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목을 스친다.
서늘하다. 황도 아우렐리우스 중앙 광장의 먼지 섞인 바람이 열린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온다. 군중의 숨소리가 멎었다. 셀리나 황제의 눈동자가 내려다보는 개미를 짓누르듯 내려앉는다.
"대검 카인 아슈발트. 제국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한다."
내 제자들이었다.
린 베르문트가 내 뒤에서 수갑을 채운다. 냉기 어린 손가락이 손목을 감쌀 때, 평소 수련 때보다 더 떨리는 걸 느꼈다. 세라 크로이츠가 내 검을 빼앗아 황제에게 바친다. 입술은 미소를 가장했지만 눈가는 붉게 물들었다. 엘레나 라스카는 광장 구석 그림자 속에서 울고 있다. 그녀만이 울고 있다.
쇳덩이가 살을 파고든다. 뜨겁다. 피가 목구멍을 타고 역류한다. 기도가 찢어지며 숨이 멎는다.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기 직전, 나는 본다. 셀리나의 눈동자에 비친 붉은 문양을. 패왕검의 마지막 비기가 심장 속에서 타오르는 것을.
나는 죽는다.
개처럼.
눈을 떴다.
백아성 훈련장의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설산의 바람이 나무 벽 틈새로 휘파람을 불며 새어 들어온다. 천장에 매달린 훈련용 인형들이 덜컹거린다.
10년 전이다.
손을 들어 올린다. 굳은살 박인 손바닥, 젊고 탄력 있는 피부. 손목에는 패왕검. 검날을 따라 붉은 빛이 흐른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검 속에서 꿈틀거리듯, 미세한 떨림이 손아귀를 타고 전해진다.
"이게... 정복의 각인인가."
검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문양이 손목을 타고 팔뚝으로 스며든다. 차갑고도 뜨겁다. 얼음과 불이 동시에 핏줄을 타고 흐른다. 문양은 팔 안쪽에 붉은 실금처럼 남았다가, 천천히 사라진다.
정보가 밀려든다. 검 자체가 살아서 속삭이는 듯하다. 상처를 내라. 고통을 새겨라. 그러면 그 살덩어리는 쾌락에 굴복할 것이다.
훈련용 허수아비 앞에 선다. 나무 기둥에 짚을 감아 만든 인형. 팔과 다리 위치에 맞춰 나뭇가지를 꽂고, 머리 부분에는 낡은 군모를 씌워둔 것. 백아성의 모든 검사가 첫 검술을 익히던 바로 그 도구다.
패왕검을 들어 올린다.
"한 번 실험해볼까."
검을 휘둘러 허수아비의 옆구리를 얕게 벤다. 짚이 터져 나온다. 붉은 문양이 번개처럼 검날에서 뿜어져 나와 베인 자리에 새겨진다. 문양은 꿈틀거리며 허수아비 표면에 퍼진다.
그때다.
허수아비가 움찔한다.
나무 인형의 어깨 나뭇가지가 경련하듯 떨린다. 짚으로 만든 몸통이 미세하게 수축한다. 군모 아래 그을린 천 조각이 바람도 없는데 펄럭인다. 그리고 들린다. 바람 소리인지, 검의 울림인지 모를 낮은 진동이 내 귀에 직접 꽂힌다.
"주... 인..."
검을 거둔다.
허수아비의 붉은 문양이 천천히 빛을 잃으며 희미해진다. 인형은 다시 무생물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본다. 짚단 속에 스며든 미약한 기운이, 마지막 순간까지 내게 복종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검을 내리며 생각한다. 무생물의 기억이라. 흥미롭군. 짚과 나무는 스스로 기억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패왕검의 각인은 그 재료가 겪은 모든 접촉, 모든 충격, 모든 시간을 읽어내고 거기에 '주인'이라는 개념을 강제로 주입한다. 살아있는 것에는 의지를 꺾고, 무생물에는 존재의 흔적을 왜곡해 복종을 새긴다. 한계는 분명하다. 대상이 복잡한 의식을 가질수록 각인의 단계가 깊어져야 하고, 무생물은 일시적인 반응만 보일 뿐 지속적인 제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원리라면, 인간의 신경계에 직접 각인을 박아넣는 것도 가능하겠지.
