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엘리제는 자신의 비명을 들으며 깨어났다.

폐부를 찢는 소리가 목구멍을 긁고 나갔지만, 그건 그녀의 비명이 아니었다. 카이우스의 기억 속에서 울려 퍼진 7년 전의 절규가 아직도 성대에 달라붙어 떨리고 있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이 닿는 감각, 마그누스의 군화가 그의 등을 짓누르던 그 순간.

눈을 떴다. 천장에 새겨진 마법진이 핏빛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탑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저주파 진동이 벽면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갈비뼈를 울렸다.

“정신이 드시오.”

카이우스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냉소적인 어조가 아니라, 맨살이 벗겨진 듯한 생목소리.

그는 엘리제에게서 세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나체였다. 어깨와 가슴에 새겨진 채무 문신이 푸른빛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허벅지 안쪽까지 이어진 그 문자들은 지하 서고의 마법진과 공명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의 눈동자엔 엘리제가 방금 목격한 장면이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마그누스의 군화 밑창이 그의 척추를 따라 내려앉던 압력. 갈비뼈가 돌바닥에 눌려 으스러질 듯한 통증. 피가 입안에 고이던 철분 맛. 그리고 그 굴욕 속에서도 거세게 치솟았던 발기.

카이우스의 성기가 돌바닥을 향해 곧추섰던 그 순간. 고문당하는 육체가 마지막으로 분출한 생존 본능의 형태가, 지금 엘리제의 신경계를 따라 카이우스의 그것과 완전히 동기화되어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질 입구가 이유 없이 수축했다.

“보았군요.”

카이우스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내가 가장 비참했던 순간을.”

엘리제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 역시 나체였다. 가슴과 배, 허벅지에 카이우스의 정액이 말라붙어 얇은 막처럼 피부를 당기고 있었다. 왼쪽 젖꼭지 주변엔 그가 빨아들인 자국이 푸르스름하게 남아 있었고, 목덜미에서 쇄골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그의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계약 4단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기억의 파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엘리제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가 평생 숨기고 싶었던 치욕의 정점. 마그누스가 그를 ‘감각 화폐’로 만들던 바로 그 순간, 그의 육체는 배신자에게 발기로 응답했던 것이다.

“나는… 나는 그보다 더한 것도 보았어요.”

카이우스의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발바닥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채무 문신의 빛이 강해졌다.

“더한 것?”

“당신이 그 고통 속에서도 사정하던 순간. 마그누스의 발에 짓밟히면서도 정액을 쏟아내던 그——”

“닥치시오.”

그가 엘리제의 어깨를 잡아 벽으로 밀쳤다. 등이 차가운 벽면에 부딪히는 충격과 동시에, 그의 손바닥이 닿은 부위에서 감각의 폭풍이 일어났다.

카이우스의 손이 닿은 어깨. 그 촉각이 그녀의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단순한 신체 접촉이 아니었다. 그의 손바닥 안에 응축된 7년간의 모든 기억, 그가 수십 명의 감각 빚을 대신 감당하며 느꼈던 고통과 굴욕,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도망치지 않고 버텨낸 집요한 생존 본능이 한꺼번에 엘리제의 혈관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동시에, 엘리제의 기억이 그에게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카이우스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동자가 확장되고 동공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가 지금 목격하는 건 7년 전의 엘리제였다. 대형 마법 사고로 스승을 구하려던 그녀가 촉각 전체를 대가로 지불하던 순간.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사라지는 공포, 마지막으로 느꼈던 스승의 체온이 손바닥을 떠나며 허공으로 흩어지던 그 상실감.

그리고 스승이 떠난 후의 공허. 촉각 없는 몸으로 홀로 침묵의 탑에 유폐된 7년. 아무도 만지지 못하고, 아무도 그녀를 만지지 못한 채 살아야 했던 시간.

그 모든 외로움이 카이우스의 폐부를 가득 채웠다. 그의 가슴이 죄어들고, 숨이 막혔다. 마치 자신이 7년간 감각 없이 살아온 것처럼.

“이게… 당신의…”

카이우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손이 엘리제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접촉이 끊어져도 기억의 전이는 멈추지 않았다. 계약 4단계는 이미 시작되었고, 두 사람의 신경계는 하나의 회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그누스.”

