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무림맹과 흑철련의 균형
무천검가 몰락 이후 대륙의 무력 균형은 재편되었다. 정파를 대표하는 무림맹은 표면적으로 질서를 수호하나, 검가 멸문 사건을 조기 종결시킨 배후에 맹의 고위 인사가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돈다. 검가라는 압도적 강자가 사라진 자리를 두고 여러 문파가 이권을 다투며, 맹주 자리를 노리는 파벌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반대편에는 무기 밀매와 정보를 장악한 흑철련이 있어, 멸문지야의 병기 출처와 자금 흐름을 쥐고 있다. 무진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정파와 흑도 양쪽을 오가야 하며, 어느 세력도 그를 온전히 믿거나 돕지 않는다. 검가의 부활은 이 균형을 무너뜨릴 변수이기에, 두 세력 모두 무진을 이용하거나 제거하려 든다.
기타
검가의 계율과 후계의 무게
무천검가에는 '검은 명예를 위해 뽑되, 목숨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계율이 있었다. 검혼의 대가가 수명임을 알았기에, 선조들은 후계자에게 검혼 소환을 극한의 상황에만 허락했다. 후계자는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고 가문과 함께 검을 나눈다는 것이 검가의 근본 신념이었다. 그러나 멸문으로 가문이 사라진 지금, 이 계율을 지켜줄 사람도 말릴 사람도 없다. 무진은 계율을 어기고 매번 목숨을 태워 검혼을 부르며, 검가의 신념과 자신의 자기파괴적 죄책감 사이에서 무너져간다. 흩어진 검가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것은 단지 세력 재건이 아니라, '홀로 짊어지지 말라'는 가문의 마지막 가르침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힘의체계
검혼(劍魂)의 강림과 대가
검혼이란 무천검가 선조들이 필생의 검리(劍理)를 응축해 사후에 검에 봉인한 자아의 결정체다. 후계자는 조상의 위패검에 자신의 피를 흘려 특정 선조의 검혼을 소환하고, 그 검술·경험·인격을 몸에 강림시켜 빌려 쓴다. 그러나 죽은 자가 산 자의 몸으로 검을 휘두르려면 반드시 연료가 필요하니, 그것이 소환자의 수명이다. 검혼을 부를 때마다 실제 수명이 깎이며, 초대 검조(劍祖)처럼 강한 선조일수록 한 번의 소환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사라진다. 더 위험한 것은 잠식이다. 검혼에 몸을 오래 내주면 소환자의 자아가 선조에게 밀려나, 눈동자 색이 선조의 것으로 바뀌고 끝내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강해질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이 역성장 구조가 무천검가 무공의 저주이자 봉인된 이유다.
지역
무천산장(武天山莊) 폐허
대륙 서편 무천산 정상에 자리한 검가 본산의 폐허. 무너진 대전과 불탄 연무장 사이로 잡초가 우거졌으나, 유일하게 위패당(位牌堂)만은 결계 덕에 온전히 남아 역대 검조들의 검혼이 봉인된 위패검 수백 자루가 꽂혀 있다. 이곳은 무진의 거처이자 힘의 원천이며, 그가 새로운 검혼을 각성시키는 성지다. 산 아래에는 검가에 몸담았던 유민들이 흩어져 숨어 살고, 폐허를 노리는 도굴꾼과 봉인된 검을 탐내는 자들이 끊임없이 침입한다. 위패당 가장 깊은 곳에는 아직 아무도 열지 못한 초대 검조의 봉인검이 있으며, 그 검혼을 깨우는 순간 무진의 수명은 절반이 사라진다고 전해진다. 폐허 곳곳에는 멸문지야의 흔적—누군가 내부에서 열어준 뒷문의 부서진 빗장—이 남아 진실을 증언한다.
세계관
무천검가의 멸문지야(滅門之夜)
삼백 년간 대륙 최강으로 군림한 무천검가는 어느 봄밤 하룻밤 사이 멸문했다. 수백의 무인이 검 한 번 제대로 뽑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이는 외부의 습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참사였다. 검가의 진법과 야간 경계 배치, 봉인고의 위치를 완벽히 아는 자가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는 뜻이다. 관과 무림맹은 '마교 잔당의 소행'으로 서둘러 봉인했으나, 시신 중 몇몇 핵심 인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폐허가 된 검가 본산은 저주받은 흉지로 낙인찍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유일한 생존자 무진만이 잿더미 속 위패당을 지키며 남았다. 진실은 재 아래 묻혀 있으며, 그것을 파낼 수 있는 자는 죽은 자의 검을 빌려 쓰는 무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