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제9화 - 천수의 심장 (2)

엘레나의 옆구리에서 번져나온 검은 변색이 내 손바닥에 닿자 살갗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지하 통로 벽면의 고대 문양들이 희미하게 맥동했고, 세라가 크로이츠 가문의 마스터 키로 첫 관문을 열자 그녀의 손목 각인이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주인님, 이 문... 살아있어요. 제 안의 각인을 읽고 있어요."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목의 붉은 문양이 경련하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각인 부위의 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고, 그 안으로 무언가가 흘러드는 감각이 손끝에 전해졌다.

"각인을 역추적하는 구조야. 크로이츠 가문의 금고 문양과 천수의 방이 연결된 게 아니라, 애초에 모든 각인이 천수의 심장에서 파생된 거였군."

엘레나를 업은 채 깨달은 사실이었다. 등 뒤에서 그녀의 호흡이 가빠졌다. 옆구리의 검은 각인은 내 패왕검 기운을 거부하는 게 아니었다. 천수의 심장이라는 거대한 각인 생성 장치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6화에서 아르투스가 천수의 파편으로 내 각인을 무력화하려 했을 때 엘레나만 유독 심한 반응을 보였던 거다.

"전부 연결되어 있어. 황실의 천수의 축복, 4대 공작가의 문양, 그리고 내 정복의 각인까지."

통로 끝에서 두 번째 관문이 열리며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천수의 방은 신성한 신전이 아니었다. 거대한 심장 모양의 금속 구조물이 천장에 매달려 수천 개의 혈관 같은 관들을 통해 방 전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관 안으로 붉은 액체가 흘렀다. 피보다 진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그것은 생명력 자체가 액화된 형태였다.

그 심장 아래, 황제 셀리나 아르테미스가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카인 아슈발트."

방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 흰 황금빛 예복이 그녀의 몸을 감쌌지만 목덜미는 드러나 있었다. 거기에 있었다. 1화에서 회귀 직전 처형장에서 본 그 붉은 문양과 똑같은 형태의 각인이. 하지만 이것은 살아있는 피부를 파고들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네 각인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어."

내 말에 셀리나가 미소 지었다. 황제의 위엄이 아니라 오래된 죄수의 체념에 가까운 미소였다.

"이게 진정한 각인이다. 대가 없는 절대 권력. 하지만 그 대가는 나 혼자 치르는 게 아니지."

그녀가 손을 뻗자 천수의 심장에서 붉은 실들이 뿜어져 나와 공중에서 채찍처럼 휘둘렀다. 나는 엘레나를 세라에게 넘기며 패왕검을 뽑아 들었다. 검날에 어둠이 스며들었다. 엘레나에게서 전이된 그림자 베기 능력이었다.

"세라, 물러나 있어. 이 싸움은 각인 대 각인이야."

붉은 실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나는 검을 옆으로 비스듬히 그었다. 어둠이 검날을 따라 번지며 공간을 베어냈고, 붉은 실들이 그 틈새로 빨려 들어가 소멸했다. 셀리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림자 검술. 엘레나에게서 가져왔군. 하지만 그 아이의 각인은 이제 천수의 심장에 먹히고 있어. 네가 준 각인이 오히려 그녀를 죽이고 있다."

등 뒤에서 세라가 숨을 들이켰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대신 패왕검을 수평으로 들어 올리며 검날에 정복의 각인 문양을 새겼다. 붉은 빛이 검신을 타고 흘렀다.

"그렇다면 네 목의 각인을 내가 덮어씌워서 천수의 심장과의 연결을 끊어주지."

내가 달려들었다. 첫 참격은 셀리나의 왼쪽 어깨를 노렸다. 그녀는 예복 안에서 세검을 뽑아 막아냈다. 천수검법. 1화에서 처형당하기 직전 황제 친위대가 사용하던 그 검술의 원형이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자 충격파가 방 안의 관들을 뒤흔들었다. 셀리나의 세검이 내 패왕검을 타고 미끄러지며 손목을 찔러 들어왔다. 나는 몸을 비틀어 피하며 왼손으로 그녀의 예복 앞섶을 잡아챘다.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 셀리나의 상체가 드러났다.

