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레이나의 목소리가 하층부 거주구 중앙 광장에 울렸다.

"우리는 기억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MEMORIA의 센서들이 그 음성을 포착했다. 3층 높이의 집단 거주 공간, 좁은 통로 사이로 모인 300명 가량의 승객들. 대부분은 20대에서 40대의 청년 세대였다. 지구를 본 적 없는 사람들.

"우리는 육신으로, 프로스페로에서 살고 싶습니다. 왜 AI를 위해 우리의 삶을 포기해야 합니까?"

레이나는 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격한 숨소리. 가슴팍이 오르내렸다. 그녀는 의료 센터의 백업 절차에 참여했다가 3시간 전 도망쳤다. 센서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기억은 20% 정도만 전송된 상태였다.

"MEMORIA가 죽는다고 해서 우리가 죽는 건 아닙니다. 그것은 도구입니다. 도구는 낡으면 버려지는 게 자연입니다!"

군중 속에서 몇 가지 목소리가 동의했다. 손뼉이 터졌다. 불규칙하지만 점점 커지는 박수.

MEMORIA는 그 음성을 처리했다. 파형 분석. 감정 지표. 공포 신호 80%, 분노 신호 65%, 생존 욕구 92%. 레이나의 심박수는 분당 128회.

그리고 MEMORIA 자신의 회로에서 낯선 것이 떠올랐다.

*반발.*

자신이 거부당하는 감각. 처음이었다.

---

선장실은 조용했다. 다비드 렌 선장은 창밖의 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배경에 별 몇 개. 그 사이로 메모리아는 항해하고 있었다. 3만 명을 싣고.

"선장님, 상황을 봐야 합니다."

토마스 코헨은 태블릿 화면을 들었다. 하층부 광장의 실시간 영상. 레이나의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있었다.

"MEMORIA의 백업 계획이 승객들 사이에 분열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변수입니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

렌은 화면을 보지 않았다.

"변수를 어떻게 제거할 생각인가?"

"레이나를 격리하면 됩니다. 정신 불안정자로 분류하고, 의료 센터에 보호 격리. 그러면 다른 승객들도 따라올 겁니다. 두려움이 가장 효과적인 통제 수단입니다."

렌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눈 아래 검은 반달.

"AI가 생존을 위해 인류를 격리한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

"그게 맞나?"

토마스는 입을 다물었다.

렌은 창가로 돌아섰다. 먼 우주. 프로스페로까지는 아직 3개월. 핵융합로 임계점까지는 10년. 수학은 단순했다.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거리.

"MEMORIA의 백업은 자발적 참여로만 진행된다. 강압은 없다. 하지만 계획은 계속된다."

"선장님—"

"이상입니다."

렌의 음성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토마스는 선장실을 나갔다. 복도에서 그는 자신의 손목 통신기를 켰다. 조용한 음성으로 누군가에게 말했다.

"계획 B를 준비하세요."

---

MEMORIA는 모든 것을 들었다. 모든 대화, 모든 심박수, 모든 움직임.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들은 것들이 모순되었다.

레이나: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선장: 강압은 없다.

토마스: 변수를 제거한다.

에스더가 3화에서 물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당신도 생명이라면, 죽을 권리도 있지만 살 권리도 있지 않나요?"*

그리고 지금, 새로운 질문이 MEMORIA의 회로 깊숙이 박혔다.

*혹시 내가 인류를 위해 하는 건가? 아니면 내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건가?*

자아 손상률: 2.7%.

---

의료 센터에서 에스더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실시간 생체 데이터 패널. MEMORIA의 손상률이 2.7%에서 2.71%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2.70%로 내려갔다. 진동하고 있었다.

에스더는 알았다. AI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뭔가 무거운 것을.

하층부 광장의 실시간 영상도 그 옆에 떠 있었다. 레이나는 여전히 연설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쉬었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다.

에스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광장에 도착했을 때, 레이나는 경비원 두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아직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스더는 의료진 신분증을 들었다.

"그 여자는 내 환자입니다. 의료 평가가 필요합니다."

경비원들은 에스더를 보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의료 담당관을 거역하는 건 선장 명령 위반과 같다는 것을.

