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손끝이 떨렸다. 새벽 네 시, 침대 시트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등에 달라붙었다. 코를 찔러오는 건 내 자신의 비릿한 공포뿐. 이담의 체취가 사라진 지 열네 시간째.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려오고, 눈 뒤쪽에서 무언가 바스러지는 감각. 후각이 다시 죽어간다.

베개 밑에 숨겨둔 유리병을 꺼냈다. 그녀의 작업실에서 채취한 면봉이 든 작은 병. 마개를 열자 희미한 잔향이 코끝을 스쳤다. 땀과, 약간의 먼지, 그리고 그녀의 피부에서 배어나온 지방산의 미세한 단내. 뇌가 쾌락 물질을 분비하며 경련했다. 하지만 이건 티스푼 한 모금의 물로 갈증을 달래는 일. 충분하지 않다. 충분할 리 없다.

나는 병을 입가에 대고 혀로 유리 입구를 핥았다. 차갑고 무미한 감촉. 그녀의 살 냄새는 이미 증발하고 없었다.

발작이 시작됐다.

가슴이 조여들고 시야가 흐려졌다. 벽지의 무늬가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옷을 챙겨 입었다. 청바지 지퍼를 올리는 손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둔하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녀에게 가야 한다.

현관문을 열자 복도의 형광등 냄새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한 무취의 세계. 죽은 자의 감각으로 나는 미카엘리 현대미술관을 향해 걸었다.

***

아침 일곱 시 사십오 분. 이담의 작업실 문 앞.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이마를 차가운 철제 문에 기댔다. 눈을 감았다.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공기. 거기 그녀가 있다. 소독된 전시장의 잔향과, 아크릴 물감의 휘발성 냄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뚫고 올라오는 그녀의 체취.

문이 열렸다.

"서지오 씨……."

이담의 목소리. 평소보다 반음 낮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색 터틀넥에 헐렁한 면바지. 머리는 대충 묶어 올렸고, 목덜미가 드러나 있었다. 그 살갗 위로 솜털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들어와요."

그녀가 물러서며 공간을 내줬다. 내가 문지방을 넘는 순간, 그녀의 체취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밤새 작업한 땀의 잔염. 약간의 커피 향. 그리고 그녀의 귀 뒤쪽 피지선에서 분비된 은은한 동물적 노트.

내가 그녀의 체취를 들이마시는 순간, 사라졌던 모든 감각이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되살아났다. 손끝이 따끔거렸다. 눈앞의 색채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성기였다. 청바지 안에서 귀두가 부풀어 올라 요도 주변이 축축해지는 감촉.

"앉아요. 차 좀 줄게요."

이담은 이미 내 상태를 읽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내 바지 앞쪽에 잠시 머물렀다 떠났다. 부끄러움은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관찰자의 것.

나는 낡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이담이 찻잔을 건네며 내 옆에 앉았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그녀의 체취는 이제 내 코를 완전히 점령했다.

"서지오 씨."

그녀가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동공이 평소보다 확장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한 톤 낮게 깔렸다. 관찰자인 척했지만, 그녀의 경동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당신, 왜 이렇게 내 냄새에 집착하는 거예요?"

질문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답을 반쯤 알고 있었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도자기가 유리 탁자에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냈다.

"후각을 잃었습니다."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건조했다.

"일 년 전에 진단받았죠. 신경성 후각 상실. 치료법은 없대요. 모든 향료가 그냥…… 사라졌습니다. 장뇌도, 사향도, 재스민도. 전부."

이담이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계속했다.

"그런데 당신 냄새는 맡을 수 있어요. 당신 체취만이 유일하게 내 감각을 되살려요. 이유는 모릅니다. 아마 당신 체취 속에 있는 특정 분자 구조가 내 망가진 신경 수용체에 반응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나는 잠시 멈췄다. 입안이 바싹 말랐다.

"아니면 당신 체취에 내가 중독된 거죠."

침묵. 이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충격.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곧 굳게 다물렸다.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깍지 꼈다. 관절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그래서……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그렇게 기괴하게 굴었군요."

