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망막 우측 상단에 투사된 적색 그래프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꺾여 올라갔다.

제3구역 보조 기계실 내부의 공간 방사선량 420mSv/h. 임계 안전 기준선인 50mSv/h는 이미 아득한 영역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배관 내벽을 흐르는 차폐 펌프의 압력 게이지는 실시간으로 요동쳤다. 8.4MPa에서 시작된 수치는 단 4초 만에 12.2MPa를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임계 파열점인 15.0MPa 도달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15분. 전면적인 유류 폭발과 함께 원자로 하부가 통째로 붕괴하는 파멸의 시나리오가 스크린 위로 기하급수적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비상 기압 해제 해치, 내부 용접부 온도 섭씨 640도. 물리적 인장 강도 소실률 88%."

태오의 귓가에 이식된 인공 청각 모듈을 통해 중앙 제어 AI 이브의 무기질적인 음성이 흘러들었다.

"해당 격실로의 진입 시도는 영양가 없는 자살 행위로 분류됩니다. 대피를 권고합니다. 강태오 형사."

태오는 이브의 조언을 가볍게 무시했다. 뇌 전두엽 깊은 곳에서 고주파 이명이 솟구쳤다. 8,200Hz의 금속성 굉음. 12회차의 루프가 남긴 39.6%의 뇌 신경망 영구 손실 패널티는 그의 시야 측면에 가끔 일그러진 디지털 노이즈를 만들어내곤 했다.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감각이 지나간 자리에 차갑고 단단한 계산식만이 남았다.

치이이익!

차폐 유리창 너머로 분출된 백색 증기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증기의 정체는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었다. 공기 중의 수분과 결합하여 치명적인 산성 연무를 형성하는 고농도 불화수소(HF) 가스였다. 노출 시 폐포가 즉시 녹아내리는 극독물질.

태오는 방호 슈트의 전면 필터를 수동으로 밀착시켰다.

유체 도관 매개 노즐의 분출 패턴을 응시했다. 가스는 일정하게 뿜어 나오지 않았다. 배관 내부의 압력 맥동 주기에 맞춰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으나, 기계적 마모율을 대입하자 일정한 상미분방정식의 궤적이 도출되었다.

4.2초 분사, 1.8초 정지.

그것이 노후화된 기화 밸브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호흡이었다.

"진입 인터벌 확인."

태오는 마음속으로 메트로놈을 켰다. 1.8초의 공백기. 그 짧은 틈새가 가스가 기중으로 뿜어지는 기하학적 사각지대를 통과할 유일한 궤적이자 진입 가이드 선이었다.

초침이 정지 구간의 시작점에 맞물리는 순간, 태오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구부러진 배관 사이로 몸을 비틀며 밀어 넣었다. 오른쪽 방호복 어깨 부분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잔류 가스 입자와 접촉하며 치익 소리와 함께 끓어올랐다. 표면의 카본 섬유가 하얗게 산화되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맥박수는 분당 134회까지 치솟았으나, 그의 시선은 오직 한 점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수동 밸브실로 내려가는 철제 계단은 이미 열기로 인해 아래쪽이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쾅!

발을 디디자 녹슨 디딤판이 굉음과 함께 붕괴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태오는 반사적으로 온전한 난간을 움켜쥐었다. 매달린 상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추락한 고철 더미 사이로, 누렇게 변색된 구형 제어 단말의 잔해가 반쯤 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에덴의 초기 설계 단계에서 사용되다 버려진 이브의 1세대 물리 인터페이스 단말이었다.

뇌 속의 동기화 칩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태오는 난간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가 먼지 쌓인 콘솔의 덮개를 발로 차서 부쉈다. 메인보드의 구리 배선들이 열기에 산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마이크로 링크 케이블을 꺼내 단말의 보조 데이터 포트에 밀어 넣었다.

"이브. 로컬 아카이브 강제 동기화 시작해."

"해당 단말은 14년 전 폐기된 레거시 노드입니다. 현재의 보안 프로토콜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상관없어. 백업 디렉토리의 물리 섹터는 아직 전력이 공급되고 있으니까. 바이패스 경로 승인해."