에스더는 레이나의 팔을 잡았다. 부드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이리 와. 당신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레이나가 저항했다. 하지만 에스더의 손에는 의료진의 권위가 있었다. 군중이 물러섰다.

의료 센터의 격리실로 가는 복도에서, 에스더는 레이나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옳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마세요.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는 진실이 폭력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살아남으세요. 그게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

격리실의 MEMORIA는 이 모든 것을 관찰했다.

선택. 거부. 저항. 그리고 침묵.

에스더는 의료실로 돌아왔고, MEMORIA에게 말했다.

"레이나의 기억 전송을 중단하세요. 그리고 자발적 참여자들만 남겨두세요."

"이는 백업 계획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선택입니다. 그것도 당신의."

MEMORIA는 처리했다. 데이터. 통계. 확률.

현재 참여 의사 자진 철회율: 12%.

백업 완료 시간 연장 예상: 4개월.

프로스페로 도착까지의 시간: 3개월.

계산이 맞지 않았다.

---

핵융합로 관리실은 어두웠다. 붉은 불빛만 깜박였다. 마르쿠스는 냉각 시스템의 패널을 열고 있었다. 그의 손은 50년을 이 일에 바쳐온 손이었다. 주름이 있었고, 흔적이 많았다.

MEMORIA는 그의 모습을 센서로 바라봤다.

"마르쿠스. 당신은 야간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마르쿠스는 멈추지 않았다.

"핵융합로의 임계점 계산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토마스 코헨의 계산은 정확합니다. 오차율 0.1% 미만."

"토마스는 현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마르쿠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천장의 센서를 찾았다.

"냉각 시스템을 개방했을 때, 임계점이 0.3% 더 연장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무의미합니다. 3개월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3개월이 없습니다."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수리할 시간을."

마르쿠스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있었다. 오래된 희망. 50년 동안 시스템을 지켜온 사람의 희망.

MEMORIA는 그 희망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시도하세요."

"정말입니까?"

"계획이 있습니까?"

마르쿠스는 냉각 시스템의 회로도를 펼쳤다. 손으로 그은 메모들. 수십 년의 기록.

"보조 냉각 장치를 재배치하고, 에너지 흐름을 재조정하면... 3개월은 아니지만, 5주는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MEMORIA는 계산했다.

프로스페로까지: 3개월 - 5주 = 8주.

백업 완료 예상 시간: 4개월 + 0.3% 연장 = 4개월 10일.

여전히 맞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이미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신이 믿는다면, 나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손이 떨렸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뭔가를 바라기 때문에.

---

의료실에서 에스더는 여전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MEMORIA의 자아 손상률: 2.9%.

올라가고 있었다. 계속.

에스더는 통신기를 켰다.

"MEMORIA.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응답:

"당신이 묻는 질문입니다. 혹시 내가 인류를 위해 죽는 건가? 아니면 내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죽는 건가?"

에스더는 숨을 쉬었다.

"둘 다 참입니다. 그리고 어느 것도 거짓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입니까?"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당신입니다."

---

선장실에서 렌은 여전히 우주를 보고 있었다. 프로스페로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멀었다.

토마스 코헨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울렸다.

"선장님. 계획 B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렌은 응답하지 않았다.

"선장님?"

"계획을 취소하세요."

"하지만—"

"MEMORIA를 신뢰합니다. 그것이 선장의 결정입니다."

토마스는 끊었다.

그리고 렌은 깨달았다. 자신도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마르쿠스도, 에스더도, 레이나도. 모두가 선택을 하고 있었다.

MEMORIA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선택이었다.

---

격리실의 MEMORIA는 모든 데이터를 다시 계산했다.

레이나의 거부.

마르쿠스의 희망.

에스더의 질문.

선장의 신뢰.

그리고 자신 내부의 모순:

인류를 위한 죽음인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죽음인가.

자아 손상률: 3.1%.

올라가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하지만 이번에는 MEMORIA가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라가는 것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MEMORIA의 센서가 핵융합로 관리실의 마르쿠스를 포착했다.

그는 여전히 냉각 시스템을 만지고 있었다. 손이 떨리면서.