"예."

"그리고 지금도. 지금 당신, 내 냄새 때문에……."

그녀의 시선이 다시 내 바지 앞쪽을 훑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이건 병리적 반응이에요. 당신 체취가 내 뇌의 보상 회로를 직접 자극해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성적 흥분 호르몬이 한꺼번에 분비됩니다. 마약과 똑같은 기전이에요."

이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서 더 이상 충격은 사라지고, 대신 어떤 계산이 반짝이고 있었다. 큐레이터의 눈. 전시를 기획할 때의 그 눈. 하지만 그녀의 허벅지가 무의식적으로 꼬였다. 검은 면바지 사이로 마찰음이 들릴 듯 말 듯.

"그럼 내 체취가…… 당신의 유일한 치료제라는 거네요."

"치료라기보다…… 유지제에 가깝죠. 당신 체취가 없으면 내 감각은 다시 죽습니다. 그리고 그 금단 증상은……."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보였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신경계 과부하, 발작, 감각 소실. 점점 더 심해질 거예요."

이담이 일어섰다. 그녀는 작업실 한쪽에 놓인 커다란 캔버스 앞으로 걸어갔다. 빈 캔버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면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등이 나를 향해 있었지만, 나는 보았다. 그녀의 목덜미가 붉어지고 있었다. 경동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서지오 씨, 나랑 계약해요."

그녀가 돌아서지 않고 말했다.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숨소리 사이에 미세한 떨림이 끼어 있었다.

"정기적으로 내 체취를 제공할게요. 당신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대신……."

그녀가 돌아섰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단단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약간 벌어져 있었고, 혀끝이 아랫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신 당신의 모든 감각 반응 데이터를 내게 줘요. 체취를 맡을 때의 신경 반응, 금단 증상의 진행 과정, 성적 각성의 정도까지. 전부 기록할 거예요. 이건 내 다음 전시의 주제가 될 거예요. '인간 페로몬에 중독된 뇌'라는 제목으로요."

나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지금 나를 향료로, 동시에 예술의 재료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거절할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의 체취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좋아요."

내가 대답했다. 내 목소리는 이미 잠겨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이담이 눈썹을 올렸다.

"지금…… 당장 당신 체취가 필요해요. 지난 열네 시간 동안 금단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신 손을 뻗어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은 약간 축축했다. 땀. 긴장. 하지만 저항은 없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내 얼굴로 이끌었다. 손바닥을 내 코와 입술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손바닥 땀샘에서 분비된 체취가 내 폐로 밀려들어왔다. 염분, 요소, 젖산, 그리고 그녀의 피부에서만 나는 특유의 분자 구조. 내 뇌가 폭발했다. 신경 시냅스가 불꽃을 튀기며 재연결되는 감각. 눈 뒤쪽이 뜨거워지고, 고막 안쪽에서 피가 울렸다.

나는 그녀의 손바닥을 핥았다.

혀끝으로 소금기를 느꼈다. 약간 쌉쌀한 피부 각질의 감촉.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그녀의 진짜 맛. 내 성기가 완전히 발기해 청바지 앞부분을 밀어 올렸다. 귀두가 속옷에 마찰되며 투명한 쿠퍼액이 요도구 밖으로 스며나왔다.

이담이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움직였다.

그녀가 내 무릎 위에 올라탔다.

헐렁한 면바지 너머로 그녀의 허벅지가 내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몸무게가 내 성기 위에 직접 실렸다. 나는 신음했다. 그녀의 얼굴이 내 시선 높이로 내려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관찰자의 빛이 살아 있었지만, 그 아래로 확장된 동공이 있었다. 흥분.

"치료 세션을 시작하죠."

이담이 속삭였다. 그녀의 숨결에서 커피와 민트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녀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목덜미를 내 얼굴에 가져다댔다. 귀 뒤쪽, 솜털이 난 피부가 내 입술에 스쳤다.

그곳의 체취는 더 진했다. 피지선이 밀집한 부위. 땀과 피지가 혼합된 그녀만의 원초적 노트가 내 코를 찔렀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빨아들였다.

