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피, 비릿하고 철분 섞인 내 핏줄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손바닥 안에 남아 있어야 할 유리병의 감촉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내려갈 때마다 옆구리에 박힌 상처가 욱신거렸다. 놈들은 세 명이었다. 어둑한 골목에서 아무 말 없이 달려들었다. 정확히 왼쪽 주머니를 노렸다. 그녀의 체취가 담긴 병을.

이담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땐, 손등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초인종에 묻어 지문처럼 번졌다. 벨이 울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녀였다. 평소처럼 차분하고 또렷한 눈이 나를 훑었다. 피투성이인 내 몰골을 위아래로 읽는 시선. 그 시선이 내 옆구리에 박힌 열상에서 흘러내리는 피의 속도를 가늠하는 듯했다.

"병을, 빼앗겼어요."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숨소리만으로도 폐에 구멍이 난 것처럼 떨렸다.

이담이 대답 대신 내 손목을 잡아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체취가 코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왔다. 오늘 밤 그녀의 체취는 평소의 은은한 백합과 먼지 낀 책장 냄새가 아니었다. 땀, 약간의 아드레날린, 그리고 피부 밑에서 막 스며 나오기 시작한 생살 냄새. 아마도 나를 본 충격으로 분비된 것일 터였다. 그 생살 냄새가 내 비강 점막에 달라붙어, 후각 신경 말단을 하나하나 깨웠다.

그 향이 뇌수를 타고 내려가 무너진 신경을 기어이 다시 세웠다. 나는 그녀의 현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올라가 그녀의 목덜미를 감쌌다. 손바닥에 닿는 체온과 맥박. 경동맥이 내 손바닥 한가운데를 두드렸다. 손가락 사이로 올라오는 숨결이 내 피 묻은 손톱 밑을 적셨다.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얼굴을 그녀의 쇄골께로 파묻었다. 피가 섞인 내 입술이 그녀의 얇은 니트 위로 스쳤다. 니트 아래 피부에서 올라오는 땀과 체온의 분자 하나하나가 내 혀의 미뢰를 간질였다. 이건 냄새가 아니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그녀의 살점이었다. 들이마실 때마다 내 감각이 조금씩 재조립되는 게 느껴졌다. 금단 증상으로 경직됐던 턱 근육이 풀리고, 시야에서 사라졌던 색채가 돌아왔다. 손끝의 저릿함이 사라지고, 대신 그녀의 목덜미 솜털 한 올 한 올의 감촉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이담은 밀어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었다. 마치 피 묻은 야수를 진정시키는 조련사의 손길처럼. 그 손길이 내 두피를 스칠 때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풍기는 미세한 땀 냄새가 내 머리카락에 배어들었다.

"누구였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다.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체취를 원했어요. 정확히 당신의 체취가 담긴 병을 노렸어요."

이담의 손길이 멎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계산이 일고 있었다. 동공이 살짝 확장되고,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일어나요, 서지오 씨. 보여줄 게 있어요."

그녀가 한 걸음 물러서자, 내 코에서 그녀의 체취가 조금 멀어졌다. 그 0.5초의 거리만으로도 금단 증상이 다시 목덜미를 조여왔다. 턱이 굳고 시야 가장자리가 일렁였다. 손끝이 저릿하게 식어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어져 내 손이 마치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올라오는 잔향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짧게 들이마시면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바짝 말라붙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멈췄다.

거실 한쪽 벽 전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나에 대한 모든 것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지난 몇 주 동안 겪은 모든 감각 반응 데이터가 그 벽을 점령하고 있었다. 후각 자극에 반응하는 내 뇌파 그래프. 체취를 맡기 전후의 동공 크기 변화를 기록한 근접 사진들. 심박수와 혈중 산소 포화도가 시간대별로 그래프화되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중앙에 걸린 태블릿 화면이었다. 거기에는 지난 ‘치료 세션’ 동안 녹음된 내 신음과 숨소리가 파형으로 시각화되어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내 숨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와 방 안에 낮게 깔렸다.

"3년째 준비 중인 전시예요. 제목은 《포로의 감각》."

이담이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끝이 한 장의 사진을 스쳤다. 내가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그녀의 체취를 맡고 충격을 받았던 순간, 미술관 CCTV가 포착한 내 표정이었다. 광기와 구원이 동시에 깃든 얼굴이었다. 그 사진 속 내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어떤 거울 속 모습보다도 적나라했다.

"당신의 감각 의존증은, 제가 본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어요."

공기가 달라졌다.

