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한양 외곽의 비밀

한양 외곽의 비밀 공간. 대장간으로 위장된 낡은 건물의 지하실이었다.

명성황후의 근위대가 접근 중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

김옥균의 목소리가 울렸다. 관리자처럼 차분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한 시간. 명성황후의 군인들이 훈련소 일대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김옥균의 부하가 대답했다. 손에 들린 횃불이 흔들렸다.

지하실의 벽을 따라 선 조선의 장인들—대장장이들, 목수들, 그리고 이름 모를 기술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다. 설계도를 본 것은 불과 30분 전인데,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준호는 손가락이 떨렸다. 설계도를 펼쳐놓은 나무 탁자 앞에 서서, 자신이 그려 넣은 선 하나하나를 다시 바라봤다. 증기기관. 가장 단순한 형태로 축약한 그것이 종이 위에서 신비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가장 나이 많은 대장장이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회색 수염이 턱 아래로 흘렀고, 손에는 수십 년의 망치질이 묻어 있었다.

"이 도면... 이게 가능한 것입니까?"

그 질문 속에는 희망보다 두려움이 더 많았다.

"가능하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불과 물의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지, 거스르는 게 아닙니다."

"자연의 법칙을..."

대장장이의 눈이 설계도로 돌아갔다. 그가 손가락으로 도면의 피스톤을 따라 그렸다. 그 손가락이 떨렸다.

"우리는 300년 동안 이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할아버지들, 그 할아버지들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기술과 방법이...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이란 말입니까?"

침묵이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이준호는 느껴버렸다—자신의 확신에 금이 가는 소리를. 이것이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는 것을. 그 질문 속에 담긴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부정이었다.

"아니다." 박영효가 앞으로 나왔다. "당신들의 기술을 버리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진화?" 다른 기술자가 웅얼렸다. "진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한 시간이 남았다고 했습니다."

이준호는 대장장이의 손을 봤다. 주름진 피부, 굳어진 관절, 망치에 맞아 검게 변한 손가락 끝. 수십 년을 한 일에 바친 손이었다. 그 손이 설계도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이준호는 한 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았다.

"당신의 손이 이걸 만들 겁니다."

대장장이의 눈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남긴 기술로, 당신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겁니다. 버리는 게 아니라 더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손 안에 있는 모든 경험이 이 설계도와 만날 때, 그것이 진정한 변화입니다."

그 순간, 서광범이 앞으로 뛰어나왔다.

"이 증기기관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위험한 흥분이었다.

"운반. 생산. 그리고—"

"무기."

서광범이 잘라냈다. 그가 설계도의 옆면을 가리켰다. 이준호가 무심코 그려 넣은 포병 설계도였다.

"이것으로 우리는 청의 신식 포를 능가하는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선의 군사력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김옥균의 눈빛이 급변했다. 야심 어린 빛이 그 안에서 타올랐다. 하지만 박영효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준호를 바라봤다. 경고하는 눈빛으로.

"기술은 중립적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자신을 설득하듯이. "어떻게 쓰는지는 당신들의 선택입니다."

"정확합니다." 박영효가 덧붙였다. "이 기술은 조선을 구할 수도, 더 큰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김옥균이 손을 들었다. "밤새워 이 증기기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일 아침, 경복궁의 왕과 조정 신료들 앞에서 시연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밤새?" 대장장이가 중얼거렸다. "도면만 봐도 최소 3일은 걸릴 것 같은데..."

"당신은 30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준호가 다시 말했다. "저는 미래의 원리를 가져왔습니다. 함께라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준호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었다. 자신은 선택하고 있었다. 매 순간, 매 말 하나하나가 역사를 굽히고 있었다.

설계도를 다시 꺼내 보려다가 멈췄다. 손이 떨렸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음성으로: *'선택할 때마다 기회를 잃는다.'*

이준호는 손을 내렸다.

"시작하겠습니다."

***

지하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장장이들이 포를 데워 가열했다. 목수들이 나무틀을 깎아냈다. 기술자들이 이준호가 설명하는 피스톤의 원리를 손으로 따라 그렸다. 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자정이 넘을 무렵, 첫 번째 모형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의 심장부—피스톤과 실린더가 맞물렸다. 작은 보일러에 불을 때웠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준호는 손에 땀이 났다. 이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 밤의 모든 노력이, 이 절박한 시간이 허사가 되면?

"물을 넣으세요." 이준호가 말했다.

물이 보일러에 쏟아졌다.

불이 물을 데웠다.

그리고—

*쉬이이이익.*

기계가 숨을 쉬었다.

