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 얼음 검의 각인 (퇴고본)
린 베르문트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설원의 눈을 얼려 바늘처럼 흩뿌렸다.
"스승님, 이건 무슨..."
그녀의 검술은 내가 가르친 그대로였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손 검을 뻗어 상대의 호흡을 끊는 초식. 회귀 전 수천 번을 함께 휘둘렀던 동작이다. 지금의 린은 아직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스승의 갑작스러운 적대에 눈을 크게 뜬 제자일 뿐이다.
"린, 네 검술은 여전히 아름답군."
나는 패왕검을 들어 그녀의 초식을 흘려보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순간 설산 전체가 울렸다. 발밑의 만년설이 갈라지고, 충격파가 계곡 아래로 눈사태를 밀어냈다. 린의 검이 다시 한 번 날아들었다. 빙검술의 정수, 주변의 수증기를 순간적으로 얼려 상대의 움직임을 묶는 기술이다. 내 발목에 서리가 끼었다.
"왜입니까, 왜 저를..."
"네가 모를 이유는 없다. 그냥..."
나는 발목의 얼음을 깨부수며 전진했다. 패왕검이 붉은 빛을 뿜었다. 오른손 손목에 새겨진 각인의 문양이 타오르듯 빛나며 검신 전체로 번져갔다.
"내 것이 되면 된다."
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검을 가드 자세로 올렸다. 그 찰나의 빈틈. 회귀 전의 기억이 내 근육을 움직였다. 그녀가 다음 초식으로 왼쪽 허리를 노릴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측대로 린의 검이 움직인 순간, 나는 이미 그 궤적의 중간을 끊어버렸다.
패왕검의 끝이 그녀의 왼쪽 허벅지 바깥쪽을 스쳤다. 전투복의 천이 찢어지며 하얀 살갗이 드러났다. 베인 상처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그 피 위로 붉은 문양이 타올랐다.
"으... 아...?"
린의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무릎이 설원에 처박히며 그녀의 검이 눈 속으로 떨어졌다. 상처 부위에서 시작된 각인이 기하학적 문양으로 번져가며 허벅지 전체를 감쌌다. 붉은 빛이 살갗을 타고 흘러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피부 아래를 기어다니는 듯했다.
"이건... 뭐... 으응...!"
내 손바닥 아래서 린의 허벅지 근육이 경련했다. 살갗 위로 붉은 문양이 번져가는 모습에 내 심장이 느리게 뛰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설원 위에서 부르르 진동했고, 살갗에 새겨진 문양이 심장 박동에 맞춰 붉게 깜빡였다. 각인이 퍼뜨리는 감각이 고통에서 쾌락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고통스럽지?"
나는 검을 거두고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차가운 성격, 얼음 같은 검의 공주라고 불리던 여자가 자신의 허벅지에서 퍼져나가는 낯선 감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스... 스승님... 이 느낌... 뭐... 아...!"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찢어진 전투복 안쪽, 각인이 새겨진 허벅지에 손가락을 갖다대자 린의 전신이 움찔했다. 문양 위로 손가락이 닿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응...!"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었다. 검을 쥐느라 굳은살이 박인 검지와 중지로 각인의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다. 문양은 체온보다 뜨거웠다.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마다 린의 살갗에 닭살이 돋았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 전투복 틈새로 드러난 살갗은 이미 땀으로 젖어 끈적였다.
"싫어... 이건... 잘못됐어요..."
"뭐가 잘못됐지?"
나는 손가락을 허벅지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설산의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린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각인의 문양은 이미 허벅지 안쪽까지 번져 있었고, 그 끝자락이 그녀의 사타구니 근처까지 닿아 있었다.
"네 몸은 지금 이걸 거부하지 않아."
손가락이 문양을 따라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린의 허벅지가 떨리며 벌어졌다. 전투복의 가죽이 삐걱거렸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속옷 가장자리에 닿았다. 천은 이미 질액으로 흠뻑 젖어 미끄러웠다.
"스승님... 제발... 아...!"
그녀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저항이었다. 하지만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각인이 퍼뜨리는 쾌락이 그녀의 근육을 녹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나머지 손으로 린의 전투복 상의를 잡아당겼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단추가 날아갔다.
드러난 그녀의 가슴은 땀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작고 단단한 유방이 설산의 푸른 달빛 아래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두는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분홍빛의 돌기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떨리고 있었다.
"보기보다 야한 몸이었군. 스승 앞에서 젖꼭지부터 세우고."
나는 그녀의 상의를 완전히 찢어내 팔을 구속했다. 찢긴 천으로 손목을 묶어 머리 위로 올렸다. 린의 상반신이 설원 위에서 완전히 노출됐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 눈물을 보며 회귀 전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내 심장을 관통한 그녀의 검. 그리고 무표정했던 얼굴.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은 그때의 빚이다.