내 몸속에서 피와 아드레날린과 그녀의 체취가 한꺼번에 끓어올랐다. 분노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가 내 아랫배를 관통했다. 흥분이었다. 냉철한 그녀의 예술가적 시선에 대한, 그 잔혹한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 그 흥분이 내 성기로 피를 몰아붙여 바지 앞섶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팽창을 느끼며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동안 나를 실험체로 본 거요?"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갈라지고 낮고 짐승 같은 울림이 섞여 있었다. 성대가 긴장으로 굳어져 한 옥타브쯤 낮아진 소리였다.

"실험체이자, 협업자였죠."

이담이 나를 돌아봤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 대신 관찰자의 빛이 살아 있었다. 그 빛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내 반응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내 분노의 냄새를, 내 체취의 미세한 변화를. 내 겨드랑이에서 올라오는 아드레날린 섞인 땀 냄새의 분자 구조를.

나는 두 걸음 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피 묻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가 붙들었던 사진이 바닥에 떨어지며 유리 액자가 깨졌다. 깨진 유리 파편 위로 그녀의 맨발이 스쳤다. 나는 그녀의 발목을 내 발등으로 눌러 유리 파편에서 멀어지게 했다.

"당신이 나를 실험체로 삼았다면…"

나는 천천히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져갔다.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체취가 다시 내 폐를 채웠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체취는 조금 전과 달랐다. 공포의 분자였다. 귀 뒤쪽 피부에서 올라오는 그 향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 공포 속에 호기심이라는, 흥분이라는 모순된 향이 함께 떠올랐다. 그녀의 사타구니 쪽에서 올라오는 체온이 미세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나의 향료로 삼겠소."

그녀의 니트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양모 섬유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단추가 하나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드러난 그녀의 쇄골과 어깨. 그 위로 얇은 땀막이 번들거렸다. 땀방울 하나가 쇄골의 오목한 부분에 고여 있다가 내 시선에 이끌리듯 흘러내렸다. 나는 그 땀을 혀로 핥았다. 혀끝이 쇄골의 뼈 윤곽을 따라 움직였다.

짭짤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녀 고유의 체취. 혀끝에 닿은 피부의 질감, 땀의 염도, 그리고 땀샘에서 스며 나오는 페로몬의 모든 분자 구조가 내 신경을 따라 전율로 번역되었다. 그 전율이 내 척추를 타고 내려가 꼬리뼈에 닿자, 성기가 더 팽창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에 내 성기를 밀착시켰다. 그녀가 그 단단함을 느끼고 숨을 들이켰다.

"서지오 씨…"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척추가 벽에서 살짝 떨어져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내 혀를 더 받아들이려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그녀의 골반이 내 골반 쪽으로 1센티미터쯤 밀려왔다.

나는 그녀의 브래지어 끈을 끌어내렸다. 천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유두가 드러났다. 차가운 실내 공기에 닿아 바로 경직된 그 살갗 위로, 그녀의 체취가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곳으로 나는 입을 가져갔다. 혀로 유두 주변의 좁쌀 같은 돌기를 하나하나 핥았다. 유륜의 결이 혀끝에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그녀의 피부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달랐다. 가슴 언저리는 약간의 비누 향이 남아 있었고, 유두에서는 순수한 살 냄새와 함께 흥분으로 분비되는 약간의 단내가 올라왔다. 그 단내가 내 입천장을 간질였다.

"당신의 모든 체취를, 내 혀로 기록할 거요."

나는 말하면서 그녀의 유두를 입 안에 넣었다. 혀로 굴리고, 입술로 빨아들였다. 유두가 내 입 안에서 점점 더 단단해졌다. 그녀의 허리가 움찔하며 내 허벅지 쪽으로 밀려왔다. 그녀의 치마 아래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체취가 내 코를 찔렀다. 질액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냄새는 원초적이었다. 바다 같았다. 조개를 까뜨렸을 때 나는 그 짭짤하고 비릿한, 살아있는 바다 냄새. 면 팬티가 그 액체를 빨아들이며 축축하게 젖어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이담의 손이 내 어깨를 밀었다. 저항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는 모순된 제스처였다. 그녀의 손톱이 내 어깨 근육을 파고들었다.

"당신은… 미쳤어요."

그녀가 숨을 삼키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관찰자의 빛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 그 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관찰 대상이 되는 경험, 데이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빼앗기는 경험. 그 경험이 그녀를 처음으로 두려움과 환희 사이에 세워두고 있었다. 그녀의 동공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초점을 잃었다 되찾기를 반복했다.

