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2층의 울음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벽을 짚었다. 손가락이 먼지 투성이 벽돌에 닿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음이 아니었다. 호출이었다. 나를 부르는 소리.

나는 계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는 여러 개였다. 겹겹이 층을 이루며 울려 퍼졌다. 한 목소리가 끝나면 다른 목소리가 시작되고, 그것들이 얽혀서 하나의 거대한 울음이 되었다. 저택 전체가 울고 있었다. 저택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돌아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지하실을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1층으로 올라가 2층으로 향했다. 박수현의 말은 이미 멀어졌다. 그의 목소리는 현실의 것이었고, 저택 안의 울음은 절실한 것이었다. 누군가는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기에 갇혀 있었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나무가 신음했다. 낡은 목재가 나의 무게를 견디며 울었다. 2층 복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 느낀 울음이 더욱 명확해졌음을 알았다. 그것은 한 방향에서만 들렸다. 왼쪽. 어린이 방.

복도의 벽에는 수십 년 전의 벽지가 붙어 있었다. 페이지 무늬였다. 아이들 그림이 그려진 연한 노란색의 벽지가 여기저기 뜯겨나갔고, 그 아래 더 오래된 벽지가 드러나 있었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벽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나는 그 먼지를 마시고 있었다. 저택의 숨을 마시고 있었다.

어린이 방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문을 밀었다. 문이 삐걱거렸다. 오랫동안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방 안은 생각보다 밝았다. 창문을 통해 오후의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빛 속에서 먼지가 춤을 추고 있었다. 먼지 위의 빛이 마치 어떤 존재의 윤곽을 그리는 것 같았다.

침대 위에 인형이 있었다.

낡은 곰인형이었다. 갈색 털은 한쪽이 벗겨져 있었고, 눈 중 하나는 없었다. 한쪽 팔만 남아 있었다. 그 인형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것을 어제 놓고 간 것처럼. 그 인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나는 인형에 다가갔다.

발걸음이 조용했다.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깨우지 않으려고. 내 손이 인형에 닿기 직전, 나는 숨을 멈추었다.

손가락이 인형의 털에 닿는 순간, 세계가 반전되었다.

---

나는 어딘가 어두운 곳에 있었다. 아니, 나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누군가였다. 나는 나가 아니었다.

"엄마... 엄마..."

내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린 목소리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 두려움으로 가득 찬 목소리.

나는 어딘가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나무 냄새가 났다. 옻칠한 나무. 그리고 먼지. 그리고 다른 냄새. 무서운 냄새. 죽음의 냄새. 하지만 어린 내 몸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단지 무섭고 외로웠다.

"도와줘... 누구 있어요?"

내 손이 무언가를 두드렸다. 나무였다. 딱딱딱. 손가락이 아파왔다. 하지만 나는 계속 두드렸다. 누군가 들어줄 때까지. 누군가 나를 꺼내줄 때까지.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무도 나를 구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어린 내 감각은 시간을 측정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차갑고, 어둡고, 외로웠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나는 침대 옆에 쓰러져 있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몸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눈물이 내 얼굴을 흘렀다. 내 눈물이 아니었다. 그 아이의 눈물이 내 얼굴을 통해 흘렀다.

무릎이 약했다. 하지만 나는 일어섰다. 손가락을 보았다. 손가락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가락은 내 손가락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 내 손에 붙어 있었다.

그 아이를 구해야 한다.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딘가에 갇혀 있는 그 아이. 도움을 청하는 그 아이.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내가 들었고, 내가 느꼈다. 그 아이는 정말로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절박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내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준호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

복도의 다른 방으로 향했다. 침실이었다. 침실의 문도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문을 밀었다.

침실은 어린이 방보다 훨씬 컸다. 침대도 컸다. 옷장도 있었다. 책상도 있었다. 모든 것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나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 낡은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검은 표지의 일기장. 손글씨로 이름이 써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 누군가의 삶.

나는 일기장을 집었다.

손가락이 일기장의 종이에 닿자, 다시 기억이 흘러들었다.

---

나는 여자였다. 중년의 여자였다. 나는 누군가였다. 나는 나가 아니었다.

"날 떠났어. 모두가 날 떠났어.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어.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어."

내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절망이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딘가 어두운 곳에 누워 있었다. 침대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어둠만 있었다.

"내가 뭐였지? 나는 누구였지?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내 손이 무언가를 들었다. 약병이었다. 약병이 내 손 안에서 딸그락거렸다.

"이제 누구도 나를 버릴 수 없어. 이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야."

나는 약을 마셨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느끼지 않았다.

---

나는 침실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일기장은 여전히 내 손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가락이 일기장에 붙어 있었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박수현이었다. 내 손이 휴대폰을 집었다. 내 손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내가 움직인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준호? 준호? 들려? 넌 지금 뭐 해?"

박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현실의 목소리였다. 저택 밖의 목소리였다.

나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저택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

내 목소리가 울렸다.

"뭐? 누가 있다고?"

"누군가... 도움을 청하고 있어. 내가 들었어. 정말 명확하게."

박수현이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길었다.

"준호, 그건 네 착각이야. 혼자 있으니까 그런 거야. 저택에는 아무도 없어. 빨리 나와. 이제 그만해."

"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말을 하는 순간, 내 목소리 뒤에 다른 울음이 겹쳐졌다. 어린 목소리의 "엄마"라는 외침. 중년 여자의 절망적인 한숨. 저택 전체가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울음 속에 있었다.

"뭐가 끝나지 않았다고? 준호, 넌 누구야?"

박수현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공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정말로 누구인가?