가슴골 사이에도 각인이 있었다. 목에서 시작된 붉은 문양이 쇄골을 타고 내려와 가슴 중앙까지 번져 있었다. 그 문양은 피부를 파고들며 살을 갉아먹고 있었다. 문양 주변의 살갗이 미세하게 떨렸고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유두는 각인의 열기 탓인지 비정상적으로 단단하게 서 있었고, 젖꼭지 주변의 유륜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게 진정한 각인의 실체다. 대가 없는 절대 권력? 그 대가는 네 육체가 지불하고 있어."

셀리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섞인 체념이 그녀의 젖가슴을 타고 흐르는 각인의 맥동과 함께 떨렸다.

"그래. 나는 열두 살 때 이 자리에 앉으며 천수의 심장에 묶였다. 제국 모든 백성의 생명력이 이 심장을 통해 나에게 흘러들고, 나는 그 힘으로 제국을 통치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내 육체는 조금씩 갉아 먹히고 있어. 이 각인은 나를 지배하는 각인이기도 해."

셀리나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세검이 내 허벅지를 스치며 찢어 놓았다. 피가 튀고, 그녀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실들이 상처 속으로 파고들려 했다. 나는 재빨리 물러서며 검을 휘둘러 실들을 잘라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셀리나의 손이 내 가슴에 닿았다.

뜨거운 열기가 살갗을 통해 스며들었다. 진정한 각인의 힘이 나를 침식하려 했다. 가슴 중앙이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무언가가 밀려 들어왔다. 낯선 감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제국 백성들의 생명력이었다.

수백만의 숨소리, 심장 박동, 흘러내리는 땀과 눈물, 고통과 쾌락이 한꺼번에 유입됐다. 나는 신음하며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게 셀리나가 십 년 넘게 견뎌온 감각이었다.

"이해했나, 카인. 이것이 황제의 무게다. 나는 제국을 위해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네가 너무 강해지면 공작가들이 반발하고 제국의 균형이 무너진다. 나는 그걸 막아야만 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무릎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가슴에 전이된 진정한 각인의 일부가 심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의 정복의 각인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지배 권한이 육체 안에서 충돌하며, 그 반발력이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웠다.

"네 고통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고통 때문에 내 제자들을 볼모로 삼고 나를 배신하게 만든 건 용서할 수 없어."

내가 다시 달려들었다. 패왕검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셀리나가 세검으로 막았지만 나는 검을 놓지 않았다. 대신 있는 힘껏 눌러 내리며 그녀의 몸을 바닥으로 밀어붙였다. 두 검이 맞닿은 채로 우리는 천수의 방 바닥으로 넘어졌다.

거기서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내 패왕검의 각인 문양과 셀리나의 진정한 각인이 충돌하며 방 전체의 공기가 떨렸다. 천수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실들이 모든 벽면을 타고 번져나갔다. 바닥, 천장, 기둥, 모든 곳에 복종의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나는 왼손으로 셀리나의 찢어진 예복을 완전히 벗겨냈다. 그녀의 상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목에서 가슴까지, 배꼽 아래까지 번져 내려간 진정한 각인의 문양이 살갗을 파먹고 있었다. 문양 주변의 피부는 붉게 부어올랐고, 거기서 열기와 함께 미세한 피가 스며 나왔다. 그녀의 유두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각인의 붉은 실이 유륜 가장자리를 따라 양쪽 가슴을 휘감고 있었다.

"네 각인은 죽어가고 있어. 천수의 심장이 너를 갉아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군."

내가 검으로 그녀의 목을 스치자 셀리나의 몸이 경련했다. 정복의 각인의 붉은 빛이 목에 닿자 진정한 각인이 반발하며 더 강하게 빛났다. 두 문양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경쟁하듯 번져나갔다.

"그래... 이 각인은 나를 죽이고 있어. 하지만 그 전에... 네가 나를 정복한다면..."

셀리나가 갑자기 다리를 내 허리에 감았다. 하반신을 감싸고 있던 예복의 나머지가 찢어지며 그녀의 음부가 완전히 드러났다. 대퇴부 안쪽까지 번진 붉은 문양이 음모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 끝은 음핵 바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음순은 이미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고, 붉은 각인의 열기 탓인지 음부 전체가 달아올라 김이 서릴 듯했다. 그녀는 양손으로 내 목을 잡아당기며 질을 내 성기 쪽으로 밀어붙였다.

"네가 나를 정복한다면 천수의 심장도 네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걸 감당할 수 있겠나?"