*탁. 탁. 탁.*

피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박동하듯이.

지하실의 모든 사람이 멈췄다.

"움직인다..." 대장장이가 중얼거렸다.

"움직인다!"

서광범이 외쳤다. 그 외침이 지하실의 벽을 타고 울렸다.

이준호는 그 소리를 들었다. 기계의 박동음이 벽을 울리고, 그 울림이 한양의 밤하늘을 가르며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소리는 조선이 처음 듣는 소리였다. 300년의 전통 기술 위에 미래의 원리가 얹혀진 소리였다.

그 순간, 이준호는 알았다.

자신이 정말로 역사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이 기계의 박동 소리가 멈출 때까지, 조선은 절대 같은 나라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선택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도가 되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계속하세요." 이준호가 명령조로 말했다. "더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자들이 다시 움직였다. 대장장이가 다음 부품을 깎아냈다. 목수가 더 큰 틀을 준비했다. 박영효는 옆에서 조용히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무엇인가 묻는 것이 있었다. 혹은 경고하는 것이 있었다.

이준호는 눈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경복궁의 방향에서 횃불입니다!'*

누군가가 외쳤다. 지하실의 작은 창으로 바라본 한양의 밤하늘이 화려하게 밝혀올랐다. 횃불의 불빛이—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불빛이 경복궁의 방향에서 훈련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명성황후의 근위대입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말을 탄 군인들입니다! 아, 그 수가..."

"얼마나 많은가?"

김옥균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최소 200명 이상입니다!"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증기기관은 여전히 박동하고 있었다. *탁. 탁. 탁.* 그 소리가 마치 자신들의 운명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종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것을 숨기세요." 김옥균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절박했다. "그리고 준비하세요."

"준비? 무엇을?" 박영효가 물었다.

"전쟁입니다."

김옥균이 설계도의 다른 쪽을 펼쳤다. 이준호가 그려 넣은 근대식 포병 설계도였다.

"이 기술을 우리의 무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명성황후와 보수 세력이 우리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가락이 다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설계도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 훨씬 더 큰 것이 자신 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두려움인지, 책임감인지, 아니면 자신의 욕망이 낳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박영효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이 이미 선택했습니다."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준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탁. 탁. 탁.*

증기기관의 박동음이 멈추지 않았다. 지하실 어디론가 물을 끼얹는 음향이 들렸고, 기계는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서광범이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설계도 위로 몸을 굽혔다.

"포병 설계도를 보면, 이 증기 동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의 손가락이 설계도 위를 훑었다. 총신과 약실, 그 아래 작게 그려진 회전 장치. 이준호의 그림이었다.

"포를 회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조준 속도를 높이고, 연사 간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몇 배나요?"

"3배에서 5배 정도."

서광범의 눈이 빛났다. 그 빛은 열정이었을 수도, 광기였을 수도 있었다. 이준호는 구분할 수 없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경복궁의 근위대는 최대 500명. 우리가 3배의 화력을 확보하면—"

"전쟁은 화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박영효의 목소리가 낮게 끼어들었다. 그는 지하실의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설계도가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손은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명성황후는 왕의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움직인다는 것은 조정 전체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보수 세력의 민씨 척족들까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김옥균이 물었다. 그의 얼굴은 정중하지만 눈빛은 검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사람의 눈이었다.

박영효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이 이준호를 찾았다.

"당신이 말씀하세요. 미래의 기술을 가져온 분이. 이 기계와 이 포로, 우리가 정말로 명성황후를 막을 수 있습니까?"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대답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옳은 대답이 무엇인지도. 그러나 입을 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설계도가 정말로 조선을 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더 큰 비극을 초래할 것인지. 자신의 지식이 선의로 쓰일 것인지, 아니면 왜곡될 것인지.

대장장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무언가 더 깊은 감정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설계도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쉬었다. 오래도록 불 앞에서 일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우리 아버지와 우리 할아버지는 60년을 이 길에서 보냈습니다. 화로를 만들고, 무기를 다듬고, 손가락 하나하나로 기술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조선의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움이.

"이것이 나오면, 우리가 해온 모든 것이 쓸모없어진다는 뜻입니까?"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아닙니다."

박영효가 대답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나 대장장이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기술은 조선의 것입니다. 이것은 그 기술을 더 크게 만드는 방법일 뿐입니다."

"더 크게?"

"예. 당신이 60년 동안 배운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직 그것이 더 큰 규모로 작동하는 방식을 배우게 될 뿐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형태이지, 기술의 본질은 아닙니다."

