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명함은 질 좋은 마닐라지였다. 모서리에 손가락을 대자 얇은 코팅이 벗겨지며 푸른빛이 번졌다.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명함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펜으로 쓴 전화번호.
내 번호다.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폐공장 CCTV에 찍힌 내 얼굴, 민 사장 사무실 앞 골목의 블랙박스 영상, 그리고 내가 3년 전 동묘 일파에서 어떤 위치였는지까지.
전화벨이 울렸다.
“명함은 받으셨군요.”
한수진의 목소리는 법정에서나 들을 법한 톤이었다. 감정 없고 정확한 발음. 마치 계약서를 읽어주는 변호사처럼.
“읽기 좋은 종이더군.”
“내일 오전 10시, 제 사무실로 오시죠. 접근금지 합의서를 준비해뒀습니다. 서명하시면 더 이상의 법적 조치는 없을 겁니다.”
나는 웃었다. 재떨이 옆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에는 민 사장의 장부 데이터가 떠 있었다. 어젯밤 사무실을 털면서 챙긴 보험 하나.
“합의서 좋지.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당신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주지. 내일 10시.”
전화를 끊었다. 손끝의 푸른빛이 명함을 타고 번지며 종이를 살짝 그을렸다. 나는 그 흔적을 잠시 바라보다가 재떨이에 올렸다.
불은 붙이는 놈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보는 놈이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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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한수진의 로펌은 도심 업무지구 17층에 있었다. 유리벽 너머로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각도. 로비의 접수원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곧장 회의실로 안내했다.
한수진은 이미 앉아 있었다.
진회색 정장에 올백으로 넘긴 머리. 책상 위에는 A4 용지 여러 장과 만년필 한 자루. 그녀는 내가 문을 열자 고개도 들지 않고 서류를 밀었다.
“접근금지 합의서입니다. 귀하께서 우범 대표와 채령 씨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을 삼가고, 향후 일체의 접촉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죠.”
나는 의자에 앉아 서류를 집었다. 총 7장. 법조항이 빼곡했다. 위반 시 손해배상금 10억 원. 형사 고소 조항 포함.
“조건이 까다롭군.”
“당연하죠. 의뢰인의 안전이 걸린 문제니까요.”
나는 서류를 반으로 찢었다. 한 번, 두 번, 네 번.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회의실에 울렸다.
한수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게 그녀가 보인 유일한 반응이었다.
“합의 거부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탁자 너머 그녀의 손목이 시계 아래로 살짝 드러나 있었다. 혈관이 푸르게 비치는 얇은 피부.
“대신 내 조건을 들어봐.”
“강현 씨, 지금 협상할 위치가 아니라는 건 본인도...”
“당신네 의뢰인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 서넛쯤 증거를 모아뒀다. 장부, 계좌 내역, VIP 고객 명단까지.”
한수진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녀는 서류를 정리하던 동작을 멈추고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허풍이시군요.”
“확인해볼 텐가?”
나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탁자 위에 굴렸다. 민 사장에게서 빼낸 데이터의 사본. 진짜 도박장 증거는 아니었지만, 그가 우범과 주고받은 자금 내역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내가 오늘 밤까지 이 사무실에서 나가지 못하면, 이 데이터가 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자동 전송된다. 당신네 의뢰인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한수진의 맥박이 빨라지는 게 보였다. 목 옆 경동맥이 미세하게 뛰었다. 그녀는 3초간 침묵하다가 만년필을 내려놓았다.
“블러핑이 아니라는 증거는?”
“없지.”
나는 웃었다. 그녀의 손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접촉까지 5센티미터.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
“직접 확인해 보든가.”
내 손가락이 그녀의 맥박 위에 닿았다.
촉각이 열렸다. 한수진의 신경계가 내 손끝으로 빨려 들어왔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하게 통제된 그녀의 몸이, 속으로는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전해졌다. 심박수 분당 108회. 손바닥의 미세한 땀. 복부 깊숙이 긴장으로 꼬인 장기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아주 얇은 호기심. 그녀의 신경 다발이 내 접촉을 향해 미세하게 당겨지는 전류 같은 감각. 마치 손끝을 기다려온 신경 말단들이 내 지문을 읽기 위해 솟아오르는 듯했다.
“맥박이 빠르군. 변호사치고는 긴장한 거야, 아니면...”
나는 능력을 밀어넣지 않았다. 그냥 감지했다. 그녀의 감각이 내 손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손가락이 닿은 그 좁은 접촉면에서 신경 시냅스가 방전되는 미세한 열감.
“...흥미가 생긴 거야?”
