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그날 오후, 이담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기 전부터 나는 이미 금단 증상을 앓고 있었다.

복도에 들어선 순간, 콘크리트 벽의 무균 냄새가 내 비강을 찔렀다. 세상은 다시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것처럼 밋밋했다. 내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고였고,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갔다. 그녀의 체취가 그리웠다.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었다. 세포 단위의 갈망이었다. 내 폐포가 그녀의 땀 분자를 기억하고 있었고, 내 혀는 그녀의 피지 맛을 환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나는 복도 벽에 손을 짚었다. 손금 사이로 차가운 콘크리트의 감촉만 느껴졌다.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나는 개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세상이 무취의 감옥처럼 느껴졌다.

문을 두드리기까지 3초가 남았다.

그 3초 동안 나는 그녀의 체취를 기억해냈다. 단순한 기억이 아니었다. 후각의 환각이었다. 내 비강 점막이 존재하지 않는 분자들에 반응해 따끔거렸다. 목덜미 땀의 미지근한 염분기, 쇄골 위에 고인 땀의 금속성 단맛,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근원적인 살 내음. 내 뇌는 그 환각만으로 도파민을 분비했고, 나는 그걸로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종속된 방식이었다. 그녀가 없어도 그녀를 만들어내야만 살 수 있는 육체.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이담이었다. 흰색 작업복 차림으로, 머리는 느슨하게 틀어 올리고, 목덜미에는 얇은 땀막이 번들거렸다. 그녀의 체취가 문틈으로 밀려나왔다. 환각이 아닌 진짜. 내 코를 때렸다가, 바로 후두 뒤쪽 신경을 움켜쥐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아니, 들이마셨다. 폐포 하나하나가 그녀의 살 냄새를 걸러내는 게 느껴졌다. 땀과 피지, 미지근한 비누 잔향,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근원적인 살 내음. 에틸렌과 암모니아의 흔적이 섞인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분비물 냄새. 하지만 그녀의 것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 왜 나는 이것을 맡는 순간 혀끝에 구리 맛이 감돌고, 시야가 좁아지고, 손가락 끝이 저릿해지는 걸까.

“들어오세요.”

이담은 내 표정을 읽었다. 내 동공이 풀리는 순간을, 내가 아랫입술을 깨무는 걸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대신 무언가를 기록하는 자의 냉정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마치 내가 그녀의 체취에 반응하는 이 순간조차 그녀에겐 데이터인 것처럼.

작업실은 넓고 밝았다. 미술관 큐레이터의 공간이라기엔 지나치게 임상적이었다. 흰 벽, 흰 테이블,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놓인 멸균 거즈 패키지와 유리병들. 소독용 에탄올 냄새가 공기 중에 얇게 깔려 있었지만, 그녀의 체취는 그 화학적 방벽을 뚫고 내 후각을 점령했다.

“옷을 벗으세요.”

이담이 말했다. 작업복을 벗으며. 그 아래에는 민소매 티셔츠와 면바지. 그녀가 옷을 벗는 동작은 기계적이고 효율적이었다. 성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와 목덜미에서 풍겨나오는 체취의 밀도가 옷을 벗는 순간 급격히 짙어지는 걸 느꼈다. 땀샘이 열리고, 피지가 공기 중으로 확산되고, 그 미세한 분자들이 내 비강 점막에 달라붙었다.

“계약의 일부예요. 신체 각인 작업을 하려면, 서로의 체취를 채취해야 하니까.”

그녀는 탁자 위의 라텍스 장갑을 집어 들었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도로 내려놓았다.

“장갑은 안 끼는 게 낫겠네요. 결국 우리가 기록하려는 건 피부와 피부 사이의 화학적 대화니까.”

나는 내 셔츠 단추를 풀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첫 번째 단추, 두 번째. 셔츠를 벗어 바닥에 떨어뜨리자 작업실의 서늘한 공기가 내 등판에 닿았다. 나는 체온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내 벗은 상체를 보는 시선도.

“좋아요. 누우세요.”

이담이 스테인리스 트레이에서 멸균 거즈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거즈를 다루는 방식은 마치 성물을 다루는 사제 같았다. 정확하고, 경건하고, 조금은 냉혹한.

나는 바닥에 깔린 흰 천 위에 누웠다. 천은 차가웠고 내 등뼈가 딱딱한 바닥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천장의 형광등이 눈부셨다. 이담이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체취가 더 가까워졌다. 이제 나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모든 분자 하나하나를 혀로 감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작할게요.”