"부탁입니다... 이러지 마세요... 저는... 스승님의 제자..."
"그래, 내 제자지."
나는 그녀의 젖은 속옷을 찢어냈다. 천이 떨어져 나가며 음부가 드러났다. 음모는 검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대음순은 이미 부풀어 올라 벌어져 있었고, 그 틈새로 투명한 애액이 흘러내려 항문을 타고 설원에 떨어졌다.
"지금부터 다시 배워라. 네 몸이 진짜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네가 누구에게 검을 겨눴어야 했는지."
내 손가락이 그녀의 음핵을 눌렀다. 각인의 문양이 허벅지에서 음부 주변까지 번져 있었기에,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문양 전체가 반응했다. 린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으아악...!"
음핵은 완두콩만 한 크기로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손가락으로 포피를 벗기듯 문지르자 린의 다리가 설원을 차며 버둥거렸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내 무릎으로 짓눌러 고정시켰다. 저항하려는 그녀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첫 번째 복종이다, 린."
내 검지가 그녀의 질 입구를 밀었다. 좁은 구멍이 손가락을 거부하듯 조여왔다. 하지만 애액이 충분히 젖어 있어 손가락은 쉽게 안으로 미끄러졌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뜨겁고 부드러운 살점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꽉 물었다.
"아... 아... 응...!"
린의 신음이 설산에 메아리쳤다. 내가 손가락을 구부리자 그녀의 질 내부에서 물컹한 소리가 났다. 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중지도 함께 삽입했다. 두 개의 손가락이 질을 벌리며 들어갔다. 린의 질 입구가 손가락을 삼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살점이 손가락을 꽉 물고 빨아들이고 있었다.
"스승님... 제발... 더는... 으응...!"
나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손가락에 걸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각인의 문양이 질구 주변에서 더욱 붉게 빛나며 그녀의 쾌락을 증폭시켰다. 손가락이 출입할 때마다 린의 질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지금 이 순간, 네 몸이 느끼는 게 뭐지?"
"아... 아파요... 아니... 좋아... 으으...!"
혼란이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다. 고통과 쾌락의 경계가 허물어진 표정이었다. 나는 손가락의 속도를 높였다. 질 안쪽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어 자궁 입구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쳤다. 그때마다 린의 복부가 꿈틀댔다.
"좋은 거냐? 아픈 거냐?"
"모... 몰라... 아... 으아...!"
그녀의 질이 내 손가락을 더 강하게 조여왔다. 질벽이 꿈틀대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오르가즘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나는 그녀의 음핵을 엄지로 눌러 비볐다. 동시에 질 안에 삽입한 두 손가락으로 G스팟을 강하게 문질렀다. 린의 눈이 풀리며 초점을 잃었다.
"가라, 린. 내 손가락에 가버려라."
"아... 아... 으아아악...!"
린의 전신이 활처럼 휘어졌다. 그녀의 질이 내 손가락을 강하게 쥐어짜며 수축했다. 따뜻한 액체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린의 눈에서 눈물이 동시에 흘러내렸다. 절정의 신음과 함께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복종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 바지를 벗지 않았다. 손가락을 질에서 빼내자 린의 애액이 실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녀의 질 입구는 아직도 벌어져 있었고, 안쪽의 붉은 질벽이 들여다보였다. 린이 젖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 속에 수치와 분노, 그리고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은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진짜 복종은 이제부터다."
나는 바지의 끈을 풀었다.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내 성기가 노출됐다. 귀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요도구에서는 투명한 쿠퍼액이 맺혀 있었다. 길이와 굵기 모두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크기였다.
린의 눈이 내 성기를 보고 커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안 돼... 그건... 안 됩니다... 스승님...!"
그녀가 손목을 묶은 전투복 조각을 비틀어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각인으로 인해 빠진 힘은 회복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아 크게 벌렸다. 질 입구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이 설산의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네가 나를 배신할 그 순간까지도,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 거다. 그리고 알게 되겠지. 네가 진짜 원한 게 누구였는지."
내 성기의 귀두를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댔다. 뜨거운 살점이 서로 닿자 린의 전신이 떨렸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밀었다. 귀두가 질 입구를 밀고 들어가자 좁았던 구멍이 벌어지며 성기를 삼켰다.
"으아... 아...!"
린의 신음이 커졌다. 질 입구가 내 귀두를 꽉 조여왔다. 따뜻하고 촉촉한 살점이 성기 전체를 감싸려고 수축했다. 나는 멈추지 않고 허리를 더 밀었다. 성기가 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 여자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에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너무... 커요... 찢어져... 아...!"
그녀의 질은 손가락 두 개로도 좁았기에, 내 성기 전체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팽팽했다. 질벽이 성기를 압박하며 저항했지만, 애액이 충분히 윤활 작용을 해 성기는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중간쯤 삽입했을 때, 나는 잠시 멈췄다.
