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기억의 붕괴

거울 속 얼굴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준호는 욕실 세면대 앞에서 멈췄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마의 주름, 눈 밑의 다크서클, 턱선의 각도. 모두 낯설었다. 손가락으로 뺨을 누르자 거울 속 남자도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뺨을 눌렀다. 그런데 그 표정이 자신의 표정이 아니었다. 거울 속 남자는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눈앞이 흔들렸다.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거울 속 얼굴이 둘로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모였다. 이것이 뭔가? 강도현이 말했던 '기억 붕괴 증후군'의 증상이란 게 이런 건가?

그는 욕실을 나와 침대에 앉았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는 노트와 펜이 놓여 있었다. 강도현이 권했던 방법이었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종이에 적어. 기억의 윤곽이라도 붙잡으면 너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준호는 펜을 집었다.

**1999년 태어남** **경찰청 특수수사부 입과** **첫 번째 능력 사용 (대상: 연쇄살인범)** **2년 전 사건—**

펜이 멈췄다.

노트에 적혀 있어야 할 그 부분이 공백이었다. 마치 누군가 종이에서 그 시간대를 떼어낸 것처럼. 준호는 다시 펜을 들었다.

**2년 전 경찰 퇴직 사건: ???????**

물음표만 늘어났다. 뇌를 짜내도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은 안개처럼 흩어졌다. 단편들만 떠올랐다. 핏자국. 자신의 경찰 배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흐릿했다.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강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신호에 연결됐다.

"뭐 했어?"

"2년 전 사건. 기억이 없어. 완전히 없어."

침묵이 흘렀다. 거기 있는 강도현의 숨소리만 들렸다.

"너는 그 사건에서 누군가를 죽였다."

준호의 몸이 경직됐다.

"누구를."

"박충준. 경찰청 정보국 국장이야."

"내가... 그를 죽였다고?"

"그리고 그 일 이후로 넌 경찰을 그만뒀어. 공식 기록으로는 건강상 이유로 퇴직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너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사건의 목격자들이 너를 위험인물로 낙인찍었거든. 그런데 넌 죽지 않았어. 대신 다른 사람이 됐어."

준호의 뇌가 작동을 멈췄다. 말이 되지 않았다.

"왜? 왜 내가 그를 죽였어?"

"제니시스가 너를 조종했어. 박충준은 제니시스의 핵심 인물이었어.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넌 그대로 따랐어. 총을 들었고, 방아쇠를 당겼어."

"기억이 없다고!"

"제니시스가 지웠어. 너와 그 피해자 모두의 기억을. 그게 두 번째 조작이야. 첫 번째는 너를 만드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너를 조종하는 것이었어."

준호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신경이 끊겼다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누군데?"

"그게 문제야.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제니시스만 알아."

통화를 끊었다.

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 안을 원을 그리며 걸었다. 거울이 보였다. 다시 그 낯선 얼굴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각이 계속 왜곡됐다. 거울 속 얼굴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누군가를 죽였나?'

'내가 죽었나?'

'그럼 지금 나는 누구지?'

거울이 대답하지 않았다. 거울 속 남자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거울 속 남자가 웃기 시작했다.

"아니야."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야."

거울 속 남자가 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준호의 웃음이 아니었다. 더 깊고, 더 낮고, 더 위험했다.

준호는 거울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이 유리에 닿자 거울 속 남자가 손을 뻗었다. 두 손이 유리를 통해 만났다. 찬기운이 흘러내렸다.

"나가."

준호가 중얼거렸다.

"나가!"

그는 거울을 집어들고 벽에 던졌다. 유리가 깨지며 산산조각 흩어졌다. 거울 속 남자도 함께 산산조각 났다.

***

병원의 심리 상담실은 예상과 다르게 차가웠다. 흰 벽, 회색 소파, 유리 테이블. 모든 것이 무균실처럼 깨끗했다. 상담사 이름은 박민서였다. 50대 중반의 남자, 금테 안경, 차분한 목소리.

"불면증이 얼마나 심하신가요?"

"며칠을 못 잤어."

"시각이나 청각에 이상이 있으신가요?"

준호는 입을 다물었다. 거울 속 남자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청각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밤 거울을 깨뜨렸을 때 들었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기억 공백은?"

"있어. 많아."

박민서는 노트에 뭔가 적었다. 펜이 종이에 긁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당신은 정신분열증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신분열증?"

"네. 자아 경계가 흐릿해지고, 현실감각이 박탈되는 상태입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박민서는 컴퓨터 화면을 켰다. 준호의 뇌파 기록이 떴다. 불규칙한 파형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당신의 뇌파 기록이 비정상입니다."

박민서의 목소리가 변했다. 상담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몸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매우 비정상입니다. 마치 외부 신호에 의해 조종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준호는 벌떡 일어났다.