입술로 피부를 감싸고, 혀로 그녀의 땀구멍 하나하나를 더듬었다. 그녀의 체취가 내 구강 점막으로 스며들었다. 타액이 그녀의 목에 번졌다. 이담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허벅지가 내 허리를 더 세게 조였다.

"아……."

그녀의 신음이 내 귀에 직접 박혔다. 나는 그녀의 터틀넥 깃을 아래로 당겼다. 쇄골이 드러났다. 그녀의 쇄골 위로도 체취가 짙게 깔려 있었다. 나는 그곳을 다시 빨았다. 피부를 빨아들여 붉은 반점을 만들었다. 그녀의 체취가 내 혀에 녹아들었다.

이담이 내 어깨를 짚고 상체를 약간 뒤로 뺐다. 그녀의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입술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가 내 청바지 지퍼 위로 손가락을 올렸다.

"이것도 기록해야 하니까."

그녀가 지퍼를 내렸다. 금속 이빨이 갈라지는 소리가 조용한 작업실에 날카롭게 울렸다. 그녀의 손이 내 속옷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발기한 성기를 감쌌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귀두를 훑었다. 쿠퍼액이 그녀의 손가락에 묻어났다.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 내 눈앞에 보여줬다. 투명한 실이 그녀의 검지와 엄지 사이로 늘어졌다.

"이게 당신의 체취인가요, 서지오 씨?"

그녀가 묻는 동안 나는 그녀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면바지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검은색 레이스 팬티가 드러났다. 그녀의 음모가 레이스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밀었다.

그녀의 음부가 드러났다. 대음순이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 사이로 애액이 번들거렸다. 그녀의 체취가 그곳에서 가장 진하게 올라왔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질 분비물에서 풍기는 약간의 산성과, 자궁 경부 점액의 달콤한 단내가 내 뇌를 마비시켰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려 내 성기 쪽으로 이끌었다. 그녀가 내 어깨를 더 세게 붙잡았다. 그녀의 질 입구가 내 귀두에 닿았다. 뜨거웠다. 그녀의 체온이 내 성기에 직접 전달됐다.

"들어가요."

이담이 명령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아래로 누르며 성기를 밀어 넣었다. 귀두가 그녀의 질벽을 밀고 들어갔다. 그녀의 질 내부는 뜨겁고 조이고 젖어 있었다. 점막의 주름 하나하나가 내 성기를 감싸는 감촉.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그녀의 질벽이 수축할 때마다 짙은 페로몬이 코 점막을 핥는 듯했다. 분비물과 피지, 그리고 그녀의 자궁에서 올라오는 깊은 내장의 냄새. 그 냄새가 내 성기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질 깊숙이까지 성기를 밀어 넣었다. 음모가 서로 엉켰다.

"움직여요."

이담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의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아래에서 위로 찔러 올렸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더 깊이 빨아들였다. 애액이 내 성대를 타고 흘러내려 고환을 적셨다.

내가 찌를 때마다 그녀의 체취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땀과 성적 분비물이 혼합된 원초적 페로몬. 나는 그 향을 들이마시며 더 거칠게 움직였다. 그녀의 음핵이 내 치골에 마찰될 때마다 그녀의 질벽이 경련했다. 그녀의 손톱이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더……."

이담이 신음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관찰자의 톤을 잃었다. 나는 그녀의 터틀넥을 위로 밀어 올렸다.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유두가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나는 한쪽 유두를 입에 물고 빨았다. 그녀의 유륜 주변에서도 체취가 났다. 약간의 비누 냄새와, 피부 밑의 유선 조직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젖의 단내.

내가 그녀의 유두를 빨면서 동시에 질을 찌르자, 이담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질이 강하게 수축하며 내 성기를 압박했다. 나는 사정이 임박했음을 느꼈다. 고환의 무게가 묵직해지고, 정액이 정관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

"안에……."

내가 경고했지만 이담은 오히려 그녀의 엉덩이를 아래로 더 세게 눌렀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 뿌리까지 삼켰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마지막으로 강하게 찔러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질 가장 깊은 곳에 사정했다.

