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개혁의 동반자

한양의 밤거리는 조용했다. 이준호는 김옥균의 뒤를 따라 골목을 헤쳐나가면서, 자신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 느꼈다. 손에 들린 설계도는 종이 한 장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들고 있는 무게는 현재 시점의 그 어떤 물건도 비교할 수 없었다.

"저기다."

김옥균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서촌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낡은 기와집이었다. 담장이 높고, 입구에는 누군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김옥균이 어떤 신호를 보내자, 그 사람은 조용히 길을 열어주었다. 이준호는 그 순간 자신이 이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 안에는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영효는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함께 앉은 두 명은 낯선 이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서광범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이준호가 역사책에서만 본 인물—김가일이었다.

박영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경계 속에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이분이 예기하던 기술자신가?"

"맞습니다. 이분께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져오셨습니다."

김옥균이 답했다. 그는 이미 설계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꼈다. 자신이 건넨 종이 한 장이 이제 정치인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었다.

박영효가 설계도에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종이 끝자락을 집어 올렸다. 이준호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박영효의 눈이 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이것은..."

박영효가 설계도를 펼쳤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것이 정말 작동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서광범이 먼저 설계도에 손을 뻗으려 했지만, 박영효는 그것을 재빨리 들어 올렸다.

"우리는 이를 만들 기술자도, 자재도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그저 도면일 뿐이 아닌가?"

박영효의 눈이 이준호를 직접 관통했다. 그 눈빛 속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동시에 간절한 희망도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깊은 통찰력이었다. 마치 이 기술자라고 불리는 사람의 진정한 정체를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그대가 이 기술로 우리를 도우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준호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조선의 미래만을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가?"

그 질문 속에는 단순한 의구심이 아니라,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었다. 이준호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도 자신의 동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 역사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지식이 의미 있다고 증명받고 싶다는 개인적인 갈망?

그 침묵 속에서, 시간의 균열이 이준호 주변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그 질문 자체가 이준호의 존재를 시험하고 있는 것처럼. 호흡이 불규칙해졌고, 손가락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

박영효의 눈이 그 떨림을 포착했다. 그의 얼굴이 더욱 진지해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이준호의 팔을 가볍게 잡고 창문 쪽으로 이끌었다.

"저기를 보거라."

한양의 밤거리가 내려다보였다. 종로의 골목들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동쪽 하늘 너머 어딘가에서 횃불의 불빛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명성황후께서 움직이고 계신다. 이미 민씨 척족과 보수 관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들은 우리의 개혁을 '나라를 망치는 사악한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이 전해진다는 것을 알면..."

박영효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보수 세력이 이 기술을 알게 되면, 그들은 이를 '서양의 악마 숭배'로 해석할 것이고, 그 반발은 단순한 정치 투쟁을 넘어설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빨리 움직일까요?"

이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3일.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이다. 그들은 경복궁의 경비를 강화하고, 왕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의 움직임을 차단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영효는 다시 한 번 이준호를 바라봤다. "피가 흐를 것이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준호는 자신이 이 역사의 장면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894년 10월의 갑오개혁은 단순한 정치 투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피로 물드는 격변이었다. 개혁파와 보수 세력 사이의 충돌, 그 과정에서 죽어가는 무고한 병사들과 관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목격하게 될 자신의 무력함.

"내가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준호의 질문은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박영효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표정에는 동정심이 아니라, 어떤 냉엄한 현실을 마주보는 사람의 표정이 있었다.

"그대는 기술을 줄 수 있다.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도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에게 싸울 도구를 준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박영효는 잠시 침묵했다.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박영효의 말이 이준호의 가슴을 짓눌렀다. 자신의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역사를 바꾸려는 거대한 야망?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소박한 욕망? 이준호는 그 질문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혼자가 아니라면? 박영효, 김옥균, 서광범, 그리고 저 기술자들과 함께라면? 역사는 정말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뀌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움직인다면 어떨까. 그 깨달음이 이준호의 손가락을 조금 덜 떨리게 했다.

박영효는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 이준호도 뒤따라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광범이 설계도를 펼쳤다. 그의 손가락이 도면을 따라 움직였다.