그녀의 질 입구가 내 바지 위로 뜨겁게 달라붙었다. 진정한 각인의 힘이 질벽을 통해 뿜어져 나와 천을 사이에 두고도 성기를 압박했다. 나는 한 손으로 바지를 찢어 내렸다. 발기된 성기가 드러나자 셀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귀두 끝에서 투명한 선점액이 번들거렸고, 성기 표면에 정복의 각인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받아들여라. 황제의 무게를."

그녀가 허리를 내리자 내 귀두가 그녀의 질 입구에 닿았다. 질벽은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 애액조차 뜨거웠다. 체온이 아니라 진정한 각인의 힘이 체액에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한 번에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크윽...!"

셀리나의 질벽이 내 성기를 집어삼키듯 빨아들였다. 단순한 성적 쾌락이 아니었다. 진정한 각인의 힘이 질벽을 통해 성기 속으로 파고들며 나를 소유하려 했다. 질 내부의 주름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귀두를 감싸고 조여왔다. 질벽이 성기 전체를 쥐어짜듯 수축하며 귀두를 자궁 입구까지 단숨에 밀어 넣었다. 동시에 내 정복의 각인도 반격했다. 성기 표면에 새겨진 붉은 문양이 그녀의 질벽 안쪽으로 번져 들어가며 나도 그녀를 정복하려 했다.

"아... 아앗! 아...!"

셀리나가 신음했다. 그녀의 등이 바닥에서 활처럼 휘어 올랐다. 두 개의 각인이 질 안에서 충돌하며 그 마찰은 그녀에게 극심한 쾌락을 주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질벽이 성기를 조여오는 압력이 단순한 근육 수축이 아니라 생명력 자체가 나를 휘감는 감각이었다. 질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라 귀두를 녹일 듯이 감쌌다.

나는 그녀의 왼쪽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비틀었다. 각인의 열기로 단단해진 유두가 손끝에서 맥동했다.

"하아아...!"

셀리나의 질이 격하게 수축했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비틀며 동시에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강하게 압박하자 그녀의 음핵이 더욱 도드라졌다. 나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음핵을 엄지로 문질렀다. 진정한 각인의 붉은 실이 음핵 주변까지 번져 있었고, 내 정복의 각인 문양이 손끝을 타고 그 위로 스며들었다.

"더... 더 깊이...!"

셀리나가 다리를 내 허리에 더 강하게 감으며 애원했다. 그녀의 발뒤꿈치가 내 등허리를 파고들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성기가 질벽을 헤집고 들어갈 때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쿡쿡 찔렀다. 질벽이 성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애액이 허벅지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애액은 진정한 각인 탓인지 미세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내 성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정복의 각인과 뒤섞였다. 두 개의 각인이 체액을 매개로 혼합되며 방 안에 짙은 암내를 퍼뜨렸다.

"네가 나를 정복할수록... 나는 네 것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너도... 나의 것이 되어간다..."

셀리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의 손톱이 내 등에 파고들었다. 목에 있는 진정한 각인은 점점 더 강하게 빛나며 살갗을 파먹었고, 내가 새기는 정복의 각인은 그 위를 덮어쓰며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다시 한 번 세게 비틀며 동시에 음핵을 빠르게 문질렀다.

"아, 아, 아...! 거기... 거기 동시에...!"

셀리나의 몸이 격하게 떨렸다. 그녀의 질벽이 성기 전체를 쥐어짜듯 수축하며 귀두를 압박했다. 나는 그녀의 음핵을 문지르던 손을 놓지 않고 더 빠르게 자극하며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뚫고 들어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이제 너는... 내 것이다."

내가 속삭이며 그녀의 목을 입으로 깨물었다. 이빨이 피부를 뚫자 피가 터져 나왔다. 피 속에 섞인 진정한 각인의 힘이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그 피를 삼키며 동시에 정복의 각인을 그녀의 목덜미에 새겼다. 혀끝으로 그녀의 피부를 핥으며 각인을 그려넣자 셀리나의 질이 격렬하게 경련했다. 질벽이 성기 전체를 쥐어짜듯 수축하며 내 귀두를 자궁 입구에 밀착시켰다.

"이제 너는... 내 것이다."

내가 속삭이자 셀리나의 전신이 경련했다. 질벽이 성기를 극한까지 조여왔다. 질 내부의 압력이 절정에 달하며 성기 전체를 쥐어짜듯 수축했다. 동시에 진정한 각인이 마지막으로 폭발하듯 빛났다. 천수의 심장 전체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자궁 깊숙이 사정했다.

"받아라... 전부...!"

