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첫 번째 전투

한강 나루터의 아침 안개는 핏빛이었다.

이준호는 강둑에 선 채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안개가 아니라 연기다. 화약과 타는 목재, 그리고 뭔가 다른 냄새—쇠를 달구는 냄새. 멀리서 울려오는 포성음은 이미 열 번째였다. 신체가 먼저 알았다. 이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설계도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김옥균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쾌했다. 그는 이준호 옆에 서 있었고, 망원경을 내리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가 가장 무서웠다.

"한강 남쪽 진영이 우리의 신식 포병에 밀리고 있습니다. 민영준의 부대는 예상보다 조직력이 떨어지는군요. 명성황후의 근위대도 마찬가지고."

이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강 너머에서 연이어 터지는 폭음을 세고 있었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먼지와 함께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각각이 사람을 죽인다. 그의 설계도로 만들어진 포가 사람을 죽인다.

"당신은 창백해 보이는군요."

박영효가 나타났다. 개혁파의 지도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 먼지가 소복이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이준호를 지나 강 너머의 전장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첫 번째 전투를 목격하시는군요. 감상은 어떻습니까?"

"감상?"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이건 예상했던 것과 다릅니다."

"다르다니요?"

박영효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친절했지만 날카로웠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처를 살피듯.

"설계도를 전수했을 때, 당신은 무엇을 상상했습니까? 깔끔한 승리? 아니면 조선의 미래가 한 순간에 바뀌는 모습?"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확히 자신이 상상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영효가 강을 가리켰다. 강 남쪽 진영에서 개혁파 병사들이 보수 세력의 진지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체계적이었다. 정확히 이준호가 김옥균에게 설명했던 근대식 전술—분산 대형, 우회 기동, 화력 집중. 모두가 설계도에 담긴 원리들이었다.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승리의 확신으로 가득했다.

"우리의 군인들이 명성황후의 부대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한 시간 안에 한강 남쪽 진영이 우리 손에 넘어올 것입니다. 그러면 경복궁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이준호는 포성음이 갑자기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한강 남쪽에서 보수 세력의 포병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포탄이 강을 가로질러 북쪽 진영으로 날아왔다. 한 발, 두 발, 세 발.

폭발음은 귀를 먹게 했다.

이준호는 몸을 낮췄다. 그 순간 개혁파 병사 하나가 그의 옆을 지나 강으로 떨어졌다. 아니,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날아간 것이었다. 포탄의 파편이 그 병사의 몸을 반으로 가르며 강물로 떨어뜨렸다.

이준호는 그 병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름도, 나이도, 가족도 모를 병사.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사람. 방금 전까지 숨을 쉬고 있던 사람.

"이제 시작입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여전히 강 너머를 보고 있었다.

"명성황후의 반격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민영준이 중앙 진지에서 모든 포병을 집중시키고 있군요. 그들도 당신의 설계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이준호가 물었다.

"정보 네트워크입니다. 우리만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이 아니었군요. 보수 세력도 우리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포 배치를 파악했고, 지금 그 위치에 집중 포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또 다른 포탄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개혁파 진지 중앙으로 떨어졌다. 폭발의 열기가 강둑까지 전해졌다. 이준호의 얼굴에 따뜻한 바람이 스쳤다.

"우리는 지고 있습니다."

김옥균의 표정이 변했다. 미소가 사라졌다.

"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의 포병이..."

"우리의 포병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보수 세력이 더 많은 포를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포수들은 아직 설계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을 가진 것과 그것을 다루는 것은 별개입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담담했다.

"당신의 설계도는 우리에게 기술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포수들이 그 기술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지금 우리의 포수들은 각도 조정에서 실패하고 있고, 그 때문에 명중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습니다. 반면 보수 세력은 경험 많은 포수들을 배치했습니다."

강 남쪽에서 개혁파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포탄이 연이어 떨어지고 있었다. 개혁파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예상했던 승리는 오지 않았다.

이준호는 망원경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지만, 그는 강 남쪽 진영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포탄이 떨어진 곳에는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개혁파 병사들도, 보수 세력의 병사들도.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다른 것들도 있었다. 옷이, 팔이, 머리가.

이준호는 망원경을 내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당신의 기술이 이것을 만들었습니다."

서광범이 나타났다. 개혁파의 급진파 지도자는 칼을 들고 있었고, 그 칼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눈은 광기와 확신이 뒤섞여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이기고 있습니다. 명성황후의 부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만약 지금 경복궁으로 진격한다면..."

"지금은 지고 있습니다."

박영효가 끼어들었다.

