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현의 방문
박수현이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의 얼굴이 굳는 것을 봤다.
"뭐... 뭔가 달라졌어."
인사도 없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뭐가 달라졌냐고."
나는 현관의 어둠 속에서 물었다. 목소리가 내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더 낮고, 더 텁텁했다. 박수현이 한 발 물러섰다.
"분위기가... 아니, 목소리가... 눈빛이..."
말을 잇지 못한 그가 입을 다물었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3일이 훨씬 길었나?"
박수현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깨진 유리를 밟을 때처럼.
"아니다."
거짓이었다. 3일이 아니라 30년처럼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는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손톱 끝이 떨렸다.
"너... 진짜 괜찮아?"
"괜찮다."
"태성이가 뭐라고 했어? 내일 다른 사람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
태성. 그 이름을 들으니 뭔가 흐릿했던 것들이 한순간 선명해졌다. 24시간. 그런 조건이 있었다. 내 손가락이 더 빠르게 떨렸다.
"태성이 말이..."
"내일 오후? 아니, 오늘 밤? 뭐가 됐든 넌 지금 나가야 해. 짐 챙기고 지금 당장."
박수현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걱정과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인가. 그 순간 나는 그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해 있음을 알아챘다. 광대뼈가 한 치 더 튀어나온 것 같았고, 피부는 회색에 가까워 보였다. 아니,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건가.
"못 나간다."
"뭐? 왜?"
"아직 못 나간다."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내 몸이 떨렸다. 지하실. 그곳에서 들리는 울음.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박수현에게 말할 수 없었다.
"이준호."
박수현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가 낯설었다.
"이 집이 뭔가 이상해. 너도 느껴지지 않아? 공기가... 벽이... 전부가."
그는 손을 뻗었다. 내 팔을 잡으려고. 그의 손가락이 내 소매에 닿았을 때, 기억의 편린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나를 들어 올리던 손. 낮고 차가운 목소리. 지하실의 어둠.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밀어냈다.
"만지지 마."
내 목소리는 거칠었다. 박수현이 비틀거렸다. 그의 눈이 내 손을 보고 있었다.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손으로 그를 해치고 싶었다. 목을 조르고 싶었다. 그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넌... 정말 준호야?"
그 질문이 현관에 떨어졌다. 돌처럼. 깊고 무거운 침묵 속으로.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준호인가. 내 이름이 준호인가. 아침에 먹은 음식은. 어제는. 이곳에 온 이유는.
박수현이 돌아섰다. 발이 무거웠다.
"잠깐, 박수현. 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던 거야?"
그가 멈춰 섰다. 나도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병원으로. 어디든 여기가 아닌 곳으로."
"그리고 나면? 나면 뭐가 되는데?"
박수현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나를 마주쳤다.
"넌 살아 있게 돼."
"살아 있다는 게 뭐야?"
그 질문에 박수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현관을 나갔다. 나는 그를 따라 문 바깥으로 나갔다. 밤의 공기가 차가웠다. 아니, 따뜻했나. 내 감각이 헷갈렸다.
박수현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자갈길 위의 발자국들이 희미해졌다. 내가 보기에, 그의 발자국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었다. 저택의 벽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그것들을 덮고 있었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나는 현관의 문턱에 서 있었다. 안과 밖의 경계에. 박수현을 따라갈 수도 있었다. 손을 들어 그를 부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 발은 저택 안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것이 나의 선택인지, 저택의 선택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단지 내 다리가 명령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었다.
"박수현!"
나는 외쳤다.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잠깐, 제발!"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목소리였다. 지하실에서 계속 울음을 내고 있던 그 목소리였다.
박수현이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했다. 그리고 슬픔도. 그는 나를 보고 있었지만,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본 것은 나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미안해. 준호. 정말..."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돌아섰다. 이번엔 돌아보지 않았다.
문을 닫으려던 순간, 거울이 보였다. 1층 거실의 거울. 그곳에 비친 내 모습이 웃고 있었다.
내가 웃고 있었나. 아니면 거울 속의 그것이.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가 딸깍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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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이 떠난 후, 지하실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계단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거기서 들리는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발. 계단을 내려오면서 손잡이를 놓지 않고 있었다. 손가락이 나무에 파고들 정도로. 왜 놓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생각하려 했지만, 생각 자체가 물처럼 흘러내렸다.
