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 삭제자
강남역 부근의 편의점. 이준영 형사는 테이블 위에 다섯 장의 사진을 펼쳐놓았다.
"이 사람들 기억하세요?"
나는 사진을 피했다. 포겟의 고객 정보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 그게 내 규칙이자, 고객들이 나를 믿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아는 척 할 이유가 없습니다."
형사는 사진을 밀어 내게 더 가깝게 만들었다.
"어제 당신 매장에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했습니다. 섀도우 파일을 찾아냈거든요. 당신이 그렇게 빠르게 지운 이유가 뭐였을까요?"
내 손가락이 떨렸다. 나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렸다. 손가락이 자꾸만 경련을 일으켰다.
"변호사 없이는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아직 수사 대상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형사는 커피를 마셨다.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고객 A가 2년 전에 지운 기억 속에 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진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박지은. 실종 2년 전. 당신의 고객이 기억을 지우기 1주일 전에 사라졌어요."
다음 사진.
"이수진. 실종 1년 8개월 전."
또 다음.
"김혜민. 실종 1년 4개월 전."
나머지 두 명도 차례대로 제시되었다. 각각 실종 시점이 다르지만, 모두 같은 패턴을 보였다. 내 고객이 지운 기억 속에 그들이 있었다.
"당신의 고객들이 봤던 장면이 모두 같아요. 야밤의 골목. 비명. 차량. 그런데 위치가 다릅니다. 강남 전역에 흩어져 있거든요."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숨이 얕아졌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죠? 당신의 고객이 이 사건들을 목격했다. 또는... 가담했다."
형사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아니면 이 모든 기억이 조작되었다."
편의점 형광등이 너무 밝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잠깐."
형사가 손을 들었다.
"당신이 지운 게 정말 트라우마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누군가의 범죄를 감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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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겟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계속 떨고 있었다. 손가락이, 입술이, 숨이. 기사는 묻지 않았다.
내 사무실의 보조 컴퓨터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나는 고객 데이터 백업을 켰다. 경찰에 넘긴 것들이 아닌, 내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것들.
세 명의 고객. 모두 같은 기간에 온 사람들이었다.
첫 번째 고객, 강석민. 남성, 35세. 직업: 건설업체 임원. 사유: "과거의 실패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열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어두운 골목이 있었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화면을 들여다봤다. 강석민의 시점에서 본 그 장면. 골목의 깊숙한 곳.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관찰자인가, 아니면 참여자인가? 나는 묻지 않았다. 그냥 "정말 지우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었고, 그는 "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지웠다.
두 번째 고객, 정채은. 여성, 28세. 직업: 프리랜서 디자이너. 사유: "어린 시절 학대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열었다. 역시 어두운 골목이 있었다. 차량의 불빛. 비명. 그리고 손. 누군가의 손이 나타났다. 손가락이 길었다. 매니큐어를 칠한 손가락이었다. 그 손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차량의 문을 여는 동작. 아니, 누군가를 밀어 넣는 동작.
세 번째 고객, 박주현. 아이, 12세. 직업: 학생. 사유: "학교 따돌림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열었다. 그의 기억은 다른 두 명과 달랐다. 학교 복도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책가방을 던지는 손. 그런데 기억의 끝에 골목이 있었다.
화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학교 복도와 골목이 겹쳐 있었다. 시간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두 개의 필름을 겹쳐 놓은 것처럼. 앞쪽에는 학교 현장. 뒤쪽에는 밤의 골목. 그 골목에서 어떤 것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이는 그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놓은 것처럼.
화면을 내려갔다. 각 고객의 기억들을 시간순으로 정렬했다. 그리고 겹쳐 보았다.
강석민의 기억 → 정채은의 기억 → 박주현의 기억.
모두 같은 장소였다. 모두 같은 밤이었다. 모두 같은 비명이었다.
그런데 각자의 위치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강석민은 골목의 안쪽에 있었다. 정채은은 중간쯤에 있었다. 박주현은 멀리서 보고 있었다. 학교 건물 어딘가에서. 마치 누군가를 따라가다가 목격한 것처럼.
세 명의 관찰자. 아니, 세 명의 목격자. 혹은 세 명의 가해자.
나는 화면을 끄고 싶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준영 형사의 말이 자꾸만 맴돌았다. "당신의 고객 중 누가 이 기억을 당신에게 지우도록 했는지 알려주면, 이 사건을 풀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을 만나야 했다. 정말로 기억이 지워진 것인지, 아니면 조작된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들이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었다.