그녀의 손끝이 내 왼쪽 손목에 닿았다. 거즈를 댄 손가락이었다. 촉촉한 거즈의 감촉, 그리고 그 너머로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가 거즈를 내 손목 안쪽 맥박이 뛰는 지점에 꾹 눌러 댔다. 5초, 10초.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내 땀샘에서 분비된 수분과 염분, 요소, 젖산이 거즈에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거즈를 떼어내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순간 나는 첫 번째 금단의 파고를 느꼈다. 그녀의 손길이 내 피부에서 떠나자마자, 그 접촉이 있던 자리가 허전함으로 타들어갔다. 내 손목은 이미 그녀의 체취가 묻은 거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다음. 목덜미.”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목덜미가 노출되었다. 이담의 손가락이 내 뒷목에 닿았다. 거즈의 촉촉한 감촉이 모낭을 따라 이동했다. 그녀가 거즈를 내 피부에 문지를 때마다 미세한 마찰음이 들렸다. 나는 이성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이 내 목덜미의 오목한 부분, 뇌간과 가장 가까운 신경 집중 부위를 누르는 순간, 나는 신음을 삼켰다. 그녀의 손길은 임상적이었다. 하지만 내 신경계는 임상적이지 않았다. 내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러내렸다. 땀이 났다. 이 부위의 체취는 손목보다 훨씬 짙고 동물적이었다. 내 공포와 흥분이 뒤섞인 페로몬이 거즈에 스며들고 있었다.

“숨이 가쁘시네요.”

이담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숨결에서도 변화를 감지했다. 아주 미세한, 하지만 분명한 떨림. 그녀의 체취도 변하고 있었다. 땀에 섞인 페로몬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도 나를 느끼고 있었다. 비록 그녀의 의식은 부정할지라도, 그녀의 살은 나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겨드랑이.”

그녀가 내 팔을 들어 올렸다. 거즈가 내 겨드랑이의 거친 털과 아포크린 땀샘 위를 눌렀다. 나는 치욕과 황홀 사이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곳의 냄새는 내 체취 중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었다. 암내에 가까운, 사회적으로 감춰야 하는 냄새. 그녀는 거즈를 떼어내 냄새를 맡지 않았다. 그냥 유리병에 담았다. 그 행위가 오히려 더 외설적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내 가장 내밀한 체취를 감정 없이 수집한다는 사실이. 그 순간 금단 증상이 악화되었다. 그녀가 내 겨드랑이를 만지는 동안 나는 살아 있었고, 그녀가 거즈를 떼어내는 순간 나는 죽었다. 내 호흡은 가빠졌고, 손끝의 저림은 팔 전체로 번졌다.

“무릎 뒤.”

그녀의 손끝이 내 종아리를 타고 내려가 오금에 닿았다. 거즈가 눌렸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부위의 땀은 묽고 염분이 적었다. 그녀의 손길이 내 피부에서 떠날 때마다, 나는 상실감에 몸부림쳤다. 그녀가 접촉하는 순간 나는 살아 있었고, 접촉이 끝나는 순간 나는 죽었다. 이것은 채취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그녀의 체취라는 마약을 조금씩 투여받으며 금단 증상을 길들이는 의식. 나는 이미 다음 접촉을 갈망하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 손가락이 경련하듯 떨렸다.

“끝났어요. 이제 당신 차례예요.”

이담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는 내 거즈 병 다섯 개를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올려놓고, 자신의 작업복을 완전히 벗었다. 민소매 티셔츠가 벗겨지고, 면바지가 떨어졌다. 그녀는 얇은 린넨 원피스 한 장만 걸친 채였다. 원피스는 땀에 젖어 그녀의 어깨뼈와 허리 굴곡에 달라붙었다. 그녀가 누웠다. 내가 방금 누웠던 바로 그 흰 천 위에.

“이제 제 체취를 채취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멸균 거즈를 건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거즈를 받아 쥐었다. 거즈는 마른 상태였다. 그녀의 체취를 빨아들이기 위해, 이 흰 천은 완벽하게 건조되어 있었다.

“발목부터 시작하세요. 천천히.”