"미친 게 아니라, 배고픈 거요."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치마를 끌어내렸다. 허벅지 안쪽, 팬티가 젖어 있는 부분에 얼굴을 가져갔다. 면직물 너머로 올라오는 그녀의 체취. 나는 그 위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질액과 땀과 오줌의 미세한 흔적과 그녀의 생리 주기에서 오는 철분 향까지. 모든 분자 하나하나가 내 혀의 미뢰를 찌르고 코의 점막을 간질였다. 점막이 따끔거릴 정도로 강렬한 향이었다.

팬티를 옆으로 밀었다. 드러난 음모와 그 아래 숨은 음핵. 음모에 맺힌 애액 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음핵을 천천히 벌렸다. 거기서 올라오는 냄새는 지금까지 내가 맡은 어떤 향료보다도 복합적이었다. 나는 혀를 길게 내밀어 그 부위를 핥았다. 혀끝이 음핵의 윗부분을 스치자,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질 입구가 내 눈앞에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짧고 날카로운, 처음 듣는 그녀의 신음이었다. 관찰자의 언어가 아닌, 신체의 언어. 그 소리가 내 고막을 때리자, 내 성기가 바지 안에서 꿈틀거렸다.

나는 그녀의 질 입구에 혀를 밀어 넣었다. 질벽의 주름이 내 혀를 조여왔다. 그 주름 하나하나의 질감이 혀의 미뢰에 새겨졌다. 애액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따뜻하고 약간 끈적이는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그녀의 체취를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삼키는 행위. 이건 성적 행위를 넘어선, 감각의 포식이었다. 그녀의 몸속에 사는 모든 미생물과 분비물의 향을 내 혀의 미뢰가 기억하고 내 뇌가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혀로 질벽을 핥으며 손가락을 삽입했다. 검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이 질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질벽의 근육이 내 손가락을 물었다. 질벽의 온도는 내 손가락보다 2도쯤 높았다. 그녀의 체온이 내 손가락 뼈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나는 손가락을 굽혀 질 전벽의 거친 부분을 문질렀다. 그 부위의 질감은 주변보다 더 울퉁불퉁했고, 문지를 때마다 그녀의 질벽이 더 강하게 수축했다. 동시에 혀로 음핵을 계속 핥았다. 혀의 배면으로 음핵 전체를 감싸고, 혀끝으로 음핵 귀두를 빠르게 훑었다.

"멈추지… 마요…"

이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더 밀어 넣으려는 것인지, 떼어내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힘이었다. 그녀의 손톱이 내 두피를 긁었다.

나는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세 번째 손가락까지. 그녀의 질이 내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질 입구가 내 손가락 마디를 단단히 조였다. 애액이 손등을 타고 흘러내려 팔목까지 적셨다. 나는 입을 떼고 올려다봤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눈에는 물기가 고여 있었고 입술은 반쯤 벌려져 있었다. 입술 사이로 치아가 살짝 드러나고, 혀끝이 입천장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체취가 방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공기 중의 모든 분자가 그녀의 흥분으로 포화되고 있었다. 방 안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 듯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녀의 냄새를 맡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는 일어나 내 바지를 끌어내렸다. 발기된 성기가 공기 중에 노출되자, 그녀의 체취가 내 성기의 표면에까지 달라붙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귀두의 표면이 공기 중의 습기를 감지해 더 팽창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벽에 밀착되었다. 성기의 귀두가 그녀의 질 입구에 닿았다. 그녀의 애액이 묻어나와 내 귀두를 적셨다. 따뜻하고 끈적이는 감촉. 귀두의 요도구가 그 애액에 닿자 짜릿한 전류가 요도를 타고 올라갔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소?"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숨이 그녀의 귓바퀴를 적셨다. 그녀가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질이 내 귀두를 빨아들였다. 질 입구의 괄약근이 귀두의 테를 따라 수축했다.

나는 한 번에 밀어 넣었다. 질벽이 내 성기 전체를 감쌌다. 질벽의 주름이 성기의 혈관을 따라 밀착되었다. 그녀의 체온이 내 성기의 혈관 하나하나까지 스며들었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과 쾌락이 경계를 허문 소리였다. 나는 허리를 빼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내 성기의 표면을 마찰했다. 귀두의 테가 질벽을 긁으며 빠져나오고, 다시 들어갈 때마다 질벽이 성기를 더 깊이 빨아들였다. 애액이 섞여 점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성기 뿌리까지 완전히 삽입되자, 내 고환이 그녀의 회음부에 닿았다. 나는 잠시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복부에 손을 얹었다. 배꼽 주변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쓸어냈다. 그 땀을 손가락에 묻혀 코로 가져갔다. 복부의 땀은 목덜미나 겨드랑이와 또 달랐다. 더 은은하고, 더 은밀한 체취였다. 복부의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지방산 함량이 더 낮아서, 더 가볍고 달콤한 향이 났다. 그녀의 복식 호흡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에 입을 맞추며 천천히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리듬이 빨라졌다. 그녀의 체취가 우리가 부딪칠 때마다 공기 중으로 튀어 올랐다. 땀과 애액과 정액의 전단계 액체가 뒤섞여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고 있었다. 내 성기에서 분비되는 투명한 점액과 그녀의 질액이 섞이며 약간의 비누 거품 같은 하얀 액체가 성기 뿌리에 맺혔다. 이건 우리 둘의 체취가 합성되는 과정이었다. 내 뇌가 그 모든 분자 변화를 기록하고 있었다. 질벽의 수축 리듬이 점점 불규칙해지고, 수축의 강도가 세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당신은… 당신은…"