린의 눈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각인의 의식이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내 어깨에 올렸다. 린의 몸이 더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한 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으아아아악...!"
성기 전체가 그녀의 질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귀두가 자궁 입구에 닿았다. 린의 질이 이물감에 경련하며 성기를 강하게 쥐어짜왔다. 질벽의 주름 하나하나가 성기의 표면을 훑는 감촉이 전해졌다. 그녀의 내부는 상상보다 뜨겁고 좁았다.
"각인이 반응하는 게 느껴지느냐?"
내가 허리를 빼다가 다시 찌르자, 린의 허벅지에 새겨진 문양이 더욱 밝게 빛났다. 문양이 질 내부까지 타고 들어가 내 성기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또 하나의 입이 나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질벽을 문지를 때마다 각인의 붉은 빛이 질 안쪽에서 번쩍이며 린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통증과 쾌락이 중첩되는 감각이 그녀의 이성을 무너뜨렸다.
"아... 좋아... 으응... 안 돼... 좋아져...!"
린이 마침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저항 의지가 쾌락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나는 허리의 속도를 높였다. 성기가 질을 빠르게 출입할 때마다 물컹거리는 소리가 설원에 울려 퍼졌다. 린의 엉덩이가 내 허리에 부딪히는 탁탁 소리도 함께였다. 그녀의 애액이 내 성기를 타고 흘러 허벅지까지 적셨다.
"네 검도, 네 몸도, 네 쾌락도 전부 내 것이다. 네 의지마저도."
"아... 네... 네... 스승님...!"
린이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질이 내 성기를 더 강하게 조여왔다. 두 번째 오르가즘이 다가오고 있었다. 질벽이 꿈틀대며 성기 전체를 압박했고, 자궁 입구가 귀두를 빨아들이듯 열렸다 닫혔다. 나는 그녀의 음핵을 엄지로 다시 비볐다.
"가라. 내 성기에 가버려라. 네가 원하는 대로."
"스승님... 스승님... 아... 으아아아아...!"
린의 몸이 다시 한 번 활처럼 휘어지며 절정에 도달했다. 그녀의 질이 성기를 강하게 쥐어짜며 애액을 뿜어냈다. 따뜻한 액체가 성기 전체를 적셨다. 그 순간, 나도 그녀의 질 안에 사정했다. 정액이 자궁 입구를 직접 때리며 쏟아져 들어갔다.
"으... 뜨거워...!"
린의 몸이 사정의 감각에 다시 한 번 떨렸다. 질 안이 정액으로 가득 차며 흘러넘쳤다. 나는 잠시 그녀의 안에 성기를 넣은 채로 숨을 골랐다. 린은 완전히 탈진한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이윽고 나는 천천히 성기를 그녀의 질에서 뽑아냈다. 벌어진 질 입구가 아직도 내 모양을 기억하듯 수축하며, 흘러내린 정액이 그녀의 허벅지 각인 위로 번져 내려갔다. 붉은 문양 위로 뿌연 정액이 흘러내리자 각인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린의 질 입구가 몇 번 더 꿈틀대며 남은 정액을 밀어냈고, 그것이 눈 위에 똑똑 떨어졌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은 정액과 애액으로 얼룩져 반짝였다.
그녀의 입술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너무 작은 소리였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스승님... 저는... 저는..."
그때였다.
그녀의 허벅지 각인이 갑자기 더 밝게 빛나며 내 오른손 손목의 문양과 공명했다. 인두의 열기가 내 목덜미를 지졌다. 어린 린의 울음이 내 안에서 터져 나왔다.
* 목덜미의 베르문트 가문 문장. 그 아래 감춰진 또 다른 문양. 검은 먹물로 새겨진 노예 각인의 흔적. 살이 타는 냄새. 비명을 삼키는 어린 소녀의 떨림.
* 어린 시절의 린. 가문의 지하실에서 울고 있는 모습. 누군가 그녀의 목에 뜨거운 인두를 갖다댄다. 쇠가 살에 닿는 순간의 지글거림이 내 피부를 타고 전이된다. "명령이야, 린. 명령이 아니면 우리 모두 죽어." 그 목소리가 내 뼛속에서 울린다.
* 그리고 황실의 문양이 찍힌 명령서. '베르문트 가의 장녀는 제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라는 글귀.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덧붙여진 문장. '대상: 카인 발렌시아. 방법: 제자의 신분을 이용한 접근 후 제거.' 명령서를 쥔 손이 떨리고 있다. 린의 손이다.
파편적이었지만 분명한 진실의 조각이 내 핏속으로 흘러들었다. 린의 배신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 가문과 황실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각본이었다. 그녀는 그저 목에 인두 자국을 숨기고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그 검 끝에 실린 건 의지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린은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완전히 지쳐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의 의미가 조금 달라 보였다. 복종의 수치인지, 아니면 오래된 비밀이 드러난 안도인지.
