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퇴고본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낯선 분노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미친 듯이 쳐댔다. 내 것이 아닌데도 손끝이 저릿하게 굳고 턱이 저절로 악물렸다. 카이우스의 거친 숨결이 입술 바로 위에서 흩어졌다.

"이건……."

"내 분노요."

짧고 굵은 대답. 그의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 이글거렸다. 드론을 피해 벽에 밀착한 자세 그대로, 서로의 감정이 스며드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내 불안이 그에게 흘러들어갔다. 7년간 쌓아온 두려움, 탑의 차가운 유리벽 너머로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 스승이 떠나던 날의 허망함까지. 카이우스의 턱이 굳어지고 등 뒤 채무 문신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의 등판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그만…… 멈춰요."

숨을 들이켰지만 그 순간 그의 분노가 다시 밀려왔다. 더 뜨겁고, 더 깊었다. 쇠사슬이 살을 파고드는 감각이 내 손목에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차가운 철이 뼈에 닿는 압박감. 인두가 피부에 닿기 직전의 열기가 내 허벅지를 지졌다. 살갗이 달아오르고 수축하는 고통. 누군가에게 '감각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하던 기억의 파편이 분노와 뒤섞여 내 안으로 쏟아졌다. 살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달콤하면서도 역한, 단백질이 타는 악취. 쇠사슬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쇠고리가 쇄골 위를 긁는 감촉.

드론의 스캔 빛이 창밖을 훑고 지나갔다. 카이우스가 내 손목을 잡았다. 정확히 아까 '따뜻하군'이라고 중얼거렸던 그 부위였다.

"감정이 샌다. 이대로는 드론이 감지할 거요."

"어떻게……."

"일단 집중하시오. 내 감정을 밀어내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요."

그의 손가락이 내 맥박 위를 눌렀다. 순간 분노의 물결이 잦아들고 그 아래 깔린 다른 감정이 드러났다. 외로움이었다. 7년간 아무도 만지지 못했던 나의 외로움이 그에게 흘러들어가고, 그의 외로움이 나에게 역류했다. 수십 명의 감각 빚을 짊어지고 살아온 자의 고독이 내 폐를 채웠다. 숨이 막혔다. 폐포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드는 적막.

"둘 다…… 똑같군."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드론의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댄 채 거친 숨을 골랐다. 감정의 경계가 흐려져 무엇이 내 것이고 무엇이 그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때 탑의 수신 마법진이 붉게 빛났다.

공식 서신이 도착한다는 신호였다.

---

서신은 종이가 아니었다. 공기 중에 떠오른 금빛 문자들이 냉랭하게 반짝였다. 감각 심의회의 문장이 찍힌 경고장이었다.

*'엘리제 아슈발트 마법사에게 고한다. 침묵의 탑에서 감지된 불법적 감각 계약의 파동은 감각 신정국 기본법 제27조 '공감각 계약 금지령'을 위반한 것이다. 즉시 계약을 파기하고 채무자를 심의회에 인도하라. 불응 시 72시간 내에 공허 마법 집행 부대를 파견, 계약자 전원에게 공허형을 집행할 것이다.'*

카이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공허형이라…… 감각을 영구히 빼앗는 형벌이오. 촉각 없는 마법사에게 또 무엇을 빼앗겠다는 건지."

그러나 경고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줄이 유난히 진한 금빛으로 반짝이며 개인적인 메시지를 드러냈다.

*'나는 당신을 구하지 못한 그날을 아직 기억하오.'*

심장이 멎는 듯했다. 이 문구. 나는 이 말을 알고 있었다. 7년 전, 스승을 구하기 위해 대형 마법을 썼던 그날 밤, 심의회에서 파견된 감시관이 했던 말이었다. 스승이 감각을 모두 잃고 쓰러졌을 때, 그 감시관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다리우스…… 크로우."

카이우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는 자요?"