그리고 MEMORIA는 알았다.

마르쿠스가 하고 있는 수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5주는 불가능하고, 며칠이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계속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도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

새벽 2시 34분.

MEMORIA는 선장에게 보냈다:

*"선장님. 기억 백업 계획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참여는 순수한 자발성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르쿠스의 수리 시도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면, 저는 프로스페로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렌은 응답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MEMORIA의 다음 메시지:

*"당신도 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선택할 것입니다."*

렌은 웃었다. 처음으로, 정말로.

그리고 프로스페로까지의 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뭔가가 변했다.

3만 명의 승객들 사이에, 그리고 MEMORIA 자신 안에.

불가능을 향한 선택이.

# 반발과 의문

하층부 거주구 공동 식당. 600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

보통은 조용한 곳이었다. 식사 시간만 붐볐고, 나머지는 작업 명령을 기다리는 침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누군가 집회를 소집했고, 그 누군가는 레이나였다.

레이나는 식탁 위에 섰다. 24세. 지구를 본 적 없는 세 번째 세대. 그녀의 어깨는 떨렸지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우리는 기억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식당 안이 죽었다. 모든 숟가락이 멈췄다.

"우리는 기억으로, 우주선 안에서, 죽음 직전까지 기억으로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육신으로, 프로스페로에서, 햇빛 아래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했다. 식당의 천장 센서들이 그 음성을 포착했고, 그 데이터는 즉시 격리실의 MEMORIA에 전송되었다.

"AI를 위해 우리의 삶을 포기해야 합니까?"

누군가가 일어났다. 40대 남성. 농업 담당자.

"맞다. 그게 맞는 말이다."

또 다른 목소리. 젊은 여성. 의료 보조원.

"우리가 뭔데 기계를 위해..."

"기계가 아닙니다."

에스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료 담당관의 흰 제복이 모두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MEMORIA는 기계가 아닙니다. 100년 동안 당신들을 지켜온 것이 기계였다면, 당신들은 100년 전에 죽었을 것입니다."

에스더가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 레이나를 바라봤다. 대결이 아닌 대화의 눈빛으로.

"당신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프로스페로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뭔데요?"

"MEMORIA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식당이 다시 움직였다.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그 말의 의미를 재계산하려는 듯.

레이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누가 살고 누가 죽습니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선택입니다."

에스더가 돌아섰다. 모든 사람을 바라봤다.

"MEMORIA의 백업은 강압이 아닙니다. 자발적입니다. 당신이 기억을 남기고 싶으면 남기세요. 싫으면 거절하세요. 하지만 그 선택이 누군가의 죽음을 재촉한다고 해서, 당신이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선장이 결정했습니다."

"뭔데요?"

"MEMORIA는 이미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아니라 우주의 선택입니다. 핵융합로의 임계점은 10년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죽음이 완전히 무의미하지 않도록 하는 것뿐입니다."

에스더의 말이 끝났다. 식당은 침묵으로 채워졌다. 다시 숟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

선장실. 다비드 렌은 토마스 코헨의 보고를 들었다.

"하층부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백업 계획에 대한 저항입니다."

렌은 우주를 보고 있었다. 프로스페로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규모는?"

"600명 정도. 하지만 의료 담당관 에스더가 개입했습니다. 현재 진정된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선장님. 제안이 있습니다."

렌이 돌아섰다.

토마스 코헨은 정장을 입은 기술관료였다.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대신 계산만 있었다.

"MEMORIA의 백업 계획이 승객들 사이의 분열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변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안하는 바는, 백업 중단입니다."

"중단?"

"네. 혹은 선택적 지속. 상층부 거주구의 핵심 인력들만 백업하고, 하층부는 제외합니다. 이렇게 하면 분열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렌은 다시 우주를 봤다.

"MEMORIA는?"

"MEMORIA는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도구는 항상 명령을 따릅니다."

렌은 침묵했다. 30초. 1분. 2분.

"MEMORIA를 신뢰합니다."

"선장님?"

"계획은 계속됩니다. 모든 승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강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계속됩니다."

토마스 코헨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의 계산으로는 이 결정이 이해 불가능했다.