"당신은 뭐야?"

박민서는 웃음을 흘렸다.

"당신을 감시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어디까지 깨어나는지를 봐야 하거든요."

"제니시스?"

"제니시스는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당신은 그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준호는 상담실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영상 통화.

발신인: 유하은.

***

준호는 병원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도시의 야경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네온사인과 가로등과 차량 헤드라이트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밤 10시 30분. 거리의 사람들이 자신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자신을 보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준호는 그들 속에 섞여 걸었다. 유령처럼. 혹은 유령이 되는 중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강도현이었다.

"응답해."

준호는 응답했다.

"넌 지금 뭐 하고 있어?"

"거리를 걷고 있어."

"어디?"

"모르겠어."

침묵이 흘렀다.

"너 괜찮아?"

"강도현."

"뭐?"

"박민서는 의사가 아니야. 제니시스 쪽 사람이야."

"그래. 넌 이미 알고 있었어. 무의식적으로."

"내가 박충준을 쐈어. 그게 맞아?"

강도현의 호흡이 변했다. 그는 준호의 질문을 피하려 했다.

"그건..."

"말해줘."

"너는 그 사건에서 박충준을 쏴 죽였어. 그는 정보국 국장이었어. 제니시스의 핵심 운영자였어. 누군가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넌 그 명령을 따랐어. 당신은 총을 들었고, 박충준의 가슴에 세 발을 쐈어. 첫 번째 총알은 심장을 관통했어. 그는 즉시 죽었어. 그 이후로 넌 경찰을 그만뒀어. 공식적으로는 건강상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너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사건의 목격자들이 너를 위험인물로 낙인찍었거든. 그런데 넌 죽지 않았어. 대신 다른 사람이 됐어. 제니시스가 너를 다시 만들었어."

준호는 거리의 벽에 등을 기댔다.

"내가 정말 이준호야?"

"그래. 넌 이준호야. 그게 유일한 진실이야."

"그게 뭐하는 거야? 이름이라는 게. 몸이고, 기억이고, 그 모든 게 가짜라면, 이름도 가짜 아닐까?"

강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도현. 나는 누군가의 복제본이야? 아니면 누군가의 그림자야? 아니면 그냥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야?"

"넌 존재해."

"어떻게 알아?"

"내가 알아. 넌 내 옆에 있고, 넌 움직이고, 넌 말해. 그럼 넌 존재하는 거야."

"기억이 없으면? 정체성이 없으면? 자기 자신을 모르면?"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리의 사람들이 자신을 봤다. 미친 사람처럼.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싸우는 사람처럼.

"내일 만나자. 백두 연구소 가기 전에 한 번 만나자. 은평구 도봉산 인근. 새벽 4시."

강도현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왜?"

"넌 여기서 혼자가 아니야. 기억해."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거리 한가운데 멈췄다. 자신의 그림자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각의 그림자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어갔다.

점원이 자신을 봤다. 그 순간 준호는 점원의 눈에 비친 자신을 느껴보려 했다. 점원은 어떻게 자신을 보고 있을까? 위험한 사람으로? 아니면 그냥 손님으로?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뭘 도와드릴까요?"

점원의 목소리가 뜨거웠다. 진짜 호의인가, 아니면 연기인가?

"거울... 혹은 거울 같은 거."

준호는 말했다.

"거울요?"

"네."

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는 편의점 구석 선반으로 갔다. 화장품 섹션. 손거울들이 놓여있었다. 준호는 하나를 집었다. 작은 원형 거울.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거울 속 자신은 여전히 낯설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그 얼굴의 주인이 준호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얼굴은 약해 보였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얼굴에는 무언가 다른 것도 있었다. 숨겨진 강인함. 또는 숨겨진 광기.

"그 거울 살래요?"

점원이 물었다.

준호는 거울을 내렸다. 결제를 했다. 3,500원. 자신의 얼굴의 가격은 3,500원이었다.

거리로 나갔다.

밤거리의 사람들이 자신을 스쳐 지나갔다. 준호는 그들 속에 섞여 걸었다. 유령처럼. 혹은 유령이 되는 중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영상 통화.

발신인: 유하은.

준호는 응답했다. 화면에 유하은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뒤로는 어둡고 축축한 공간이 보였다.

"너 어디야?"

"거리. 지금 뭐 하는 거야?"

"백두 연구소에 있어. 지하 5층."

"뭐? 거기서 나가!"

"못 나가.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왔어. 너도 알 거야."

유하은이 카메라를 돌렸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였다. 지하 깊숙한 곳이었다. 불이 희미했다. 벽에 새겨진 글씨가 보였다.

**프로젝트 제니시스 - 백두 연구소 지하 5층**

그 아래로 또 다른 글씨가 있었다.