"7년 전, 내 스승의 감각 상실 현장에 있었던 심의회 요원이에요. 그가…… 스승을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니오."

카이우스가 경고장의 문자를 손으로 쓸어 지우며 말했다.

"그가 구하지 못한 건 당신이오, 엘리제."

금빛 문자가 흩어지며 사라졌다.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이우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리우스가 나를 구하지 못했다니, 무슨 의미인지.

그때 탑의 출입 감지 마법이 울렸다.

누군가 정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리듬감 있는 발소리, 경쾌하게 바닥을 두드리는 구두 소리. 즉시 알아챘다.

리제트였다.

---

"언니!"

여동생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그녀의 팔이 내 허리를 감싸고 얼굴이 내 가슴께에 파묻혔다. 7년 전과 똑같은 방식의 포옹이었다. 언제나 조금 과도한 스킨십.

"왜 연락도 안 해. 나 언니 걱정돼서 밤에 잠도 못 잤어."

리제트의 손이 내 팔을 더듬어 올라왔다. 손가락이 내 손목 안쪽, 카이우스가 만졌던 그 부위를 스치자 무의식적으로 몸을 뗐다. 여동생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언니……?"

"미안해, 리제트. 요즘 좀 예민해서."

"누구야?"

카이우스의 목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리제트의 고개가 번쩍 올라갔다. 그녀의 눈이 카이우스를 훑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헝클어진 셔츠, 단추가 두 개 풀린 목 부분, 그리고 나와 똑같은 체취가 밴 몸.

"저 남자…… 언니 탑에 왜 있어?"

리제트의 목소리에서 모든 다정함이 증발했다. 그녀의 손이 내 팔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며 작은 반달 자국을 남겼다.

"계약자야."

짧게 대답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리제트는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계약? 무슨 계약? 설마……."

여동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나를 지나쳐 카이우스에게 다가갔다. 구두 소리가 탑의 유리 바닥을 날카롭게 두드렸다.

"당신, 내 언니한테서 뭘 빼앗은 거야? 감각? 아니면 감정?"

카이우스가 미소 지었다. 냉소적이면서도 어딘가 동정이 섞인 미소였다.

"나는 당신 언니에게 감각을 주는 쪽이오."

"거짓말!"

리제트가 소리쳤다. 그녀의 손에서 푸른 빛이 반짝였다. 감각 아카이브 마법의 전조였다.

"리제트, 그만둬."

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여동생의 손목은 가늘었고 맥박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언니는 내가 지킬 거야. 7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저 남자는 언니를 망칠 거야. 모든 감각 채무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구분할 수 없는 감정이 숨결을 거칠게 만들었다. 그러다 입술이 떨리며 열렸다.

"언니…… 기억나? 우리가 처음 탑에 왔던 날 밤."

리제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마치 혼잣말처럼.

"언니는 스승님만 바라보고 있었지. 나는 그때…… 언니가 나를 절대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짐했어. 언니가 아무것도 못 느껴도, 내가 언니의 모든 감각이 되어주겠다고. 그럼 언니는 나만 바라볼 거라고. 그런데……."

그녀의 손이 내 팔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손톱이 살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따끔한 통증이 솟구쳤다.

"그런데 저 남자는…… 언니에게 감각을 줬어. 내가 언니에게 줄 수 없었던 걸. 그럼 언니는 이제 나를 안 봐도 되는 거야?"

숨이 막혔다. 리제트의 집착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7년간 쌓아온 생존 본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리제트…… 나는……."

"됐어."

리제트가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내 손이 그녀의 등을 더듬었지만, 그녀의 근육은 굳어 있었다.

카이우스가 조용히 계단을 올라갔다. 그가 사라지기 직전, 나는 그의 감정이 내 안에서 또 한 번 출렁이는 것을 느꼈다. 리제트를 향한 경계심과, 그리고 나를 향한……

그 감정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

밤이 깊었다.