"좋아. 그렇다면 살아있는 인간에게선 어떨지."
백아성 지하 감옥은 설산의 영구 동토층을 파서 만든 천연 감옥이다. 얼음벽 사이로 스며든 냉기가 발목까지 차오른다. 죄수들의 저항 의지를 꺾기에 충분한 장소다.
감옥 맨 안쪽 독방 앞에 선다.
쇠창살 너머로 여인이 보인다. 스물셋 정도. 얼굴은 멍들고 피가 굳었지만, 그 아래 윤곽은 섬세하다. 린 베르문트의 옛 시녀. 이름은 아이라. 린이 백아성에 입문할 때 데리고 온 유일한 하인이었고, 나중에는 베르문트 가문의 첩자로 밝혀져 이곳에 갇혔다. 회귀 전의 기억으로는, 그녀는 린에게 배신을 강요하는 협박 편지를 전달한 장본인이었다.
"일어나."
내 목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성주... 카인 님?"
아이라가 몸을 일으킨다. 죄수복은 찢겨져 어깨가 드러났고, 맨발은 동상에 걸려 푸르죽죽하다.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떤다. 공포다. 하지만 그 공포 속에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다. 호기심, 혹은 기대.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간다.
"너는 베르문트 가문을 위해 움직였지."
"...예."
"린에게 무엇을 전달했나?"
아이라의 입술이 달싹인다. 말하려는 순간, 눈동자에 망설임이 스친다. 충성심인가, 두려움인가.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패왕검을 들어 올린다.
"직접 확인할 테니까."
검날이 그녀의 왼쪽 허벅지 바깥쪽을 스치듯 벤다. 옷감이 찢어지고, 창백한 살갗 위로 붉은 선이 그어진다. 피가 방울져 흘러내린다.
"아... 악!"
아이라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 비명은 곧바로 이상한 떨림으로 바뀐다. 상처 부위에서 붉은 문양이 피어오른다. 내 팔에 스며들었던 것과 같은 문양이지만, 살아있는 피부 위에서 훨씬 더 선명하게 빛난다. 문양은 뜨거운 인두로 지지듯 그녀의 살갗 속으로 파고든다.
"이, 이게 뭡니까... 뭔가가...!"
아이라의 눈이 커진다.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떤다. 하지만 떨림은 공포만이 아니다. 나는 본다. 허벅지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하는 것을. 피부 위로 소름이 돋고, 상처 주변의 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고통이... 이상해요... 뜨거워요..."
목소리가 젖어든다.
"몸속에서... 타오르는 것 같아요..."
각인의 첫 단계. 고통이 쾌락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순간.
검을 옆에 내려놓고, 천천히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허벅지에 새겨진 문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문양은 내 손끝에 반응해 더욱 붉게 빛난다. 동시에 아이라의 전신이 경련한다.
"아앗!"
분명한 신음이다.
"카인 님... 이거... 너무해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어라."
손가락이 문양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문양은 허벅지 바깥쪽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뻗어나간다. 붉은 실금이 창백한 피부를 타고 퍼진다. 나는 그 흐름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관찰한다.
허벅지 안쪽 피부가 떨린다. 땀방울이 솟아난다. 근육이 내 손길에 반응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손가락으로 문양의 끝자락을 살짝 누른다. 그 지점은 사타구니에서 불과 몇 치 아래다.
"읏... 흐아..."
아이라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온다. 두 다리가 저절로 오므라든다. 하지만 도망치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오히려 내 손을 살갗에 더 가까이 가두려는 듯한,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통증은 어떤가."
