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똑. 똑.

두 번의 두드림이 어둠을 갈랐다. 도윤은 화장대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넷의 거울 속 낯선 얼굴이 입을 벌린 채 이쪽을 봤다. 검은 눈. 벌어진 입.

세 번째 노크가 오기 전에 도윤은 태오의 팔을 붙잡았다.

"태오 씨. 두꺼비집. 지금 당장 다시 올려요."

"안 돼요." 태오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가 두꺼비집 손잡이에 손을 얹고 있는 게 느껴졌다. "3번이요. 현관 등 깜박이면 두꺼비집 내리라고. 다시 올리면 규칙 어기는 거예요. 규칙 어기면—"

"규칙이 사람 죽이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요!"

"봤다면서요! 봤다면서 왜 이래요, 선배는 규칙을 안 봤으니까 그러죠!" 태오의 숨이 가빠졌다. "저는 지켰어요. 3번 지켰다고요. 지켰으니까 저는 안 죽어요. 규칙만 지키면—"

세 번째 노크가 왔다.

똑.

방문이 아니라, 벽에서 났다. 아무것도 없던 벽. 도윤은 그 소리가 방향을 바꿨다는 걸 알았다. 노크는 처음 방문에서 왔는데, 세 번째는 태오의 뒤쪽 벽에서 울렸다.

"태오 씨, 뒤. 거울 봐요, 거울 계속 봐요, 등 돌리지 말고—"

거울 넷이 동시에 밝아졌다. 어둠 속에서 태오의 실루엣이 처음으로 보였다. 두꺼비집 앞에 웅크린 등. 그리고 그 등 뒤로, 낯선 얼굴이 거울에서 걸어 나오듯 부풀어 올랐다.

"거울 봐요! 거울만 보면—"

"6번요." 태오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정 이후 거울 보지 말 것. 지금 자정 지났어요, 선배. 저 시계 봤어요. 거울 보면 안 돼요."

그가 눈을 감았다.

"안 돼—"

도윤이 손을 뻗었다. 세 걸음. 그 세 걸음이, 늘 그렇듯이 멀었다.

닿기 직전, 어둠이 두꺼워졌다. 거울 넷의 빛이 한꺼번에 꺼졌다. 완전한 암흑. 손끝이 태오의 어깨를 스쳤다고 생각한 순간,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을 짚은 손에 벽이 잡혔다. 방금 전까지 두꺼비집이 있던 자리. 손가락에 닿는 건 매끈한 벽지뿐이었다. 차단기가 없었다. 벽이 통째로 바뀌어 있었다.

"태오 씨?"

대답이 없었다.

"태오 씨!"

도윤은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손이 떨려서 빛이 벽을 훑는 동안 반지하 방이 낯설게 늘어났다. 방문이 두 개였다. 아까는 하나였다. 두꺼비집 벽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신발장이 서 있었다. 도면에 없던 신발장.

빛이 방 한가운데를 지났다.

태오의 슬리퍼 한 짝이 놓여 있었다. 반듯하게. 벗어 정리해 둔 것처럼. 그 옆에 그가 손에서 놓지 않던 코팅된 규칙표가 떨어져 있었다. 3번 조항에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태오가 그은 밑줄이었다.

태오는 없었다.

"태오 씨…"

도윤은 무릎을 꿇었다. 슬리퍼를 집어 들었다. 아직 따뜻했다. 발이 방금 빠져나간 온기. 그러나 방 어디에도, 두 개로 늘어난 문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명멸하던 불이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전기는 끊긴 채였다. 그런데도 거실등이, 현관등이 켜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벽시계 초침이 다시 앞으로 돌기 시작했다. 12시 07분. 방문은 하나로 돌아와 있었다. 신발장은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얼굴로 벽에 붙어 있었다.

도윤의 손안에서 슬리퍼가 식어 갔다.

