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의 정화자
## 3장 - 배신의 대가
거미가 이끄는 놈들이 방공호 입구를 뚫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철문이 뜯겨나가는 소리가 지하 전체를 울렸다. 나는 유나에게 건넨 열쇠를 떠올렸다. C.Z-7. 그녀가 감시 컨테이너에서 흐느끼며 털어놓은 진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가족이 냉동 보관된 연구실 열쇠. 나는 그걸로 거래할 생각이었어.* 그 거짓말을 내가 덫으로 바꿨다.
"유나."
어둠 속에서 그녀의 숨소리가 멎었다. 나는 허리에 찬 권총을 풀어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네 가족을 구할 기회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염된 눈에 핏줄이 터져 붉게 번진 채. 나는 계속 말했다.
"방사귀 퇴치법. 네가 재 구역에서 살아남을 때 써먹던 거."
유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저주파."
"뭘로?"
"금속판 두 개를 서로 긁으면 방사귀가 잠시 혼란을 일으켜요. 고막이 약해서."
나는 작업대에서 녹슨 쇠조각 두 개를 집어 그녀에게 쥐여주었다.
"지하 2층 복도 끝. 냉동고 있는 곳으로 유인해라. 네 가족 시료는 내가 지킨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냉동고는 이미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다시 불이 붙는 걸 봤다. 마지막 희망을 건드린 개처럼.
미령은 오지 않았다.
약속된 신호를 보냈을 때, 방공호 입구에서 들려온 건 거미의 웃음소리뿐이었다. 쇠 긁히는 듯한 저음. 방사능에 썩은 성대가 내는 소리였다.
"미령이가 네 녀석을 소개해줘서 말이지."
거미의 덩치가 철문 잔해를 밟고 들어섰다. 등에서 돋은 촉수 형태의 혹이 꿈틀거렸다. 방사능이 스며든 점액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 뒤로 백골단 정예들이 방독면을 쓴 채 방사귀 떼를 몰아넣고 있었다.
"방사능을 먹는 놈이라며? 그럼 이 녀석들도 처리할 수 있겠군."
나는 권총을 쏘지 않았다. 대신 뒷걸음질 치며 지하로 내려갔다. 유나가 복도 끝에서 쇠조각을 긁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날카로운 고주파가 콘크리트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방사귀들이 일제히 고개를 비틀었다. 녹아내린 얼굴에 난 구멍들에서 검은 체액이 흘러나왔다. 혼란 상태. 거미의 부하들이 흩어졌다.
"잡아! 지하로 도망간다!"
나는 뛰었다. 폐가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 속에서 금단 증상이 올라왔다. 미령의 체액을 마지막으로 섭취한 지 48시간이 넘었다. 손끝이 저릿하고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방사능이 체내에서 역류하기 시작한 거다.
지하 2층. 냉동고가 있던 방.
거미가 나를 따라 들어왔다. 혼자였다. 그 거대한 몸뚱이가 좁은 출입구를 비집고 들어오자 방 전체가 흔들렸다. 냉동고의 푸른 불빛이 그의 변이된 얼굴을 비췄다. 왼쪽 눈구멍에서 자란 종양이 입가까지 늘어져 있었고, 턱뼈는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라 있었다.
"미령아! 이제 나와도 돼!"
거미가 외쳤다.
발자국 소리. 철제 계단을 밟는 군화 소리.
미령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변이된 왼팔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나를 향했다. 차가웠다. 약속된 신호를 무시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잘했어, 미령이."
거미가 촉수를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이 녀석을 잡아오면 클린존 침공 전에 네 오염도를 좀 낮춰주마."
미령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거미의 품에 안기며 고개를 숙였다. 복종하는 척. 나는 그녀의 오른손이 허리춤으로 내려가는 걸 봤다. 거미가 모르는 움직임이었다.
"거래 조건이 바뀌었나?"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금단 증상이 가져온 체온 상승이 오히려 뇌를 깨웠다. 뜨거운 피가 귀밑까지 달아올랐다.
