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붉은 숫자가 142에서 멈추자 콘솔실 문이 벽을 때리며 열렸다.

"뭘 만졌어."

마르가였다. 방금 잠에서 깬 얼굴, 그러나 눈은 이미 로그를 읽고 있었다. 그 뒤로 도한이 통로 조명을 등지고 들어섰다. 지오는 코어와 연결된 파형창을 아직 끄지 못한 채였고, 화면 위에는 재개자의 마지막 응답이 그대로 떠 있었다.

『회수 조건 충족률: 50퍼센트. 관측 계속.』

"나는 아무것도 안 건드렸습니다." 지오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건 내가 되감아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반납분입니다."

"뭐?" 도한이 콘솔 앞으로 두 걸음에 다가왔다.

지오는 화면을 넘겼다. 지난 나흘의 산소 로그와 배급 반납 기록을 나란히 띄웠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정오에 열두 개의 카드가 콘솔에 올라간 시각. 그 직후 271에서 142로 무너진 그래프. 그리고 그 아래, 되감기 세 번이 걷어간 산소의 계단.

"봐요." 지오가 두 선을 겹쳤다. "내 되감기가 걷어간 건 여기, 이 세 칸. 나머지는—여러분이 낸 겁니다. 반납한 배급이 산소 순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재생기가 그 몫을 자기 소모로 처리했어요. 유적이 그걸 '승인'으로 셌고요."

방이 조용해졌다. 코어의 진동음만 벽을 타고 낮게 올라왔다.

"다시 말해." 마르가가 팔짱을 풀었다. "우리가 살려고 내려놓은 밥이, 우리를 회수 대상으로 등록시켰다는 거지."

"그리고 내 능력이." 지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등록을 대신 메워 왔습니다. 대원들이 낸 몫만큼, 유적은 조건을 낮췄고—내가 되감을 때마다 그 낮아진 조건이 확정됐습니다. 두 개가 붙어서 굴러가고 있었어요. 나는 그걸 지금 봤습니다."

도한이 웃었다. 웃음이 아니었다.

"지금 봤다고. 지금."

그가 콘솔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판이 울렸다.

"넌 나흘 동안 산소를 처먹으면서 그게 뭔지 몰랐다는 거야? 카이가 배급 40퍼센트를 반납했어. 레나가 반납했어. 나도 반납했어. 그게 다 네 뒤를 메우는 거였는데, 넌 '지금 봤다'는 말로 넘어가려고?"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

"마르가." 도한이 몸을 돌렸다. "격리해야 합니다. 저 사람 뇌가 유적의 각인 뇌예요. 저 사람이 되감기를 한 번 더 할 때마다 조건이 내려가고, 우리가 그걸 밥으로 메웁니다. 물리적으로 떼어 놓지 않으면 자다가도 발동합니다. 이 자는 2화 때 자정에 잠결에 한 번 되감았어요. 무의식중에요. 산소 3퍼센트가 그렇게 날아갔습니다."

지오는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이었다.

"통신 모듈에 넣고 문을 잠급시다. 산소 라인 분리하고, 최소 배급만 넣어 주고. 우리 아홉 명이 사는 게 먼저입니다."

"아홉." 마르가가 조용히 되뇌었다. "열둘이었어. 도한."

"열둘이 다 죽는 것보다 아홉이 삽니다."

지오는 그 문장을 들었다. 심장 어딘가가 아니라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아홉이 삽니다—그건 그가 나흘 내내 거부해 온 방정식이었다. 한 명을 지우면 나머지가 산다는 계산. 그가 되감기로 몇 번이고 찢어 온 종이.

"안 돼요."

목소리가 문가에서 왔다. 레나였다.

그녀는 자다 나온 게 아니었다. 작업복 차림에 스캐너를 들고 있었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모를 얼굴로 콘솔실 안으로 들어와 지오 옆에 섰다. 나란히. 도한과 지오 사이가 아니라, 지오 쪽에.

"격리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도한." 레나가 물었다. 침착했다. "되감기를 안 한다고 반납이 안 되나요? 우리가 이미 낸 반납이 회수 자격을 절반 채웠어요. 저 사람을 상자에 넣어도 그 절반은 안 지워져요. 오히려—" 그녀가 스캐너를 콘솔에 올렸다. "저 사람 없이 코어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 있어요? 각인 뇌 없이 유적이랑 대화할 방법이 있냐고요."

"그래서 저 자를 살려 두자? 저 자가 우릴 갉아먹는데?"

"짐을 저 사람 혼자 지게 두지 않겠다는 거예요." 레나가 지오를 봤다. 지오가 아니라 지오의 관자놀이, 흰머리, 얇아진 손을. "다음에 코어에 내려갈 때 나도 가요. 접속도 같이 하고, 대가도 나눠 져요. 저 사람이 혼자 늙는 걸 나흘 동안 봤어요. 이제 안 봐요."