*조건이 완성됐다.*

머리가 그 문장을 먼저 만들었다. 태오는 3번을 지켰다. 두꺼비집을 내려 시야를 없앴다. 시야가 사라진 몇 초, 그 몇 초 동안 방이 재배열됐고, 재배열된 공간이 그를 삼켰다. 노크가 벽에서 난 이유가 그거였다. 벽 자체가 문이 되는 중이었다. 태오는 규칙을 완벽하게 지켰기 때문에 죽었다.

확인해야 했다. 물증이 필요했다. 머리가 아니라 눈으로.

도윤은 화장대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 속에 그의 얼굴이 있었다. 창백하고, 땀에 젖은. 이번엔 그의 얼굴이었다. 손을 들자, 거울 속 손이 반박자 늦게 따라 올라왔다. 어젯밤 302호에서 벌어졌던 그 시차. 밤새 회복됐던 것이 방금 태오를 보며—아니, 능력을 쓰지도 않았는데도 벌어져 있었다. 여기서 다시 손을 대면 시차가 더 벌어진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손을 댔다.

"태오 씨. 마지막에 뭘 봤어."

손바닥이 거울에 닿는 순간 시야가 뒤집혔다. 도윤의 눈이 사라지고, 태오의 눈이 됐다.

—30초 전.

두꺼비집 손잡이. 태오의 손이 그것을 잡는다. 손이 떨린다. 눈앞에 3번 조항이 겹쳐 떠오른다. *현관 등이 깜박이면 두꺼비집을 내릴 것.* 태오는 그 문장을 믿는다. 온몸으로 믿는다. 손잡이를 내린다.

암흑.

태오의 시야가 완전히 검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는 규칙을 지켰다는 안도로 숨을 내쉰다.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 안도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런데—어둠 속에서 뭔가 태오의 발목을 감싼다. 슬리퍼가 벗겨진다. 발이 바닥에서 뜬다. 태오의 시야가 급격히 아래로, 아래로 당겨진다. 벽 쪽으로. 신발장이 있어야 할 자리, 그러나 지금은 뻥 뚫린 검은 구멍이 벌어진 자리로.

태오는 눈을 뜨지 못한다. 6번을 지켜서. 자정 이후 거울을 보지 않으려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눈을 감고 있다. 무엇이 자신을 끌고 가는지 보지 못한 채—

시야가 검게 완성된다.

그리고 도윤은 봤다. 태오가 삼켜지기 직전, 그 검은 구멍 안쪽에서 다른 시야 하나가 겹쳐 재생되는 걸. 이 방에서 먼저 죽은 자의 시야. 반지하 원래 세입자. 그 사람도 3번을 지켰다. 그 사람도 두꺼비집을 내렸다. 그 사람도 어둠 속에서 목덜미를 잡혀 이 자리로 끌려갔다. 태오와 똑같은 순서로, 똑같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시야가 끊겼다.

도윤은 거울에서 손을 뗐다. 무릎에 힘이 빠졌다. 헛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증명됐다.

3번은 안전 지침이 아니었다. 반대였다. 지키면 죽는 조항. 두꺼비집을 내려 스스로 눈을 멀게 만들고, 그 시야 공백 안에서 조건이 완성되도록 설계된 함정. 두 명이 똑같이 지켜서, 똑같이 죽었다. 태오는 그걸 "지키면 안전하다"고 믿었다. 도윤이 이틀 내내 "그건 함정"이라고 말했는데도.

의심한 자는 살고, 믿은 자는 죽는다.

이게 규칙의 진짜 법칙이었다. 쪽지는 지키라고 쓰인 게 아니라, 성실한 사람을 골라 죽이려고 쓰인 것이다. 규칙을 신성하게 대할수록 빨리 죽는다.

거울 속에서 도윤의 상이 뒤늦게 손을 뗐다. 실체보다 두 박자 늦게. 시차가 벌어져 있었다. 진실 하나를 확인하는 값으로, 그는 또 시차를 지불했다. 힘을 쓸수록 그 자신이 6번 조항 쪽으로—거울을 볼 수 없는 자리로—끌려가고 있었다.

