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밤 11시 42분. 포겟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경고였다.
나는 모니터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박주현의 기억 파일이 완성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3분. 최준철의 요구를 완료하면 그 남자는 조카를 놓아줄 것이다. 아니, 놓아줄 수도 있다. 아니면 모두를 지워버릴 수도 있다. 그 생각을 하자 손가락이 떨렸다.
"포겟이 영업 중인가?"
이준영이었다.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문 너머의 그 형사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독백했다. 혼잣말처럼, 자조처럼. "심리상담소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지금은 폐점 시간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낮에 다시 오겠습니다."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 하지만 멈췄다.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 소리.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발걸음.
"아, 잠깐만요."
문이 열렸다. 나는 뒤돌아봤다. 이준영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지쳐 보였다. 6시간 전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순간, 나는 알았다. 형사가 뭔가를 증명해냈다는 것을.
"박주현 군이 실종됐습니다."
내 가슴이 멎었다.
"2시간 전, 강남역 근처 편의점 CCTV에서 포착됐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어요. 누군가와 함께였어요. 하지만 그 누군가의 얼굴은 모든 카메라에서 블러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언제 앉았는지는 모르겠다. 모니터의 진행 바는 98%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이 지워온 고객 중에 박주현 군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정말요?"
"네."
이준영은 포겟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의 형광등 아래서 그의 얼굴은 더 창백해 보였다. 그는 모니터 옆에 파일을 놨다. 증거 사진들. 실종된 5명의 여성, 그리고—
"유미라 씨. 포겟의 고객입니다."
"네."
"강석민 씨. 포겟의 고객입니다."
"네."
"정채은 씨. 포겟의 고객입니다."
"네."
내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박주현 군. 당신의 조카입니다."
이준영이 사진을 펼쳤다. 박주현의 사진, 유미라의 사진, 정채은의 사진, 강석민의 사진, 그리고 다섯 번째—얼굴이 흐릿한 사진.
"이 다섯 명이 무엇의 공통점인지 아십니까?"
나는 모르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지난 3년간 연쇄 실종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입니다. 당신의 고객 데이터와 사건 기록을 대조해봤어요. 일치 확률은 97.3%입니다."
"그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일까요?"
이준영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나를 투과하는 것 같았다.
"박준호 님,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답해주실 수 있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라 씨가 포겟에 오기 전에 뭘 했는지 아십니까?"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했어요."
"그건 거짓입니다."
모니터의 진행 바가 100%를 찍었다. 박주현의 기억 파일이 완성됐다. 하지만 나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유미라 씨는 그날 밤 강남역 근처 골목에서 누군가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밀어냈어요. 넘어진 사람이 의식을 잃었고, 유미라 씨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 책임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강석민 씨는요? 그분이 포겟에 오기 전에 뭘 했는지 아십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석민 씨는 3년간 다섯 명의 여성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를 만났어요.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포겟을 찾아온 거예요. 당신이 그 기억을 지워줬을 때, 강석민 씨는 완벽한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형사님, 저는 고객의 기억을 지울 뿐입니다. 그 기억이 무엇인지는..."
"알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죠?"
이준영이 일어섰다. 그는 포겟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단지 사실을 나열할 뿐.
"정채은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학대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맞나요?"
"네."
"그런데 그 기억 속에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요.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이요. 정채은 씨는 그 누군가를 죽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리고 신고하지 않았어요."
"그건..."
"당신이 그 기억을 지웠을 때, 정채은 씨는 완벽한 공범자가 되었습니다."
내 손이 떨렸다. 모니터는 여전히 박주현의 파일을 띄우고 있었다. 그 파일을 지우면, 박주현은 자신의 조카라는 사실까지 잊을 것이다. 최준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형사님..."
"당신은 선의로 시작했을 겁니다."
이준영이 나 앞에 섰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대신 있었던 것은 무력감. 법 집행자의 무력감.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은 누군가의 공범자가 되었습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요."
나는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진실이었으니까.
"박주현 군이 실종된 지 2시간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뭐가 일어났을까요? 또 다른 기억이 지워졌을까요?"
"저는..."
"당신의 데이터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그 기억들은 증거가 될 수 없거든요. 당신의 능력이 법에 명시되지 않았으니까요."
이준영이 사진을 집었다. 다섯 명의 얼굴, 그리고 흐릿한 다섯 번째의 얼굴.