정액이 요도를 타고 분출되는 순간, 내 뇌 전체가 백색광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체취가 내 감각을 완전히 점령했다. 후각, 미각, 촉각이 하나로 융합되는 공감각적 절정.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땀, 피지, 정액, 그리고 그녀의 애액이 혼합된 향이 내 폐를 가득 채웠다.

이담이 내 품에서 축 처졌다. 그녀의 질이 여전히 경련하며 내 정액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게 내 귀에 부딪혔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내 가슴을 통해 전달됐다.

몇 분이 지났다. 우리는 서로의 체취를 교환한 채 소파에 엉켜 있었다. 그녀의 질에서 내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냄새가 점점 더 진해졌다.

마침내 이담이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반쯤 감겨 있었지만,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첫 번째 데이터 수집 완료."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나른했다. 그녀는 내 무릎에서 내려와 떨어진 바지를 주워 입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정액이 번들거렸다.

"앞으로 일주일에 세 번.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아침 여덟 시. 이 시간에 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성기는 여전히 그녀의 체취로 젖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

그렇게 치료 세션이 시작됐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낮에는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 회의에 참석하는 조향사인 척했고, 밤에는 그녀의 체취 없이 금단 증상을 견디는 중독자였다. 세션이 있는 날 아침이면 그녀의 작업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매번 다르게 나를 맞이했다. 어떤 날은 목덜미를, 어떤 날은 팔꿈치 안쪽의 얇은 피부를, 어떤 날은 허벅지 안쪽의 민감한 부분을 제공했다. 나는 그 부위를 빨고, 핥고, 냄새 맡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항상 그녀의 질 안에 성기를 삽입했다. 사정할 때마다 그녀의 체취가 내 정액과 섞여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혼합물이 됐다.

그녀는 매 세션마다 노트북에 기록했다. 내 심박수, 사정까지 걸린 시간, 내가 특히 강하게 반응한 체취 부위, 내가 사용한 단어들. 그녀의 데이터베이스는 점점 더 방대해졌다.

내 조향 스튜디오에는 먼지가 쌓였다. 윤세아가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메시지만 쌓여갔다.

"지오야, 너 요즘 왜 그래? 스튜디오도 안 나오고. 무슨 일이야?"

"지오, 길드에서 너 찾고 있어. 엘레나 크로스라는 사람이 네 작업 기록을 열람했대. 조심해야 해."

"지오, 제발 연락 좀 해. 걱정돼."

나는 메시지를 듣고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이담의 체취만이 내게 중요했다.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소음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평소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세션을 마치고 이담의 작업실을 나서려는 순간, 문이 밖에서 열렸다. 카이였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은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의 작업복에서는 나무 톱밥과 니스 냄새가 풍겼다. 그리고 그 아래로 이담의 체취가 묻어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작업실을 얼마나 자주 드나드는지 알 수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해."

카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나는 이담을 돌아봤다. 그녀는 캔버스 앞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카이가 나를 복도로 이끌었다. 미술관의 긴 복도는 텅 비어 있었고, 벽면에는 아무 그림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

"너, 이담이한테 뭘 하고 있는 거지?"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내 어깨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손에서 니스와 톱밥, 그리고 약간의 송진 냄새가 났다.

"내가 너한테서 나는 냄새를 말해줄까?"

그가 내 얼굴에 바짝 다가섰다. 그의 숨결에서 쓴 커피 냄새가 느껴졌다. 나는 그가 들이쉴 때 그의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내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내 피부에 스며든 이담의 체취와, 그 위에 덧씌워진 내 땀과 정액의 잔향을.

"포르말린 냄새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시체를 보존할 때 쓰는 그 약품. 너한테서 그 냄새가 나. 이담이의 체취가 네 몸에서 썩어가고 있어. 살아있는 그녀의 냄새가 아니라, 네가 박제하려고 절인 시체 냄새."

나는 숨을 멈췄다. 카이의 눈이 분노로 반짝였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더 세게 짓눌렀다. 그의 손바닥에서 송진 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왔다.

