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균형의 붕괴

한강 나루터의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이준호의 왼손 손가락이 반투명해진 지 이미 세 시간가량이 흘렀다. 피부가 유리처럼 빛나기 시작했고, 손목 아래로는 이미 팔뚝까지 투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하실의 어둠 속에서 서광범이 말했다.

"300명 이상의 병사를 잃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전투의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눈빛만 이상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개혁파 병사 140명. 민간인 160명 이상."

한강 나루터에서 본 그 장면이 떠올랐다. 포연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병사의 몸. 그의 얼굴—젊은 얼굴이었다. 어딘가에서 울리는 비명. 그리고 또 다른 비명. 시체들이 흙 위에 나뒹굴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300명은 300개의 가족이고, 300개의 일상이고, 300개의 미래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설계도—그가 그린 포의 설계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준호의 호흡이 가빠졌다. 투명해진 손가락들이 경련하듯 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목이 메어 올랐다.

"포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서광범이 계속했다.

"우리는 그것을 통제하지 못했어요. 회전 장치가 너무 빨리 회전했고, 포탄이 너무 멀리 날아갔습니다. 남쪽 거리까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김옥균이 지하실 모서리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승리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겼다."

김옥균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그는 이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명성황후의 근위대는 퇴각했습니다. 당신의 기술이 그들을 겁먹게 했어요. 이제 우리가 조정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가락이 더욱 투명해지는 것을 감지했다. 마치 시간 자체가 그의 몸을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승리입니까?"

이준호가 조용히 말했다.

"전쟁에는 죽음이 따릅니다. 당신도 역사학자라면 알 것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그 죽음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입니다."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조선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김옥균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눈은 이준호의 투명해지는 손을 바라봤다.

"당신은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이제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 차례는 우리입니다. 당신은 더 이상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나는 감사였고, 다른 하나는 배제였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지하실 깊은 곳에서 나왔다. 그는 기둥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고, 그의 얼굴은 이준호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절망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박영효 선생."

이준호가 말했다.

"당신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포 때문에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는 명성황후와 협상할 시간을 가졌을 겁니다. 당신의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 변화를 함께 논의했을 겁니다."

박영효는 이준호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은 우리를 구하려고 생각했지만, 실은 우리를 서두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두름이 300명의 죽음을 낳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기술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입니까?"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박영효가 답했다.

"하지만 이미 당신은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박영효는 이준호의 투명한 손을 보았다.

"당신도 우리처럼 조선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있는 건 아닐까요?"

그 질문이 이준호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소유. 그 단어가 가슴팍에 박혔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투명한 손가락들이 경련하듯 떨렸고,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목이 메어 올랐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이 메어 있었다.

자신이 역사를 바꾸고 싶었던 이유가 정말 조선을 구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지식이 의미 있는 것이 되기를 바라는 개인적 욕망 때문일까? 그 질문 앞에서, 이준호는 자신이 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

이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저는... 당신의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씀은 저에게 깊이 남겠습니다."

박영효는 한 발 물러섰다. 그의 눈은 이준호의 투명한 팔을 바라봤다.

"당신의 시간이 다해가는 것 같습니다."

"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조선의 변화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당신의 기술도, 김옥균의 야심도, 나의 신념도 아닙니다. 오직 조선의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고 함께 선택할 때만 변화는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박영효가 돌아섰다. 그는 지하실을 나갔고, 그 뒤를 따라 개혁파의 다른 인물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이준호와 김옥균, 그리고 서광범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당신의 시간이 다해가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이 기술로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준호는 그 질문을 들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다. 김옥균은 조선의 독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주도권을 원했다. 그리고 이준호의 기술은 그 욕망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아닙니다."

이준호가 답했다.

"일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 기술은 조선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 야망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고, 국제 정치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에게 거짓을 준 셈이군요."

"아닙니다. 저는 가능성을 드렸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당신의 책임입니다."

김옥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준호를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실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당신은 우리를 버렸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조선의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 선택이 조선을 멸망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래도 그것이 조선의 선택입니다. 제 욕심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김옥균은 이준호를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나서 고개를 돌렸다.

"서광범, 우리가 간다."

서광범이 따라나갔다. 하지만 그가 지나갈 때, 이준호는 그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설계도였다.

이준호의 투명한 손이 떨렸다. 신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당신이 한 선택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조선의 사람들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부터 펼쳐질 것입니다."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십니까?"

이준호가 묻었다.

"확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역사입니다. 외부의 개입이 아니라 내부의 선택이. 당신은 그것을 이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 시간이 정말 다 되었습니까?"

"곧입니다."

지하실의 조명이 깜빡였다. 이준호의 팔은 이제 거의 완전히 투명해졌다. 그의 가슴팍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경복궁의 근위대장이었다. 그의 뒤에는 15명의 병사들이 서 있었고, 그들은 모두 창을 들고 있었다.

"이준호 선생을 경복궁으로 모시라는 명성황후 전하의 명령입니다."

근위대장이 말했다.

"평화롭게 따라오시면 해가 없을 것입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투명한 팔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근위대장을 바라봤다.

"조선의 선택이 시작되는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준호는 일어섰다. 그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투명한 발자국이 남겨졌다.

---

밤의 한양은 다르게 보였다. 훈련소 주변에는 여전히 화약 냄새가 풍겼고, 일부 건물에서는 불이 타고 있었다. 개혁파와 보수 세력의 첫 충돌이 남긴 흔적들이었다. 이준호는 그 광경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꿨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는지를 동시에 깨달았다.

경복궁으로 가는 길에 박영효가 나타났다.