"린, 네 목덜미에 숨긴 게 뭐지?"
그녀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인을 통해 전이된 기억은 분명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만졌다. 가문의 문장 타투 아래, 확실히 무언가 만져졌다. 흉터였다. 인두로 지진 자국이었다.
"나중에 직접 확인하지. 그리고 베르문트 가문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패왕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순간, 린의 허벅지 각인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빙검술이 각인을 통해 내 검에 흡수되고 있었다. 패왕검의 붉은 빛 속에 푸른 냉기가 서리처럼 깃들었다.
"네 검마저 내 것이 된다."
나는 검을 들어 설산의 봉우리를 향해 베었다. 검기가 붉은 빛과 푸른 냉기를 동시에 뿜으며 날아갔다. 봉우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수천 년 동안 쌓인 만년설이 무너져 내리며 눈사태가 일어났다.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설산 전체가 진동했다. 갈라진 봉우리의 파편이 백아성 방향으로 날아가 성벽에 박혔다.
린을 전투복으로 대충 감싼 채 안아 올렸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질에서 흘러내린 정액이 내 손목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스승님... 저는... 가문이..."
"알고 있다. 이제부터 내가 처리할 일이다."
백아성으로 돌아오자 성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세라 크로이츠였다.
그녀의 손에는 크로이츠 가문의 황금 어음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품에 안긴 린의 상태를 보자마자 어음을 떨어뜨렸다. 린의 찢긴 전투복, 허벅지에 새겨진 붉은 문양, 그리고 다리 사이로 흘러내린 정액의 흔적.
"스승님... 이게... 무슨..."
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쌍검에 손을 갖다댔다.
"세라, 검을 만지지 마라."
내 목소리에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를 악물고 쌍검을 뽑아 들었다. 검날이 달빛에 번쩍이며 허공을 갈랐다.
"린에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묻지도 않고 검부터 뽑는 게 너답군."
나는 린을 조심스럽게 성문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했다. 세라의 쌍검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싸울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엔 이미 싸움을 각오한 결기가 서려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전서구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어깨에 앉았다. 다리에는 베르문트 가문의 문장이 찍힌 작은 통이 매달려 있었다.
통을 열자 짧은 전언이 적혀 있었다.
'대검 각하, 딸에게 무슨 짓을 하셨는지 설명을 요구합니다. - 레이그 베르문트'
나는 편지를 구겨 쥐었다. 세라는 그 모습을 보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손에 들린 쌍검은 여전히 나를 겨누고 있었다.
"스승님... 가문에서 당장 황도로 오라 전갈이 왔습니다."
그녀가 바닥에 떨어진 황금 어음을 가리켰다. 어음에는 크로이츠 가문의 문장과 함께 '긴급 소환'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그런데 이건... 함정입니다."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가문에서 스승님을... 제거하라고 했어요. 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을 보며 오른손 손목의 각인을 만졌다. 붉은 문양이 미약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 선택은?"
세라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쌍검이 더 높이 올라갔다. 전투 자세였다.
"설명을 들을 때까지, 저는 스승님을..."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나는 각인에 마력을 주입했다. 손목의 문양이 폭발하듯 빛나며 세라의 몸을 향해 붉은 실선이 뻗어나갔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실선이 그녀의 두 손목을 휘감았다. 실선이 닿은 피부가 뜨거워지며, 낯선 전율이 그녀의 척추를 타고 올랐다.
"으... 이게...!"
세라의 쌍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맨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 눈빛 속엔 두려움보다 분노가 더 컸다. 실선이 그녀의 손목에 감긴 채 미세하게 진동하며 은근한 쾌감을 주입했다. 그녀의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스승님... 이... 느낌...!"
"좋아, 세라. 그 분노, 간직해라."
나는 각인을 더 강하게 발동시켰다. 붉은 실선이 그녀의 발목까지 휘감으며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실선이 스칠 때마다 그녀의 피부에 닭살이 돋고, 허벅지 안쪽이 미세하게 떨렸다. 세라의 몸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의 눈이 커지며 나를 노려봤다. 분노 속에 당혹감이 스며들고 있었다.
"다음은 네 차례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구겨 쥔 편지를 그녀의 발밑에 던졌다.
"네가 모르는 이야기를 좀 해주지. 린이 왜 나를 배신했어야 했는지, 그리고 크로이츠 가문이 왜 나를 제거하려 하는지."
세라의 표정이 흔들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턱을 잡아 올렸다. 실선이 그녀의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가 가볍게 조였다.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네가 알던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는 걸, 직접 확인시켜 주마."
내 손목의 각인이 다시 한 번 섬광을 뿜으며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빛이 세라의 눈동자에 비쳤다. 세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