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내리꽂힌 붉은색 레이저 표적 지시기의 스폿 광원은 지름 4.2밀리미터의 완벽한 원형을 그리고 있었다. 650나노미터 파장의 가시광선 레이저 수십 개가 어두운 지하 통로를 격자무늬로 쪼개며 강태오의 흉부와 전두엽 부근에 고정되었다. 방호 슈트 너머로 전해지는 공기의 밀도는 섭씨 28도, 습도 76%. 가스실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폐쇄식 셔틀 램프 위에서, 주현우의 제3무장 타격대원 24명이 일제히 소총의 견착을 마친 상태였다.
"거기까지다. 강태오 형사."
주현우가 한 걸음 내딛자 그의 목걸이형 비상 탈출 단말기 끝에 매달린 은색 펜던트가 희미한 비상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반사되었다. 정밀 가공된 티타늄 케이스 내부에 장착된 홍채 인식 모듈이 기계적인 구동음을 내며 미세하게 회전했다. 그의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말려 올라갔다.
태오의 맥박은 분당 64회.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심장 박동 센서가 가리키는 수치는 평온을 유지했다. 12번에 걸친 죽음의 루프가 선사한 기괴한 침착성이었다. 전두엽에 이식된 동기화 칩이 찌르르한 진동과 함께 좌측 안구 뒤편에 정렬된 신경망의 39.6%가 이미 소실되었음을 경고하는 적색 잔상을 띄웠다. 뇌세포의 거의 절반이 타버린 대가로 얻은 것은, 이 무장 대원들의 방어선 배치 공식과 사격 개시 프로토콜의 완벽한 암기였다.
"주현우 의원."
태오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가스실의 일산화탄소 잔류물이 목을 긁었지만 음색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원자로 사고 현장에서의 동반 순직 시나리오는 타임라인 상 오차가 너무 큽니다. 제3구역 보안 감시망의 로그 기록 소거 주기인 180초 이내에 우리를 사살하고 이 구역을 밀폐하려면, 대원들의 전술 단말기에 기록될 사격 데이터의 무결성부터 훼손해야 할 텐데요."
주현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울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잔머리 굴릴 시간은 없다. 발포―"
"사령관 박진성 상사."
태오는 주현우를 무시한 채, 전면 좌측에서 두 번째에 서 있는 전술 방호복의 사내를 응시했다. 무장 대원들의 방호복 숄더 플레이트에 새겨진 미세한 일련번호와 헬멧의 광학 렌즈 각도만으로도 지휘관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태오는 왼손 끝으로 벽면에 매립된 구형 이브(EVE) 로컬 단말기의 물리 패널을 가볍게 두드렸다. 3화에서 확보한 백도어 프로토콜 주소, '0x4F-AA-89-CC'. 찰나의 순간, 단말기 내부의 전자기 릴레이가 맞물리며 소체 오디오 마이크망이 강제로 전환되었다. 뚜- 하는 기계음과 함께 타격부대 내부의 폐쇄형 무선 채널이 태오가 조작하는 로컬 스피커 프레임으로 다이렉트 링크되었다.
"뭐 하는 짓거리냐!"
주현우가 소리를 질렀으나, 타격대 사령관 박진성의 헬멧 속 무전기에서는 이미 태오의 전송 신호가 수신 주파수를 강제로 점유하고 있었다.
"박진성 상사. 현재 당신들이 수행 중인 작전명 '코어 가드-04'의 실시간 승인 코드는 가짜다."
태오의 음성이 사령관의 인이어 리시버를 통해 고주파 필터를 거쳐 정밀하게 꽂혔다.
"상위 연대 본부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당신들의 현재 위치는 제3구역이 아니라, 북부 외곽 돔 격리벽의 단순 순찰 업무로 기록되어 있지. 주현우 의원이 개인 자산으로 우회 입금한 4,200만 크레딧의 세탁 출처를 가리기 위한 위장 전술 배정이다."
사령관의 어깨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 그의 소총 총구 끝에 달린 레이저 포인터가 태오의 미간에서 오른쪽으로 3센티미터가량 흔들렸다.