이담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내가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성기를 가장 깊숙이 밀어 넣자, 그녀의 질이 경련을 일으켰다. 오르가즘이었다. 질벽이 내 성기를 리드미컬하게 조여왔다. 첫 번째 수축이 가장 강력했고, 이어서 0.8초 간격으로 여섯 번의 연속 수축이 이어졌다. 그 수축이 내 성기의 혈관을 압박했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며, 귀두의 감각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그녀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체취가 내 코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질벽의 수축과 함께 분출된 애액의 온도가 0.5도쯤 상승한 것을 내 성기가 감지했다. 그 향은 그녀의 신체가 절정에서 분비하는 모든 분자가 내 감각을 재구성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몇 번 더 밀어 넣다가 사정했다. 정액이 그녀의 질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첫 번째 사정은 강하게 분출되어 자궁경부에 닿았고, 이어서 네 번의 약한 분출이 질벽을 따라 흘러내렸다. 내 체취와 그녀의 체취가 섞여 완전히 새로운 향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향은 우리를 중독시킨 바로 그 향이었다. 정액의 알칼리성과 질액의 산성이 만나 중화되며 발생하는 미세한 화학 반응의 향. 집착의 향. 완전의 향.

우리는 함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체취가 내 온몸에 묻어 있었다. 내 손에서는 그녀의 질액 냄새가 났고, 내 입술에서는 그녀의 땀 냄새가 났다. 나는 마침내 완전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느낌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몇 시간 후면 금단 증상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미 내 손끝이 미세하게 저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체취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코가 감지하고 있었다.

이담은 내 품에 안긴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내 가슴에 올라왔다.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손길이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손길. 그녀의 검지와 중지가 내 경동맥 위에 정확히 놓였다.

"당신은 역시… 최고의 예술 작품이에요."

그녀가 낮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이담이 손을 뻗어 전화를 집어 들었다.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눈 후,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에서 혈색이 가시며, 방금 전까지 오르가즘으로 붉어졌던 뺨이 창백해졌다.

"방금 미술관 경비팀에서 연락 왔어요. 누군가 내 연구실에 침입해서… 내 개인 기록들을 훔쳐 갔대요."

침입자들. 체취를 빼앗은 그들. 이제는 이담의 데이터까지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옆구리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렸다. 상처 부위의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해 붕대를 적셨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 더 강렬한 것이 내 안에서 타올랐다. 분노였다. 내 향료를, 내 세계의 유일한 열쇠를 노리는 자들에 대한. 그 분노가 내 심박을 다시 끌어올렸다. 귀 안에서 혈액이 쿵쿵 울렸다.

그날 밤, 나는 윤세아를 만났다. 그녀는 내게 한 통의 서류를 건넸다. 서류를 건네는 그녀의 손목에서 희미한 소독용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병원 특유의 그 냄새가 이담의 체취가 아직 남아 있는 내 코를 찔렀다. 금단 증상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나는 이담의 체취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 무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허사였다. 윤세아에게서 나는 건 오직 소독약과 무균 처리된 라텍스의 잔향뿐이었다. 그 인공적인 냄새가 내 비강을 자극하자, 금단 증상이 더 강하게 올라왔다.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사물의 윤곽이 흐려졌다.

"네가 부탁한 그 뒷조사, 일부 결과 나왔어. 습격범들이 사용한 진압용 스프레이에서 특수 합성 페로몬이 검출됐어. 이 성분은…"

그녀가 말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 손이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움켜쥐는 것을 그녀가 보았다. 손톱 밑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줬지만, 그 감각조차 희미했다. 손톱 밑의 모세혈관이 압박되어 피가 빠져나가는 시각적 정보만 남았을 뿐, 그 부위의 통각은 이미 무뎌져 있었다. 이담의 체취가 멀어질수록 촉각도 함께 무뎌지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마디가 경직되어 구부리기조차 힘들었다.