나는 이미 그들의 기억을 지웠다. 그들은 더 이상 그날 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강석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포겟에 올 수 있으신가요? 확인할 게 있습니다."
응답은 3초 만에 왔다.
"물론이죠. 내가 당신을 찾을 줄은 몰랐는데. 마침 당신을 만나고 싶던 참이었어요."
내 손이 다시 떨렸다. 그의 말투가 이상했다. 마치 자신이 주도권을 가진 사람처럼.
나는 정채은에게도 연락했다.
"내일 만나고 싶습니다."
회신까지 걸린 시간은 1분. 길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뭘 만나야 하는 거죠? 저 이미 기억을 지웠는데."
그 말은 정상적이었다. 그것이 더 섬뜩했다.
마지막으로 박주현에게 연락했다.
"조카 오빠인데, 내일 학교 끝나고 올 수 있어?"
아이의 응답은 빨랐다.
"네! 근데 오빠, 뭔가 있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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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질수록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나는 포겟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내가 지워온 기억들이 정말 트라우마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범죄의 증거였을까? 그렇다면 내가 한 일은 치료인가, 아니면 증거 인멸인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 더 이상 명확하지 않았다. 흐릿한 음성만 남아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사진처럼. 내가 어머니를 잃은 날의 그 목소리. 내가 자신의 능력을 처음 써본 날. 그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퓨터 앞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경찰에 지웠다고 생각한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봤다. 나는 그들의 기억을 이미지로 변환했다. 그 이미지들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봤다.
골목. 비명. 차량.
그리고 한 가지 더.
세 이미지 모두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손이었다. 누군가의 손. 차량의 문을 여는 손. 그 손의 움직임이 정확했다. 마치 여러 번 반복된 동작처럼.
나는 이미지를 확대했다. 손가락을 자세히 봤다. 매니큐어. 시계. 반지.
그 반지가 내 눈에 걸렸다. 특이한 디자인의 반지였다. 은색에 검은 돌이 박혀 있었다.
나는 그 반지를 어디서 본 것 같았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최근 고객 기록을 뒤졌다. 강석민, 정채은, 박주현 이외에 내가 최근에 만난 고객이 한 명 더 있었다.
최준철. 심리학자. 45세. 사유: "우울증 기억을 치료받고 싶습니다."
그는 나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그런데 그가 내게 기억을 지워달라고 할 때, 그의 손가락에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아니, 잠깐.
나는 최준철의 데이터를 다시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나는 중얼거렸다. 최준철의 기억 데이터는 거의 비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기억이 없었던 것처럼. 평탄한 회색의 무(無).
그런데 분명 그는 내가 기억을 지워주기 전에 울고 있었다. 무언가 깊은 기억 속의 고통이 있었다. 나는 분명 그것을 감지했다. 그의 떨리는 손. 그의 목소리. 그의 눈물.
그렇다면 이건 뭐지? 이 공백은?
휴대폰이 울렸다. 이준영이었다.
"지금 어디 있어요?"
"포겟입니다."
"한 가지 더 알려드릴 게 있는데. 당신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패턴이 발견됐어요."
형사의 목소리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은 날 지워진 기억이 네 개 있습니다. 모두 같은 밤, 같은 시간대. 그런데 그 네 번째 기억은... 당신이 우리에게 지운 게 없어요. 마치 그 고객이 처음부터 당신을 찾지 않은 것처럼."
나는 숨을 쉬지 못했다.
"그 네 번째 고객이 누구냐고 묻고 싶을 텐데, 우리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 기록을 지웠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형사가 말을 멈췄다.
"그 고객은 여전히 당신 근처에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의 고객 중 누군가가 계속 당신을 찾고 있거든요."
"뭐... 뭘 말하는 거죠?"
"내일 포겟에 올 약속을 잡으셨죠? 당신의 고객들과?"
"네, 어떻게..."
"강석민. 정채은. 박주현. 그리고 또 한 명."
형사가 천천히 말했다.
"최준철이 내일 포겟에 간다고 했어요. 당신을 만나러."
내 심장이 멈췄다. 최준철은 내가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왜...
"그는 당신의 고객이 아닙니다, 박준호. 또는...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신을 찾아온 사람입니다."
형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이미 무언가를 깨닫고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내가 만난 네 명의 고객. 그들은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서, 나의 능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보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내일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형사, 내일 포겟에 올 수 있으신가요?"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요?"
"당신이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형사가 숨을 쉬었다.
"우리가 찾은 다섯 번째 피해자...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2년 전에 사라진 박지은. 강남역 인근 버려진 건물에서."
내 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시체에서 발견된 유일한 증거는... 당신이 지워준 고객 중 한 명의 DNA였습니다. 정채은."