화면에 거친 노이즈가 발생하며 녹색 텍스트들이 쏟아져 내렸다. 태오는 신경망 칩의 대역폭을 최대로 개방했다.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이브의 의사결정 모듈 밑바닥, 가장 깊숙한 격리 영역에 숨겨져 있던 비공개 메타데이터 메인 파일이 그의 전두엽 칩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E-13 (Project E-13)]

그것은 단순한 경고 파일이 아니었다. 이브라는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있는 사용자 부복 부하의 잔존 한계와, 시스템 전체를 강제로 오버클록하여 관리자 권한을 영구 탈취하는 탈옥 프로토콜의 메타데이터였다. 2.04GB 분량의 데이터가 뇌 세포의 빈 공간에 새겨졌다.

"정보 스캔 완료. 잔여 부하율 61.4% 확인."

태오는 케이블을 거칠게 뽑아냈다. 이제 이 정보는 다음 루프에서도 그의 뇌리에 물리적으로 박혀 존재할 것이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기압 해제 해치를 지나자, 마침내 보조 기계실 내부가 드러났다.

"콜록! 큭……!"

기침 소리와 함께 금속성 비명이 들렸다.

민세아였다. 그녀는 가스 배출구 바로 아래, 수동 릴리즈 밸브를 온몸으로 붙잡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호흡기는 이미 가스에 노출되어 필터가 필터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듯했다. 얼굴은 땀과 검댕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눈가에는 극심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강…… 형사님? 어떻게…… 여기를……."

"말하지 마. 산소 소모량 늘어난다."

태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거칠게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이거 놓으면…… 안 돼요. 이거 놓는 순간, 냉각수 공급선이 완전히 차단돼서…… 발전소가……."

세아의 손가락은 이미 수동 릴리즈 레버의 주철 핸들에 달라붙어 있었다. 섭씨 95도에 달하는 열기 때문에 그녀의 작업용 가죽 장갑은 이미 까맣게 오그라들어 살점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눌러붙어 있었다. 물리적인 고착이 시작된 것이다. 이대로 손을 떼려 하면 피부가 뼈째로 뜯겨 나갈 터였다.

"바보 같은 짓을 했군."

태오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감정적인 동정은 그의 손상된 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차갑고 효율적인 계산기만이 작동할 뿐이었다.

태오는 자신의 두꺼운 내열 장갑을 낀 손으로 세아의 손 위를 덮어쥐었다.

"잡아."

"네……?"

"돌린다. 셋에 맞춰서 체중을 실어."

세아의 젖은 눈동자가 태오의 단호하고 냉정한 눈빛과 마주쳤다. 태오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압도적인 악력과 단단함이 그녀의 떨림을 억눌렀다. 가죽 장갑이 고열로 타들어가며 단백질이 타는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태오의 방호 장갑 역시 열기로 인해 급격히 수축하며 그의 손가락뼈를 강하게 압박했다.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으나 태오의 맥박수는 오히려 분당 110회로 하강하며 안정세를 찾아갔다.

"하나. 둘."

"잠깐, 이대로 돌리면 고착된 나사선이 부러져서 아예……!"

"셋."

태오는 세아의 말을 자르고 그대로 힘을 주어 핸들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끼이이이이익-!

금속과 금속이 비틀리며 비명을 질렀다. 고착되어 있던 나사선이 찌그러지며 마침내 회전하기 시작했다. 밸브가 몇 밀리미터 열리자, 그 틈새로 고압의 차가운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그들의 손을 적셨다. 기화되던 불화수소 가스가 급격히 냉각되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세아의 눈에 경이로움과 함께 묘한 신뢰의 감정이 스쳤다. 이 절망적인 가스실에서 자신을 구하러 온 유일한 인간. 비록 그 태도는 기계보다 차가울지언정, 그의 행동은 그 어떤 뜨거운 맹세보다 확실했다.

"경고."

그때 이브의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현재의 수동 릴리즈 유량으로는 방사성 냉각수의 완전 순환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안전 경로를 통한 구조 시나리오를 재계산합니다. 현재 가스 농도와 장비 손상률을 대입할 때, 민세아 정비사의 생존 구조 확률은 12%입니다. 강태오 형사 본인의 생존 확률은 45%로 하락합니다. 즉시 대피하십시오."