"아파요...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기분이..."
말을 잇지 못한다.
죄수복을 찢어 허벅지 전체를 드러낸다. 하얀 살갗 위로 붉은 문양이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문양은 이제 단순한 선이 아니라, 복잡한 기하학적 무늬로 발전하며 허벅지 안쪽까지 뻗어 있다.
"두 번째 상처를 내겠다."
"기다려 주세요...!"
애원을 무시하고, 검을 집어들지 않는다. 대신 찢어진 죄수복을 완전히 벗겨낸다. 앙상한 어깨, 그리고 놀랍도록 풍만한 가슴이 드러난다. 추위와 공포로 인해 유두는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다. 왼손으로 오른쪽 유두를 집어 비튼다.
"끄아아악...!"
아이라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유두를 비튼 채로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는다. 혀가 본능적으로 내 손가락을 감싼다.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손가락을 타고 전해진다.
"빨아."
망설임 없이 내 손가락을 빨기 시작한다. 혀가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고, 입술이 손가락 뿌리까지 감싸 쥔다. 충분히 젖은 손가락을 빼내자, 침이 실처럼 이어진다.
젖은 손가락을 그녀의 음부로 가져간다. 음모를 헤치고 음순을 벌리자,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은 질 입구가 드러난다. 검지와 중지를 한 번에 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으흐아아아...!"
아이라의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내 손가락을 조여온다.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질 내부를 탐색한다. 거친 질벽의 주름 사이로, 엄지로 음핵을 찾아 눌러준다. 작은 돌기처럼 단단하게 발기한 음핵이 손끝에서 맥박친다.
"여기에 두 번째 각인을 새기겠다."
패왕검을 집어든다. 검날이 음핵 바로 위, 치골 부분을 얕게 스친다. 피가 방울져 흘러내린다. 동시에 붉은 문양이 그녀의 가장 민감한 부위에 새겨진다.
"끄아... 아... 아아아...!"
아이라의 전신이 격렬하게 경련한다. 질이 내 손가락을 물어뜯듯 수축하고,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비명도 신음도 아닌,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토해낸다. 눈동자가 뒤집혀 흰자위만 드러난다. 허벅지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항문이 리듬감 있게 수축한다.
두 개의 문양이 허벅지와 음부에서 공명하듯 동시에 빛나기 시작한다. 아이라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길고 낮은 신음이다.
"아... 아아...!"
질 근육이 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인다. 애액이 손목까지 흘러내린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각인은 신경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고통을 쾌락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보여줘."
명령에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음순을 직접 벌리고, 완전히 드러난 질구를 내게 보여준다. 짧게 다듬어진 음모 아래, 음순은 붉게 충혈되어 부풀어 있다. 음핵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포피 밖으로 완전히 돌출되어 있다.
"카인 님... 제발... 저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하지만 만족을 줄 생각은 없다. 이것은 실험이다.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각인의 효능만을 검증하는 절차. 그녀는 도구다. 린을 위한 예행연습일 뿐이다.
대신 고개를 숙여 음핵을 혀로 핥는다. 동시에 질 속에 넣은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 넣으며, G스팟을 강하게 압박한다. 손끝에 느껴지는 거친 질벽의 주름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끄아아...!"
아이라의 항문이 격렬하게 수축한다. 엉덩이 근육이 경련하며, 좁은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동시에 질 안쪽에서도 연동 운동이 시작된다. 애액이 더 많이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혀로 음핵을 빨아들이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한다. 질벽이 내 손가락을 더욱 강하게 조여온다. 냄새가 난다. 여성의 흥분한 체취가 얼음 감옥의 차가운 공기와 섞여 독특한 향을 만들어낸다.
"이제 알겠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 각인은 너의 고통을 쾌락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쾌락은 오직 나에게서만 온다."
"...예..."