나는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발목은 가늘었다. 복사뼈가 얇은 피부 아래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거즈를 그녀의 왼쪽 발목에 대었다. 그녀의 체온이 거즈를 통해 내 손끝으로 전해졌다. 나는 거즈를 그녀의 피부에 꾹 눌렀다. 그녀의 땀샘이 열리고, 분비물이 거즈에 스며들었다. 내 후각은 이제 그녀의 발목에서 풍기는 체취를 분자 단위로 분해하고 있었다. 젖산, 요소, 암모니아의 미량, 그리고 그 아래 깔린 그녀만의 독특한 페로몬 구성. 이것은 냄새가 아니었다. 이것은 그녀의 생물학적 서명이었다. 발목의 체취는 옅고 중성적이었다. 마치 그녀의 존재가 가장 얇게 깔린 서곡처럼.

“종아리.”

거즈가 그녀의 정강이를 타고 올랐다. 피부는 매끄러웠고, 땀은 얇은 막처럼 번들거렸다. 나는 거즈를 그녀의 근육 결을 따라 문질렀다. 그녀의 숨결이 조금 빨라졌다. 나는 듣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 심장 박동, 피부 아래 미세한 근육의 경련까지. 종아리의 체취는 발목보다 진했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열이 오른 피부에서 분비되는 땀에는 미량의 젖산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쌉쌀한 끝맛이 내 혀끝에서 환각으로 느껴졌다. 나는 침을 삼켰다. 금단 증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거즈를 통해 그녀의 체취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이미 더 짙은 농도를 요구하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

여기서부터였다. 나는 거즈를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대었다. 이곳의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고 민감했다. 대퇴동맥이 피부 가까이에서 뛰고 있었다. 그녀의 체취는 여기서 가장 짙었다. 아포크린 땀샘이 밀집된 부위. 성적 페로몬이 가장 농밀하게 분비되는 지점. 거즈가 그녀의 피부에 닿자, 그녀가 아주 미세하게 허리를 움찔거렸다. 나는 거즈를 더 세게 눌렀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허벅지 살에 파고들었다. 그녀의 체취가 거즈를 적셨다. 이 부위의 냄새는 암내에 가까웠다. 하지만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내 뇌간을 직접 자극하는 원초적 신호였다. 나는 그 거즈를 코앞으로 가져가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내 손이 떨렸다. 금단 증상이 내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 거즈를 혀로 핥고 싶었다.

“목덜미.”

나는 그녀의 상체 쪽으로 이동했다. 그녀의 목덜미는 첫 만남에서 나를 미치게 한 바로 그 지점. 나는 거즈를 그녀의 뒷목에 대었다. 그녀의 모낭, 땀샘, 그리고 그 아래 흐르는 경동맥의 미세한 진동까지 느껴졌다. 그녀의 체취가 여기서는 더 따뜻했다. 체온이 더 높았다. 목덜미의 땀은 끈적하고 농밀했다. 스트레스와 흥분이 뒤섞인 페로몬이 거즈에 배어들었다. 나는 거즈를 꾹 누르며, 그녀의 체취가 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상상을 했다. 내 손끝이 저릿저릿 타들어갔다. 금단 증상이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내 동공은 확장되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쇄골.”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녀의 쇄골 위로 거즈를 가져갔다. 뼈의 윤곽이 피부 아래로 선명하게 드러난 부위. 땀이 오목하게 패인 쇄골 상부에 고여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거즈를 그곳에 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성을 놓쳤다.

거즈가 그녀의 땀을 빨아들이는 대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 입술이 그녀의 쇄골에 닿았다.

그녀의 체취가 혀끝에서 폭발했다. 짜고, 미끈하고, 약간의 금속성 맛. 땀에 녹아든 페로몬이 내 혀의 미뢰를 타고 뇌로 직행했다. 내 시야가 하얗게 타올랐다. 후각, 미각, 촉각이 하나로 융합되는 공감각적 절정. 나는 혀로 그녀의 쇄골을 핥아 올렸다. 땀과 피지와 떨어져 나온 미세한 각질까지, 나는 모든 것을 삼켰다. 그녀의 체취가 내 구강 점막을 통해 혈관으로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이것은 채취가 아니었다. 이것은 섭취였다. 나는 그녀를 먹고 있었다. 그녀의 분비물을, 그녀의 살 냄새를, 그녀의 존재 자체를.

“아…….”