대장장이의 어깨가 조금 내려왔다. 그의 손이 설계도 위에 다시 올려졌다. 이번엔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이 담긴 시선이었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그의 손가락이 피스톤과 실린더가 만나는 부분을 가리켰다.

"정밀성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더 확실해졌다. "오차가 1밀리미터라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장장이의 눈이 밝아졌다. 이제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도전이었다.

"1밀리미터요?"

"예."

"그렇다면..."

대장장이가 다른 기술자들을 바라봤다.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나가자, 지하실의 공기가 변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아니, 정확히는 두려움이 책임감으로 변환되었다. 기술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광범이 다음 포병 설계도를 펼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틀 안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목수가 대답했다.

"5일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1일밖에 없습니다."

김옥균이 말했다. 그의 음성은 차분했지만, 그 아래 절박함이 흐르고 있었다.

"명성황후의 근위대가 내일 아침이면 여기에 도착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 기술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를 말입니다."

"그렇다면 시뮬레이션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이 나왔다.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시뮬레이션?"

"설계도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증기기관이 작동하는 것처럼, 포의 회전 장치만 만들면 됩니다. 실제 포신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명성황후를 막을 수 있을까요?"

박영효가 조용히 물었다.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김옥균이 결정을 내렸다.

"합니다. 시뮬레이션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작동하면, 우리는 명성황후에게 협상의 카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작동하지 않으면..."

그가 말을 끝내지 않았다. 끝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만약 작동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 이 지하실은 명성황후의 군인들로 가득 찰 것이라는 것을.

밤이 깊어졌다.

기술자들은 설계도를 손으로 그리고 또 그렸다. 이준호는 그들의 손 위에 서서 각도를 수정했고, 부품의 크기를 조정했다. 박영효는 한 구석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서광범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김옥균은 밖에 나가 정찰꾼들과 만났다가 돌아왔다.

"명성황후의 군인들이 한양 외곽 4개 지점에 집결했습니다. 새벽이 되기 전에 훈련소를 포위할 것입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술자들의 손이 더 빨라졌다.

*탁. 탁. 탁.*

증기기관의 박동음은 여전했다. 그 소리 위에 끌과 망치의 음향이 겹쳤다. 목재를 깎는 소리, 쇠를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의 짧은 지시음, 또 다른 누군가의 확인음.

이준호는 설계도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반복했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신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주 작은 음성으로: *'선택할 때마다 당신의 시간이 흔들린다.'*

새벽 2시.

첫 번째 회전 장치가 완성되었다. 그것은 포신 없는 시뮬레이션이었다. 증기기관이 보내는 동력을 받아 회전하는 금속 틀일 뿐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불을 피웠다.

물을 부었다.

*쉬이이이익.*

기계가 숨을 쉬었다.

그리고—

*윙. 윙. 윙.*

회전 장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보다 빨랐다. 더 강했다. 마치 살아있는 짐승이 포효하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바라봤다.

"이것입니다." 서광범이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우리는—"

"조용합니다!"

누군가가 외쳤다.

지하실의 모든 사람이 귀를 기울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말의 발굽 소리. 많은 수의 말. 그리고 갑옷 소리. 수백 명의 군인이 훈련소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새벽이 오기 전에.

"명성황후가 나왔습니다!"

정찰꾼이 뛰어들어왔다.

"그 수가 300명 이상입니다! 그리고..."

그가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옥균이 물었다.

"민영준이 함께입니다. 명성황후의 옆에 말을 타고 있습니다!"

침묵.

증기기관은 여전히 박동하고 있었다. 회전 장치는 여전히 윙 윙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이들을 재촉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차별렸다.

설계도의 모서리에서 나오던 신비한 빛이 아니라, 이것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떨림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를 끌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시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준호의 눈이 휘어졌다. 그 목소리는 오직 자신만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매 선택마다, 당신은 원래의 역사로 돌아갈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의 끝이 희미해 보였다. 처음엔 미세한 반투명함이었다. 하지만 점점 명확해졌다. 손가락이 정말로 흐릿해지고 있었다.

*"무기화의 길을 택하면, 당신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아니면 지식을 남기고 떠나거나."*

신비한 목소리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당신이 정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결정하세요."*

"어떻게 하실겁니까?"

박영효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이준호는 그 아래 무언가 다른 감정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응전해야 합니다."

서광범이 말했다.

"이 기술로."

"기술로 군대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목수가 말했다.

"우리는 무기가 아니라 기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같은 것입니다!"

서광범이 외쳤다.

"기계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네, 될 수 있습니다."