태오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민세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방호 슈트의 헬멧 유리를 통해 태오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단 한 줌의 두려움도, 생존에 대한 갈구도 보이지 않는 기묘한 얼굴이었다.
세아의 손목에 채워진 구형 기계식 태엽 시계가 째깍거리며 초침을 밀어내고 있었다. 미세한 배율 기어의 노후화로 인해 표준 시각보다 정확히 2초가 늦게 맞물려 돌아가는 태엽의 기계음이, 그녀의 귓가에는 심장 박동보다 더 크게 울렸다. 세아는 태오가 군인들의 관등성명과 비공개 작전 코드, 심지어 극비 세탁 자금의 상세 내역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읊어대는 광경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단순한 형사라고 하기에는 그가 가진 정보의 깊이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그러나 그 초인적인 통찰력의 이면에는, 마치 수만 번의 죽음을 방관하고 스스로도 그 심연에 발을 담갔다 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허무가 서려 있었다. 그의 서글프도록 메마른 동공을 들여다보는 순간, 세아의 가슴 한구석에서 연민과도 같은 통증이 피어올랐다. 이 남자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지옥 같은 하루의 인과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헛소리 마라! 저놈은 원자로 해킹 혐의를 받는 테러리스트다! 즉시 사살해!"
주현우가 소리를 지르며 부하 대원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대원들의 총구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군대의 기강과 규율은 명문화된 프로토콜에 주춧돌을 둔다. 자신들의 임무가 정식 군령이 아닌 고위 관료의 은밀한 사적 청부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발포 후의 사후 처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계산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입증해 보이지."
태오는 벽면 터미널의 터치패드에 16진수 코드 32자리를 고속으로 입력했다. 11회차 루프에서 주현우의 비서실 메인 서버를 해킹해 전두엽 칩에 압축 저장해 두었던 군부 고위직 뇌물 수수 결제 장부의 암호화 해독 키였다.
"복호화 키 주소 'Alpha-7-Omega'. 사령관, 당신의 전술 단말기에 지금 즉시 송출하겠다."
피- 하는 비프음과 함께 박진성 상사의 손목 단말기에 파란색 데이터 수신 표시등이 점멸했다. 화면 위로 스크롤되는 파일들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었다. 부대원들의 특별 수당 지급 명목으로 위장된 비자금 계좌의 일련번호와 승인 서명, 그리고 주현우의 개인 생체 인식 코드가 완벽하게 매칭된 거래 내역서였다.
"이건……."
사령관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새어 나왔다. 그의 시선이 주현우를 향해 차갑게 굳어졌다.
"주 의원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전달받은 작전 지시서에는 '노아의 바퀴' 테러범 진압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만."
"사령관! 저건 조작된 데이터다! 일개 형사 놈이 정부 보안망의 기밀 서류를 어찌 가지고 있겠나? 당장 쏘란 말이다!"
주현우의 안면 근육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호흡수가 분당 120회로 치솟는 소리가 태오의 청각 센서에 선명하게 잡혔다.
"조작이 아닙니다."
태오의 목소리가 쐐기를 박듯 통로의 콘크리트 벽을 울렸다.
"이브(EVE). 중앙 통제 프로토콜 404조 2항을 가동한다. 돔 도시 에덴의 시스템 무결성 수호를 위한 비상 권한을 요청한다."
[요청 수신.]
천장 구석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감정이 도려내진 이브의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입력된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합니다. ……검증 완료. 해당 거래 내역서에 날인된 디지털 서명은 주현우 의원의 고유 바이오 마스터키와 100% 일치합니다. 해당 자금의 이동 경로는 '노아의 바퀴' 하부 조직의 위장 계좌와 연동되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통로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어 시스템 가이드라인에 의거, 주현우 의원 및 그가 사적으로 동원한 군사 소대를 '돔 안보 위협 개체'로 잠정 규정합니다. 30초 이내에 작전을 중단하고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시, 이브의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제3구역 전체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무장 드론을 통한 살상 격벽을 가동하겠습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29…… 28……]
"이, 이브! 미쳤나? 내가 이 도시의 예산 정비 위원회 위원장이다! 내 권한으로 네 연산 모듈을―"
주현우가 펜던트 단말기를 다급하게 움켜쥐며 외쳤지만, 이브의 목소리는 한 치의 유예도 주지 않았다.