"당신은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아십니까?"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모르시겠군요. 그럼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모릅니다."
이준영이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는 절망이 있었다.
"그걸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지워온 모든 기억을 복구하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그럴 수 없죠. 왜냐하면 당신도 모르니까요. 자신이 뭘 지웠는지."
"형사님, 저는..."
"다섯 번째 고객을 찾아요."
이준영이 문 앞에서 멈췄다.
"당신이 아직 만나지 못한 고객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박주현 군을 데려간 사람일 수도 있고, 모든 사건의 진짜 범인일 수도 있어요. 또는..."
"또는?"
"당신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이준영이 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 모니터는 여전히 박주현의 파일을 띄우고 있었다. 그 파일을 지우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최준철과의 거래도, 박주현의 고통도, 내 죄책감도.
하지만 나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한 것은 모니터를 켜서 포겟의 고객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2년 반 동안 내가 만난 고객들. 박주현을 제외하고, 경찰이 언급한 네 명을 제외하고—
누군가가 남아 있었다. 그 이름을 기억하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내 기억 속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처럼. 하지만 파일은 남아 있었다. 파일 이름 옆의 날짜는 정확히 3년 전이었다. 연쇄 실종 사건이 시작된 바로 그때.
나는 마우스를 움직였다. 파일을 열려던 순간,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 검은 화면에 나타난 것은 텍스트였다.
"당신이 찾던 사람은 나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나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니터 앞에 아무도 없었다. 빈 사무실, 꺼져가는 스탠드 불빛, 그리고 검은 화면에 떠 있는 문자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맴돌았다. 누군가 포겟의 시스템에 접근했다는 뜻이었다. 해킹? 아니면 처음부터 포겟의 관리자 권한을 가진 사람?
나는 급하게 포트 확인 화면을 열었다. 외부 접속이 아니었다. 내부 네트워크에서의 접속이었다. 포겟의 지하 2층 시설 어딘가에서.
화면에 새로운 문자가 떴다.
"제 파일을 열지 마세요. 그건 당신을 더 깊은 구덩이로 밀어낼 뿐입니다."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었다. 박주현은? 최준철은? 이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계획이었다는 뜻인가?
화면에 다시 문자가 나타났다.
"당신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경찰에 자수하거나, 아니면 나를 만나거나. 둘 다 당신에게는 끔찍한 결말일 겁니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준영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포겟의 시스템이 해킹당했다고, 누군가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그 순간, 사무실의 불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백라이트를 잃은 모니터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사무실 곳곳을 비추었다. 책상, 파일 캐비닛, 문제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럼 누가 불을 껐지?
휴대폰에서 문자가 왔다. 같은 번호에서. 발신자 표시는 "알 수 없음"이었다.
"당신의 조카는 지금 매우 안전합니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고 싶으신가요?"
나는 화면을 읽으며 답장을 치려 했다. 하지만 다음 문자가 먼저 도착했다.
"신고하면 당신은 공범자 혐의로 체포될 겁니다. 박주현 군의 기억 속에는 당신이 그를 해친 모습이 기록되어 있을 수도 있죠. 기억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이제 아실 겁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이건 협박이었다. 명백한 협박. 그리고 그건 효과가 있었다. 내 선택지는 사라지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면 내가 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협박자의 말을 따르는 것뿐이었다.
다음 문자가 도착했다.
"지하 3층으로 내려오세요. 혼자. 그러면 박주현 군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포겟의 안전 시설로 이동했다. 지하 3층의 보관실. 내 능력을 사용할 때 필요한 모든 의료 기구와 신경 자극 장비가 보관된 곳.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휴대폰의 손전등을 들었다. 계단은 어두웠다. 평소에는 자동 조명이 켜졌는데, 그것도 모두 꺼져 있었다. 의도적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게 함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주현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내 조카였다. 아니, 내 기억이 조작되었다면? 그렇다면 박주현이 정말 내 조카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를 버릴 수 없다는 것.
지하 3층에 도착했을 때, 나는 멈췄다.
보관실의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안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손전등의 빛이 그 사람의 얼굴을 비추자, 나는 숨을 멈췄다.
"안녕하세요, 박준호 씨."
그 사람은 웃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내가 본 적이 있는 얼굴. 하지만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의도적으로 그 기억을 지운 것처럼.
"저는 이 시설의 원래 소유자입니다. 당신이 포겟을 인수받기 전에."