"포병 교환에서 우리가 밀렸습니다. 계속 이대로 진행되면 한 시간 안에 우리 진지가 포위될 것입니다."

"그러면 후퇴하고 재정비하면 됩니다. 당신의 설계도가..."

서광범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탐욕과 확신으로 가득했다.

"더 많은 설계도를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더 강한 포, 더 빠른 통신, 더..."

"더는 없습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도 놀랐다. 그 목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었다.

"설계도는 한 번뿐입니다. 신비한 목소리가 명확히 말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그건 무슨..."

"한 번 이상 개입하면 시간 자체가 거부합니다. 이미 당신들에게 설계도를 전수했고, 지금 그것을 실행 중입니다. 더 이상의 개입은 불가능합니다."

이준호가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당신들은 알아야 합니다. 설계도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무기는 누구를 죽이는지 가리지 않습니다. 보수 세력의 병사도, 개혁파 병사도, 그리고 무고한 민간인도."

이준호가 강 남쪽을 가리켰다.

"한강 나루터 너머를 보십시오."

모두가 그 방향을 바라봤다.

한강 남쪽 진영 뒤, 한양의 상인가 일대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민간인들의 거리에. 어제 이준호가 물을 사먹었던 그 거리에.

이준호는 망원경을 다시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그는 강제로 초점을 맞췄다.

그곳에는 시체들이 있었다. 군인이 아닌 사람들. 상인, 여자, 그리고...

아이.

검은 옷을 입은 어린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나이는 다섯, 여섯 살쯤. 얼굴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한쪽 팔은 부자연스럽게 굽어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

이준호는 망원경을 내렸다.

손가락이 더 심하게 경련했다. 이번에는 희미함을 넘어 반투명으로 변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는 계속 진격해야 합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확신에 차 있었다.

"이 정도의 희생은 새로운 시대를 위해 필연적입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물러난다면, 명성황후의 반격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은 다시 보수 세력의 손에 넘어갈 것입니다."

"민간인들이 죽고 있습니다."

박영효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눈이 강 남쪽을 향해 있었다.

"그들은 이 싸움과 무관한 사람들입니다. 상인, 아이들, 노인들."

"그들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고, 전쟁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서광범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역사란 그런 것입니다. 희생과 고통 위에서만 새로운 시대가 탄생합니다. 그 아이도 조선의 미래를 위한 대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준호는 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었다. 갑오개혁도, 청일전쟁도, 그 이후의 모든 변화도 죽음과 고통 위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아이는 역사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사람이었다.

박영효는 여전히 강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이 새겨져 있었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그의 눈이 일렁였다. 마치 각각의 죽음이 그의 가슴을 스치고 있는 것처럼.

"당신들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저는 설계도만 전수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당신들의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명확합니다."

김옥균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우리는 계속 진격합니다. 당신의 설계도가 우리에게 기술을 주었으니, 우리는 그것으로 승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설계도를 정당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게 아닙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설계도를 정당화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그 승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입니다. 만약 그 승리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 위에 세워진다면, 그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당신도 책임이 있습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당신이 설계도를 주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아이도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말이 가장 컸다.

이준호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가슴에서, 손가락에서, 그리고 시간 자체에서.

한강 남쪽에서 또 다른 폭음이 울렸다. 포탄이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각각의 죽음이 이준호의 책임이었다.

또 다른 폭음. 또 다른 죽음. 또 다른 책임.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김옥균이 명령했다.

"서광범, 박영효, 우리의 병사들을 모아라. 한 시간 안에 반격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더 강한 화력으로."

박영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강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기도일지도 몰랐다.

"박영효?"

김옥균이 다시 불렀다.

박영효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는 결정의 흔적이 있었다.

"더 강한 화력이라니요?"

박영효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명확했다.

"당신은 방금 들었지 않습니까? 더 이상의 설계도는 없다고. 그리고 우리의 포수들은 아직 현재의 기술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설계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포수들의 훈련을 강화하고, 포병 배치를 재조정하고..."

김옥균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은 전장에 나가야 합니다. 포수들에게 직접 설계도를 설명하고, 포병의 각도를 조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군사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준호가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었다.

"제 시간이 다해가고 있습니다."

"시간?"

"신비한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한 번 이상 개입하면 시간 자체가 거부한다고. 저는 이미 설계도를 전수했고, 그것이 제 첫 번째이자 마지막 개입입니다. 더 이상 개입할 수 없습니다."

박영효가 이준호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박영효가 물었다.

"증언입니다. 저는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제 시간에서 본 역사, 제가 아는 기술의 원리,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것의 의미."

"증언?"

"제 시간에서 조선은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개혁파가 약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조선이 선택한 길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강둑에 울렸다.