전화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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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강남역 인근의 원룸. 정채은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어두웠다. 커튼이 모두 닫혀 있었다.
침실로 들어갔을 때, 모든 게 멈췄다.
침대 위에 정채은이 누워 있었다. 눈을 뜬 채로. 창백한 얼굴. 파란 입술. 고정된 눈동자.
내 목구멍이 수축했다. 숨이 막혔다.
침대 주변에는 약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손목에는 반창고가 감겨 있었고, 그 아래로 깊은 자상이 보였다. 침대 옆 바닥에 흘러내린 피. 그 위에 떨어진 편지.
나는 편지를 집어 들었다.
"박준호에게. 당신이 내 기억을 지워줬을 때,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 깨달았어. 당신이 지워준 게 뭔지. 그리고 내가 뭘 했는지.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어. 기억을 지워도 남는 게 있어. 죄책감이 남아. 그리고 그 죄책감이 날 죽였어. 미안해."
편지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죽어 있다는 것을.
"당신이 왔네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최준철이 서 있었다. 침실 문 앞에. 손에는 작은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입 모서리가 떨리고 있었다. 눈빛이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증거를 남기고 있어요. 당신이 여기 있다는 증거."
그는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셔터음이 울렸다. 플래시가 터졌다.
"넌 뭐야? 누가 너한테..."
"나를 보낸 사람이 있나요? 아니에요. 나는 처음부터 스스로 당신을 찾아왔어요. 당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거든요."
최준철은 한 발 다가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다. 사냥꾼이 먹이에 접근하는 것처럼.
"당신은 타인의 기억을 지웁니다. 완벽하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정채은의 시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그녀가 살아 있는 것처럼.
"그런데 당신이 지우지 못하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당신 자신의 기억입니다."
"넌... 누구야?"
"심리학자예요. 당신과 같은 사람. 타인을 조종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당신과 달리, 나는 그것을 숨기지 않아요."
그가 한 발 더 다가섰다.
"당신이 내 고객들의 기억을 지워준 거 알아요. 강석민. 정채은. 박주현. 그들 모두 내가 보낸 사람들이에요."
나는 침대 위의 정채은을 다시 봤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왜 날 선택했어?"
"왜냐하면 당신은 완벽했거든요. 기억을 지우는 능력도,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마음도. 당신을 이용하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준철이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다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죠."
"경찰이 온다. 이미..."
"온다고요? 형사 이준영이요? 네, 그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여기 있다는 증거가 이미 남겨졌으니까요."
그가 침대를 가리켰다.
"정채은의 일기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그리고 이 자살도, 당신의 기억 삭제 때문이라고 할 거예요."
"난 그런 의도로..."
"의도? 의도가 뭐가 중요해요. 결과가 전부예요."
최준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신은 타인의 기억을 지웁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죽습니다. 그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결과는 같아요."
그는 침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채은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뜨여 있었다.
"내일 포겟에서 뵙겠습니다. 박준호."
최준철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렸다.
"그때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궁금해요. 당신의 고객들을 보호하는 것, 아니면 경찰에 자수하는 것. 둘 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 텐데."
현관문이 닫혔다.
나는 여전히 정채은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지워준 기억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녀가 저지른 범죄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그녀에게 저지른 범죄인가.
119의 사이렌이 밖에서 들렸다.
나는 침실을 나왔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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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밤거리. 네온사인. 사람들. 모두가 정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 주머니 속 휴대폰에는 이미 최준철로부터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시지를 열었다.
"내일 오후 3시. 포겟에서 만나요. 그리고 당신의 모든 고객들도 함께. 아, 그리고 하나 더. 당신이 박주현의 기억을 지웠을 때, 사실 당신은 어떤 기억도 지우지 않았어요. 그 기억은 이미 지워져 있었거든요. 누군가에 의해."
나는 포겟을 향해 걸었다. 내일을 기다릴 수 없었다. 오늘 밤이라도 박주현을 만나야 했다.
하지만 길 위에서 나는 멈췄다.
박주현의 집 주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내 기억을 지워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자신이라는 것을.
내 손가락이 저렸다. 두 손 모두. 시야가 흔들렸다. 밤거리의 불빛들이 번쩍거렸다.
내가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할 때마다, 내 뇌는 저항했다.
그 순간, 또 다른 공백이 생겼다.
박주현의 부모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학교 이름도.
그가 다니던 학원도.
마치 그 아이에 대한 모든 기억이 내 뇌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처럼.
내일 포겟에서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만날 때 무엇이 벌어질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