그 사람이 일어섰다. 중년의 남자,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 심리학자처럼 보이는 외모.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죠. 그건 당신의 실수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이 나를 모르기를 원했으니까요."
나는 뒤로 물러섰다. 계단을 향해. 하지만 계단 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최준철이었다. 그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박주현 군을 보고 싶으신가요?"
그 사람이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박주현이 있었다. 의자에 묶여 있었다. 깨어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의 입 주변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그는 지금 당신이 그에게 한 것과 같은 상황에 있습니다.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 속에서 말이죠."
나의 뺨을 따라 뭔가가 흘렀다. 눈물이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
"당신이 저를 찾은 이유를 알고 싶으신가요?"
그 사람이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의 능력 때문에. 당신은 생각하셨나요? 왜 당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을까? 누가 이런 능력을 당신에게 준 걸까?"
나는 입을 열려고 했다가 닫았다. 내가 뮤즈 능력을 갖게 된 경위를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있던 능력이었고, 그것뿐이었다.
"3년 전, 당신은 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당신이 지금 포겟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당신을 그렇게 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뭐... 뭐라고?"
"당신의 기억 속에 그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모르죠. 왜냐하면..."
그 사람이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다음 말이 중요하다는 듯.
"당신이 당신 자신의 기억을 지웠으니까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휴대폰 화면을 다시 보였다. 이번엔 영상이었다.
3년 전의 포겟. 그 사람이 나를 의료용 침대에 누이는 모습. 신경 자극 장치를 나의 머리에 붙이는 모습.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입술의 움직임은 분명했다. 나는 그것을 원했다. 그 기억 삭제를.
"당신은 저한테 기억 삭제를 받았습니다. 당신 자신의 결정으로요."
화면이 계속 진행됐다. 신경 자극 장치가 작동하고, 내 얼굴이 경련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일어나 눈을 깜빡이고 웃는 모습.
"그 과정에서 당신의 능력은 변했어요. 더 강해졌고, 동시에 더 위험해졌습니다."
"왜... 왜 내가 그런 걸 원했어요?"
"당신은 누군가를 죽였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3년 전, 당신은 당신의 능력으로 누군가의 기억을 지웠고, 그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결국 죽었습니다. 자살로 기록됐지만, 실제로는 당신의 능력의 부작용이었죠."
"아니야... 그건..."
"당신은 그 죄책감을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나를 찾아왔고, 나를 설득했고, 나는 당신을 도와줬습니다. 당신 자신의 기억을 지워주기로 말이죠."
나는 무릎을 꿇고 싶었다. 하지만 최준철이 계단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주사기를 들고.
"당신은 그 후로 포겟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표면적으로는 상담소였지만, 실제로는 제 연구를 계속하는 장소였습니다. 당신이 지워온 모든 고객들은 제가 선택한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기억 속에는 특별한 것들이 있었거든요."
"특별한 것?"
"범죄. 비밀. 죄책감. 당신이 그것들을 지워줄 때마다, 저는 그 기억들을 백업해왔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을 더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요."
나는 이해했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내가 왜 포겟을 운영했는지, 왜 항상 불안감을 느꼈는지, 왜 내 기억 속에 구멍이 있었는지.
"당신은 제 도구였습니다, 박준호. 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최준철이 나에게 더 가까워졌다. 주사기의 바늘이 빛났다.
"이제 당신은 다시 한 번 선택해야 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지워버릴까요? 아니면 계속 저를 도울까요?"
나는 움직였다. 최준철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내 팔을 잡았다. 우리는 몸싸움을 벌였다.
"놓아줘!"
나는 저항했다. 하지만 최준철은 더 강했다. 아니면 내가 너무 약했던 걸까. 내 기억이 조작된 이상,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강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었다.
최준철의 팔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손이 나의 목을 조였다.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포겟의 벽은 방음 처리가 되어 있었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최준철의 기억을 지우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타인의 기억을 지우려면 신경 자극 장치가 필요했고, 그것은 지금 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사람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예상된 일인 것처럼.
"당신은 이미 우리의 일부입니다, 박준호."
최준철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저항했다. 내 손이 최준철의 팔을 할퀴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현기증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본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 얼굴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 그것이 지워진 기억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없던 기억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워온 모든 고객들이 실은 나였던 건가? 아니면 내가 그들이었던 건가?"
그리고 검은 화면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