"무기는 전쟁을 이기지만, 전쟁은 나라를 살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사람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준호가 강 남쪽을 가리켰다.

"그 아이가 죽는다면, 조선의 미래도 함께 죽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박영효는 이준호의 말을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갈등이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한쪽은 승리를 향한 욕망이, 다른 한쪽은 양심이 싸우고 있었다.

강 남쪽에서 또 다른 포성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아이의 비명이 들렸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그것은 박영효의 상상일지도 몰랐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영효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그 아이를 죽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술 때문이지만, 우리의 선택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당신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본 것, 당신이 느낀 것. 그것이 우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준호는 박영효를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거짓이 아닌, 진정한 의도가.

"우리는 아직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박영효가 계속했다.

"당신의 설계도는 우리에게 기술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의 결정입니다. 당신의 책임이 아닌, 우리의 선택이."

이준호는 손을 내렸다. 희미한 손을 내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계속 진격한다면, 조선은 더 큰 패배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강둑에 울렸다.

"지금 후퇴하면 당신들은 이 전투에서 패배합니다. 하지만 계속 진격한다면, 당신들은 조선 전체를 패배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은 조선의 미래를 짓누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팔도, 가슴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제 증언은 이것입니다. 제 시간에서 조선은 기술로 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시간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선택한다면."

이준호가 박영효를 바라봤다.

"당신들이 선택한다면, 조선은 다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박영효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두려움과 희망이 함께 있었다.

박영효는 강 남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 포탄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느꼈다. 이미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선택.

"서광범."

박영효가 불렀다.

"명령을 내려라. 모든 부대에 후퇴 신호를 보내라."

"후퇴? 박영효, 당신은..."

"후퇴다. 지금 당신들은 민간인들을 대피시켜라. 한강 나루터 너머의 모든 사람들을 북쪽으로 이동시켜라."

박영효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우리는 지금 후퇴한다."

김옥균이 박영효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미쳤습니까?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포병이..."

"설계도는 우리에게 기술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은 사람을 죽입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미래를 만들 수 없습니다."

박영효가 김옥균을 바라봤다.

"당신이 말했지 않습니까? 역사는 희생 위에서 탄생한다고. 맞습니다. 하지만 그 희생이 무고한 아이들의 희생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은 없습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설계도가..."

"설계도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입니다.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박영효가 돌아섰다. 그는 강둑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모든 부대에 후퇴 신호를 보내라. 그리고 민간인들을 보호하라. 그 아이를 구하라."

개혁파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병들이 포를 내렸다. 보병들이 방향을 바꿨다.

한강 남쪽에서 보수 세력의 포성음이 계속되었지만, 개혁파는 더 이상 반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후퇴했다.

그들은 민간인들을 보호했다.

박영효는 강을 건넜다. 포탄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병사들이 따라왔다. 그들은 민간인들을 안아 올렸다. 여자들을, 노인들을, 그리고 아이들을.

검은 옷을 입은 아이는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있었다. 박영효는 직접 그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의 몸은 차갑고 무거웠다. 하지만 가슴이 움직이고 있었다. 약하지만 분명한 호흡.

아이는 살았다.

이준호는 그것을 봤다. 희미한 눈으로, 거의 사라지고 있는 몸으로.

박영효가 아이를 안고 북쪽으로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는 결정의 무게가 있었지만, 동시에 희망도 있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팔도, 몸도 희미해졌다. 마치 물에 녹아드는 것처럼.

강 남쪽에서 또 다른 비명이 들렸지만, 그것은 더 이상 이준호의 책임이 아니었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명확했지만, 동시에 모호했다.

"당신의 선택이 기록되었습니다."

목소리는 말했다.

"당신은 설계도를 전수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증언이 조선의 선택을 바꿨습니다. 이제 당신의 책임은 끝났습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이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의 시간으로. 당신의 세계로."

이준호는 강 남쪽을 마지막으로 봤다.

박영효는 검은 옷을 입은 아이를 안고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의 눈이 떠졌다. 두려움과 고통이 섞인 눈. 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눈.

아이는 살았다.

그리고 이준호는 사라졌다.

한강 나루터의 안개는 여전히 핏빛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박영효는 아이를 안고 북쪽 진영에 도착했다. 의료진이 아이를 받아 들었다. 그들은 아이의 상처를 살피고, 약을 바르고, 깨끗한 천으로 감싸주었다.

아이는 살았다.

박영효는 강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다른 것도 있었다. 아마도 희망일 것이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영효가 중얼거렸다.

"전쟁이 아닌, 다른 길을."

한강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과거와 미래를 함께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조선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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