지하실의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울음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적막. 그것은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소리가 모인 상태였다. 공기 속에 누군가의 숨이 차 있었다. 천천히 눈을 떴다. 아니, 이미 눈은 떠 있었다. 다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여기 있니?"
내가 말했다.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더 낮았다. 더 낡았다. 마치 오래된 벽지처럼 갈라진 음성이었다.
손전등을 켰다. 배터리는 거의 떨어졌다. 주황빛이 지하실의 일부를 드러냈다. 상자들. 오래된 가구. 습기의 냄새.
왜인지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오른쪽 벽 모서리. 거기에 뭔가가 있었다. 아니, 누군가가.
상자를 치웠다. 손이 움직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자 아래에서 천이 나타났다. 낡은 천. 그 아래에.
천을 들어 올렸다.
뼈. 작은 뼈들이 있었다. 손가락뼈. 발가락뼈. 그리고 더 큰 뼈들. 내가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손전등이 뼈에 닿았을 때, 기억이 폭발했다.
— 1987년 11월. 지하실. 어두운 방. 누군가가 나를 들어 올렸다. 목소리가 낮았다. 차가웠다. "이것이 넌 잊어야 한다. 절대 말하지 마. 아무한테도."
— 현재. 내 손이 뼈를 만지고 있다. 그것은 따뜻하다. 누군가 방금 놓고 간 것처럼.
— 미래. 거울. 거울 속의 내 얼굴. 하지만 그것은 내 얼굴이 아니다.
세 시간대가 동시에 충돌했다. 과거와 현재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내 두개골 안에서 으깨졌다.
손전등을 떨어뜨렸다. 불빛이 천장에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나는 형상들을 봤다. 지하실 곳곳에 서 있는 누군가들. 그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뼈에서 나는 냄새가 진했다. 흙내. 썩은 내. 그리고 무언가 달콤한 냄새. 내 코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박수현의 질문이 다시 들렸다. 귓가에. 마음속에. 뼈 깊이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오는 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이의 목소리였다.
"누나? 여기 있어? 나를 찾아 줄래?"
내가 말했다. 아니, 그것이 나였나.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누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이 있는 거실로 가고 싶었다. 손을 뻗어 거울을 만져야 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내 발은 지하실의 바닥에 붙어 있었다.
발목이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 아래에서 내 다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한 발을 떼려고 했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발목에서 저항이 느껴졌다. 차가운 손가락 같은 것이. 벽에서 손이 나타나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통증은 실제였다.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차가운 감각이 실제였다.
동시에 다른 충동이 밀려왔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거울을 봐야 한다.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 명령은 저택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아니,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나는 두 힘 사이에서 갈렸다. 계단으로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하실에서 나가면 안 된다는 저항이 있었다. 발목의 손가락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뼈까지 닿을 것 같았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내 앞에는 두 길이 있었다. 한쪽은 계단. 거울로 가는 길. 다른 쪽은 뼈가 담긴 상자. 지하실의 깊숙한 곳으로 가는 길.
손전등의 불빛이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암흑이 완성됐다.
지하실의 어둠이 숨을 쉬고 있었다. 나도 그 숨과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점점 더 천천히. 점점 더 깊게. 내 폐가 그 어둠을 마시고 있었다. 저택의 벽이 내 피부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미 그것의 일부였다.
상자 아래의 뼈들이 다시 울었다. 부르짖었다.
"이제 왔어. 이제 왔어."
그것은 내 목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1층에서는 거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올라가야 했다. 거울을 보러. 거울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러.
하지만 내 발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발목의 손가락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뼈까지 닿을 것 같았다.
계단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거울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뼈들도 나를 부르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모두가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했다. 모두가 나를 찢어내려고 했다.
그 순간, 지하실의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났다. 손전등이 아니었다. 더 부드러운 빛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촛불을 들고 내려오는 것처럼. 그 빛 속에는 형상이 있었다.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나라는 것을. 혹은 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혹은 이미 나였다는 것을.
나는 한 발을 떼었다. 발목의 손가락이 풀렸다. 그리고 또 한 발. 형상을 향해. 계단을 향해. 아니, 뼈를 향해.
두 길이 나 앞에 놓여 있었다. 계단과 상자. 거울과 뼈.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나는 선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