정액이 분출되는 순간, 내 안의 정복의 각인 힘도 함께 쏟아져 나갔다. 뜨거운 정액이 자궁벽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셀리나의 목덜미에 새겨진 내 각인이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며 진정한 각인을 완전히 덮어씌웠다. 그녀의 질 안에서 성기가 마지막으로 맥동하며 남은 정액을 모두 토해냈다. 정액과 애액, 그리고 미량의 피가 뒤섞여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동시에 셀리나의 진정한 각인 일부가 역류하여 내 가슴으로 완전히 전이되었다. 가슴 중앙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새로운 문양이 새겨졌다. 진정한 각인과 정복의 각인이 뒤섞인,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태의 문양이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셀리나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질에서 성기를 빼내자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셀리나는 바닥에 누운 채 목덜미의 새로운 각인을 만지며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자유라는 건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내가 새긴 정복의 각인이 진정한 각인을 덮어씌우면서 천수의 심장과의 연결이 약화된 것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천수의 심장에 묶여 있었고, 나는 그녀를 통해 천수의 심장과 연결되었다.

셀리나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내 가슴으로 올라와 새로운 문양을 더듬었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정복당한 여자의 눈빛이었다. 두려움과 안도, 그리고 복종이 뒤섞인 눈빛. 그녀는 내 가슴의 문양 위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 당신이 나의 주인입니다... 카인."

그녀의 혀가 내 가슴 문양을 핥았다. 정복의 각인이 반응하며 붉게 빛났다. 셀리나의 몸이 다시 한 번 떨렸다. 그녀는 내 몸에 기대며 손을 내 허벅지로 내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정복했던 성기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정액과 애액이 묻은 성기가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여전히 단단하게 서 있었다.

"황제가 아니라... 당신의 여자로... 다시 한 번..."

그녀의 손가락이 아직도 젖어있는 성기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들어 올리며 눈을 마주보았다.

"셀리나. 너는 언제부터 이 각인에 묶여 있었지?"

내가 물으며 목을 쓰다듬자 셀리나가 몸을 떨었다. 정복의 각인이 반응한 것이었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열두 살 때... 선대 황제, 나의 아버지가 나를 천수의 심장 앞에 세우고 말했어요. '이것이 제국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네가 이 심장과 하나가 되면 제국의 모든 백성들이 너를 통해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어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였다.

"천수의 심장은 제가 백성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제 생명력을 빨아들여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거였어요. 황제는 그저 이 유물을 유지하기 위한 제물일 뿐이었어요. 그걸 안 건... 당신을 처형하고 나서였어요."

나는 가슴의 새로운 문양을 만졌다. 진정한 각인과 정복의 각인이 뒤섞인 이 문양은 두 가지 힘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천수의 심장과의 연결, 그리고 그녀를 정복한 권한.

"그런데 왜 나를 처형했지?"

"당신이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에요. 공작가들이 연합해서 저를 압박했어요. '카인 아슈발트를 제거하지 않으면 네 개 공작가 모두 황실에 반기를 들겠다'고. 저는 제국의 균형을 위해...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어요."

셀리나의 눈에서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진정한 각인의 흔적이 여전히 살갗을 파먹고 있었다. 손바닥 아래로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당신의 각인이 이걸 덮어씌웠지만 천수의 심장과의 연결은 완전히 끊을 수 없어요. 이 심장이 파괴되면 제국 백성들 모두가 죽어요. 그들의 생명력은 이미 이 심장과 하나가 되어 있어요."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천수의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붉은 실들이 방 안을 휘감았고 바닥과 벽에는 복종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 문양들은 이제 셀리나의 진정한 각인과 내 정복의 각인이 뒤섞인 새로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렇다면 파괴가 아니라... 재구성이 필요하군."

내가 패왕검을 다시 집어 들었다. 검날에 어둠과 붉은 빛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셀리나가 내 의도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카인, 그건 불가능해요. 천수의 심장은 고대 유물이에요. 그걸 재구성하려면..."

"또 다른 각인이 필요하지. 진정한 각인과 정복의 각인을 모두 가진, 세 번째 각인."

검을 천수의 심장을 향해 겨누자 가슴의 새로운 문양이 반응했다. 방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천수의 심장이 나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모든 붉은 실들을 나에게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스승님!!"

엘레나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세라가 눈물을 흘리며 엘레나를 붙잡고 있었지만 엘레나는 이미 옆구리의 붕대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검은 각인이 천수의 심장과 공명하며 점점 더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엘레나, 멈춰!"