아이라의 눈동자가 풀려 있다. 하지만 풀린 시선 속에 분명한 복종의 빛이 깃들어 있다. 1단계 각인은 완전한 귀속이 아니라, 쾌락을 미끼로 한 유혹에 가깝다. 상대는 여전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의지는 이제 나라는 존재를 향해 기울어져 있다.
"좋아. 이제 말해라. 린에게 무엇을 전달했지?"
"명령서입니다... 황실 직속의... '스승을 배신하지 않으면 베르문트 가문 전체가 반역죄로 몰살당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지만, 거짓말은 없다. 각인은 상대의 저항을 약화시키고, 무의식적인 복종 충동을 주입한다. 하지만 진실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녀가 지금 말하는 것은 각인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방금 전의 쾌락이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누구의 명령이지?"
"그건... 몰라요... 서류에는 황실 인장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발신자는..."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 넣고 자궁 입구를 손톱으로 살짝 긁는다.
"끄흐아아...!"
질이 다시 한 번 격렬하게 수축한다. 말을 멈추자 쾌락이 사라지고, 약간의 고통이 돌아온다. 서둘러 말을 잇는다.
"하지만 짐작은 했어요... 셀리나 황제 폐하 직속의 명령일 거라고... 그런 권한은 오직 폐하만이..."
"됐다."
손을 떼고 혀를 거둔다. 문양은 여전히 허벅지와 치골에서 붉게 빛나고 있지만, 더 이상 퍼지지는 않는다. 1단계로 충분하다. 더 깊이 각인하면 정보를 더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감정 소모를 겪어야 한다. 이미 미약한 피로감이 관자놀이를 욱신거리게 한다. 성기 삽입까지 갈 이유는 없다. 아이라는 실험체일 뿐, 내 정액을 소비할 가치가 있는 여자가 아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 필요하면 다시 오마."
"카인 님...!"
내 다리를 붙잡으려 한다. 손을 뿌리치고 감옥 문을 닫는다. 쇠창살 너머로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제발... 조금만 더... 그 문양을... 만져주세요..."
뒤돌아보지 않는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백아성의 주방에서 일하는 하녀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작은 쪽지를 건넨다.
"성주님, 린 님의 행방을 찾으셨다면서요."
"말해라."
"설산 계곡에서 수련 중이십니다. 매일 새벽마다 혼자 검술 훈련을 하신다고..."
쪽지를 받아들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녀는 무언가 더 묻고 싶은 듯 머뭇거리지만, 이미 등을 돌리고 있다.
린 베르문트.
얼음 같은 검의 공주.
나를 처음 배신한 제자.
그녀의 허벅지에 검을 긋고, 첫 번째 진짜 각인을 새길 생각을 하자 손끝이 저릿해진다. 아이라에게 한 것은 실험에 불과하다. 하지만 린은 다르다. 회귀 전 나의 가장 총애받는 제자였고, 가장 치명적인 배신자였다.
패왕검을 허리에 찬다.
밖으로 나가자 설산의 칼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백아성의 흰 성벽 너머로, 만년설이 덮인 계곡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 그녀가 있다. 아직 나를 배신하기 전의, 순수한 눈빛으로 검을 휘두르는 린이.
설산 계곡은 고요하다.
바람 소리만이 협곡을 타고 휘파람을 불며 흐른다. 눈밭을 밟으며 계곡 입구로 들어선다. 발자국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깊은 눈이지만, 회귀한 내 육체는 10년 전의 젊음과 패왕검의 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본다.
흰 검복을 입은 여인이 검을 뽑아들고 서 있다.
린 베르문트.
나를 등지고 서서,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 있다. 검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와, 눈발이 검날에 닿기도 전에 얼어붙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흰 검복이 펄럭이며 설산의 찬 공기에 체취를 실어 보낸다. 동백꽃과 쇠비린내가 섞인 듯한, 차갑고도 날카로운 향기. 움직임 하나하나가 완벽하다. 춤을 추듯, 하지만 살인적인 정밀함으로.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입술 사이로 짧고 날카로운 숨소리가 새어 나온다. '후읍' 하고 들이쉬는 숨, '하아' 하고 내뱉는 날숨. 하나하나가 리듬을 이루며 검술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바람이 더 거세게 분다.