그는 길 모퉁이에서 나왔고, 근위대장의 검이 그를 향했다. 하지만 박영효는 손을 들어 항복의 제스처를 취했다.

"내 이름은 박영효입니다. 나는 경복궁의 신료입니다. 나는 이 사람과 함께 가야 합니다."

박영효의 목소리에는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그는 명성황후와 고종을 섬기는 신료였고, 그 신분이 그에게 통행권을 주었다.

근위대장은 박영효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리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함께 가시오."

경복궁의 궁궐로 들어가는 길은 이준호가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밤의 어둠 속에서 혼란스러운 도주였다면, 지금은 정해진 길 위의 행진이었다. 근위대들이 양옆을 에워싸고 있었고, 박영효는 그의 옆에 조용히 걸었다.

"당신은 왜 따라오셨습니까?"

이준호가 박영효에게 물었다.

"명성황후가 당신을 만나길 원하신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이 혼자가 아니어야 합니다."

박영효가 대답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아마도 그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복궁의 내전에 들어가자, 명성황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높은 단상 위에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민영준과 보수 세력의 주요 인물들이 서 있었다. 고종은 명성황후의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얼굴 표정은 불안정해 보였다.

"이준호입니다."

이준호가 절을 했다. 그의 투명한 팔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명성황후는 이준호를 오래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경계, 그리고 어떤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당신이 김옥균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명성황후가 말했다.

"설계도라고 불리는 것들 말입니다. 우리의 첩보원들이 그것을 본 사람들의 증언을 모았습니다. 증기기관, 포병 설계도, 통신 장치. 모두 서양의 기술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준호가 인정했다. 이제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 기술들이 오늘 우리의 군대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한강 나루터에서 우리는 300명 이상의 병사를 잃었습니다."

명성황후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강 나루터의 포연. 포탄이 명중하는 순간의 굉음. 폭발. 그리고 그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병사들의 몸. 한 명의 얼굴—젊은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또 다른 비명. 시체들이 흙 위에 나뒹굴었다.

이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투명한 손가락이 경련하듯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이 메어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손가락 끝까지 저릿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민간인들도 다수가 죽었습니다."

명성황후의 목소리가 계속됐지만, 이준호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포에서 나온 포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 죽음의 무게가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명성황후가 계속했다.

"당신이 김옥균의 수하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팔—"

그녀는 이준호의 투명해지는 팔을 가리켰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박영효가 한 발 나섰다.

"전하, 이 사람은 단순한 기술자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식을 나누는 것뿐입니다."

"조용히 하십시오, 박영효."

명성황후가 손을 들었다.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직입니다. 당신, 이준호. 당신은 어디서 온 사람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그 기술들은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이준호는 침묵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명성황후가 말했다.

"당신은 이 궁궐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경호원들이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팔이 완전히 투명해질 때까지, 우리는 당신을 관찰할 것입니다. 혹은 당신이 말을 꺼낼 때까지."

근위대들이 이준호를 이끌었다. 박영효는 따라오려 했지만, 명성황후의 신호로 멈추었다.

좁은 방에 가두어진 이준호는 혼자가 되었다. 창밖으로는 한양의 밤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울리는 포성음. 어디선가의 비명.

방의 벽이 희미하게 떨렸다. 촛불이 깜빡였다. 이준호의 심장음이 귓가에 들렸다. 마치 가슴 안에서 누군가 손으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선택이 초래한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명성황후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기서 영원히 갇혀 있게 될 것입니다."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아니면... 한 번 더 개입하십시오. 당신의 마지막 기회를 사용하십시오. 명성황후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탈출하십시오. 혹은 명성황후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이준호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다. 투명해지는 몸.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결정. 그리고 지금 명성황후의 감옥. 모든 것이 자신을 그 유혹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 순간, 방의 문이 다시 열렸다. 박영효였다. 근위대들은 그를 통과시켰다.

"당신을 혼자 두지 못했습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그리고 나서 문을 닫았다. 근위대들은 복도에서 기다렸다.

"김옥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이준호가 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당신의 기술로 한강 나루터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명성황후의 반격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그리고 보수 세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김옥균은 지금 서광범과 함께 더 강한 무기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 설계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박영효가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이준호의 눈을 직시했다.

"당신의 기술이 없다면, 우리는 더 신중하게 움직였을 것입니다. 명성황후와의 타협을 더 먼저 시도했을 것입니다. 서광범의 급진성도 제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주었습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 가능성이 우리를 서로의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을 보십시오.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김옥균은 이미 당신을 버렸습니다. 명성황후의 손에 당신이 떨어졌을 때,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는 당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사라지면, 당신의 기술도 사라질 테니까요."

박영효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명성황후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팔이 무엇인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 방에서 영원히 갇혀 있게 될 겁니다. 고통 속에서 천천히 투명해지면서."

이준호는 박영효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몸이 얼마나 차갑게 식어가는지 느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그의 눈은 이준호의 투명해지는 팔을 바라봤다.

"당신이 정말 조선을 구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당신의 지식으로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질문이 이준호의 마음을 깊숙이 관통했다. 투명해진 손가락들이 경련하듯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이 메어 있었다.

그는 답변하려 입을 열었다.

"저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멈춰 버렸다.

"저는..."

또 다시 그 말을 반복하려 했지만, 목에서 나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숨소리뿐이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자신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박영효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섰고, 방의 문을 열었다. 근위대들이 그를 밖으로 이끌었다.

남겨진 이준호의 방에는 오직 시간의 균열만이 남았다. 벽이 흔들렸다. 촛불이 깜빡였다. 그의 심장음이 더욱 크게 들렸다. 마치 가슴 안에서 누군가 손으로 두드리는 것처럼.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