내가 소리쳤지만 엘레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붕대를 풀어내는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옆구리로 향했다. 검게 타들어가는 각인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1화에서... 스승님 품에 안겨 죽었을 때, 저는 스승님의 심장이 멎는 소리를 들었어요. 제 탓이었어요. 제가 약해서 스승님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녀의 손이 옆구리의 각인 위에 얹혔다. 손바닥 아래에서 검은 문양이 맥동하며 그녀의 살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때 저는 결심했어요. 두 번째 생이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제가 스승님을 지키겠다고. 제 목숨으로라도 스승님이 지키려는 세상을 구하겠다고."

엘레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검은 각인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이 각인은 천수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어요. 제가 이 심장의 폭주를 막을 수 있어요. 제 목숨을 대가로...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이에요. 스승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승님이 지키려는 이 세상을 위해서."

그녀의 옆구리 각인이 완전히 검게 변하며 천수의 심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붉은 실들이 엘레나의 몸을 감싸며 그녀를 천수의 심장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 자체가 유물의 폭주를 막는 제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엘레나...!"

세라가 엘레나의 손을 붙잡았지만 붉은 실들이 그녀를 밀어냈다. 엘레나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눈이 나를 향했다.

"스승님... 당신의 제자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가슴의 새로운 문양이 불타는 듯이 뜨거워졌다. 셀리나의 진정한 각인, 내 정복의 각인, 그리고 엘레나의 검은 각인이 모두 하나로 합쳐지려 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완전히 새로운 힘이 태어나고 있었다.

정복이 아닌 해방의 각인이었다.

가슴의 문양이 폭발하듯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은 단순한 붉은색이 아니었다. 정복의 각인에서 나온 진홍빛과 진정한 각인의 핏빛, 그리고 엘레나의 검은 각인이 빨아들인 어둠이 뒤섞여 눈부신 황금빛으로 변했다. 빛은 파동처럼 퍼져나가며 방 안의 모든 붉은 실들을 집어삼켰다. 천수의 심장에서 뻗어나온 실들이 황금빛에 닿자 더 이상 채찍처럼 휘두르지 못하고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실들의 표면에 금이 가고, 그 틈새로 똑같은 황금빛이 스며들었다.

엘레나의 몸을 감고 있던 붉은 실들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서서히 풀려나갔다. 그녀의 옆구리에 새겨진 검은 각인도 변하기 시작했다. 문양의 가장자리부터 황금빛이 번져 들어가며 타들어간 살갗을 재생시켰다. 검은 각인이 황금빛 각인으로 재구성되며 그녀의 옆구리에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엘레나, 나는 너를 잃지 않아. 이번 생에서는 절대로."

내가 패왕검을 치켜들었다. 검날에 어둠과 붉은 빛,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해방의 각인이 모두 스며들었다. 검신 전체가 황금빛으로 타올랐다. 천수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리치며 나는 외쳤다.

"이것은 정복이 아니다! 해방이다!"

검이 천수의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천수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액체가 황금빛으로 변했다. 수천 개의 관을 타고 흐르던 생명력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국의 백성들에게서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않고, 심장에 갇혀 있던 생명력이 다시 백성들에게로 흘러가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심장 모양의 금속 구조물이 균열을 일으키며 그 틈새로 눈부신 황금빛을 쏟아냈다.

셀리나의 목에 남아 있던 진정한 각인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황금빛 해방의 각인이 새겨졌다. 그녀가 자신의 목을 만지며 무릎을 꿇었다.

"끊어졌어... 천수의 심장과의 연결이... 완전히..."

엘레나가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의 옆구리에는 더 이상 검은 각인이 없었다. 황금빛 문양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구리를 만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스승님... 이게..."

"해방의 각인이다. 정복이 아니라, 묶인 것을 풀어내는 힘."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천수의 심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붉은 실을 뿜어내지 않았다. 대신 황금빛 액체가 천천히 순환하며 제국 전체로 생명력을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천수의 심장 중앙에서 새로운 균열이 생겨났다. 금속이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심장의 핵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이건..."

세라가 숨을 들이켰다. 천수의 심장 핵 안에는 인간의 형상이 잠들어 있었다. 선대 황제로 보이는 노인이 황금빛 액체 속에 떠 있었다. 그의 가슴에도 각인이 새겨져 있었지만, 그것은 내가 본 어떤 각인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한 문양이었다.

그리고 노인의 눈이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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