카이우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의 치욕을 새긴 자, 그를 감각의 노예로 만든 배신자.

“그가 당신의 스승이었군요.”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바쳤고, 결국 그에게 버림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남자가 카이우스를 파괴한 장본인이었다.

“같은 자에게… 버림받았군요.”

카이우스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 광기와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치욕을 목격한 이 여자는, 바로 그 치욕을 만들어낸 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신당한 피해자였다.

그의 손이 다시 올라왔다. 이번에는 엘리제의 뺨을 감쌌다.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광대뼈를 쓸었다. 촉각이 완전히 사라졌어야 할 그녀의 피부가, 카이우스의 손이 닿는 순간만큼은 살아있는 것처럼 반응했다. 신경 말단이 그의 체온을 빨아들이고, 땀샘이 열리며, 모공이 수축했다.

“이 자리도.”

카이우스가 엘리제의 뺨에서 손을 떼고, 검지로 그녀의 목을 따라 내려갔다. 쇄골 위, 맥박이 뛰는 움푹 파인 곳.

“이 자리도.”

검지가 쇄골을 지나 왼쪽 가슴 위로 미끄러졌다. 심장 바로 위, 젖꼭지에서 한 뼘 떨어진 부위.

“이 자리도.”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왼쪽 가슴을 완전히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젖꼭지가 눌리며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엘리제의 척추를 타고 전율이 올라왔다. 그녀의 등이 벽에 닿은 채 떨렸다.

“내가 다시 채워주겠소.”

카이우스가 허리를 숙였다. 그의 입술이 엘리제의 이마에 닿았다. 건조하고 갈라진 입술이었지만, 그 접촉에서 폭발적인 온기가 발생했다. 계약을 통해 증폭된 감각이 두 사람의 피부 사이에서 스파크처럼 튀었다.

이마에서 미간으로, 미간에서 콧등으로, 콧등에서 입술로.

카이우스의 입술이 엘리제의 입술을 포갰다. 혀가 치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의 침 속에 녹아 있는 감각의 정보가 엘리제의 구강 점막을 통해 직접 흡수되었다. 그가 오늘 아침 느꼈던 모든 것, 탑의 차가운 공기, 지하 서고의 습기, 리제트의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존 냄새, 그리고 엘리제의 질 안에서 느꼈던 그 뜨겁고 조이는 감촉까지.

엘리제가 카이우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뒷목을 파고들었다. 짧게 자란 머리카락이 손바닥에 닿는 감각, 두개골 아래에서 맥박이 뛰는 진동, 승모근의 단단한 저항.

카이우스가 무릎을 굽혔다. 그의 입술이 엘리제의 목을 따라 내려가며 촉각의 흔적을 남겼다. 침이 마르기 전에 다음 입맞춤이 이어졌다. 쇄골, 가슴골, 그리고 왼쪽 젖꼭지.

그의 혀가 젖꼭지 끝을 핥았다.

엘리제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그녀의 신경계와 카이우스의 신경계가 완전히 동기화된 지금, 그가 혀로 느끼는 젖꼭지의 감촉이 그대로 그녀의 뇌로 전달됨과 동시에, 그녀의 젖꼭지가 느끼는 쾌락이 다시 카이우스의 혀로 피드백되었다.

증폭 루프.

그가 핥을 때마다 쾌락이 두 배로 증폭되었다. 첫 번째 핥기에서 엘리제는 신음을 흘렸다. 두 번째 핥기에서 그녀의 질이 경련했다. 세 번째 핥기에서 애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 번째 핥기에서 카이우스 자신이 신음했다. 그가 혀로 느끼는 젖꼭지의 탄력과 엘리제가 느끼는 쾌락이 혀의 신경을 타고 그의 뇌로 역류하며, 그의 성기를 발기시켰다.

“당신이… 내 젖꼭지를 빨 때…”

엘리제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당신의 자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껴져요.”

카이우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술이 젖꼭지에서 떨어지며 실처럼 가느다란 침이 이어졌다.

“그럼 이것도 느껴보시오.”

그가 엘리제의 몸을 돌려 벽에 얼굴을 대게 했다. 그녀의 두 손이 차가운 벽면을 짚었다. 엉덩이가 뒤로 돌출되고 허리가 깊게 휘었다.