한수진이 손목을 뺐다. 동작은 정확했지만 속도가 살짝 빨랐다. 그녀가 손목을 감싸쥐는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내 접촉이 남긴 잔향을 지우려는 듯이.
“알겠습니다. 일단 데이터의 진위를 확인할 시간을 주시죠. 그때까지 법적 조치는 보류합니다.”
“현명한 선택이야.”
“대신 제 사무실에 머물러 주셔야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저의... 감시 대상이에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복도 끝에 그녀의 개인 사무실이 보였다.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 미세한 전율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커피라도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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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사무실은 의외로 개인적인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장에는 법전뿐 아니라 오래된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꽂혀 있었고, 창가에는 물을 반쯤 채운 위스키 디캔터. 구석의 작은 테이블엔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여자가 쓰기엔 조금 큰 사이즈의, 군데군데 그을린 유리 재떨이.
“담배 피우세요?”
그녀가 책상에 앉으며 물었다.
“가끔.”
“저도예요. 창문 열고 피우시면 됩니다.”
나는 창가로 가 창틀을 올렸다. 17층의 바람이 차갑게 밀려들어왔다.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를 켜는 동안, 시선으로 사무실을 훑었다.
책상 위는 정리정돈이 철저했다. 서류함은 날짜별로 분류되어 있었고, 모니터 옆에는 우범 그룹의 법인 등기부등본이 쌓여 있었다. 나는 연기를 내뿜으며 그 서류들의 제목을 눈으로 스캔했다.
유령 법인이 최소 여섯 개. 부동산 개발, 물류, 컨설팅. 겉으로는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회사들이 복잡한 지분 구조로 얽혀 있었다. 우범의 돈이 이 통로를 통해 세탁되는 구조가 한눈에 읽혔다.
“그 서류, 보시면 안 됩니다.”
한수진이 말했다. 하지만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미 봤어.”
담배를 한 번 더 빨고, 나는 책상 옆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서랍장. 위에서 두 번째 칸의 손잡이가 다른 것보다 살짝 더 닳아 있었다. 자주 여는 서랍.
“열어봐도 되나?”
“안 된다고 해도 열 거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나는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개인적인 물건들이 몇 개 있었다. 명함집, USB 몇 개, 포스트잇 묶음. 그리고 구석에 놓인 낡은 라이터 하나.
나는 손을 멈췄다.
금속 표면에 새겨진 문양. 두 마리 용이 서로 꼬리를 물고 원을 그리는 디자인. 동묘 일파의 상징이었다.
“이거.”
내가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아직 기름 냄새가 남아 있었다. 최근에 사용한 물건.
“어디서 난 거지?”
한수진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녀는 2초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유품이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동묘 일파의 법률 고문이었어요. 3년 전에 돌아가셨죠. 우범 대표가 조직을 인수하던 날 밤, 교통사고였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건조했다. 하지만 그 건조함이 오히려 더 깊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나는 내 손끝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성대 주변 근육이 미세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범 밑에서 일하는 거야? 아버지의 옛 직장이라는 이유로?”
“이유는 묻지 않는 게 좋을걸요, 강현 씨.”
한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내 손에서 라이터를 빼앗아 서랍 깊숙이 밀어넣고 닫았다.
“서로 묻지 말아야 할 게 있는 법이에요. 당신도, 저도.”
그 순간이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정확한 스텝. 군용 부츠 소리다. 나는 몸을 돌리기도 전에 이미 냄새로 알아챘다. 총기유와 가죽, 그리고 미세한 땀 냄새.
문이 열렸다.
유라가 서 있었다.
검은색 전술복에 방탄 조끼. 허벅지의 홀스터에는 글록 19. 그녀의 눈이 나를 포착하자 동공이 살짝 수축했다.
“한 변호사님, 물러나십시오.”
한수진은 이미 책상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했다. 당황도, 두려움도 아닌, 정확한 셈법.
“밖에서 기다릴게요.”
한수진이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유라와 나만 사무실에 남았다.
“우범 대표님의 지시야. 넌 이제 더 이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어.”
유라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움직임은 군대식 제압술 그 자체였다.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관절을 비트는 데 특화된 동작.
“팔을 뒤로 돌려. 저항하면 관절이 나가.”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 손이 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채령에게 들었나 보군. 내 손길이 어떤지.”
“입 다물어.”
그녀가 달려들었다.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왼손이 내 오른쪽 손목을 낚아챘고, 동시에 오른발이 내 무릎 뒤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동작을 따라 흘렀다. 내 중심이 무너지는 방향으로 일부러 몸을 던지면서, 그녀의 손목을 내 손이 따라 잡았다.