"이 부분을 보거라. 여기 바퀴의 배치가..." 서광범이 설계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김옥균이 몸을 숙여 그것을 살펴봤다.

"맞다. 이렇게 되면 회전력이 훨씬 커진다. 그러면 무거운 기계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 이 부분은 무엇입니까?"

김가일이 설계도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 이준호를 향한 질문이었다.

"근대식 통신 체계의 기본입니다. 전신의 원리를 담았습니다."

이준호가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설명에는 힘이 없었다. 박영효의 질문이 그를 흔들어 놓았고, 자신의 동기에 대한 의문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서광범이 설계도의 끝부분을 펼쳤다.

"이것은 무기입니다."

서광범의 목소리에는 광열이 담겨 있었다. 그는 설계도를 두 손으로 집어 들었고, 마치 성물을 대하는 것처럼 그것을 들었다.

"이것이 우리의 혁명을 완성시킬 것입니다. 이것만 있으면—우리가 청과 일본의 세력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설계도에 담긴 기술들이 정말 작동한다면, 그대들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박영효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이준호가 아닌 김옥균을 향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도는 명확했다. 이준호가 기술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지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김옥균이 설계도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낼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증기기관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작동하면, 다른 모든 기술의 기초가 됩니다. 운송, 제조, 통신—모든 것이 이것에서 시작됩니다."

"맞습니다."

서광범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모든 사람이 우리의 기술을 믿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김옥균이 결정했다.

"이미 우리의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보수 세력의 움직임은 매일 빨라지고 있습니다. 서광범, 그대는 훈련소의 기술자들을 모아라. 이 설계도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게 하라. 박영효, 그대는 명성황후께 조심스럽게 접근하라. 우리의 의도가 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분은?"

김가일이 이준호를 가리켰다.

"이분은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기술에 대해 질문이 생기면, 이분께 물어봐야 합니다."

이준호는 그 순간 자신이 단순한 기술 전달자가 아니라, 이 운동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느꼈다. 자신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저는 훈련소로 가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설계도를 설명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수 있도록."

서광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시간이 없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날카롭고 긴박한 소리였다.

모두가 순간 침묵했다. 김옥균의 손이 설계도를 재빨리 접었다.

"누구냐?"

김옥균이 물었다.

밖에서 한 젊은 관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보입니다! 명성황후께서 내일 새벽 경복궁 내 모든 신하들의 조례를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보수 관료들이 밤새 경복궁 경비를 두 배로 늘렸다고 합니다!"

김옥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언제부터?"

"지금 이 순간입니다!"

박영효와 서광범이 눈을 맞췄다. 서광범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전쟁을 앞둔 전사의 표정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박영효가 중얼거렸다.

이준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역사가 자신의 설계도에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의 개입이 이미 파동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파동은 피의 파도가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밤을 새워야 한다." 김옥균이 결정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서광범, 훈련소로 가거라. 기술자들을 모아라. 이 설계도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무엇이 가장 빨리 만들어질 수 있는지 묻거라. 박영효, 그대는 다른 개혁파 지도자들을 모아라. 우리는 명성황후가 만드는 저지선을 뚫어야 한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고 결정적이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이준호는 서광범과 함께 방을 나섰다. 한양의 밤거리는 이미 변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고, 횃불의 불빛이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

"훈련소는 이쪽입니다."

서광범이 이준호를 이끌었다.

그들이 골목을 돌아 나가는 순간, 이준호의 머릿속에는 박영효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를 바꾸려는 노력? 아니면 그저 더 큰 파국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면? 이준호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동기를 찾으려고 했다.

훈련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새벽이 가까워 있었다. 서광범이 담장을 두드렸다. 경비가 나타났고, 서광범이 무언가를 속삭였다. 경비의 표정이 변했다.

"기술자들을 모두 깨워라. 긴급 소집이다."

기술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혼란과 불안이 가득했다. 서광범이 설계도를 펼쳤다.

"이것을 보거라."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들었다. 그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한 나이 많은 기술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만들 수 없습니다. 자재도 없고, 기술도 부족합니다."

다른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돌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들의 표정에는 의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것이 정말 작동하는 것입니까?"

또 다른 기술자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이준호는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달았다. 자신은 설계도를 줄 수 있었지만, 그것을 믿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 수도 없었다.