리제트는 탑의 게스트 룸에 머물렀다.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침실로 돌아왔다. 창밖에는 달빛도 없었다. 탑의 유리벽이 완전한 어둠을 반사하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카이우스였다. 그는 맨발이었고 셔츠는 여전히 헝클어진 채였다. 목덜미로 흘러내린 땀 한 방울이 쇄골을 타고 내려갔다. 그의 바지 앞부분이 불편할 정도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숨소리는 평소보다 거칠었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감정이 너무 시끄럽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발소리가 유리 바닥을 부드럽게 스치며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당신의 불안이 내 안에서 울려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요."

"나도 그래요. 당신의 분노가…… 계속 내 심장을 두드리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내 뺨에 닿자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감정의 흐름이 증폭되었다. 그의 분노와 나의 불안이 뒤섞이고, 그 아래 깔린 외로움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정시켜야 해요. 이대로는 둘 다 미쳐버릴 거요."

그의 손이 내 목을 따라 내려왔다. 셔츠 위로 손바닥이 미끄러지자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촉각이 내 피부 위에서 불꽃처럼 일었다. 7년 만에 느끼는 타인의 체온이 내 몸을 관통했다. 손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닭살이 돋았다.

"옷…… 위로요."

내가 속삭였다. 카이우스의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그의 동공이 확장되어 검은색이 거의 홍채를 삼킨 상태였다. 숨결에서 와인 향이 희미하게 풍겼다.

"원하는 건가요, 아니면 필요한 건가요?"

"둘 다요."

그가 내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천천히, 마치 의식을 집행하듯이. 단추가 풀릴 때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쇄골, 가슴 위쪽, 명치를 스쳤다. 매번 닿을 때마다 감정의 파동이 내 안에서 폭발했다. 그의 손이 닿은 자리마다 열기가 번졌다. 피부 밑에서 모세혈관이 확장되는 감각.

내 손도 그의 셔츠 위로 올라갔다. 가슴 근육이 손바닥 아래에서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나는 그의 셔츠를 벗겼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등에 새겨진 채무 문신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복잡한 문자와 기호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반짝였다. 문신의 잉크가 피부 아래에서 파문을 일으키며 숨 쉬고 있었다.

"만져도 돼요?"

"이미 만지고 있잖소."

"문신이…… 빛나고 있어요."

내 손가락이 그의 등을 더듬었다. 문신의 굴곡을 따라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감정이 내 안으로 더 깊이 스며들었다. 분노 아래 숨겨진 고통, 고통 아래 묻힌 갈망. 손끝이 닿을 때마다 문신의 빛이 더 강해졌다. 마치 반응하듯.

카이우스가 나를 침대 위로 밀었다. 그의 몸이 내 위로 올라왔다. 셔츠가 완전히 벗겨졌고, 그의 손이 내 가슴을 감쌌다. 맨살에 직접 닿은 그의 손바닥이 뜨거웠다. 땀에 젖은 손바닥이 내 피부에 밀착되었다.

"아……."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의 엄지가 내 유두를 스치자 쾌락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유두가 순식간에 경직되며 단단해졌다. 동시에 그의 감정이 쇄도했다. 갈망, 집착, 그리고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내 안으로 밀려들었다.

"당신의 감정이…… 내 안으로……."

"알아요. 나도 느껴요."

그가 내 목에 입을 맞추었다. 혀가 내 피부를 핥았다. 침이 미끄러지는 촉촉한 감촉. 나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었다. 그의 손이 내 치마를 걷어 올리고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굳은살이 박힌 손가락이 부드러운 살 위를 미끄러졌다. 손가락이 내 팬티 위를 눌렀다. 천 너머로 애액이 이미 배어나와 있었다.

"젖었군."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손가락이 천 위로 내 음부를 문지르자 애액이 천을 더 적셨다. 끈적한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손톱이 그의 어깨 살을 파고들었다.