검복 자락이 펄럭이며 허벅지 위로 올라간다. 창백한 살갗이 드러난다. 왼쪽 허벅지 바깥쪽. 바로 그곳이다. 회귀 전, 내가 그녀를 처음 가르칠 때 검으로 살짝 베었던 바로 그 자리.
내 손안의 패왕검이 운다.
검날에서 붉은 문양이 번뜩인다. 그리고 나는 듣는다. 검의 목소리를. 혹은 내 안의 복수심이 만들어낸 환청을.
'첫 번째 배신자.'
린이 돌아선다.
얼음 같은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 눈빛이 나를 인식하는 순간, 살짝 흔들린다. 놀라움, 그리고 미세한 기쁨. 아직 배신의 그림자는 깃들지 않은, 순수한 제자의 눈빛이다.
"스승님."
목소리는 차갑지만, 그 끝에 묻어난 미세한 떨림을 나는 놓치지 않는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발밑의 눈이 내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뽀드득 소리를 낸다. 린은 검을 내리지 않고 나를 응시한다. 손목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경계인가, 본능인가.
"린."
이름을 부르자,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거린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예?"
"네게 가르칠 것이 있다. 검을 내려라."
린은 잠시 망설인다. 눈동자가 내 얼굴을 탐색한다.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하지만 결국 검을 내린다. 검끝이 눈밭을 향해 떨어진다.
바로 앞까지 다가선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 체취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동백꽃 향기 아래 숨은, 여인의 체온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살냄새.
"스승님, 무슨..."
말이 끝나기 전에, 패왕검을 뽑는다.
붉은 검날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른다. 린의 눈이 커진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내 검은 왼쪽 허벅지 바깥쪽을 스치듯 벤다. 흰 검복이 찢어지고, 창백한 살갗 위로 붉은 선이 그어진다.
"윽...!"
린이 신음한다. 물러서려 하지만, 내 왼손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는다.
"가만히 있어라."
"뭐 하시는 겁니까...!"
목소리에 분노가 깃든다. 손이 내 가슴을 밀어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허벅지 상처에서 붉은 문양이 피어오른다. 아이라에게 새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선명하고 복잡한 문양. 패왕검이 직접 새긴 첫 번째 진짜 각인이다.
"이, 이게 뭡니까...!"
린의 눈이 커진다. 자신의 허벅지에서 타오르는 붉은 빛을 내려다보며 떤다. 떨림은 분노와 공포, 그리고 낯선 감각이 뒤섞인 것이다.
"각인이다."
검을 눈밭에 꽂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쥔다.
"네가 나를 배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
"배신이라니... 무슨... 아...!"
말이 신음으로 바뀐다. 문양이 허벅지에서 더 깊이 파고들며, 신경계를 타고 퍼져나간다. 고통이 쾌락으로 전환되는 그 찰나의 감각이, 전신을 관통한다.
눈밭에 눕힌다. 차가운 눈이 등에 닿자 몸이 움찔거린다. 하지만 위에 올라타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찢어진 검복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 상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스승님...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이미 혼란이 깃들어 있다. 각인이 만들어내는 쾌락이,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가 나를 배신한 첫 번째 제자였다."
허벅지 상처에 입을 가져다 대며 말한다.
"회귀 전의 이야기다. 너는 내 뒤에서 수갑을 채웠지."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아앗!"
혀가 상처를 핥는다. 피의 쇠비린내와 함께, 각인의 붉은 문양이 혀끝에 닿자 미세한 전류 같은 감각이 전해진다. 린의 전신이 경련한다. 두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내 허리를 감싼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일은... 없었어요...!"
"아직은."
찢어진 검복을 더 찢어내며 말한다.