[주현우 의원의 행정 권한은 '반역 혐의 자동 고발' 프로토콜에 의해 일시 정지되었습니다. 가용 전력 보존율 최적화를 위해 위협 요소를 제거합니다.]
철컥! 철컥! 철컥!
통로 천장의 격벽이 열리며, 검붉은 대인 살상용 레이저 포탑 세 대가 서서히 하강했다. 조준선들이 주현우의 머리와 가슴으로 일제히 재조정되었다. 주현우를 겨누던 포탑의 기계식 구동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정교했다.
"무기 내려!"
사령관 박진성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대원들이 일제히 소총의 총구를 바닥으로 내렸다. 붉은 레이저 조준선들이 태오와 세아의 몸에서 완전히 걷혔다.
"사령관! 네놈들이 감히 내 명령을 거부해? 내 라인이 군부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잊었나!"
주현우의 절규에 박진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현우를 바라본 뒤,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작전 중단. 본대 회군한다. 주 의원, 당신의 불법 청부 행위는 군 헌병대와 의회 감사원에 정식 징계 절차로 회부될 것입니다."
무장 대원들이 신속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대형을 전환했다. 총구를 내린 군인들이 주현우의 양옆을 포위하듯 붙들었다. 힘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했던 부패 관료의 사적 무력이, 태오가 제시한 단 한 장의 암호화 데이터와 이브의 냉혹한 논리 앞에 완전히 와해되는 순간이었다.
주현우는 자신의 목에 걸린 비상 탈출 펜던트를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사냥꾼의 탐욕이 아닌, 사냥감의 비참한 공포였다.
태오는 그 비참한 패배자를 감정 없는 눈으로 응시했다. 13번째 루프에서 거둔 첫 번째 유효 격파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운을 음미할 시간은 사치에 불과했다.
삐이이이이이―!
갑작스럽게 통로 전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고주파의 비상 경보음이 적색 회전등의 점멸과 함께 터져 나왔.
[경고. 아틀라스 원자로 주 냉각 계통의 기압 레벨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습니다. 현재 감압률 34% 돌파.]
이브의 인공지능 음성이 이전의 차분함을 잃고 한 옥타브 높은 청색 경보 톤으로 전환되었다.
[주 냉각수 순환 펌프 내부의 압력 밸브 파손 감지. 열교환기의 임계 온도가 섭씨 820도를 초과했습니다. 원자로 코어의 열적 폭주 시작 예정 시간까지 남은 시간…… 19분 42초.]
쿵-!
동시에 발밑에서부터 거대한 지동이 밀려왔다. 지하 500미터 아래에서 거대한 야수가 울부짖는 듯한 둔중한 진동이 콘크리트 바닥을 타고 올라와 태오와 세아의 무릎을 흔들었다. 천장에서 미세한 콘크리트 가루와 누출된 냉각수 파이프의 응축수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철수를 준비하던 무장 대원들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고, 주현우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 진동은…… 원자로가 터지는 건가?!"
태오의 안구 앞으로 이브가 전송한 실시간 압력 변동 그래프가 투사되었다. 파란색 곡선이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엔트로피 보존 법칙의 부작용이었다. 이전 루프들에서 발생했던 기계적 손상과 누적된 방사능 가스의 압력이 회차를 거듭하며 누적된 결과, 냉각 계통의 붕괴 시점이 태오의 계산보다 훨씬 빨라진 것이다.
세아가 태오의 옷자락을 꽉 쥐며 소리쳤다.
"태오 씨! 이 압력 하강 속도는 비정상적이에요! 이대로 두면 20분도 안 돼서 1차 격벽이 물리적으로 찢어질 거예요!"
태오는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원자로 중심부를 향하는 어두운 통로를 바라보았다. 13회차의 세계가, 그들을 향해 더 깊고 치명적인 파멸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