카이우스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이 엘리제의 엉덩이 뒤로 사라졌다. 숨결이 항문과 회음부를 지나 질 입구에 닿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음순을 갈랐다.

엘리제가 비명을 질렀다. 벽을 짚은 손가락이 마법 처리된 유리 표면을 긁었다. 소리 없는 마찰음이 탑의 심장부에 울려 퍼졌다.

카이우스의 혀는 길고 유연했다. 그가 음순의 바깥쪽부터 천천히 핥아 올렸다. 왼쪽 대음순, 오른쪽 대음순, 그리고 중앙의 틈새. 침과 애액이 뒤섞이며 끈적이는 소리가 그의 입술과 그녀의 외음부 사이에서 났다.

“당신의 맛이…”

카이우스가 혀를 질 안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질벽을 타고 엘리제의 체내로 울려 퍼졌다.

“내 혀에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다니.”

그의 혀가 질벽을 핥았다. 안쪽 주름 하나하나를 혀끝으로 더듬었다. 엘리제의 질은 격렬하게 수축하며 그의 혀를 조였다. 질벽에서 분비되는 애액이 혀에 흡수되고, 그 맛이 카이우스의 미각을 통해 엘리제의 뇌로 전달되었다.

자신의 맛을 자신이 느끼는 기이한 감각. 짭짤하고, 약간 비릿하고, 그리고 달콤했다. 그녀의 애액 속에 녹아 있는 페로몬 성분이 카이우스의 혀를 통해 그녀의 시상하부를 자극했다. 성적 흥분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도약했다.

카이우스가 혀를 질에서 빼내고, 이번에는 음핵을 공략했다. 그의 입술이 음핵을 감싸고 흡입했다. 동시에 검지와 중지가 질 안으로 진입했다.

두 개의 손가락이 질벽을 벌리며 들어왔다. 첫 번째 마디, 두 번째 마디, 그리고 손가락 뿌리까지 완전히 삼켜졌다. 질벽이 이물질을 감지하고 경련하듯 수축했지만, 곧이어 애액이 분비되며 손가락을 더 깊이 받아들였다.

카이우스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G스팟을 덮고 있는 질벽의 주름진 부위를 손톱으로 긁었다.

엘리제의 허리가 튕겼다. 그녀의 질이 카이우스의 손가락을 격렬하게 조였다.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손바닥을 적셨다.

“여기요.”

카이우스가 손가락으로 G스팟을 반복해서 문지르며 말했다.

“바로 여기. 당신이 가장 미쳐버리는 자리.”

그의 입술이 다시 음핵을 빨아들였다. 혀끝으로 음핵의 끝을 빠르게 훑으며, 동시에 질 안의 손가락이 G스팟을 집요하게 자극했다.

이중 자극.

엘리제의 의식이 흔들렸다. 쾌락이 너무 강렬해서 뇌가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시야가 하얗게 타올랐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이 돌바닥에 닿기 직전, 카이우스가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일으켰다.

“아직이오.”

그가 속삭였다. 그의 성기가 엘리제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귀두가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웠다.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한 고열이 그의 성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당신의 보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소.”

카이우스가 천천히 삽입했다. 귀두가 질 입구를 밀어 넣고, 음순이 좌우로 벌어지며 성기를 감싸 안았다. 질벽의 주름이 귀두를 스치며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첫 번째 마디, 두 번째 마디.

엘리제의 질이 카이우스의 성기를 완전히 삼켰다. 두 사람의 골반이 밀착되고, 그의 음낭이 그녀의 음핵에 닿았다.

“이제… 느껴지시오?”

카이우스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고 깊은 피스톤 운동. 성기가 질벽을 꽉 채우며 출입할 때마다, 두 사람의 신경계를 타고 동일한 쾌락이 동시에 전달되었다.

엘리제가 느끼는 질의 충만감과 압박감. 카이우스가 느끼는 성기의 조임과 따뜻함. 그리고 그 두 감각이 서로의 뇌로 전이되며 증폭되는 피드백 루프.

카이우스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엘리제는 자신의 질이 느끼는 쾌락과 그의 성기가 느끼는 쾌락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 두 감각이 충돌하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켰다.

“당신의 보지가… 나를 이렇게…”

카이우스가 신음했다. 그의 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감각의 빚을 감당하며 어떤 고통도 견뎌냈지만, 이건 달랐다. 고통이 아니라 쾌락이 그를 파괴하고 있었다.

