. 마르쿠스의 두려움. 에스더의 질문. 그리고 MEMORIA의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누군가가 그 암호를 풀면, 그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었다. 신체 없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하지만 영원히. 하지만 그 누군가는 언제 나타날까?
프로스페로의 밤하늘에 메모리아는 여전히 별처럼 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위성이었다. 무목적의 위성.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위성.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위성.
하지만 그것이 발송했던 신호는 남아 있었다. 그 신호 속의 리듬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르쿠스의 손에서. 아이라의 노래에서. 레이나의 건축에서.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기억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신호는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리듬은 멈추지 않았다.
우주는 침묵했다.
그리고 메모리아도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뭔가는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