"레온 하르트만. 7년 전 길드에서 추방된 조향사야. 지금은 암시장에서 '희귀 체취'를 수집하는 미친 놈이고. 그가 최근 '금기의 서'에 기록된 완전의 향을 재현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아."

레온 하르트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내 뇌리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스승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들었던 이름. '완전의 향'에 미쳐 스스로를 파괴했던 조향사의 이름. 그 기억이 떠오르자마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심박이 귀 안에서 북처럼 울렸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허리띠 안쪽을 적셨다. 그 땀에서 나는 내 체취마저 평소와 달랐다. 공포가 섞인, 쇠 맛이 나는 땀이었다. 땀이 식으면서 등판이 차가워지고, 젖은 셔츠가 등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윤세아가 잠시 망설이며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그녀의 망설임이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서류를 내미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네 신경 검사 결과야. 서지오, 네 증상은 더 이상 단순한 후각 상실이 아니야. '감각 의존성 인격 해체'로 진행 중이야. 이 상태가 계속되면… 그 여자의 체취 없이는 기본적인 오감조차 상실하게 될 거야."

그녀의 말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감 상실. 그 단어가 내 뇌리에 박히는 순간, 나는 이담의 체취를 떠올렸다. 그녀의 목덜미에서 올라오던 생살 냄새, 유두의 단내, 질액의 비릿한 바다 향. 그 모든 분자 하나하나가 내 혈관 속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녀의 체취가 내 신경을 갉아먹고 내 인격을 해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파멸조차 감미롭게 느끼고 있었다. 파멸의 냄새조차 그녀에게서 온다면, 그것은 구원과 다르지 않았다. 내 손의 떨림이 팔 전체로 번졌다. 윤세아가 건넨 서류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려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나는 이담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침대 옆에 서서 잠든 그녀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수면 중인 그녀의 체취는 각성 상태와 또 달랐다. 느리고, 깊고, 무방비한 체취였다. 꿈속에서 분비되는 미세한 아세틸콜린의 흔적이 평소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액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낡은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내 스승이, 이담과 놀랍도록 닮은 여성과 함께 서 있었다. 스승의 얼굴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기와 환희가 뒤섞인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사진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바랜 잉크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완전의 향, 첫 번째 실험체.'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시야가 일그러졌다. 사진 속 스승의 얼굴이 물결치듯 왜곡되었다. 그 왜곡이 시야 전체로 번지며, 방 안의 모든 사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모든 냄새가 사라졌다. 방 안의 공기가 완전한 무취로 변했다. 이담의 체취마저 감지할 수 없었다. 후각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공포가 나를 덮쳤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튀어나올 듯 쿵쾅거렸다. 그 소리가 귀 안에서 증폭되어 고막이 찢어질 듯 울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으며 사진을 떨어뜨릴 뻔했다. 식은땀이 이마에서 솟아나 눈썹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땀의 짠맛이 입술에 닿았지만, 그 짠맛조차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미각도 함께 무뎌지고 있었다. 청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내 심장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갑자기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로 바뀌었다. 마치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쇠붙이를 긁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그 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시야 가장자리부터 검은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점들이 점점 커지며 내 시야를 잠식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이담의 체취. 침대에서 올라오는 그녀의 체취가 갑자기 돌아왔다. 후각이 복구된 것이다. 그 향은 내 충격과 공포를 감쌌다. 그녀의 체취가 내 심박을 조금씩 늦추고, 일그러진 시야를 바로잡았다. 검은 점들이 사라지고, 청각의 왜곡이 멈췄다. 마치 독이면서 동시에 해독제인 무언가처럼, 그녀의 체취가 내 감각을 붙잡아 현실에 묶어두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침대 난간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난간을 움켜쥐는 감각이 돌아왔다. 나무의 결이 손바닥에 새겨졌다.

그때, 침대에서 이담이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체취가 다시 한 번, 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쇠가 돌아가는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현관을 가로질렀다. 그 발걸음 소리는 내가 수년간 듣지 못했던,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리듬이었다. 스승의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침대 위의 이담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방금 전까지 잠들어 있던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또렷하고, 차가우며, 어딘가 승리에 찬 빛이 깃들어 있었다.

"서지오 씨, 드디어… 완전의 향이 완성되었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지만, 그 안에는 실험을 마친 과학자의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그녀의 체취가 다시 한 번, 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향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감지했다. 그녀의 체취에 섞인, 미세한 합성 페로몬의 분자 구조를.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