"거래? 무슨 거래?"
거미가 웃었다. 썩은 침이 튀었다.
"네 녀석은 그냥 내 정화 장치가 되는 거다.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둘 테니까."
그의 촉수가 내 팔을 감았다. 점액이 피부에 닿자 방사능이 스며들었다. 오염도가 치솟는 감각. 일반인이었다면 10초 안에 피부가 녹아내렸을 농도였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흡수.
내 몸이 반응했다. 촉수를 통해 주입되는 방사능을 빨아들였다. 거미의 눈이 커졌다.
"이, 이게......"
"미령!"
내 고함과 동시에 그녀가 움직였다. 허리춤에서 뽑아든 건 내가 건넨 권총이 아니었다. 주사기 하나. 방사능 억제제 프로토타입.
그녀는 거미의 등에 난 혹을 향해 주사기를 내리꽂았다.
"이 개 같은 년이!"
거미의 촉수가 그녀를 내리쳤다. 미령의 몸이 벽으로 날아갔다. 콘크리트가 깨지는 소리.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주사기는 이미 박혔다.
억제제가 퍼지기 시작했다. 거미의 변이 부위가 부풀어 올랐다. 방사능이 두 배로 증폭되는 역효과. 내가 흡수해야 할 양도 함께 늘어났다.
"크아아아악!"
거미가 경련했다. 그의 혹에서 방사능이 분출됐다. 푸른 섬광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촉수를 붙잡았다. 흡수. 더 빠르게. 더 깊게.
금단 증상이 폭발했다.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 뼛속까지 파고드는 갈증. 성적 충동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방사능을 흡수할수록 음경이 발기했다. 고통과 쾌락이 경계 없이 뒤섞였다.
거미의 방사능을 전부 빨아들이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거대한 변이체가 먼지처럼 무너졌다. 살점이 바스라지고 뼈가 가루가 됐다. 등에 난 혹은 마지막으로 꿈틀거리다 검은 액체를 토해내고 쪼그라들었다.
"네놈...... 이걸로 끝난 줄 아느냐......"
거미의 목소리가 바스러지는 성대에서 새어나왔다. 이미 형체의 절반이 무너진 입이었다.
"클린존이...... 진짜 괴물이다...... 네 정화 능력...... 그게 오히려......"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의 두개골이 재가 되어 흩어졌다.
시체 더미 속에서 종이 뭉치가 굴러나왔다. 방사귀 통제 프로토콜. 표지에는 클린존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방사능을 띠는 세 개의 원이 겹쳐진 인장. 나는 그걸 발로 밟았다. 문서를 집어 들자 종이 사이에서 금속성 냄새가 났다. 클린존 특유의 정화 처리 흔적이었다.
숨을 몰아쉬었다.
폐가 불타는 듯했다.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흡수한 방사능이 체내에서 무력화되는 과정이었지만, 그 대가는 지독했다. 손가락이 저절로 떨렸다. 음경이 바지를 뚫을 듯이 솟아올랐다. 체액이 필요했다.
미령이 벽에 기대어 나를 보고 있었다.
입가에 피를 흘린 채. 변이된 왼팔은 축 늘어졌다. 하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공포.
"......괴물."
그녀가 중얼거렸다.
나는 걸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바닥에 흩어진 거미의 재를 밟았다. 미령이 벽에 붙은 채 몸을 움츠렸다.
"약속은 약속이지."
내 목소리는 쉰 듯이 갈라졌다.
"거미를 죽이면 네 오염도를 낮춰준다고 했어."
"지금...... 지금 네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그녀가 변이된 왼팔을 들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거미에게 맞았을 때 신경이 손상된 건지, 아니면 억제제의 여파인지. 나는 그녀의 왼팔을 밟았다.
"배신했잖아."
"......!"
"약속된 신호를 무시했어. 거미에게 나를 팔아넘길 생각이었지?"