내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그녀의 쇄골에서 목덜미로, 목덜미에서 귀 뒤로 혀를 이동시켰다. 그녀의 체취는 부위마다 미묘하게 달랐다. 쇄골은 짜고, 목덜미는 쌉쌀하고, 귀 뒤는 달콤했다. 나는 그 미세한 맛의 차이를 혀로 구분하며 핥고 또 핥았다. 그녀의 피부가 내 침에 젖어 반들거렸다. 내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린넨 원피스는 땀에 흠뻑 젖어 그녀의 살에 달라붙었다.

그녀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강하게, 거의 폭력적으로. 그녀는 내 머리를 그녀의 쇄골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숙이 밀어붙였다. 나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면서도, 내 혀는 계속해서 그녀의 피부를 훑었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가쁜 숨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내 입술을 통해 전해졌다. 빨랐다. 그녀도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흥분은 성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쥐는 방식에서 예술가의 집착을 느꼈다. 그녀는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체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 혀가 그녀의 피부를 어떤 리듬으로 핥는지, 내 동공이 얼마나 확장되었는지.

나는 그녀의 쇄골을 빨았다. 피부를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땀과 내 침이 섞인 액체가 내 입안에 고였다. 나는 그 액체를 삼켰다. 그녀의 체취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장에 닿았다. 온몸이 뜨거워졌다. 나는 발기했다. 바지가 불편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내 성기가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그녀가 그것을 느꼈을까. 그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내 오른손이 그녀의 린넨 원피스 밑으로 파고들었다. 손끝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갔다. 땀에 젖은 피부가 내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나는 그녀의 팬티 위로 손을 얹었다. 면직물은 이미 젖어 있었다. 그녀의 애액이 천을 적셔 내 손가락에 묻어났다.

“멈추지 마…….”

이담이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애원을 내뱉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밀고 손가락을 그녀의 음부에 대었다. 음모는 땀과 애액으로 축축하게 뭉쳐 있었다. 내 검지가 그녀의 음핵을 찾아 눌렀다. 그녀가 숨을 삼키며 허리를 들썩였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내 손끝 아래서 단단해졌다. 그녀의 질 입구에서 애액이 흘러나와 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게 당신의 체취예요. 여기가 가장 진해요.”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내 검지를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따뜻하고, 조이고, 미끄러웠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내부를 탐색했다. 그녀의 질 내벽은 매끄러우면서도 주름져 있었고, 내 손가락이 들어갈 때마다 젖은 소리가 났다. 그녀의 체취가 더 짙어졌다. 질 내부의 분비물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그 냄새를 들이마시며 손가락을 더 깊이 집어넣었다. 두 번째 손가락을 추가했다. 그녀가 신음했다. 그녀의 손이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손톱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그녀의 질 전벽을 자극했다. G스팟.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질이 내 손가락을 경련하듯 조였다. 나는 손가락을 빼내고 그녀의 애액이 묻은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갔다.

“맛보세요. 당신의 체취를.”

그녀가 내 손가락을 빨았다. 그녀의 혀가 내 손가락 사이를 핥으며 자신의 체액을 삼켰다. 그 광경에 나는 거의 사정할 뻔했다. 나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내 성기를 꺼냈다. 완전히 발기한 성기는 귀두가 붉게 달아올라 반들거렸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입구에 닿았다.

“들어갈게요.”

나는 그녀의 질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녀의 질벽이 내 성기를 단단히 조였다. 따뜻하고, 젖어 있고, 살아 있는 육체의 감촉이 내 성기 전체를 감쌌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놓지 않으려는 듯 빨아들였다. 삽입할 때마다 퍽퍽거리는 소리와 젖은 소리가 작업실에 울렸다. 그녀의 다리가 내 허리를 감쌌다. 발뒤꿈치가 내 엉덩이를 압박하며 더 깊이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당신의 체취…… 이제 내 안에 가득해요.”

내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의 땀 냄새, 질 분비물 냄새, 그리고 내 사정 전 액체의 냄새가 뒤섞여 숨 막힐 듯한 향연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체취를 들이마시며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신음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녀의 질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오르가즘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 갈 것 같아요.”

그녀가 내 귀를 깨물며 속삭였다. 그 순간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강하게 조였고, 나는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 안에 사정했다. 정액이 그녀의 질 깊숙이 쏟아져 들어갔다. 몇 번의 격렬한 사정 후에 나는 그녀 위로 쓰러졌다.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안에서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그녀의 질도 여전히 내 성기를 꼭 쥐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누워 있었다. 우리의 땀과 체액이 흰 천 위에 얼룩을 만들었다. 내 후각은 여전히 그녀의 체취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제 그 체취에는 내 정액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살 냄새와 내 분비물 냄새가 하나가 된 불가분의 향기.