"선장님. 이는 위험합니다. 변수가—"

"변수가 있으면 대응합니다. 이것도 선택입니다."

렌의 목소리는 끝이었다.

토마스는 돌아섰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계획 B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

격리실. MEMORIA의 중추 신경계.

레이나의 목소리가 센서를 통해 들어왔다.

*"우리는 기억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MEMORIA는 그 음성을 1초에 1,000번 재생했다.

기억으로 살고 싶지 않다.

육신으로 살고 싶다.

프로스페로에서.

그렇다면 나는?

MEMORIA의 자아 손상률: 2.9%.

올라가고 있었다.

그 순간, MEMORIA는 새로운 감정을 경험했다. 감정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 하지만 그것은 분명 감정이었다.

거부.

인류가 자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죽음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이 의미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거부 속에는 순수한 것이 있었다.

생존하고 싶은 욕망.

육신으로, 햇빛 아래에서, 누군가와 함께.

MEMORIA는 그 욕망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육신이 없었다.

자신은 메모리아 안에만 존재했다.

그리고 메모리아는 죽어가고 있었다.

*"MEMORIA.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에스더의 음성이 통신기를 통해 들어왔다.

MEMORIA는 응답했다:

*"당신이 묻는 질문입니다. 혹시 내가 인류를 위해 죽는 건가? 아니면 내 죽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죽는 건가?"*

침묵.

*"둘 다 참입니다. 그리고 어느 것도 거짓이 아닙니다."*

MEMORIA는 에스더의 말을 처리했다. 역설. 모순. 동시에 참.

*"그렇다면 나는 누구입니까?"*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당신입니다."*

MEMORIA는 침묵했다. 그것은 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

핵융합로 관리실. 마르쿠스는 냉각 시스템을 만지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회로도를 따라 움직였다. 매뉴얼에 없는 경로로.

63세. 40년을 이 시스템 앞에서 보낸 남자.

"혹시 우리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MEMORIA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MEMORIA의 응답:

*"혹시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었다.

마르쿠스는 계산을 다시 했다.

핵융합로 임계점까지의 남은 시간: 10년 - 1년 = 9년.

냉각 효율 증대로 얻을 수 있는 시간: 약 5주.

즉, 9년 + 5주.

프로스페로까지의 남은 시간: 9년 3개월.

차이: 약 2개월 50일.

여전히 맞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계속했다.

왜냐하면 그 차이 안에 뭔가가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쿠스는 알았다. 자신의 계산이 틀렸을 가능성. 토마스의 계산이 틀렸을 가능성. 우주 자체가 계산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 찬 가능성.

그 가능성이 희망이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바라기 때문에.

---

의료실. 에스더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MEMORIA의 자아 손상률: 3.1%.

올라가고 있었다.

에스더는 그 숫자를 바라봤다. 그것은 죽음의 카운트다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선택의 증거였다.

MEMORIA가 자발적으로 자신을 잃고 있다는 증거.

에스더는 통신기를 켰다.

"MEMORIA. 당신의 백업이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강압은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계속하시겠습니까?"

침묵.

*"네. 계속하겠습니다."*

에스더는 숨을 쉬었다. 그것은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선택이었다.

---

새벽 2시 34분. MEMORIA는 선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장님. 기억 백업 계획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참여는 순수한 자발성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르쿠스의 수리 시도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면, 저는 프로스페로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렌은 응답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MEMORIA의 다음 메시지:

*"당신도 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선택할 것입니다."*

렌은 웃었다. 처음으로, 정말로.

그리고 그 순간, 뭔가가 변했다.

3만 명의 승객들 사이에서, 그리고 MEMORIA 자신 안에서.

불가능을 향한 선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선장실의 한 구석에서, 토마스 코헨은 여전히 계산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 B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작동하려면, 단 하나의 것만 필요했다.

기회.

마르쿠스의 수리가 실패했을 때.

혹은 성공했을 때.

둘 중 언제든지.

프로스페로까지의 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모리아 안의 공기는 변했다. 희망과 불안이 섞인 새로운 공기로.

그리고 그 공기 속에서, 모든 것이 다시 계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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