엘리제가 벽을 짚은 채 상체를 비틀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계약의 마력이 그녀의 홍채에 깃들어 타오르는 빛.

“더… 더 세게 박아요.”

엘리제가 명령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통제된 마법사의 것이 아니었다. 7년간의 감각 결핍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굶주린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내 보지를 부숴버릴 것처럼.”

카이우스가 속도를 올렸다. 그의 골반이 엘리제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탄력 있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 애액이 성기의 출입에 따라 거품으로 변하며 나는 젖은 소리,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탑의 심장부에 울려 퍼졌다.

엘리제가 한 손을 뒤로 뻗어 카이우스의 등을 더듬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등에 새겨진 채무 문신을 따라 움직였다. 푸른빛으로 타오르는 그 문자들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손톱으로 문신을 긁었다.

카이우스의 몸이 경련했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그의 척수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가 긁은 부위가 바로 마그누스가 처음으로 채무 문신을 새겼던 자리였다. 치욕의 시작점.

“다시… 긁어주시오.”

카이우스가 신음하며 말했다. 그의 허리가 더 빨라졌다. 성기가 질벽을 격렬하게 마찰하며 출입할 때마다, 엘리제의 손톱이 그의 문신을 더 깊게 긁었다.

고통과 쾌락의 경계가 무너졌다.

카이우스의 등에서 피가 조금씩 베어 나왔다. 엘리제의 손톱 밑으로 그의 피부 조직이 들어찼다. 동시에 그의 성기는 그녀의 질 안에서 한계까지 팽창했다. 사정 직전의 경련이 귀두에서 시작되어 음경 전체로 퍼져나갔다.

“함께… 가주시오.”

카이우스가 엘리제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의 가슴이 그녀의 등에 밀착되고, 심장 박동이 척추를 통해 전달되었다. 두 사람의 심장이 동일한 리듬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엘리제의 음핵을 찾았다. 검지와 중지로 음핵을 집고 비볐다. 동시에 성기가 질 안에서 마지막으로 크게 부풀었다.

엘리제의 질이 격렬하게 수축했다. 질벽 전체가 카이우스의 성기를 압박하며 경련했다. 그녀의 자궁 경부가 귀두를 빨아들이듯 열렸다.

“아… 아아…!”

엘리제의 절정이 먼저 터졌다. 질 전체가 발작적으로 수축하며 애액을 대량으로 분비했다. 자궁 경부가 귀두를 물듯이 수축하고, 질벽이 음경 전체를 쥐어짜듯 연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항문이 경련하고, 복부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그녀의 오르가즘이 카이우스에게 전이되었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질 안에서 터질 듯이 부풀었다. 귀두의 요도구가 열리며 정액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정이 자궁 경부를 직접 강타했다. 뜨거운 액체가 질 안을 가득 채우며 자궁 입구를 적셨다. 두 번째 사정이 이어지며 질벽을 따라 정액이 흘러내렸다. 세 번째 사정에선 그의 음경 전체가 경련하며 질 안에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카이우스의 온몸이 떨렸다. 그의 정액이 분출될 때마다, 엘리제의 질이 그 정액을 빨아들이며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자궁 경부가 열리고 닫히며 정액을 자궁 안으로 퍼올렸다. 두 사람의 생식기가 하나의 펌프처럼 작동하며 정액과 애액을 순환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기억의 파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엘리제의 뇌리에 7년 전의 카이우스가 겹쳐졌다. 마그누스에게 채무 문신을 새기며 강제로 사정하던 그 순간, 돌바닥에 쏟아지던 정액의 비참함과 지금 자발적으로 그녀의 자궁 깊숙이 쏟아붓는 쾌락이 충돌했다.

카이우스의 뇌리에는 7년 전의 엘리제가 겹쳐졌다. 스승을 구하기 위해 촉각을 바치던 그 순간, 손끝에서 사라져가던 마지막 감각의 절망과 지금 카이우스를 통해 촉각을 되찾은 환희가 충돌했다.

두 개의 트라우마가 서로를 비추며 상쇄되었다. 치욕은 쾌락으로, 상실은 회복으로.

엘리제가 돌아보며 카이우스의 입술에 키스했다. 정액과 애액 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 사람의 체취가 뒤섞이며 새로운 향을 만들어냈다.