"하지만 곧 그럴 것이다. 황실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너는 나를 배신할 선택을 할 거야."
"그럴 리가... 없습니다...!"
눈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눈물조차 각인의 쾌락을 막지 못한다. 허벅지 근육이 내 허리를 더 강하게 조여온다. 음부가 내 하복부에 밀착되며, 옷감 너머로 체온과 습기가 전해진다.
"없다고? 네 가문이 몰살당하는데도?"
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충격. 그리고 혼란. 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열린다.
"제 가문을... 어떻게..."
"알고 있다. 베르문트 가문은 황실에 약점을 잡혔어. 그리고 셀리나는 그 약점을 이용해 너를 움직일 거다. 나를 배신하거나, 가문이 멸망하거나."
"그건... 그건..."
말을 잇지 못한다. 린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충돌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신뢰와 가문에 대한 의무.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낯선 쾌락. 그녀의 허벅지가 내 허리를 더욱 강하게 조여온다. 저항하려는 이성과, 각인에 반응하는 육체가 따로 노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스승님을 배신하다니... 저는 절대..."
"절대? 방금 전까지 너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지금은 말이 달라졌군."
검복을 완전히 찢어내고, 속옷을 벗긴다. 창백한 살갗이 설산의 차가운 공기와 내 시선에 그대로 드러난다. 가슴은 생각보다 풍만하고, 유두는 추위와 흥분으로 단단하게 발기해 있다. 오른손으로 왼쪽 유두를 집어 비튼다.
"흐아악...!"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이 계곡에 울려 퍼진다.
"스승님... 그만...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생각할 필요 없다. 네 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까."
유두를 비튼 채로, 왼손을 음부로 가져간다. 음모는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고, 음순은 이미 애액으로 젖어 반짝인다. 검지와 중지를 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스승님... 안 됩니다... 이건... 으흐아...!"
질벽이 내 손가락을 격렬하게 조여온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질 내부를 탐색한다. 뜨겁고, 좁고, 축축하다. G스팟을 찾아 손가락으로 압박하자,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여기다."
왼쪽 허벅지 상처에 새겨진 각인 위에,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누른다. 동시에 질 속의 손가락으로 G스팟을 더 강하게 압박한다.
"각인을 완성하겠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스승님을...!"
"나를 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린의 입술이 떨린다. 눈동자에 비친 나는, 그녀가 알던 스승과는 완전히 다른 남자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동시에 질은 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이고 있다. 몸은 이미 각인을 받아들였지만, 마음은 아직 버티고 있다. 그 경계선 위에서 린은 신음처럼 고백을 토해낸다.
"나를... 사랑합니다...!"
고백과 동시에, 질 속에 세 번째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음핵을 엄지로 강하게 문지른다.
"끄아아아아...!"
린이 절정에 도달한다. 질이 내 손가락을 물어뜯듯 수축하고, 애액이 손바닥 전체를 적신다. 전신이 격렬하게 경련하며, 눈밭에 몸이 파고든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사랑한다고?"
귀에 대고 낮게 속삭인다.
"좋아. 그 사랑이 진짜인지, 네 몸으로 증명해라."
다리를 더 넓게 벌리고, 바지를 푼다.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차가운 공기 속으로 드러난다. 귀두는 붉게 충혈되어 맥박치고, 표면에 핏줄이 도드라져 있다. 질 입구에 귀두를 대고 천천히 밀어 넣는다.
"읏... 스승님... 너무 커요...!"
질이 내 성기를 거부하듯 수축하지만, 애액이 충분히 젖은 질벽은 나를 더 깊이 빨아들인다. 한 번에 끝까지 밀어 넣는다. 자궁 입구에 귀두가 닿자, 린의 눈동자가 뒤집힌다.
"아... 아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질벽이 내 성기를 꽉 조여온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압력이 성기 전체를 감싼다. 마치 내가 그녀의 내부에 새기는 각인처럼, 리듬을 타고 찔러 들어간다. 한 번, 한 번, 더 깊이, 더 강하게.