**배양 탱크 구역 - 시료 번호 001~006**

준호의 손가락이 화면을 긁었다. 마치 그 글씨를 지울 수 있을 것처럼.

"유하은. 거기서 나가."

"너는 그곳에서 태어났어."

"뭐?"

카메라가 다시 움직였다. 유하은이 손전등을 들었다. 거대한 투명한 탱크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안에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액체 속에는...

"저게 뭐야?"

"사람이야. 아니, 사람의 형태를 한 것들이야. 너를 포함해서 여섯 개의 배양 탱크가 있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넌 첫 번째야."

유하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실험 기록이 있어. 너의 성장 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어. 너의 뇌를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능력을 주입했는지, 어떻게 기억을 지웠는지. 모두."

"유하은..."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나도 제니시스한테 조종당했어. 너를 감시하라고. 너의 움직임을 보고하라고. 그런데 난 깨달았어. 넌 사람이야. 완전한 사람이야. 이 모든 게 잘못된 거야."

유하은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는 여기서 태어났어. 이곳이 너의 자궁이었어. 그리고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거야. 그들은 그렇게 계획했어."

"누가? 누가 이런 계획을..."

화면이 흔들렸다.

"누군가 와. 나 가야 해."

"유하은!"

"준호. 넌 도망쳐. 제발. 넌 도망쳐야 해. 넌 자유로워야 해."

화면이 검게 변했다.

"유하은!"

통화가 끊겼다.

준호는 거리에서 멈췄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것들—태어난 곳, 성장, 첫 기억, 첫 사랑, 첫 죽음—모든 것이 한 번에 지워져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휴대폰을 들었다. 검색창을 켰다.

**'기억 붕괴 증후군 말기 증상'**

검색 결과가 떴다.

**말기에는 '누가 나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정신 상담사 박민서는 이것을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를 것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알고 있었다.

이건 병이 아니었다.

이건 죽음이었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천천한 소멸.

그리고 그 소멸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

도시의 불빛 속에서 준호는 멈춰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피해 지나갔다. 자신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장애물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였다. 아니면 이미 사라진 유령이었다.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발신인: 박충준.

**너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리고 모든 것의 끝이 될 것이다. 내일 백두에서 만나자. 아들.**

준호는 그 문자를 읽었다. 여러 번 읽었다. 그러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 문자 속 단어들이 자신에게 향한 것인지, 다른 누군가에게 향한 것인지. '아들'이라는 단어가 자신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를 지칭하는지.

자신은 누구의 아들인가?

그 질문이 준호를 부수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밤거리에서 준호는 계속 사라져가고 있었다.

거리의 모든 것이 자신을 무시했다. 신호등은 자신을 위해 켜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지 않았다. 건물들은 자신을 환영하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자신의 부재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재 속에서, 준호는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자유일 수도 있다는 것.

자신이 아무도 아니라면, 자신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또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것.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강도현이 아니었다.

이번엔 자신도 모르는 번호였다.

준호는 응답했다.

"이준호?"

목소리가 낯설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친숙했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더 오래되었다. 더 강했다. 목소리 속에는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 마치 수십 번을 비명을 질렀던 사람의 목소리처럼.

"네."

"난 너의 여섯 번째 버전이야."

준호의 손이 떨렸다.

"뭐?"

"너는 첫 번째야. 난 여섯 번째야. 우린 모두 백두에서 만들어졌어. 그리고 우린 모두 죽어야 해."

"잠깐, 다른 버전들도 있다는 건가?"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는 이미 제거됐어. 그들은 모두 실패했어. 능력이 불안정했거든. 우리 중에서 너와 나만 완전해. 그래서 넌 자유를 얻었고, 나는 감옥에 갇혔어. 백두의 지하 6층에서."

"왜? 왜 이러는 거야?"

"넌 기억해야 해. 우리가 뭔지. 우리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누가 우리를 만들었는지. 박충준. 그 남자는 죽지 않았어. 그는 여전히 살아있어. 그리고 그는 내일 너를 죽이려고 할 거야. 아니면 너를 다시 조종하려고 할 거야."

목소리가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이번엔 더 낮은 톤이었다.

"넌 도망쳐야 해. 아니면 싸워야 해. 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야. 나도 있고, 강도현도 있고, 유하은도 있어."

"넌 누구야? 정말 다른 버전이야?"

"나도 몰라. 난 기억이 없어. 넌 기억이 없고, 나도 기억이 없고, 우린 모두 기억이 없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우리는 죽지 않을 거야.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어떻게?"

"함께."

통화가 끊겼다.

준호는 거리에 서 있었다. 도시의 불빛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각의 그림자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다섯 개의 죽은 버전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내일 백두 연구소.

그곳에서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또는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었다.

준호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죽으러 가는 건지, 아니면 태어나러 가는 건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 깨달음이 준호를 부수기도 하고, 동시에 살리기도 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