나는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이 침실의 바닥에 떨어졌다. 박수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현실은 멀어졌다. 저택만 남았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려고 팔을 들었다.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시계는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읽혀 있지 않았다. 숫자들이 흐릿했다. 마치 누군가 그것을 지워버린 것처럼.

침실의 벽 시계를 봤다. 6시 42분. 저녁이 깊어지고 있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시계를 봤다. 여전히 6시 42분이었다.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손가락으로 눈을 비벼도 숫자는 여전히 흐릿했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아까는 저녁이었는데, 지금도 저녁인데. 시간이 섞여 있었다. 내 시간 감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제 아침에 뭐 먹었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기억이 없었다. 어제 아침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어제가 없었던 것처럼. 혹은 어제의 내가 없었던 것처럼.

침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왔다. 복도는 더 어두웠다. 오후의 햇빛이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스며들고 있었지만, 2층은 이미 황혼에 잠겨 있었다.

울음이 다시 들렸다. 어린 아이의 울음. 하지만 울음이 아니라 호출이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내 이름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어린이 방의 문을 다시 열었다.

방은 변하지 않았다. 침대, 인형, 먼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공기가 달랐다. 공기가 살아 있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인형이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아까 내가 만졌던 인형. 그것을 만지면 그 절망적인 기억이 다시 흘러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발이 다시 침대로 향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인형에 닿았다.

기억이 다시 흘러들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아까의 기억이 아니라 다른 기억이었다.

---

나는 어린 아이였다. 정말 어린 아이였다. 네 살? 다섯 살? 나이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완전한 어둠. 나는 무언가 위에 누워 있었다. 나무였다. 딱딱한 나무. 내 등이 아팠다.

"엄마? 엄마?"

내 목소리가 울렸다. 진짜 울음이었다. 공포의 울음.

"누군가... 도와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내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나를 누르고 있었다. 무게. 그것은 무게였다. 끔찍한 무게.

"도와줘... 제발..."

나는 울었다. 진짜로 울었다. 목이 터질 듯 울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와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다.

"여긴 금지된 곳이야. 어쩌다 들어왔어?"

그 목소리는 무서웠다. 분노했다. 아니,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공포였다.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을 때의 공포였다.

"나... 나 여기 갇혔어요..."

"조용해."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발소리로 알 수 있었다. 무거운 발소리. 결정적인 발소리.

"이 방은 없는 방이야. 너는 여기 없었던 거야."

그 사람의 손이 나에게 닿았다.

---

나는 침대에서 떨어져 나왔다. 인형은 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내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내 호흡이 끊어질 듯했다. 내 목이 졸린 것처럼 아팠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 기억은 어떤 기억이었나?

내가 본 첫 번째 기억은 어린 아이의 절망이었다. 그것은 분명했다. 절망하는 아이. 도움을 청하는 아이. 하지만 이 기억은 달랐다. 이것은 공포였다. 순수한 공포.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을 때의 그 끔찍한 순간.

'이 방은 없는 방이야. 너는 여기 없었던 거야.'

그 말이 자꾸만 반복되었다. 내 머릿속에서. 내가 만든 생각이 아니라, 저택이 나에게 전달하는 말처럼.

나는 손을 들었다. 내 손이 떨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고 있었다. 마치 감전된 것처럼. 아니, 그것은 진짜 떨림이었다. 공포의 떨림.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의 벽 시계를 봤다.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6시 42분.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켰다가 내렸다. 다시 봤다. 6시 42분. 또 다시 봤다. 여전히 6시 42분이었다.

시간이 멈춰 있었다. 아니, 시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같은 순간이 계속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손목시계를 들었다. 숫자가 흐릿했다. 눈을 비벼도 숫자는 여전히 흐릿했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아침인 것 같기도 하고, 저녁인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섞여 있었다.

'어제는 어떤 날이었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어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제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어제가 없었던 것처럼.

계단으로 향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왜 내려가야 했나? 나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알고 있었다. 몸이 나를 이끌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거울을 봤다. 1층 거실의 거울. 아까 첫 기억을 본 그 거울.

거울 속의 형상을 봤다.

그것은 나였다. 하지만 나가 아니었다.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었다. 눈이 내 눈이 아니었다. 그 눈은 저택을 보고 있었다.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눈. 저택이 된 눈.

나는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거실의 서재로 들어갔다. 책장 앞에 섰다. 낡은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책들. 누군가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

나는 한 권을 집었다. 시집이었다. 낡은 시집. 손가락이 책의 표지에 닿자, 내 손이 책을 내려놨다.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소리가 현실이었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이 내 손가락이 움직인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내 휴대폰이 울렸다. 태성이었다. 화면에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울음이 멈췄다. 내가 끝낸 게 아니라 저택이 끝낸 것 같았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준호,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 내일까지 1층 완료 보고 필요. 진행이 늦으면 인력 교체 검토."

내일. 내일이 언제지? 오늘이 며칠이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택에 온 지가 며칠이었나? 하루? 이틀? 일주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기억이 내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는 거실을 바라봤다. 1층은 여전히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서재의 책들, 거실의 가구들, 식탁의 그릇들. 모든 것이 목록화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지하실에서 또 다른 울음이 들렸다. 더 깊은 울음. 더 오래된 울음. 낮고 무거운 음성. 마치 흙 속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그 울음 속에는 어린 아이의 절망도, 중년 여자의 한숨도 아닌 다른 것이 있었다.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 또 다른 기억.

저택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아이를 구해야 한다. 그 생각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절박함이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내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발이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어둠이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울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한 계단씩. 천천히. 확실하게.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발이 나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지하실의 어둠이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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