"대가를 어떻게 나눠." 도한이 코웃음을 쳤다. "노화가 옮겨? 산소가 반으로 걷혀?"

"모르니까 같이 알아내자는 거예요." 레나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당신처럼 상자에 넣고 잠그면 아무것도 못 알아내요."

마르가가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의 말이 멎었다.

"판단은 데이터 보고 한다." 그녀가 지오를 봤다. "격리든 뭐든, 지금은 아니야. 왜냐하면—"

경보가 울렸다. 아까와 다른 음색. 세 번 끊어지고 한 번 길게.

마르가의 손목 단말이 붉게 점멸했다. 그녀가 화면을 확인하고 표정을 지웠다.

"중층 산소 재생기. 4층 서편." 그녀가 읽었다. "밸브 회로 과부하. 순환 정지. 백업 배터리로 넘어갔는데—" 그녀가 숫자를 봤다. "이 라인이 A동 절반의 산소를 돌려. 배터리 버티는 시간, 90분."

"90분 지나면?"

"A동 여섯 명이 저산소로 들어간다. 두 시간 뒤엔 못 걷어."

도한이 이미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공학팀 깨우겠습니다."

"공학팀 둘은 지금 6층 정찰 나가 있어. 왕복 두 시간." 마르가가 말했다. "여기서 재생기 만질 줄 아는 건—"

그녀의 눈이 지오에게 멈췄다.

지오는 그것을 알았다. 그가 계측 담당이 되기 전, 지상 훈련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게 산소 재생기 밸브 계통이었다. 재개자와 대화하던 손이 아직 콘솔 위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이, 그 손 안에서, 오래된 유혹을 만졌다.

한 번 더 되감으면 된다.

재생기가 터지기 전으로. 회로가 과부하되기 4분 전으로. 밸브가 녹기 전 순간으로 돌아가면, 그는 이 90분을 통째로 건너뛸 수 있었다. 손가락 하나만 접으면. 무릎이 조금 더 삐걱이고 흰머리가 몇 가닥 더 늘고 산소 3퍼센트가 걷히면—

그 순간 형의 문장이 떠올랐다. 벽에서 지워지던 세 글자. 멈춰라.

되감기는 조건을 낮춘다. 그가 되감을 때마다 재개자는 승인 자격에 한 칸 더 다가간다. 지금 되감으면, 90분을 아끼는 대신, 그는 여섯 명의 회수를 앞당긴다. 밥을 아끼려던 그들의 반납이 회수로 셈해졌듯이, 그의 편의 한 번이 그들의 회수로 셈해질 것이다.

지오는 콘솔에서 손을 뗐다.

"되감기 안 합니다." 그가 말했다. 도한이 돌아봤다. "손으로 고칩니다. 90분 안에."

"손으로?" 도한이 눈을 좁혔다. "네가 안 되감는다고?"

"되감으면 여섯 명이 더 빨리 회수돼요." 지오가 마르가를 봤다. "그래서 안 합니다. 공학으로 합니다. 부품 남은 거 있으면 다 주세요. 레나, 스캐너 들고 따라와요. 손 하나 더 필요해요."

레나가 벌써 문 쪽으로 움직였다.

"도한." 지오가 멈춰 서서 그를 봤다. "감시하고 싶으면 따라와요. 내가 되감는지 안 되감는지, 옆에서 봐요. 그게 확실할 테니까."

도한이 잠깐 그를 노려봤다. 그러다 산소통을 챙겼다.

4층 서편 재생기실은 열기로 차 있었다. 밸브 회로 뭉치가 갈색으로 그을렸고, 세 번째 절연층이 녹아 흘러내려 굳어 있었다. 지오는 무릎을 꿇고 배터리 잔량을 봤다. 88분.

"과부하 원인은 여기." 그가 녹은 지점을 가리켰다. "3번 밸브 솔레노이드가 열린 채로 붙었어요. 산소가 한 방향으로만 밀리면서 압력이 회로를 태웠고요. 새 솔레노이드는 없죠?"

"예비 부품함에 2번 규격밖에 없어." 레나가 함을 뒤졌다. "3번은 6층 창고인데—"

"왕복 두 시간. 없는 거네요." 지오가 이마를 훔쳤다. 흰머리가 땀에 붙었다. "그럼 2번을 씁니다."

"규격이 안 맞잖아요."

"안 맞아요. 그러니까 회로를 부품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가 멀티툴을 펼쳤다. "부품에 맞게 회로를 다시 그립니다. 2번 솔레노이드는 개폐 속도가 느려요. 대신 3번 라인을 두 개로 쪼개서, 하나는 상시 개방, 하나는 2번으로 제어하면 압력이 분산돼요. 밸브 하나가 할 일을 두 개가 나눠서."

"그게 돼요?"