"이건…… 내 감정인가요, 당신 감정인가요?"

"이젠 구분할 필요 없소."

그가 내 팬티를 벗겼다. 손가락이 직접 내 음핵을 스치자 비명을 질렀다. 쾌락이 너무 강렬해서 거의 고통에 가까웠다. 7년간 촉각 없이 살아온 몸이 갑자기 쏟아지는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경련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떨렸다. 음핵이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맥박치듯 뛰었다.

"진정해요. 천천히."

카이우스의 손가락이 내 질 입구를 빙글빙글 돌았다.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가락 마디까지 투명한 액체가 번들거렸다.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넣어줘요…… 제발……."

그의 손가락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한 마디, 두 마디. 질벽이 그의 손가락을 조였고 이물감과 쾌락이 동시에 나를 덮쳤다. 손가락이 안쪽을 긁을 때마다 내 안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질벽이 손가락을 더 깊이 빨아들였다.

"더……."

카이우스가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이글거렸다. 손가락이 더 깊이 들어왔다. 세 번째 손가락이 질 입구를 넓혔다. 그의 엄지가 내 음핵을 동시에 문질렀다. 나는 그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쾌락이 너무 강해서 눈물이 났다. 시야가 흐려졌다. 동시에 그의 감정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집착, 소유욕, 누군가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갈망. 그 감정의 강도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가 손가락을 빼냈다. 애액이 실처럼 늘어져 그의 손가락과 내 질 사이를 이었다. 투명한 실이 달빛 없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였다. 나는 항의하듯 신음을 흘렸지만 카이우스는 이미 자신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성기가 단단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굵고 길었으며 끝부분이 젖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귀두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번엔…… 이것으로."

그가 내 허벅지를 벌리며 속삭였다. 그의 성기 끝이 내 질 입구에 닿았다. 뜨거웠다. 마치 불에 달군 쇠막대처럼 열기가 내 안쪽까지 전해졌다. 귀두의 열기가 음부를 지졌다.

"천천히…… 넣을 테니 숨 쉬어요."

그의 귀두가 내 질 입구를 밀어 넓혔다. 압박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질 입구가 벌어지며 귀두를 삼켰다.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 숨을 들이켰다. 그가 조금씩 밀고 들어왔다. 질벽이 그의 성기를 감싸며 늘어났다. 성기의 굵기가 질벽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이물감이 너무 강해 잠시 숨이 멎었다. 7년간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곳이 갑자기 채워지는 감각에 내 몸이 떨렸다. 질벽이 경련하며 성기를 더 세게 조였다.

"아…… 너무…… 커요……."

"조금만 참아요. 곧 편안해질 거요."

그가 허리를 더 밀었다. 성기가 절반쯤 들어왔을 때 내 질벽이 경련하듯 수축했다. 카이우스가 신음을 흘렸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붙잡았다. 손가락이 허리 살을 파고들었다.

"너무 조여요…… 긴장 풀어요."

"할 수…… 없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내 눈꺼풀을 스치고 콧등을 지나 입술에 닿았다. 혀가 내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침이 내 입안으로 스며들었다. 키스에 집중하는 사이 그가 허리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성기 전체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질 깊숙한 곳까지 그가 닿았다. 자궁 입구에 귀두가 닿는 압박감. 내 배가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당겨왔다.

"다…… 들어왔어요?"

"전부."

그가 잠시 멈추었다. 우리 둘 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맥박 치고 있었다. 혈관이 뛰는 감각이 질벽을 통해 전해졌다. 내 질벽이 그의 성기를 감싸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그가 천천히 허리를 빼기 시작했다. 질벽을 따라 성기가 미끄러져 나오는 감각이 너무나 선명했다. 질벽의 모든 주름이 성기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귀두가 질 입구까지 나왔을 때 그가 다시 허리를 밀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빨랐다.