미령의 얼굴이 굳었다. 그 냉혹한 여전사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 나는 그녀의 멱살을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콘크리트 바닥에 등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하지만 결국 거미에게 주사기를 꽂은 건 너야."
나는 그녀의 방탄 조끼를 뜯어냈다. 벨크로가 찢어지는 소리. 그 아래로 땀에 젖은 피부가 드러났다. 유두가 차가운 공기에 반응해 딱딱하게 솟아올랐다.
"기회를 줬어. 선택은 네가 한 거고."
"죽여...... 그냥 죽여."
미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듣는 떨림이었다. 나는 그녀의 바지를 찢었다. 군용 바지가 허벅지까지 갈라졌다.
"죽이지 않아. 네 체액이 필요하니까."
손가락이 그녀의 음부를 덮은 팬티를 젖혔다. 미령의 질 입구가 이미 젖어 있었다. 공포와 흥분이 뒤섞인 반응. 나는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싫어......!"
그녀가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힘이 없었다. 나는 전희 없이 음경을 그녀의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뜨거웠다.
질벽이 이물감에 경련하며 음경 전체를 조였다. 마찰로 인한 저항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나는 허리를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미령의 질 내부를 음경으로 느꼈다. 주름진 질벽이 귀두를 스칠 때마다 척추에 전율이 퍼졌다. 그녀의 질액은 묽고 미끄러웠지만, 깊숙한 곳일수록 점도가 진해졌다.
"그만......!"
미령의 신음이 울부짖음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녀의 목을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살짝 조였을 뿐인데 그녀의 질 내부가 더 세게 수축했다.
"네 배신 값을 치러야지."
나는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리듬을 타며 그녀의 질을 음경으로 찔러 올렸다. 미령의 허리가 바닥에서 들썩였다. 변이된 왼팔이 바닥을 긁는 소리.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 으......!"
질벽의 주름이 귀두에 걸릴 때마다 그녀의 몸이 경련했다. 나는 그 반응을 즐기며 속도를 올렸다. 음경이 그녀의 자궁 입구를 밀어 올렸다. 미령의 눈이 뒤집혔다.
"멈춰...... 멈추라고......!"
하지만 그녀의 질은 내 음경을 더 깊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질액의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삽입 시 나는 소리가 더 커졌다. 퍽퍽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땀 냄새와 질액의 비릿한 냄새, 그리고 방사능이 연소되는 특유의 금속성 냄새가 뒤섞였다.
나는 그녀의 상체를 끌어당겼다. 미령의 등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그 상태로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질이 내 음경 전체를 삼켰다. 귀두가 자궁 입구에 닿을 때마다 미령의 복부 근육이 경련했다.
"네 오염도를 낮춰주겠다고 했잖아."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 하고 있어. 방사능을 흡수하는 중이야."
실제로 그랬다. 성적 접촉을 통해 미령의 체내 방사능이 내 몸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질액에 섞인 오염 물질이 내 음경의 점막을 통해 흡수됐다. 동시에 내 체액이 그녀의 질벽에 스며들며 정화 작용을 일으켰다.
쾌락이 두 배로 증폭됐다.
방사능을 흡수할 때의 금단 증상과 성적 쾌락이 합쳐져 뇌를 녹였다. 나는 더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미령의 질 내부가 격렬하게 수축하며 내 음경을 압박했다. 그때였다.
변이된 왼팔의 푸른빛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방사능으로 인한 변색이 실시간으로 희미해졌다. 피부 아래 퍼져 있던 검푸른 혈관들이 서서히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오염도가 시각적으로 낮아지는 증거였다. 미령도 그걸 느꼈는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싫...... 아...... 안 돼......!"
그녀의 저항이 약해졌다. 대신 질벽의 수축 리듬이 빨라졌다. 그녀의 몸이 오르가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딱딱하게 발기한 음핵이 손끝에서 맥박 쳤다.
"아아아악!"