"작동합니다. 하지만 그대들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기술자들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한 명이 설계도를 내려놓았다.

"이것은 서양의 마법입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입니다. 마법이 아닙니다."

이준호가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설계도의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것을 보십시오. 여기 도르래의 원리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기술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사용하는 도르래. 이것만 해도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이준호는 설계도의 간단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의 손이 도르래의 바퀴를 그렸다.

"바퀴를 이렇게 배치하면, 같은 힘으로도 더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이 많은 기술자가 이준호의 손가락을 따라 설계도를 다시 들었다. 그의 눈이 도르래 부분에 멈췄다.

"이... 이것은..."

기술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의심의 주름이 풀리고, 호기심의 빛이 떠올랐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다른 기술자 한 명이 나아왔다. 그는 이준호의 설명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설계도의 다른 부분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전체 설계도는 복잡하지만, 각 부분을 나누어 생각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기술자가 덧붙였다.

"맞습니다. 우리는 가장 간단한 부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도르래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그것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준호의 가슴에 희미한 불이 켜졌다.

서광범이 이준호의 말에 힘을 실었다.

"맞다. 우리는 전부를 한 번에 만들 필요가 없다. 한 부분씩,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면 된다."

기술자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처음의 절망이 조금씩 걷혀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나이 많은 기술자가 물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도르래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간단한 금속 가공 기술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설계도에 나온 부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준호가 설명을 계속했다. 기술자들은 이제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설계도를 둘러싸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떤 자재가 필요한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가, 어디서 자재를 구할 수 있는가.

서광범이 이준호의 옆에 섰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서광범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아니라 결의가 담겨 있었다.

"일부 기술자라도 설득했습니다. 이들이 도르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다른 기술자들도 참여할 것입니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박영효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 자신 혼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서광범과 함께, 이 기술자들과 함께라면? 박영효와 김옥균과 함께라면? 이준호는 자신이 지금 깨닫고 있는 것을 명확히 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그 마음이 의미를 가진다는 것. 자신의 구원자 욕망—역사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은 여전히 있었지만, 이제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두렵기도 하고, 동시에 해방감을 주었다.

"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한 기술자가 말했다.

"보수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빨리 이것을 만들어야 합니까?"

"가능한 한 빨리입니다."

서광범이 답했다.

"하지만 서두르되, 정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나이 많은 기술자가 다시 말했다. 이제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장인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조선의 기술자들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설계도를 들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들의 발걸음에는 절망이 아니라 결의가 담겨 있었다.

서광범과 이준호는 그들을 따라갔다.

한양의 밤거리에서는 여전히 말발굽 소리가 들렸고, 횃불의 불빛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복궁 방향에서 무장한 관료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이준호는 기술자들이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의 손이 금속을 다루기 시작했다. 망치가 울려 퍼졌고, 불꽃이 튀었다.

"이준호."

서광범이 이준호를 불렀다.

"보수 세력의 습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경복궁 방향에서 횃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준호는 창문으로 나갔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횃불의 불빛이 한양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에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서광범이 물었다.

이준호는 설계도를 들었다. 그것은 여전히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도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술자들의 손에 의해 현실로 변하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이 설계도가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입니다."

말발굽 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훈련소의 담장을 두드리는 음성이 들렸다.

"개혁파 역적들을 잡아라! 경복궁의 명령이다!"

서광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기술자들이 손을 멈추고 이준호와 서광범을 바라봤다.

"우리는 도망쳐야 합니까?"

나이 많은 기술자가 물었다.

이준호는 설계도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직면한 선택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았다.

도망칠 것인가. 설계도를 숨기고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저항할 것인가.

담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격해졌다. 경비들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담장의 일부가 흔들렸다. 곧 그들이 안으로 들어올 것이었다.

이준호는 설계도를 들고 기술자들을 바라봤다.

"우리는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연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 순간, 시간의 균열이 이준호 주변에서 다시 떨렸다. 마치 무언가가 경고하듯이. 그리고 그 떨림 속에서, 신비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만 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는 단순했다.

'계속하거라.'

그것이 명령인지, 격려인지 이준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준호의 결연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담장이 또 한 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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