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런 전류가 어두운 공기를 찢고 직격하기 직전, 강태오의 뇌 전두엽에 이식된 동기화 칩이 격렬한 전기 신호를 뿜어냈다.
좌측 측두엽 부근에서 삐- 하는 고주파 이음이 고막을 찔렀다. 12회에 걸친 루프의 대가로 파괴된 39.6%의 신경망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그러나 태오의 신체는 감정보다 먼저 반응했다. 심박수는 분당 142회로 급상승했고, 동공은 암살자의 궤적을 쫓아 0.1초 만에 수축했다.
쿠웅-!
전기충격봉이 허공을 갈랐다. 가공할 초전도 전류가 태오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콘솔 상단을 강타했다. 전압 15,000볼트의 고압 아크가 단말기 모니터를 직격하자 액정이 화르륵 타오르며 초록색 액체 유기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타는 냄새와 일산화탄소 농도가 밀폐된 공간 내에서 즉각 40ppm 상승했다.
태오는 바닥을 구르며 중심을 잡았다. 그의 시선은 암살자의 손에 든 무기가 아닌, 천장 가장자리에 노출된 배관 라인으로 향했다.
제3구역 천장 자동 기압 제어 패널(Model AP-400). 그 밑으로 지름 15밀리미터의 고압 공압 배선 튜브가 지나고 있었다. 내부 압력은 12기압.
암살자가 다음 타격을 위해 초전도 배터리의 충전 레버를 당기는 순간, 태오의 오른손이 허리춤의 다목적 전술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망설임 없는 궤적이 공압 튜브의 황동 이음새를 정확히 사선으로 그었다.
슈우우우웅-!
고압의 질소 가스가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왔다. 영하 190도에 육박하는 초저온 가스가 대기 중의 수분을 순식간에 응축시키며 짙은 백색의 안개를 형성했다. 동시에 12기압의 압축 공기가 암살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치익-!"
암살자의 바이저 너머로 당혹스러운 호흡음이 흘러나왔다. 고전압 무기는 습도 95% 이상으로 포화된 이온화 안개 속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충격봉 끝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전류가 대기 중의 수분 입자를 타고 사방으로 사산되기 시작했다. 접지되지 않은 전류가 역류하여 암살자의 방호 슈트 표면에 스파크를 일으켰다.
태오는 대치 상태를 유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안개 속을 뚫고 이브의 로컬 노드 단말기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그의 손가락이 초당 7회의 속도로 기계식 자판을 두드렸다.
암살자는 타버린 충격봉을 내던지고 허리춤에서 9밀리미터 소음 권총을 뽑아 들었다. 조준선이 태오의 머리를 향해 정렬되는 시간은 단 0.8초.
하지만 태오의 계산 속도가 더 빨랐다.
"이브. 제3구역 분전반 47번 버스 전력량 120% 역류 인가. 하이패스 승인 프로토콜 적용."
단말기 화면에 수십 줄의 제어 코드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명령 수신. 해당 구역의 총 전력 소비 분배율을 재조정합니다. 가용 전력 한계치 도달. 안전 차단기 강제 우회 작동.]
지하 기계실 모퉁이에 잠들어 있던 은회색 원통형 장치가 요란한 모터 구동음과 함께 깨어났다. 이브가 제어하는 자동 방어 터렛(Sentry-G3)이었다. 본래라면 등록된 경비대원 외의 무장 침입자를 사격해야 하는 장치였으나, 태오는 전력 그리드의 물리적 분배 값을 비틀어 터렛의 광학 센서 보정 알고리즘을 교란했다.
사방으로 퍼진 이온화 안개와 암살자의 슈트에서 발생하는 고열의 정전기 방전. 터렛의 열화상 카메라는 그 거대한 열에너지원을 '클래스 1 서멀 브리치(열적 침입)'로 오인했다.
위이이잉-!
"경고. 구역 내 미승인 고열원 감지. 배제 시퀀스를 시작합니다."
이브의 무감각한 음성이 통제실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터렛의 7.62밀리미터 총구가 암살자를 향해 회전했다.