"이론상." 지오가 그을린 배선을 뜯기 시작했다. "지상 매뉴얼엔 없는데, 압력 방정식은 맞아요. 문제는 시간이랑—" 그가 손을 멈췄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떨렸다. 배선 피복을 잡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이."

도한이 그것을 봤다. 지오가 얼른 왼손으로 잡았다.

"레나, 이 선. 파란 거 두 가닥, 여기랑 여기 물려요. 내가 부를 때 눌러요."

두 사람이 붙었다. 지오가 회로도를 머릿속에서 그리며 배선을 걷어 냈고, 레나가 그 끝을 잡아 새 경로로 이어 붙였다. 72분. 지오는 2번 솔레노이드를 라인에 끼우려다 나사산이 반 바퀴 어긋난 걸 발견했다.

"규격 어긋난 만큼 여기가 안 물려요." 그가 이를 악물었다. "패킹으로 메꿔야 하는데—"

"이거." 레나가 절연 테이프를 잘라 접었다. "임시 개스킷."

"압력을 못 버텨요."

"90분만 버티면 되잖아요. 공학팀 오면 정식 부품으로 갈아요." 레나가 그를 봤다. "혼자 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아요. 91분짜리 임시가 90분짜리 완벽보다 나아요."

지오가 그녀를 봤다. 그리고 테이프 개스킷을 받았다.

48분. 두 개로 쪼갠 라인이 자리를 잡았다. 상시 개방 쪽에서 산소가 새는 소리가 났다. 지오가 클램프로 조였다. 30분. 2번 솔레노이드에 전류를 넣자 개폐가 반 박자 늦게 딸깍였다. 압력계 바늘이 흔들렸다.

"열려요." 레나가 말했다. "닫혀요. 다시 열려—느려요, 너무 느려."

"제어 주기를 늦춰야 해요." 지오가 콘솔 코드를 쳤다. 손가락이 두 번 미끄러졌다. 새끼손가락이 말을 안 들었다. 왼손으로만 쳤다. "개폐 간격을 1.4초로. 느린 밸브에 빠른 신호 주면 또 타요."

18분. 재생기가 낮게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순환음이었다. 지오가 압력계를 봤다. 바늘이 녹색 구역으로 기어 올라왔다.

12분. 산소 농도 표시가 A동 라인에서 회복 곡선을 그렸다.

지오가 스캐너로 순환수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던 그때, 녹은 절연층 아래 굳은 침전물에서 스캐너가 경고음을 냈다. 그가 화면을 봤다.

『성분 분석: 미확인 유기금속 복합체. 탄소 연대 측정: 4.0×10⁹년. 배열 구조: 생명 파종 매질과 일치.』

"레나." 지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 침전물, 재생기 안쪽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이게—40억 년 전 물질이에요. 파종 매질."

"파종?" 레나가 화면을 봤다. "우리 재생기 안에 왜 그게—"

"재생기 순환수가 유적 지하수를 끌어 써요." 지오가 침전물을 봤다. "이 물이 40억 년 전 실험의 씨앗을 지나온 거예요. 우리가 마시는 산소가, 저들이 뿌린 매질을 통과하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캠프를 세운 첫날부터."

방이 조용해졌다. 재생기 순환음만 규칙적으로 돌았다.

8분. 배터리가 여유로 넘어갔다. 압력계 바늘이 녹색 중앙에 섰다. A동 산소 라인 정상. 지오는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무릎이 삐걱였지만 섰다. 되감기 없이. 손으로. 90분 안에.

"됐어요." 그가 말했다. 땀이 눈으로 흘러들었다. "고쳤어요. 되감기 없이."

레나가 짧게 웃었다. 도한은 웃지 않았다. 그는 재생기 옆에서 지오가 일어서는 걸 처음부터 보고 있었고, 지오가 콘솔 코드를 왼손으로만 친 것도, 새끼손가락이 떨린 것도 봤다.

지오가 스캐너를 챙기려 손을 뻗는 순간, 도한이 그 팔을 붙잡았다.

"놔요." 지오가 말했다.

"네 몸부터 스캔한다." 도한의 목소리는 낮았다. 화난 게 아니었다. "지금. 의료실로 간다."

"왜—"

"방금 봤어. 네가 코드 칠 때." 도한이 지오의 손목을 들어 올렸다. 작업복 소매가 흘러내렸다. 조명 아래 그의 손목이 드러났다. 살가죽 밑으로 뼈가 도드라졌고, 손목뼈의 윤곽이 지나치게 가늘었다. 예순, 일흔 노인의 손목. 나흘 전까지 스물아홉이던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도한이 그 손목을 오래 봤다. 삼키는 소리가 났다.

"레나가 짐을 나눈다고 했지."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눌 짐이 얼마나 남았는지부터 봐야겠어. 유리 깨워. 지금 스캔한다."

그가 지오를 끌기 시작했다. 지오는 버티려 했지만, 붙잡힌 팔에서 힘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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