대장장이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원한 것입니까?"

밖의 말 발굽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김옥균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이 결정하세요."

"나?"

"예. 당신의 설계도입니다. 당신의 기술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리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다시 바라봤다. 손가락이 거의 투명해졌다.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신비한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역사를 바꿨는지, 아니면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명성황후가 들어왔다. 그 뒤로 수십 명의 군인들이 따라들어왔다. 그들의 창과 칼이 횃불에 반짝였다.

"여기 있습니다."

민영준이 명성황후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명성황후의 눈이 지하실을 훑었다. 증기기관의 박동음, 회전 장치의 윙거림, 그리고 설계도들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가?"

그녀가 물었다.

이준호는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서광범이 앞으로 나섰다.

"기술입니다. 조선을 구할 기술입니다."

"기술?" 명성황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반란의 증거입니다."

"반란이 아닙니다."

박영효가 말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손에는 설계도가 들려 있었다.

"이것은 미래입니다. 조선의 미래입니다."

명성황후의 검이 박영효를 향했다.

"미래? 왕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것이 미래인가?"

"왕의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대장장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우리의 손이 만드는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선택?" 명성황후가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들이 뭘 선택한단 말인가?"

"지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손의 떨림도 멈췄다.

"무기가 아니라, 지식을 남기기로."

그 순간, 박영효가 설계도를 불 속으로 던졌다.

"아니!"

서광범이 외쳤다. 그가 설계도를 구하려 뛰어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종이는 불에 휩싸여 재로 변해갔다.

명성황후의 군인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준호는 손을 들었다.

"기술은 태울 수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모든 눈이 그를 향했다.

"설계도는 태워도, 당신들이 배운 것은 남습니다. 당신들의 손이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이 중요합니다."

이준호는 깊게 숨을 쉬었다. 자신의 결정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선택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기술 전수는 신뢰 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 기술을 무기화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을 위해 사용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준호의 눈이 설계도의 재로 향했다.

"당신들이 배운 원리는 영원히 남을 겁니다. 당신들의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설계도가 남으면, 그 원리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더 큰 비극을 낳을 것입니다. 지식은 남지만 무기는 남으면 안 됩니다."

박영효가 남은 설계도들을 모았다. 그것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왜 이렇게 했습니까?"

박영효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은 세상을 바꾸려고 왔지 않았습니까?"

"네. 하지만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사람의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설계도들이 재로 변해갔다.

"지식은 당신들 안에 남습니다. 당신들이 이 밤에 배운 원리, 그 경험이 바로 진정한 기술입니다. 그것으로 당신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들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설계도가 아니라."

명성황후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이것은 반란입니다."

"반란이 아닙니다."

대장장이가 다시 말했다.

"우리가 배운 것을 우리가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뿐입니다."

명성황후의 검이 올라갔다. 그 순간—

*탁. 탁. 탁.*

증기기관이 마지막 박동을 내뱉었다. 보일러의 불이 꺼졌고, 회전 장치가 천천히 멈추었다. 그 소리가 지하실 전체에 울렸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것을 없애세요."

명성황후가 명령했다.

"모든 것을 없애세요."

군인들이 움직였다. 기계는 망가졌고, 나머지 도구들도 부숴졌다. 하지만 대장장이와 기술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미래를.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다시 바라봤다.

이제 그것은 거의 투명했다.

*"당신의 한 번이 거의 끝났습니다."*

신비한 목소리가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역사를 바꿨는지, 아니면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이제 알게 될 겁니다."*

명성황후가 지하실을 떠났다. 군인들도 따라갔다. 남은 것은 파괴된 기계와 재로 변한 설계도, 그리고 조선의 장인들뿐이었다.

박영효가 이준호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정말로 떠나가는 건가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입니까?"

이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의 손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대장장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할 수 있습니까?"

"예."

이준호가 말했다.

"당신들의 선택으로."

그 순간, 이준호의 몸이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손가락부터, 팔부터, 그리고 온몸이. 마치 새벽빛에 녹아드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이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조선의 미래를 믿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지하실에는 오직 파괴된 기계와 재로 변한 설계도만 남았다. 그리고 조선의 장인들.

박영효는 남은 재들을 모았다. 그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은 종이 조각. 그 위에는 글이 쓰여 있었다.

*"당신들의 손으로 만드세요. 그것이 진정한 기술입니다."*

대장장이가 그 종이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실했다.

"우리의 손으로."

밤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양의 새벽이 지하실을 밝혀왔다. 그리고 조선의 장인들은 일어섰다.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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