타타타타탕-!
암살자가 급히 몸을 날렸으나, 초당 50발의 발사 속도를 자랑하는 점사 시스템을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 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세 발의 탄환이 암살자의 대퇴부와 어깨를 관통했다. 방탄 케블라 섬유가 찢어지며 선홍색 혈액이 백색 안개 속으로 비산했다.
바닥에 처박힌 암살자는 단 한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오직 거친 천식 같은 호흡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터렛의 총구가 다시 한번 회전하며 그의 머리를 겨냥했다.
"사격 중지."
태오가 단말기를 두드렸다. 터렛의 총구가 회전을 멈추고 대기 모드로 전환되었다.
태오는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쓰러진 암살자에게 다가갔다. 암살자의 가슴팍에 새겨진 '노아의 바퀴' 톱니바퀴 문양이 붉은 비상 조명 아래에서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태오는 주저 없이 그의 머리에 장착된 광학 가면을 벗겨냈다.
가면 안쪽의 인터페이스 칩셋이 파랗게 점멸하고 있었다. 태오는 나이프 날 끝으로 칩셋의 고정 나사를 풀어내고, 그 안에 내장된 초소형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추출해 자신의 휴대용 단말기에 연결했다.
화면에 암호화된 파일들이 로드되었다. 태오는 7회차 루프 때 획득했던 교단 내부의 복호화 키 알고리즘을 뇌 기억장치에서 인출해 대입했다. 128비트 난수 테이블이 맞춰지며 숨겨진 데이터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프로젝트: 영원의 방주 - 제3구역 물리적 붕괴 시나리오.]
그것은 단순한 파괴 계획서가 아니었다. 아틀라스 원자로의 냉각 계통을 완벽히 무력화하여 코어의 열적 폭주를 유도하고, 그 폭발 에너지로 돔 도시 '에덴'의 시공간 경계를 붕괴시켜 영구적인 24시간 루프 안에 가두려는 수학적 설계도였다.
태오의 눈동자가 데이터 시트 아래쪽의 타임라인 로그를 빠르게 훑었다.
[02:15 - 보조 펌프실 격리 밸브 폐쇄 및 현장 정비 인력 격리 수용.]
"민세아."
태오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화면 우측의 감시 카메라 로그에는 제3구역 보조 기계실 내부의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떠 있었다. 그곳에는 두꺼운 방사능 차폐복 대신 얇은 작업복 가운만을 걸친 한 여성이 갇혀 있었다. 그녀는 차단된 철제 격벽을 거칠게 두들기다가, 이내 제어 콘솔 앞으로 돌아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배관 압력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는 낡은 구형 기계식 태엽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태오의 망막 위로 과거 루프에서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그것은 1970년대 설계된 해밀턴 수동 메커니즘의 모조품이었다. 내부의 탈진기(Escapement Wheel)를 구성하는 18바퀴 피니언 기어의 세 번째 톱니가 미세하게 마모되어 있어, 태엽을 끝까지 감아도 실시간 표준시보다 항상 '정확히 2.07초' 늦게 맞물려 돌아가는 치명적인 물리적 결함을 품은 고물.
그 2초의 오차.
태오는 그 시계의 초침이 만들어내는 둔중한 금속 음을 기억했다. 째깍, 째깍 하는 소리는 가혹한 종말의 전조처럼 그의 신경을 긁어댔었다. 그녀는 그 고물 시계를 동생이 남겨준 유일한 유품이라며 늘 품고 다녔다.
"쓸데없는 짓을."
태오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허무주의가 배어 있었다.
어차피 이 루프가 실패하면 그녀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죽음조차도 이 세계에서는 일시적인 데이터 리셋에 불과했다. 이전 9회차 루프에서도, 11회차 루프에서도 그는 그녀의 비명 소리를 무선 통신기로 들었다. 방사능 가스가 기계실을 채울 때 그녀가 내지르던 그 단말의 비명은, 태오의 파괴된 뇌 신경망 구석구석에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구태여 구할 필요가 있는가? 이번 회차를 버리고 다음 회차에서 더 완벽한 동선을 짜는 것이 수학적으로 이득이 아닌가?