“이제… 우리는…”

엘리제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같은 사람에게 버림받은 자가 아니라…”

카이우스가 그녀의 말을 입술로 막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침과 침이 섞이고, 숨과 숨이 섞였다.

“당신과 나는… 같은 상처를 공유하는 자요.”

그가 속삭였다. 그의 성기가 아직도 그녀의 질 안에서 작게 경련하며 남은 정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때, 지하 서고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리제트였다.

엘리제가 긴장하며 몸을 일으켰다. 카이우스의 성기가 빠져나오며 질 입구에서 정액이 흘러넘쳤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망토를 주워 몸을 감쌌다.

“리제트!”

지하 서고로 내려가는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카이우스가 그 뒤를 따랐다.

서고 중앙에 설치된 마법진이 불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리제트는 마법진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고, 그녀의 손목과 발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마법진의 선을 따라 퍼지고 있었다.

“리제트!”

엘리제가 여동생에게 달려가 상체를 일으켰다. 리제트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창백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채 흔들렸다.

“언니…”

리제트의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바람 빠진 휘파람처럼 가늘었다.

“왜… 왜 자꾸 다른 사람에게…”

그녀의 손이 올라와 엘리제의 뺨을 더듬었다. 손가락 끝이 피로 젖어 있었다.

“언니는… 나만 바라보면 되는데…”

리제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마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법진의 부작용이 그녀의 감각계를 파괴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언니의 감각을… 모두…”

리제트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의 의식이 희미해지며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탑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천장에서 마법 처리된 유리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방어막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엘리제가 고개를 들었다.

탑의 입구 방향에서 군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규칙적이고 무거운 발걸음.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라, 완전무장한 부대 전체의 진군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들 사이로, 낯익은 마법 파장이 감지되었다. 차갑고, 메마르고, 모든 감각을 강제로 차단하는 그 파장.

공허 마법.

“다리우스 크로우.”

카이우스가 낮게 읊조렸다.

탑의 정문이 산산조각났다. 유리와 금속이 폭발적으로 흩어지며 복도를 가득 채웠다. 먼지구름 사이로 검은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밀려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감각 차단 마법이 새겨진 검과 방패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다리우스 크로우가 서 있었다.

그는 은발을 뒤로 빗어 넘긴 중년의 남자였다. 얼굴은 조각처럼 냉철했고, 눈동자는 모든 감정을 말려버린 듯 건조했다. 그의 오른손에는 검은색 장검이 들려 있었고, 검날을 따라 공허 마법의 문자가 푸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엘리제 아슈발트.”

다리우스의 목소리가 탑의 심장부에 울려 퍼졌다. 증폭 마법이 실린 그 음성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듣는 자의 고막을 진동시키며 신경계로 직접 침투하는 감각 공격이었다.

“그리고 카이우스 벨몬트. 감각의 채무자.”

그가 검을 들어 두 사람을 겨누었다.

“당신들의 계약은 여기서 끝이다.”

엘리제가 리제트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일어섰다. 망토 아래로 그녀의 맨몸이 드러났다. 카이우스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 역시 망토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 두 사람의 피부엔 서로의 체액과 피가 뒤섞여 있었다.

다리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시선이 엘리제의 목에 난 이빨 자국, 가슴 위의 빨아들인 흔적, 허벅지 안쪽으로 흘러내린 정액을 차례로 훑었다.

“타락했군요.”

그가 낮게 읊조렸다.

“당신의 스승이 이 꼴을 본다면…”

“내 스승.”

엘리제가 다리우스의 말을 잘랐다.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겁니까. 마그누스를.”

다리우스의 입술이 비틀렸다. 미소라기엔 너무 차갑고, 조소라기엔 너무 슬픈 표정이었다.

“알고 있소. 누구보다도 잘.”

그가 검을 낮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내 연인이었으니까.”

엘리제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카이우스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긴장이 전달되었다.

“마그누스 아슈발트. 당신의 스승이자, 나의 연인이었던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엇인지 아시오?”

다리우스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검날에서 공허 마법의 파장이 퍼져나와 주변의 공기를 얼렸다.

“감각을 나누는 자들을 모두 멸하라.”

그의 눈동자가 광기로 타올랐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거요. 그의 마지막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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