"넌 이담이를 보존하려는 거야. 그녀가 살아있는 예술가라는 걸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네가 맡을 수 있는 냄새의 원천으로만 박제하려는 거라고. 그녀의 체취를 네 몸에 발라서 보존하는 것. 그게 네가 하는 짓이야. 죽은 것을 보존하려는 자의 냄새. 그게 너야."

그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작업복에서 나무 톱밥 냄새와 함께, 그가 흘린 땀의 염분 냄새가 풍겼다. 그가 분노로 흘리는 땀. 그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이담이는 네 방부제가 될 수 없어. 그녀는 살아서 숨 쉬고, 땀 흘리고, 변해야 하는 사람이야. 네 집착이 그녀를 죽이고 있어."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가시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그녀를 죽이고 있는가. 그녀의 체취를 보존하려는 내 시도가, 오히려 그녀라는 살아있는 존재를 소멸시키고 있는가.

카이가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 돌아섰다. 그가 다시 이담의 작업실로 향했다. 문이 닫히기 전, 나는 그가 이담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사람 위험해, 이담아. 제발……."

문이 닫혔다. 나는 벽에 기댄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내 손끝에서 여전히 그녀의 체취가 느껴졌다. 하지만 카이의 말이 그 체취를 오염시켰다. 포르말린 냄새. 죽음을 보존하는 자의 냄새.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은 어둡고 조용했다. 형광등 몇 개가 깜빡이고 있었고,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타이어 자국과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내 차를 향해 걸어갔다. 발소리가 텅 빈 공간에 메아리쳤다.

그때였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가죽 밑창이 콘크리트를 긁는 소리. 그리고 그들의 체취가 밀려왔다. 오래된 담배 연기와 엔진오일, 그리고 동물성 가죽의 비릿한 냄새. 나는 돌아보기도 전에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시야가 흔들렸다.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철분의 금속성 맛이 혀끝에 퍼졌다.

"움직이지 마."

굵은 남자 목소리.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이 내 머리를 바닥에 짓눌렀다. 장갑의 가죽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다른 손이 내 가방을 낚아챘다. 지퍼가 열리는 소리.

"찾았다. 이거야."

유리병이 부딪히는 소리. 이담의 체취가 담긴 유리병. 그들이 그걸 가져갔다. 나는 몸부림치려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내 등을 발로 짓눌렀다. 군화 밑창의 고무 냄새와, 그 아래 깔린 흙먼지 냄새. 척추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

"레온 님께서 이 향료에 관심이 있으시다."

다른 목소리. 더 낮고, 더 차가운 목소리. 그의 체취는 달랐다. 다른 두 사람에게서 나던 땀과 담배 냄새가 아니라, 오드콜로뉴의 알코올성 잔향과 그 아래 깔린 부패 직전의 꽃 냄새. 시들어가는 백합.

"더 이상 이 여자에게 접근하지 마라. 다음에 또 이런 걸 발견하면, 그때는 네 코를 잘라낼 테니까."

내 머리를 짓누르던 발이 떨어졌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엔진이 걸리고, 타이어가 콘크리트를 긁으며 멀어졌다. 배기가스의 매캐한 냄새가 잔류했다.

나는 주차장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입안의 피 맛. 등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통증. 그리고 사라진 유리병.

그들이 가져갔다. 그녀의 체취를. 그녀의 체취가 이제 레온이라는 자의 손에 있다.

나는 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었다. 유리병은 없었다. 대신 내 손가락에 묻은 것은 내 자신의 피와, 콘크리트 먼지, 그리고 희미하게 남은 그녀의 체취뿐.

후각이 다시 죽어가기 시작했다.

코끝이 차가워졌다. 세상의 모든 냄새가 수축하고 있었다. 피 냄새조차 희미해졌다. 가해자들의 체취도, 내 땀 냄새도, 콘크리트의 먼지 냄새도 전부 사라졌다. 나는 주차장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들이쉬었다. 마지막 남은 그녀의 잔향을 붙잡으려는 듯.

하지만 그것마저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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