좌측 관자놀이 부근에서 다시 한번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다. 전두엽 칩의 가용 수명 잔여치: 60.4%. 루프 가능 횟수는 이제 단 18회뿐이었다. 실패의 누적은 곧 완전한 뇌사, 즉 영원한 소멸을 의미했다.
태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의미한 희생을 방관하는 냉소와, 매번 귓가를 맴도는 인간들의 가쁜 숨소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지부조화가 그의 이성을 압박했다.
"…효율성 계산."
태오가 이브의 입력창에 쿼리를 입력했다.
"민세아의 생존이 아틀라스 제어 코드 복구 확률에 미치는 영향 분석."
[답변: 민세아는 제3구역 냉각 유입 배관의 물리적 마모도를 수동으로 보정할 수 있는 유일한 1급 엔지니어입니다. 그녀가 사망할 경우, 시스템의 물리적 엔트로피 누적으로 인한 원자로 제어 성공 확률은 18.4% 감쇠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를 구하는 것은 감상적 구걸이 아닌, 영원한 24시간의 감옥을 깨부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변수의 확보였다.
태오는 단말기에서 드라이브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암살자의 권총을 주워 허리춤에 차고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걸이는 기계 장치의 기어처럼 정확하고 단호했다.
그때였다.
치이이이익-!
단말기의 스크린이 갑자기 붉은색 노이즈로 뒤덮였다. 이브의 중앙 통제실에서 송출되는 시스템 경고 메시지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경고. 제3구역 보조 기계실 내부 방사선 수치 급상승. 현재 수치 1,500mSv/h 돌파.]
화면상에 표시된 수치 그래프의 곡선이 완만한 상승세를 멈추고 수직으로 꺾여 올라가고 있었다.
[보조 냉각 펌프 차폐벽 균열 감지. 내부 압력 45bar 돌파. 임계 한계치 도달까지 남은 시간: 15분 00초.]
15분 후면 기계실은 치사량의 방사능 가스와 고열의 유류 폭발로 완전히 증발할 것이다. 방사선 피폭으로 세포가 괴사하기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채 10분도 남지 않았다.
태오의 눈동자에 붉은색 경고등의 점멸이 그대로 반사되었다.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태오는 즉각 콘솔의 키보드를 두드려 최단 경로의 유압식 격벽 제어 모듈을 호출했다. 보조 기계실로 통하는 최단 통로는 두께 300밀리미터의 납 차폐 합금 격벽 'D-4'로 차단되어 있었다.
[경고. D-4 격벽의 수동 개방을 불허합니다. 구역 내 방사성 에어로졸 누출율 34.2% 증가 예측. 에덴 전체 생존 프로토콜 제14조에 의거, 오염 구역의 완전 격리를 유지합니다.]
이브의 무감각한 텍스트가 콘솔 화면을 채웠다. 논리의 벽은 콘크리트보다 단단했다.
태오는 단말기에 연결된 드라이브에서 방금 추출한 교단의 '물리적 붕괴 시나리오' 원본 데이터를 이브의 분석 디렉토리로 강제 전송했다. 수식과 열역학적 모델을 포함한 로 데이터(Raw Data)였다.
"이브,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재연산해라. 현재 45bar의 압력 하에서 냉각유의 열팽창 계수는 0.0008/K다. 15분 후 코어 온도가 1,200도에 도달하면 보조 기계실의 내부 압력은 210bar를 초과한다."
그의 손가락 끝이 마지막 엔터 키를 강하게 내리쳤다.
"격벽 D-4의 구조적 한계 응력은 180bar. 가두는 것은 격리가 아니다. 폭발 에너지를 집중시켜 제3구역 전체를 파괴하는 성형작약탄(Shaped Charge)을 만드는 행위다. 개방 후 역압을 이용한 배기 밸브 강제 작동 시 전체 피해 반경은 88% 감소한다. 물리 법칙을 다시 읽어라."