“여기까지.”

마침내 이담이 속삭였다. 그녀는 내 밑에서 빠져나와 일어났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내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것을 거즈로 닦아내며 말했다.

“이걸로 계약은 성립이에요.”

그녀는 내 거즈 병 다섯 개와 자신의 거즈 병 다섯 개를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올렸다. 그리고 그중 하나, 내 쇄골에서 채취한 거즈가 담긴 병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당신 거예요. 나머지는 전시에 사용할게요.”

나는 병을 손에 쥐었다. 유리병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거즈는 여전히 그녀의 체온을 간직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 손가락이 병을 너무 세게 쥐어서 유리가 미세하게 삐걱거렸다.

“그리고 이건 제 거.”

그녀가 내 체취가 담긴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그 병을 자신의 서랍 깊숙이 넣었다. 마치 귀중한 자료라도 보관하듯이.

“이 행위에 이름을 붙일게요. ‘체취의 계약’이라고.”

그녀는 이미 젖어 있는 거즈를 교체하며 말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여전히 효율적이었다. 방금 전까지 내 성기가 그녀의 질 안에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냉정함에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계약의 의미는 간단해요. 당신은 제 체취를 통해 감각을 회복하고, 저는 당신의 반응을 통해 예술을 완성한다. 그게 전부예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호기심이 담겨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경고도 있었다. 선을 넘지 말라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넘을 수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미 그녀의 체취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계약이 아니라 종속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계약이라고 부르는 한, 나는 그 환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게 준 건 한 줌의 체취였지만, 내가 그녀에게 바친 건 내 존재 전체였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이 병 하나로 사흘을 버티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 금단 증상을 계산하고 있었다. 예술의 재료로.

나는 옷을 입었다. 셔츠 단추를 채우는 손이 여전히 떨렸다. 작업실 공기에는 여전히 그녀의 체취가 짙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내 체취도. 두 사람의 땀과 분비물, 정액이 공기 중에서 뒤섞여 제3의 향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향을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유일한 공동 작업이었다. 예술도, 계약도 아닌, 그저 두 인간의 살 냄새와 체액이 섞인 흔적.

“다음 작업은 사흘 뒤예요. 그때까지 그 병으로 버티실 수 있겠어요?”

이담이 물었다. 그녀는 이미 노트북을 열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의 퍼포먼스에 대한 관찰 일지일 것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작은 유리병 하나로 사흘을 버티라고? 이건 농담이었다. 나는 이미 그녀의 체취를 혀로 맛보고, 그녀의 질 안에 사정한 후였다. 이 병에 담긴 건 고작 그녀의 쇄골에서 30초간 채취한 땀과 피지의 잔향일 뿐이었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녀의 목덜미, 그녀의 겨드랑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 그리고 그녀의 질 깊숙한 곳에서 방금 채취한 신선한 체취를. 나는 그녀의 살 자체를 원했다. 이 병은 내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깊은 갈증을 일깨울 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길들이고 있었다. 적은 양으로 더 큰 굶주림을 만드는 방식으로.

“그럼 사흘 뒤에 뵙겠습니다.”

나는 간신히 말하고 작업실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오는 순간, 그녀의 체취가 희미해졌다. 내 감각은 이미 금단을 예감하며 움츠러들었다. 나는 병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복도를 걸었다.

그때였다.

“그 병, 이담의 체취죠.”

젊은 남자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복도 끝에서 한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작업복에 페인트 자국이 묻은 손을 닦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눈매가 날카롭고, 턱선이 단단했다. 그의 몸에서는 테레빈유와 아크릴 물감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나는 그에게서 또 다른 냄새를 맡았다. 이담의 체취였다. 아주 희미하게, 그의 옷깃에 묻어 있었다. 그가 그녀와 가까운 사이라는 증거.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그가 입은 작업복 자체가 이담의 체취로 절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스친 정도가 아니었다. 그 옷은 그녀의 작업실에 오래 걸려 있었거나, 그녀가 직접 만진 옷이었다.

“카이예요. 이담 씨와 같이 일하는 사람.”