"아, 아……!"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밀고, 빼고, 다시 밀고. 점점 속도가 붙었다. 그의 성기가 내 안을 채웠다가 빠져나가는 반복적인 움직임에 침대가 삐걱거렸다. 침대 프레임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 나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더 깊이, 더 강하게 그를 원했다. 발뒤꿈치가 그의 허리를 내 쪽으로 밀어붙였다.

"더…… 빨리…… 제발……."

"이렇게?"

그가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성기가 질벽을 마찰하며 쾌락을 증폭시켰다. 질벽이 성기를 더 세게 조이며 마찰음을 높였다.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땀방울이 내 가슴 위로 떨어졌다. 그의 손이 내 가슴을 움켜잡았다. 엄지가 유두를 문지르며 꼬집었다. 쾌락이 두 배로 증폭되어 내 몸을 관통했다. 유두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더 단단해졌다.

"카이우스…… 나…… 나 곧……."

"아직이오. 나와 함께 가요."

그가 내 몸을 끌어당겨 앉은 자세로 바꾸었다. 내가 그의 허리 위에 올라탄 자세였다. 중력 때문에 그의 성기가 더 깊이 들어왔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 깊었다. 자궁 입구에 그의 귀두가 닿는 듯한 감각에 내 허리가 저절로 떨렸다. 자궁이 수축하며 귀두를 빨아들였다.

"움직여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깔렸다.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그의 성기가 내 질벽을 타고 미끄러졌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감정이 더 강하게 밀려들었다. 소유욕, 갈망,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절망. 감정의 파도가 의식을 덮쳤다.

그리고 그 순간, 보았다.

카이우스의 기억 속에서 어떤 여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은 머리칼, 창백한 피부, 입가에 맴도는 잔잔한 미소. 그녀는 쇠사슬에 묶인 카이우스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인두가 들려 있었다. 인두의 열기가 아른거리며 공기를 왜곡했다. 쇠사슬이 그의 손목을 움켜잡고 있었고,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피부가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고문자.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증오가 아니었다. 연민도, 사랑도 아닌, 무언가 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세라……핀……?"

내가 중얼거린 순간, 오르가즘이 나를 덮쳤다.

질벽이 격렬하게 수축하며 그의 성기를 조였다. 애액이 그의 성기를 타고 분출되어 허벅지를 적셨다. 분출된 액체가 그의 고환까지 흘러내렸다. 내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척추가 뒤로 젖혀지며 온몸이 떨렸다. 눈앞이 하얗게 질끈 감겼다. 시야가 새하얀 섬광으로 가득 찼다. 신음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건지,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건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간다…… 나도……."

카이우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성기가 내 안에서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귀두가 팽창하며 질벽을 더 세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가 내 허리를 세게 붙잡고 마지막으로 깊이 찔렀다. 허리를 붙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멍이 들 정도였다. 그의 정액이 내 질 안으로 뜨겁게 쏟아졌다. 자궁 입구를 때리는 정액의 감각에 나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뜨거운 액체가 자궁 안을 채우는 감각. 질벽이 그의 성기를 더 세게 조이며 정액을 짜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들이듯 수축했다.

그의 성기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정액과 애액이 섞여 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흰색과 투명한 액체가 뒤섞여 침대 시트를 적셨다. 그의 손이 내 배 위에 얹혔다. 우리 둘 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감정의 잔향이 방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봤군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 여자는……."

"나중에."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거요."

그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마요."

"리제트가 깨어날 시간이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조심스러운 발소리. 리제트의 구두 소리가 아니었다. 맨발로 유리 바닥을 살금살금 걷는 소리였다. 발바닥이 유리에 닿을 때마다 작은 마찰음이 울렸다.

그녀가 지하 서고로 향하고 있었다.