미령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질 내부가 격렬하게 수축하며 내 음경을 조였다. 그녀의 질액이 분출됐다. 뜨거운 액체가 귀두를 적셨다. 나는 그 즉시 음경을 그녀의 질에서 뽑아냈다.
미령의 몸이 경련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왼팔을 다시 보았다. 푸른빛이 절반 가까이 사라져 있었다. 변이된 피부 조직이 정상에 가깝게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벌린 채 고개를 숙였다. 혀로 그녀의 질 입구를 핥았다. 질액의 맛이 혀끝에 퍼졌다. 짜고 비릿했지만, 방사능이 정화된 특유의 금속성 감칠맛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질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액체를 빨아들였다.
"그만...... 부탁이야......"
미령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냉혹한 여전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 눈물마저 혀로 핥았다. 체액은 전부 흡수해야 했다.
"네 오염도가 70%에서 40%로 떨어졌어."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왼팔의 푸른빛은 이제 희미한 잔영만 남아 있었다.
"앞으로 계속 낮춰줄 거야. 매일 밤 이렇게."
미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포와 굴욕, 그리고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안도감. 그녀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네가...... 네가 뭘 원하는데......"
"녹 구역 동부."
나는 일어서며 바지를 추켜올렸다. 발기된 음경이 아직도 욱신거렸지만, 일단은 참을 수 있었다.
"백골단 잔존 세력의 항복을 받아내. 네가 그들의 새로운 지휘관이야."
미령이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이 마지막 남은 저항을 버리며 가라앉았다.
"......명령이다."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녹 구역 동부는...... 이제 당신 것이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그때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복도 끝에 유나가 서 있었다. 손에는 여전히 녹슨 쇠조각을 쥔 채. 그녀의 눈은 충혈되고 입술은 바짝 말랐다. 미령이 무릎 꿇은 모습을 응시하는 그녀의 표정.
질투였다.
입가가 일그러지고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이 먼저였는데, 자신이 더 많은 정보를 줬는데, 왜 저 여자가 저 자리를 차지했나. 그런 생각이 읽히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도 있었다.
미령이 살아있음으로써 자신을 향한 내 관심이 분산된다는 안도. 가족 시료에 대한 거래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 그 모순된 감정이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돌아서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지기 직전,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걸 봤다. 쥐고 있던 쇠조각을 주먹 안에서 더 세게 움켜쥐었다. 녹슨 금속이 손바닥을 찢는지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그녀는 그걸 닦지도 않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가 먼저였는데."
바람에 실려 온 목소리는 거의 신음에 가까웠다.
나는 미령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체중이 내 어깨에 실렸다.
"백골단 본부로 가자. 거미가 죽었다는 걸 알려야지."
그 순간이었다.
방공호 잔해 속에서 무전기가 울렸다. 백골단 통신 채널이 아니었다. 더 깨끗한 주파수. 더 높은 출력. 노이즈 한 점 섞이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태한."*
여자 목소리였다. 차갑고 이지적인 톤. 나는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클린존 정화위원회 하린이다."*
미령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도 그 이름을 아는 듯했다.
*"네 능력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답신을 기다리겠다."*
무전이 끊겼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다봤다. 손에 쥔 무전기에서 아직도 그 목소리의 잔향이 울리는 듯했다. 클린존. 정화위원회. 하린.
이 도시의 진짜 권력자들이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미령을 돌아봤다. 그녀는 여전히 내 어깨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질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내 체취가 그녀의 몸에 배어들었다. 왼팔의 푸른빛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유나가 사라진 복도 너머는 어둠뿐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만이 그녀가 지나간 자리를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무전기를 허리춤에 꽂았다. 손에 쥔 방사귀 통제 프로토콜 문서가 바스락거렸다. 클린존의 문양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했다. 더 큰 권력의 열쇠. 그리고 더 큰 위협의 시작.
폐허에서도 살결은 뜨겁지.
이제 그 뜨거움을 노리는 자들이 하나둘 모여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