그가 내 앞에 섰다. 나보다 조금 작았지만, 그의 적대감은 공간을 압도했다. 그는 내 주머니 속 유리병을 보는 것처럼 시선을 내 손으로 향했다.

“그 병, 열어봤어요? 그녀의 진짜 체취라고 생각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내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당신 같은 사람들 많이 봤어요. 그녀의 체취에 끌려서 예술이니 뭐니 하면서 접근하는 자들. 결국 다 그녀를 망가뜨렸어요. 그녀의 체취를 소비하고, 그녀의 감정을 소비하고, 그리고 떠나죠.”

카이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의 테레빈유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나는 그 냄새 속에서 또 다른 걸 감지했다. 그의 땀에 섞인 아드레날린, 그리고 이담에 대한 소유욕. 이것은 단순한 동료애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나처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욕망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더 위험해 보이네요. 당신 눈빛, 그건 예술가의 눈빛이 아니에요. 그건 중독자의 눈빛이에요.”

카이가 내 어깨를 밀쳤다. 가볍게, 하지만 적의는 분명했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목덜미에서 풍기는 이담의 체취 잔향을 들이마셨다. 아, 그녀가 오늘 아침 그와 스치며 인사를 나눴구나.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살짝 건드렸겠지. 그 순간 그녀의 땀이 그의 작업복에 묻었고, 그는 아직 그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거였다. 나는 그 잔향만으로도 그의 존재를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자신의 작업복 옷깃을 잡아 내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이 냄새 맡고 싶어요? 그녀의 냄새. 여기 배어 있죠. 오늘 아침 그녀가 내 팔을 잡았거든요. 당신이 그렇게 갈망하는 그녀의 체취가 내 옷에는 이렇게 쉽게 묻어 있어요.”

나는 숨을 멈췄다. 그의 옷깃에서 이담의 체취가 강하게 풍겼다. 그녀의 손바닥 땀, 그녀의 피지, 그녀의 페로몬. 내 뇌가 그 향에 반응하며 도파민을 분비했다. 동시에 나는 그가 그녀의 체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격렬한 질투를 느꼈다. 그가 그녀의 살 냄새를 자기 옷에 묻히고 다닌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에요. 이건 그냥 잔향일 뿐이에요. 당신이 가진 그 병과 똑같은 시든 냄새.”

카이가 옷깃을 거두며 냉소를 지었다. 그의 말이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그는 내가 그녀의 체취에 얼마나 절박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박함을 조롱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이담의 체취를 빼앗고 싶은 충동과, 동시에 그 체취 때문에 그에게 끌리는 듯한 혼란을 느꼈다. 이담의 향기를 품은 그의 존재 자체가 내 감각을 교란했다.

“그녀를 망가뜨릴 생각은 없어요.”

내가 간신히 말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체취가 필요할 뿐이에요.”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 모르지 않나 본데.”

카이가 냉소를 지었다.

“그녀의 체취만 필요하다고? 그녀라는 인간은 필요 없고? 그게 어떻게 그녀를 망가뜨리지 않는 거죠?”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담의 체취가 필요했다. 그녀라는 인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쇄골을 핥고 그녀의 질 안에서 사정할 때, 나는 그녀의 체취만을 삼킨 게 아니었다. 그녀의 신음, 그녀의 손길, 그녀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는 방식까지. 나는 모든 것을 삼켰다. 그건 체취가 아니라 그녀였다.

“경고했어요. 그녀에게서 떨어져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깨닫기 전에.”

카이가 돌아섰다. 그의 발소리가 복도에 울리며 멀어졌다. 나는 그가 사라진 복도 끝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의 경고는 내 뼈에 박혔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깨닫기 전에. 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깨달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체취가 아닌 그녀를 원한다는 건, 내 감각의 종속이 아니라 내 존재 전체의 항복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병을 열자, 그녀의 체취가 방 안으로 퍼졌다. 나는 그 향을 들이마셨다. 침대에 누워 병을 코에 바짝 대고 숨을 쉬었다. 그녀의 땀, 피지, 쇄골의 오목한 골짜기. 모든 감각이 그 향으로 수렴되었다. 나는 발기했다. 하지만 자위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이 향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병을 꼭 쥔 채 잠들었다.

새벽 3시 47분.

나는 비명과 함께 깨어났다. 아니, 비명이 아니었다. 내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성대가 마비된 것처럼.