접촉.
능력이 열렸다.
유라의 신경계는 일반인과 달랐다. 근육의 긴장도, 반사 속도, 통증 역치까지 모든 게 군사 훈련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그녀의 촉각은 무뎌져 있었다. 특수요원 시절 받은 고문 훈련 탓이었다. 고통을 참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 아예 느끼지 않는 법을 배운 거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통증에만 해당했다.
나는 그녀의 신경 신호를 비틀었다. 통증 수용체를 쾌락 수용체로 교차 연결. 그녀의 뇌가 통증으로 인식해야 할 신호가, 음핵과 질벽을 타고 올라오는 쾌감의 신호로 둔갑했다.
“윽.”
유라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내 손목을 비틀던 그립이 풀리고 손가락이 떨렸다. 그녀는 재빨리 물러서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뭐... 뭘 한 거야.”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나는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팔을 등 뒤로 꺾었다. 그녀의 몸이 내 가슴에 밀착됐다. 방탄 조끼 너머로 그녀의 체온이 전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지.”
나는 능력을 더 깊게 밀어넣었다.
유라의 신경계 전체가 내 손아귀에 펼쳐진 지도처럼 읽혔다. 척추를 따라 번지는 전기 신호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뒤엉키며 혼란을 일으키는 지점들. 나는 그중 가장 밀도가 높은 부위를 골라 비틀었다.
통증. 극심한 통증이 그녀의 오른쪽 팔을 타고 목으로, 척추로, 골반으로 번졌다. 동시에 그 통증은 쾌락으로 전환됐다. 마치 뜨거운 인두에 지지는 동시에 음핵을 직접 자극하는 듯한, 모순되고 폭력적인 감각.
“아악!”
유라의 무릎이 꺾였다.
그녀의 목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전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물어지는 소리였다. 허벅지가 떨리고 있었다. 전술 바지 안쪽으로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게 내 성기에도 전해졌다.
“고통은 참을 수 있지. 훈련받았으니까.”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근데 이건 고통이 아니잖아. 기분 좋은 거잖아. 그렇지?”
“아니... 아니야...”
유라가 고개를 저었다. 짧은 머리카락이 내 턱을 스쳤다. 그녀의 땀 냄새. 총기유 냄새와 섞인 여자의 체취.
나는 능력의 강도를 높였다.
이번에는 통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쾌락만 주입했다. 그녀의 질 내부 벽에 분포한 신경 다발을 직접 자극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가락 수십 개가 질 안쪽을 벌리고 음핵을 동시에 문지르는 듯한 감각을 그녀의 뇌에 강제로 입력했다.
유라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아, 아, 안 돼... 으아악!”
그녀의 질이 경련했다. 애액이 전술 바지를 적셨다. 짙은 체액 냄새가 사무실 공기 중으로 번졌다. 방탄 조끼 아래로 젖꼭지가 딱딱하게 서올랐다. 천 위로도 그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녀의 바지 허리춤에 손을 넣었다.
전술 벨트를 풀자 바지가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검은색 팬티가 드러났다.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음모가 천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팬티를 찢어내렸다.
유라의 외음부가 드러났다.
음모는 짧게 다듬어져 있었고, 대음순은 붉게 충혈되어 부풀어 있었다. 소음순 사이로 투명한 애액이 끈적하게 흘러내려 허벅지 안쪽을 타고 있었다. 음핵은 이미 완전히 발기해 껍질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보기보다 예민한 몸이었군.”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음핵을 직접 문질렀다. 능력이 아니라 실제 접촉. 젖은 살이 내 손가락 아래서 미끄러졌다.
“으으으윽!”
유라의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내 품에서 빠져나가려 몸을 비틀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오히려 내 가슴에 더 깊이 기대왔다.
나는 손가락 두 개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즉시 조여왔다. 뜨겁고 부드러운 살점이 손가락 전체를 감쌌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며 질벽을 문질렀다. 안쪽은 벨벳처럼 곱고 촘촘한 주름이 잡혀 있었고,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애액이 철퍽거리는 소리를 냈다. 깊숙한 곳은 더 뜨거웠고, 마치 빨아들이듯 근육이 수축했다.
“싫어... 싫다고...”
유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그녀의 질은 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였다. 골반이 무의식적으로 내 손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싫은데 왜 이렇게 젖었어?”
나는 손가락을 빼냈다. 손가락 전체가 그녀의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그 손가락을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
“핥아.”
유라가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분노인지, 굴욕인지, 아니면 참지 못한 흥분인지 구분되지 않는 표정.