정적. 0.3초의 짧은 지연 시간 동안 이브의 메인 프로세서가 초당 40조 번의 연산을 수행했다. 화면의 붉은 경고등이 황색으로 바뀌며 프로토콜의 논리적 모순이 해결되었음을 알렸다.
[논리 타당성 검증됨. 격벽 D-4의 수동 개방 시퀀스를 인가합니다. 단, 역압 유지를 위해 격벽의 개방 시간은 정확히 180초로 제한됩니다. 180초 경과 후 시스템은 잔존 생명체의 유무와 관계없이 격벽을 영원히 강제 차단합니다.]
쿠구구궁-!
바닥 깊은 곳에서 저주파 진동이 발생했다. 복도 끝에 서 있던 거대한 납 합금 격벽이 서서히 위로 들어 올려졌다.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미지근하고 비릿한 방사성 가스 냄새가 태오의 폐부로 스며들었다. 호흡기 정화 장치의 필터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태오는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겨 약실에 탄환이 장전된 것을 확인한 후, 어두운 격벽 밑으로 몸을 숙였다.
복도의 방사선 측정기가 780mSv/h를 가리키며 적색 경고음을 울렸다. 이상했다. 이전 12회차 루프의 이맘때쯤 제3구역 복도의 방사선 수치는 300mSv/h를 넘지 않았었다.
'누적 엔트로피 보존 법칙.'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루프가 반복될수록 이 세계의 마모 상태는 누적된다. 미세하게 갈라진 배관의 미세 균열들이 리셋되지 않고 그대로 전승되어, 매 회차마다 방사능 가스의 누출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회차가 태오에게 허락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직관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전력 질주했다. 방호 슈트의 마찰음과 가쁜 호흡 소리가 밀폐된 콘크리트 통로에 메아리쳤다.
제3구역 보조 기계실의 두꺼운 중성자 차폐 유리창 너머로 민세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한 손으로 배관의 수동 릴리즈 레버를 움켜쥔 채,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구형 태엽 손목시계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태오의 시야가 유리창 안쪽에 머무는 한 검은 그림자를 포착했다.
그림자는 민세아가 아니었다.
가슴팍에 선명한 톱니바퀴 문양을 새긴 또 다른 '노아의 바퀴' 교단원이었다. 그는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진 보초의 방호복을 뒤집어쓴 채, 보조 펌프의 비상 우회 밸브 핸들을 용접 토치로 녹여 붙이고 있었다. 통제 불능의 열적 폭주를 확실히 끝맺기 위해, 내부에서 수동 물리 제어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자살 특공대였다.
태오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그러나 차폐 유리는 9밀리미터 탄환을 가볍게 튕겨내는 80밀리미터 두께의 강화 납유리였다.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기압 해제 해치의 잠금 메커니즘은 용접 열기에 의해 이미 내부에서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그때, 유리창 너머의 민세아가 차가운 태오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절망적인 눈동자가 태오의 단호한 얼굴과 마주쳤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어 올리며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외쳤다.
두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태오는 그녀의 입모양과, 그녀의 손목에서 째깍거리는 2.07초 늦은 기어의 움직임을 동시에 계산해 냈다. 수동 전이 감쇠 함수. 그녀는 지금 이 최악의 물리적 고립 속에서, 폭발을 막을 유일한 우회 압력 밸브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밸브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녹아내리는 해치 도어를 정확히 언제, 어떤 물리적 충격으로 파괴해야 하는가? 2초의 오차가 빚어낼 압력 파동의 불일치는 즉각적인 코어의 파열을 의미했다.
치이이이익-!
그 순간, 보조 기계실 내부의 비상 고압 증기 배출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했다. 백색의 고온 증기가 시야를 완전히 가리며, 용접기를 든 광신도의 실루엣과 민세아의 모습을 안개 너머로 지워버렸다.
남은 시간 12분 40초.
태오의 뇌 전두엽 칩이 다시 한번 강한 이명과 함께 타는 듯한 통증을 뿜어냈다. 잔여 시간의 카운트다운이 그의 망막 위에서 소수점 두 자리 단위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