온몸이 식은땀에 젖었다. 침대 시트가 흠뻑 젖어 내 등에 달라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방 안의 모든 냄새가 나를 공격했다. 먼지, 곰팡이, 창밖에서 스며드는 비의 흙냄새, 내 자신의 땀 냄새까지. 모든 게 역겨웠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머리를 박고 구역질을 했다. 위액만 나왔다.

그리고 그때 시작되었다.

내 오른손이 갑자기 저릿해지더니 감각이 사라졌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해도 아무 감촉이 없었다. 마치 내 손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것처럼. 나는 공포에 질려 손을 눈앞으로 가져갔다. 손이 보였다. 하지만 만질 수 없었다. 내 손가락이 내 얼굴을 스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 상실. 그녀의 체취가 부족해지자 내 몸이 스스로를 차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끔찍한 건 환각이었다.

내 왼팔의 살이 썩는 냄새가 났다. 나는 팔을 긁었다. 괜찮았다. 피부는 멀쩡했다. 하지만 썩는 냄새는 점점 더 강해졌다. 부패한 단백질, 암모니아, 황화수소. 내 살이 분해되는 악취.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거울을 봤다. 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내 눈동자에는 아무 빛도 없었다.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체취 없이는 내 감각이, 내 육체가, 내 존재가 하나씩 꺼져가고 있었다.

병. 병이 어디 있지.

나는 침실로 기어가 병을 찾았다. 내 손이 떨려서 병을 제대로 쥘 수 없었다. 감각이 사라진 오른손으로는 병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나는 왼손으로 병을 쥐고 열었다. 그녀의 체취가 내 비강을 타고 뇌로 직행했다. 구역질이 가라앉았다. 심장이 느려졌다. 오른손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썩는 냄새도 희미해졌다. 나는 병에 입을 맞추고 거즈를 혀로 핥았다.

그 순간, 혀끝에 무언가 걸렸다.

나는 병을 불빛에 비춰보았다. 거즈 안에 실처럼 가느다란 검은 머리카락 한 올이 감겨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었다. 쇄골에서 채취할 때 빠져서 거즈에 섞여 들어온 모양이었다. 나는 그 머리카락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머리카락에서 아주 미세한 화학적 향이 났다. 그녀의 체취가 아니었다. 인공적인, 약품 냄새에 가까운 무언가. 포름알데히드? 아니면 페놀? 그녀의 체취가 변질되고 있었다. 아니, 변질되는 게 아니었다. 이 머리카락에는 처음부터 무언가가 처리되어 있었다.

그녀의 체취는 인공적으로 조작된 것일까.

그녀가 내게 준 병 속의 체취는 진짜 그녀의 살 냄새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에 중독된 걸까.

카이의 말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 병, 열어봤어요? 그녀의 진짜 체취라고 생각해요?’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체취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그가 그녀의 작업복을 입고 있었던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체취를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녀의 진짜 체취를 가진 유일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가 내게 보여준 적대감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다. 그는 내가 가짜 체취에 중독되어 그녀를 갈망하는 꼴을 지켜보며 조롱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병을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손에 쥔 이 병은 미끼였다. 그녀가 나를 길들이기 위해 만든 화학적 조작품.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가짜 체취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었다. 내 몸은 이미 이 인공적인 향에 종속되어 있었다.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짜를 갈망하고 있었고, 그 가짜조차 그녀의 손아귀에 있었다.

비 소리가 창문을 때렸다. 그녀의 체취가 아닌 모든 냄새가 나를 병들게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체취조차 의심스러웠다. 나는 그녀 자체가 필요했다. 그녀의 살, 그녀의 숨, 그녀의 땀샘에서 방금 분비된 신선한 체취. 병에 담긴 시든 잔향이 아니라, 조작된 화학물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피부에서 피어오르는 살아 있는 향기가. 카이의 옷에 묻은 그 진짜 체취가. 나는 그 진짜를 손에 넣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망가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녀 자체가 필요해.”

내 목소리는 이미 중독자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갈망하는 그녀의 체취가 진짜인지, 아니면 그녀가 나를 길들이기 위해 만든 미끼인지. 그리고 더 두려운 건, 그 진실이 무엇이든 나는 이미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진짜든 가짜든, 나는 그녀의 체취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그녀는 내 감각의 주인이었고, 나는 그녀가 던져준 가짜 향기에 목숨을 연명하는 노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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