나는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녀의 혀가 내 손가락에 닿았다. 자신의 체액 맛을 느끼자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좋은 맛이지?”
내 바지 앞섶을 열었다. 성기가 튀어나왔다. 완전히 발기된 귀두는 검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요도구에는 투명한 선액이 맺혀 있었다. 굵기는 그녀의 손목만 했고, 혈관이 두드러져 표면을 따라 꿈틀거렸다.
나는 유라의 몸을 책상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의 상체가 책상 위로 엎어졌다. 방탄 조끼가 책상 모서리에 걸려 거친 소리를 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질 입구가 완전히 드러났다.
붉게 충혈된 살점 사이로 입구가 벌어져 있었다. 나는 귀두를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 댔다. 뜨거운 열기가 귀두를 감쌌다.
“들어간다.”
나는 한 번에 밀어넣지 않았다. 대신 귀두만 살짝 밀어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입구가 내 귀두를 물었다 놓았다. 애액이 섞여 끈적한 소리가 났다.
유라의 질은 극도로 좁았다. 아마 성경험이 거의 없거나, 오래전에 멈춘 몸이었다. 내 성기가 들어갈 때마다 질벽이 저항하며 조여왔다.
“아... 아파...”
“아파? 아니지.”
나는 능력을 다시 발동했다. 그녀의 통증 수용체를 쾌락으로 전환. 동시에 질벽 전체의 감도를 정상의 5배로 증폭시켰다.
“이제 기분 좋지?”
나는 성기의 절반을 한 번에 밀어넣었다.
유라의 입에서 말소리가 아닌 비명이 터졌다. 질벽 전체가 동시에 경련을 일으키며 내 성기를 압박했다.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삽입과 동시에 첫 번째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크으윽!”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절정을 맞는 동안에도 계속 성기를 밀어넣었다. 질 깊숙한 곳까지 내 귀두가 닿았다. 자궁 입구가 딱딱하게 만져졌다.
거기서 나는 능력의 방향을 바꿨다.
쾌락을 다시 통증으로.
“으아아아아악!”
유라의 몸이 책상 위에서 튀어 올랐다. 방금 전까지 극한의 쾌락을 느끼던 신경이 갑자기 작열하는 통증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내 성기를 쥐어짜듯 조였다.
“아픈 게 무서운 게 아니지.”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천천히 성기를 뺐다 끼웠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질벽이 경련을 일으켰다.
“기분 좋은 게 더 무서운 거야.”
다시 쾌락. 다시 통증. 다시 쾌락.
속도를 올렸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을 빠르게 피스톤 운동으로 파고들었다. 허벅지가 그녀의 엉덩이에 부딪칠 때마다 탁탁 소리가 울렸다. 애액과 땀이 섞여 책상 위로 떨어졌다.
유라의 입에서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음과 울음 사이의 소리만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그녀의 손이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밀려왔다.
채령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의 디테일이 흐릿했다. 입술의 끝이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눈가에 잡혔던 잔주름이 몇 개였는지. 선명해야 할 부분들이 마치 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였다.
“이제 뭐가 더 무서워? 아픈 거야, 아니면...”
나는 귀두를 그녀의 자궁 입구에 밀착시키고, 동시에 쾌락 신호를 최대치로 증폭했다.
“...기분 좋은 거야?”
유라의 눈이 뒤집혔다.
그녀의 전신이 강직됐다. 질벽이 내 성기를 꽉 물었다. 복부 근육이 파도처럼 일렁였고, 애액이 다시 한 번 분출됐다. 오르가즘. 두 번째 오르가즘. 첫 번째보다 더 강력한 경련이 그녀를 덮쳤다.
“아, 아, 안 돼, 간다, 가, 으아아악!”
그녀의 목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그녀의 이빨이 내 오른쪽 어깨를 물었다.
날카로운 통증. 피 맛이 입혀졌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어깨가 찢겨 나가도 계속 성기를 밀어넣었다. 그녀의 질 안에서 내 성기가 절정 직전까지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나는 사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질 깊숙한 곳에 능력을 집중했다. 그 순간, 채령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던 특유의 톤, 귀 끝이 살짝 올라가던 발음의 높낮이, 웃을 때마다 섞여 나오던 숨소리. 그 모든 청각 기억이 산산조각났다. 동시에 그녀의 체취—목덜미에 바르던 시트러스 계열 향수와 땀이 섞인 냄새—가 내 후각 기억에서 지워졌다. 마치 누군가 내 신경 회로에서 그녀의 감각 파일만 골라 삭제하는 듯했다. 나는 그 붕괴를 느끼며 오히려 더 깊게 유라의 신경계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뇌간에 마지막 각인을 남겼다. 내 손길, 내 체온, 내 성기의 모양, 내가 주는 이 모순된 쾌락과 통증의 리듬이 영구히 기록되도록. 채령의 감각이 지워진 그 빈자리에 유라의 신경이 내 흔적을 대신 새겼다.