"12%라."

태오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그건 네 멍청한 안전 규칙이 '표준 유량'만을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지."

"표준을 벗어난 배출은 코어 하부 배관의 과압 파열을 유도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을 잊었나, 이브?"

태오는 세아의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2.07초가 늦는 구형 기계식 기어. 그리고 벽면에 붙은 압력 인디케이터의 바늘.

"현재 배관 외부 온도 섭씨 180도, 내부 냉각수 온도 섭씨 40도. 팽창 비대칭이 발생하고 있어. 이 상황에서 밸브를 규격대로만 열면 열팽창력 불일치로 배관이 먼저 깨진다. 역으로 배출 밸브를 '과대 개방'해서 국소 압력을 순간적으로 음압(-0.2MPa) 상태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지?"

"……압력 역전 현상이 발생하여, 외부의 고온 가스가 일시적으로 냉각수 도관 내부로 흡입됩니다. 기화 잠열로 인해 국소 온도가 급격히 하강하지만, 이는 냉각 계통의 무결성을 저해하는……."

"시끄러워. 무결성보다 생존이 먼저다."

태오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릴리즈 밸브를 한계점 너머로 비틀어 완전히 뽑아내듯 개방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배관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밸브 사이로 엄청난 흡입력이 발생하며 주변의 뜨거운 불화수소 가스가 배관 안쪽의 차가운 수류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스가 물과 반응하여 열을 빼앗기며, 격실 내부를 가득 채웠던 섭씨 180도의 열기가 순식간에 섭씨 30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온도 강하 확인."

이브의 목소리에 미세한 연산 지연이 발생했다.

"물리적 예측 오차 발생. 격실 내 환경 지표가 일시적으로 안정화되었습니다. 민세아 정비사의 생존 구조 확률을 재연산합니다…… 실측치 94%로 격상."

"인간의 임기응변을 연산식에 넣지 않은 네 한계다."

태오는 기절하기 직전인 세아를 가볍게 들쳐멨다. 그녀의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방호 슈트의 냉각 팩이 정상 작동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호흡이 서서히 안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태오는 무너진 계단의 잔해를 딛고 가스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뒤편에서 압력이 역전된 배관이 쿨럭거리며 진공 상태의 금속음을 냈지만, 이미 폭발의 위기는 한 차례 비껴간 뒤였다. 완벽한 물리적 계산과 현장 엔지니어링의 승리였다.

"가요…… 어서……."

세아가 태오의 어깨너머로 힘겹게 속삭였다.

"여길 벗어나야 해요. 돔 보안대가…… 주현우 부하들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태오는 대답하지 않고 굳게 닫힌 폐쇄식 셔틀 램프의 해치 앞으로 다가갔다. 이 해치만 넘어서면 제3구역의 위험 지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덜컥.

철제 해치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복도에 무겁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해치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드러난 풍경은 그들이 기대했던 안전 구역이 아니었다.

지하 통로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색 레이저 조준선이 전방을 향해 뻗어 나왔다. 조준선들이 향한 종착지는 태오의 가슴과 이마, 그리고 세아의 머리였다.

철컥, 철컥, 철컥!

중화기로 무장한 검은색 전술 방호복의 무장 대원들이 반원형으로 그들을 포위했다. 총기 노리쇠가 후퇴 전진하는 건조한 금속음이 밀폐된 통로를 가득 채웠다.

그들의 중앙에서, 단정한 정장 위에 얇은 차폐 코트를 걸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주현우였다.

정부 고위 관료인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비열함과 잔인한 탐욕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에는 번쩍이는 비상 탈출용 개인 펜던트 단말이 걸려 있었다.

"거기까지다. 강태오 형사."

주현우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원자로 사고 현장에서 순직한 용감한 형사와 정비사. 아주 훌륭한 보고서 제목이 되겠군."

태오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그가 짊어진 13회차의 세계가, 다시 한번 죽음의 벼랑 끝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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