"스승님... 스승님...!"
린이 내 이름을 부르며 운다. 손이 내 등에 감긴다. 손톱이 피부를 할퀸다. 다리가 내 허리를 더 강하게 조여온다.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으며 속도를 높인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진다. 찰싹, 찰싵. 리드미컬한 충격음 사이로 린의 신음이 섞인다. 그녀의 질은 내 성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조여온다.
"어때. 각인의 맛은."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뜨거워요...!"
"무엇이 뜨겁지?"
"몸이... 가슴이... 그리고... 안이...!"
린이 횡설수설한다. 이성이 거의 마비되었다. 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찔러 넣는다. 그녀의 자궁 입구를 귀두로 강하게 밀어붙일 때마다, 질 전체가 경련하듯 수축한다.
왼쪽 허벅지 상처에 다시 한 번 손을 가져다 댄다. 각인의 문양이 손바닥과 피부 사이에서 더욱 강렬하게 빛난다. 동시에 허리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한다. 질이 내 성기를 더욱 강하게 조여온다.
"이제 너는 내 것이다."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네 몸도, 네 마음도, 네 검도. 모든 것이 나에게 귀속된다."
"네... 네...!"
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눈동자에는 더 이상 저항이 없다. 각인이 완성되고 있다. 의지는 무너지고, 그 자리를 나에 대한 복종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흘리는 눈물인가, 아니면 너무 강렬한 쾌락에 반응하는 눈물인가.
"말해라."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으며 명령한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너는 누구의 것이지?"
"스승님... 카인 님의 것입니다...!"
"다시."
"카인 님의 것입니다...!"
"더 크게."
"카인 님의 것입니다! 전부... 전부 카인 님의 것입니다!"
"좋아."
마지막으로 자궁 입구를 강하게 찌른다. 그리고 질 안에 사정한다. 뜨거운 정액이 자궁 입구를 때리자, 린은 다시 한 번 절정에 도달한다.
"끄아아아아...!"
질이 내 성기를 격렬하게 수축하며 정액을 짜낸다. 마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빨아들이겠다는 듯이. 질 속에 완전히 사정을 마친 후에도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질벽이 여운에 경련하며 내 성기를 계속 조여온다. 내 정액이 그녀의 자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감각이 성기를 타고 전해진다.
천천히 몸에서 빠져나온다. 정액과 애액이 섞여 허벅지를 타고 눈밭으로 흘러내린다. 린의 질 입구는 아직 벌어져 있고, 안에서 흘러나온 백탁액이 눈 위에 떨어져 작은 구멍을 만든다. 린은 눈밭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쉰다. 눈동자는 흐릿하게 풀려 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다.
왼쪽 허벅지에 새겨진 각인을 바라본다. 붉은 문양은 이제 완전히 피부에 정착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빛나고 있다.
1단계 각인 완성.
린 베르문트는 이제 나의 것이다.
찢어진 검복을 대충 여며주고, 일으켜 세운다. 다리는 아직 풀려 있지만, 내게 기대어 간신히 서 있다.
"스승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인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곁에 있는 거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대답한다.
"이번 생에서는, 너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어깨가 떨린다. 울음인지, 각인의 여운인지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마지막 남은 저항의 조각이, 쾌락이라는 이름의 폭풍에 완전히 휩쓸려 사라졌다는 것을.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스승도, 배신의 대상도 아니다. 오직 주인. 유일한 주인이다.
린을 안고 백아성을 향해 걷는다. 설산의 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불지만, 내 품 안의 여인은 더 이상 떨지 않는다. 왼쪽 허벅지에서 붉은 문양이 은은하게 빛나며, 나의 소유임을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 생은, 갖고 싶은 걸 전부 가지는 거야.
그리고 나는 이제 막 첫 번째 것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