“이제 너도... 내 손길 없으면 못 견딜 거야.”
나는 성기를 뺐다.
유라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녀는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숨만 가쁘게 몰아쉬었다. 허벅지 안쪽으로 내 성기에 묻었던 애액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질 입구는 아직 벌어져 있었고, 붉게 충혈된 살점 사이로 흰색 점액이 흘러나왔다.
나는 바지를 추슬러 올리고 어깨를 만졌다. 물린 자리가 꽤 깊었다. 피가 셔츠를 적셨다.
“총으로 쏠 수도 있었잖아. 왜 안 쐈지?”
유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닥에 떨어진 팬티를 집어들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허리춤의 빈 홀스터를 더듬었다. 글록 19의 손잡이를 한 번 만지작거리다가, 손가락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몸이었나.”
“다음에 또 봐.”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복도에 한수진이 서 있었다. 그녀는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무언가를 계산하는 표정이었다.
“재밌는 구경이었어?”
“나름대로요.”
그녀가 내 어깨의 상처를 바라봤다.
“치료가 필요해 보이네요. 제 사무실에 구급상자가...”
“됐어.”
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한수진이 내 뒤에서 말을 이었다.
“오늘 합의서는 없던 일로 하죠. 대신 그 USB의 내용은 저와 공유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서로에게 유리한 거래를...”
“생각해보지.”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구두 굽 소리가 복도에 또렷이 울렸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강현 씨. 우범 대표의 개인 스케줄 말이죠. 그가 매주 목요일 밤 강남의 모처에서 VIP 고객을 직접 접대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장소는 제가 알려드릴 수 있어요.”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계산기가 아니었다. 사냥감을 몰이하는 사냥개의 눈이었다.
“그걸 왜 나한테?”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믿을 이유를, 당신이 오늘 줬으니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탑승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는 걸 지켜봤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지쳐 보였다. 어깨의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수진의 얼굴 디테일이 흐릿해졌다. 그녀의 눈매, 입술 모양, 목소리 톤. 한 시간 전만 해도 선명했던 것들이 이제는 마치 물에 번진 잉크처럼 불분명했다.
유라의 목소리는 더 심각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던 소리, 신음하던 소리, 내 이름을 부르던 소리. 모든 게 무너지고 있었다. 대신 그녀의 질벽 감촉, 애액의 온도, 근육의 경련 같은 촉각 정보만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마치 기억이 언어를 버리고 감각만을 움켜쥔 것처럼.
“이제 사람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건가.”
나는 눈을 떴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남자의 눈동자에서 푸른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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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로 돌아왔다.
나는 어깨 상처를 대충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재떨이에 담배를 하나 피워 물고 소파에 앉았다. 손끝의 푸른빛은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진해지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메시지 하나.
채령.
영상 파일이었다.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올려두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채령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는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배경은 어딘가 어두운 방. 아마 우범의 집무실일 거다. 그녀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화장이 살짝 번져 있었다.
“강현.”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잠시 말을 멈췄다. 카메라 너머로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제발 그만둬. 그 힘, 너를 망가뜨리고 있어.”
나는 담배를 집어 들었다.
“나는... 나는 이미 네가 알던 내가 아니야. 더 이상 오지 마.”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검은 마스카라가 살짝 번지며 눈 밑으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화면을 끄려다가 멈췄다. 손가락이 렌즈 앞에서 떨렸다.
그때 배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잘했어, 채령.”
우범이었다.
영상이 멈췄다.
나는 담배를 한 번 길게 빨았다. 연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손끝의 푸른빛이 담배 끝에 번졌다.
채령의 얼굴은 아직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도. 그녀가 눈물을 흘리던 그 눈매도.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나를 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기억해내려고 하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공간. 삭제된 파일처럼 텅 빈 구멍.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메시지 앱을 열었다. 한수진의 번호가 떠 있었다. 나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USB 내용 공유. 조건은 우범의 개인 스케줄이다.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실시간으로.”
전송.
10초 후 답장이 왔다.
“거래 성립. 내일 첫 보고.”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어깨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유라의 이빨이 파고든 자리. 나는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지 생각했다.
아마 그녀도 이제 알 거다.
내 손길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걸 잊을 수 없다는 게 어떤 고통인지.
나는 눈을 감았다. 손끝의 푸른빛이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마치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