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체계
되감기 각인과 자원 흡수의 법칙
신호원은 특정 순간 단 하나의 뇌를 '기록 대상'으로 선택해 좌표를 각인한다. 서지오가 그 대상이다. 치명적 사망이 발생하면 그의 의식은 각인된 직전 좌표—대개 사망 수분 전—로 되감긴다. 규칙은 냉정하다. 첫째, 반복은 단순 재생이 아니다. 매 회차마다 신호 구조에 대한 정보 조각이 정확히 하나 주어지며, 그 조각은 '치른 대가에 비례한' 만큼만 열린다. 대가가 작으면 파편적 정보, 큰 희생이면 결정적 진실이 드러난다. 둘째, 되감기마다 원래 육체의 세포 일부가 유적 자원 풀로 영구 흡수된다. 이는 관념적 손실이 아니라 기지의 산소·물 배급 한도를 실제 수치로 깎는다. 셋째, 되감김은 서지오 혼자만이며, 다른 대원은 죽으면 그대로 사라진다. 즉 그가 살아 돌아올수록 모두가 죽음에 가까워진다.
기타
실패한 실험과 '회수 대상' 프로토콜
신호가 밝히는 진실: 40억 년 전, 지금은 사라진 발신 문명이 생명 파종 실험을 화성에 세팅했다. 목표는 특정 지성 형태의 '수확'이었으나 실험은 조기 붕괴로 실패했다. 이후 유적은 잠들었고, 실험의 씨앗 일부가 우주 먼지를 타고 지구에 안착했다—즉 인류는 이 실패한 실험의 잔존 파생물이다. 재가동 알림이 켜진 지금, 유적은 인류를 '초대 손님'이 아니라 '중단된 수확의 회수 대상'으로 인식한다. 되감기 능력조차 실험 관측을 위한 기록 장치의 부산물이며, 서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실험을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유도당하고 있다. 진실을 인류에게 가져가려는 그의 갈망 자체가, 유적이 원하는 '자발적 회수'의 마지막 조건일 수 있다.
세력
탐사대 '오르페우스' 기지와 생존 배급 체계
국제화성탐사연합(IMEC)이 파견한 12인 탐사대 '오르페우스'. 지하 캠프는 밀폐 모듈 세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소 재생기, 수분 회수 루프, 비상 배터리로 폐쇄 순환한다. 원래 설계 생존 기간은 480일이었으나, 유적의 자원 흡수가 시작된 뒤 실제 잔여 수치는 매일 변동한다. 대원은 각자 전문 분야—궤도 통신, 지질, 의료, 공학, 보안—로 나뉘며 어떤 개인도 혼자 기지를 유지할 수 없다. 지휘 체계는 대장 마르가 통제하지만, 되감기 사실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사이에 신뢰의 균열이 있다. 배급 담당관은 매 배급마다 줄어드는 한도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해 팀 내 의심이 커진다. 지상 궤도선과의 교신은 22분 지연되며, 지하 20km에서는 사실상 고립 상태다.
지역
지하 층위와 '심연 회랑'
유적은 나선형으로 하강하는 아홉 개 층위로 나뉜다. 상층부(1~3층)는 대원들이 야영 가능한 안정 구역이지만 붕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순차 밀봉된다. 중층부(4~6층)는 자기장 교란과 중력 이상이 발생하는 위험 구역으로, 통신 장비가 오작동한다. 최심부로 향하는 '심연 회랑'은 신호원 코어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이며, 벽면이 방문자의 사망 데이터를 기록하는 발광 문양으로 뒤덮여 있다. 서지오는 되감기를 거듭할수록 이 문양에서 자신과 형의 이름을, 그리고 40억 년 전 실패한 이전 샘플들의 흔적을 읽어낸다. 회랑 끝 코어실은 진입 순간 반드시 한 명의 죽음을 요구하도록 설계되어, 되감기 없이는 아무도 살아 도달할 수 없다.
세계관
화성 지하 유적 '재개(再開)'의 구조
화성 표층 아래 20km, 인류의 시추 능력 한계를 넘는 깊이에서 발견된 40억 년 전 인공 구조물. 규모는 지하 도시급이며, 벽면은 자기 복원 세라믹과 유기금속 합금으로 이루어져 물리적 파괴가 거의 불가능하다. 내부 중심에는 '신호원'이라 불리는 진동하는 결정 코어가 있으며,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좌표 신호가 방출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유적이 정적인 유물이 아니라 '재가동' 상태라는 것. 신호는 외부 문명을 부르는 초대가 아니라, 과거 이 실험이 한 번 실패로 종료된 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재개 알림이다. 인류의 도착 자체가 재가동 조건을 만족시켰다. 유적은 도착한 생명체를 '샘플'로 분류하며, 붕괴 카운트다운은 실험 종료 후 자원 회수 절차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