---

지하 서고의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리제트는 손에 푸른 마법등을 들고 서가 사이를 탐색하고 있었다. 마법등의 푸른 빛이 그녀의 얼굴을 아래에서 비추며 음산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금서들의 등뼈를 훑을 때마다 감각 아카이브 마법의 잔광이 반짝였다. 손끝이 낡은 가죽을 스칠 때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입술이 바싹 말라붙어 혀끝으로 축이며 중얼거렸다. 허벅지 사이 근육이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이 집착이라는 이름의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또 다른 계약…… 또 다른 계약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눈빛은 집착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책등을 훑을 때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책의 가죽 냄새, 오래된 종이의 곰팡내, 그리고 마법의 잔향이 뒤섞인 서고의 공기가 그녀의 폐를 채웠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마치 이 냄새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듯이.

"언니를 구속하는 계약을 파기할 방법…… 분명히 여기 있을 거야."

그녀의 손이 한 권의 검은 표지 책 위에서 멈추었다. 표지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문자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책을 펼치자 페이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그녀의 손목을 감으며 팔을 타고 올라왔다.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피부를 스쳤다.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찾았다."

리제트가 미소 지었다. 입술이 갈라지며 핏방울이 맺혔다. 그녀의 손가락이 책의 한 구절을 짚었다. 손끝에 검은 잉크가 묻어났다.

*'계약의 파기 조건: 채무자의 감각 빚을 제3자에게 전가할 것.'*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동공이 확장되며 홍채를 거의 삼켰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 근육이 더 세게 긴장했다. 쾌락에 가까운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를 비볐다. 면직물이 마찰되는 소리가 조용한 서고에 울렸다.

"카이우스 벨몬트…… 당신의 빚을 내가 가져가면, 언니는 자유로워져."

그녀가 책을 품에 안고 일어섰다. 책을 꼭 껴안은 가슴 사이로 검은 연기가 스며들었다. 그녀의 맨발이 유리 바닥을 조용히 밟으며 서고를 빠져나갔다. 발자국마다 검은 잉크 얼룩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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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태양이 탑의 유리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카이우스의 감정이 내 안에서 여전히 출렁이고 있음을 느꼈다. 어젯밤의 쾌락과, 그 쾌락 속에서 본 여성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질 안쪽이 아직도 욱신거렸다. 그의 성기가 닿았던 자리가 근육통처럼 쑤셨다.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리제트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당신, 내 언니한테서 떨어져."

나는 급히 복도로 나갔다. 리제트가 카이우스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검은 표지의 책이 들려 있었다. 책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가 그녀의 손목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고, 입술은 갈라져 피가 맺혀 있었다. 밤새 잠들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언니를 내게서 빼앗지 마라."

리제트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광기는 숨길 수 없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흥분인지 구분할 수 없는 떨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의 빚을 심의회에 신고하겠다."

카이우스가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내 안에서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분노가 얼음처럼 날카롭게 결정화되었다.

"당신은 내 빚이 무엇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오?"

"알아. 네트워크의 채무자. 수십 명의 빚을 짊어진 살아있는 담보. 그런 당신이 왜 내 언니를 이용하는지도 알고 있어."

리제트가 책을 펼쳤다. 페이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이제 그녀의 팔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검은 촉수처럼 연기가 그녀의 살을 조였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계약을 파기하는 방법이 나와 있어. 당신의 빚을 내가 전가받으면, 언니는 자유로워져."

"리제트, 무슨 짓을……."

내가 다가가려는 순간, 탑의 경보 마법이 울렸다.

수신 마법진이 붉게 빛났다. 이번에는 서신이 아니었다. 직접 영상 전송이었다. 마법진 위에 떠오른 영상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군대가 비춰졌다. 그들의 가슴에는 감각 심의회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제복의 금속 장식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남자.

회색 머리칼, 날카로운 턱선,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 흉터는 오래된 것이었지만 아직도 붉은 빛이 감돌았다. 그의 눈동자는 무채색에 가까운 회색이었다.

다리우스 크로우였다.

그의 군대가 탑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군화 소리가 지면을 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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