"내가."

목소리가 갈라졌다.

"내가 삼 초만 더 빨랐으면."

아니었다. 삼 초가 아니었다. 도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어제도, 그저께도, 태오에게 몇 번이나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확실하지 않으니까 좀 더 지켜보자"고, "거울 시야를 다시 확인하고 판단하자"고 미뤘다. 태오가 두꺼비집을 잡았을 때조차, 그는 달려드는 대신 "삼 초 약속했잖아요"라고 협상부터 했다. 결정을 미뤘다. 늘 그런 식이었다.

지안 때도 그랬다. 지안이 "오빠, 이 일 이상해"라고 했을 때, 도윤은 "무슨 근거로 그래, 확실한 거 있어?"라고 물었다. 근거를 찾는 사이 지안이 사라졌다. 등 뒤에서. 그가 이유를 정리하는 동안.

도윤은 태오의 슬리퍼를 가슴에 안았다. 이번에도 사고는 그의 등 뒤에서 커졌다. 그가 판단을 미룬 그 세 걸음 사이에서.

"미안해요."

그 말은 태오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고, 지안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현관문 도어록이 삐빅 울렸다.

도윤은 슬리퍼를 내려놓지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 문이 열리고, 한명진이 들어왔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인데 그는 낮처럼 단정한 셔츠 차림이었다. 손전등 하나 없이, 이 어둠을 익숙하게 걸어 들어왔다.

"서도윤 씨."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야간 작업 수고 많으세요. 정태오 씨는요?"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명진의 눈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슬리퍼 한 짝. 떨어진 규칙표. 그리고 도윤이 안고 있던 나머지 슬리퍼.

그는 놀라지 않았다.

"아." 그게 다였다. "정태오 씨가."

"사람이 사라졌어요." 도윤의 목소리가 겨우 나왔다. "눈앞에서. 방이 바뀌면서, 벽이—"

"쉬세요." 한명진이 손바닥을 부드럽게 펴 보였다. "밤샘 작업 중에 신입이 말없이 그만두는 일, 이 바닥엔 흔합니다. 정태오 씨 짐은 제가 정리하죠. 경찰에 알릴 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도윤 씨는 봤어도 못 본 걸로 두는 게 좋아요. 이런 현장, 봤다고 말할수록 다음 현장이 힘들어지거든요."

말없이 그만둔다. 사라진다. 도윤은 지안의 실종 통보서에 적혀 있던 그 문장을 떠올렸다. *자진 퇴사 후 연락 두절.* 똑같은 어투였다.

한명진은 무릎을 굽혀 규칙표를 집었다. 3번 밑줄을 잠깐 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아주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규칙표 아래 반쯤 가려져 있던 무언가를 함께 집어 셔츠 안주머니에 넣었다.

빠른 손이었다. 도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손. 하지만 손전등 빛이 그 순간 정확히 그 물건을 스쳤다.

작은 열쇠고리였다. 태오의 것이 아니었다. 태오가 삼켜지기 직전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던, 규칙표와 함께 이 방에 '남겨진' 물건. 조건이 완성되면서 나온 물건.

낡은 노란 별 모양 고무 열쇠고리. 모서리 한 곳이 이빨로 씹은 듯 뜯겨 있고, 별의 한 꼭짓점에만 매직으로 작게 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도윤의 숨이 멎었다.

저 열쇠고리를, 그는 알았다. 아주 잘 알았다. 열여덟 살 지안이 편의점 뽑기에서 뽑아 와 "이거 못생겨서 내가 데려왔어"라며 웃던 것. 모서리는 지안이 긴장할 때마다 깨물어서 뜯긴 것이고, 점 세 개는 지안이 자기 것 표시라며 직접 찍은 것이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국.

지안이 실종되던 날까지 가방에 달고 다니던, 바로 그 열쇠고리가—

한명진의 안주머니로 들어갔다.

"저기."

도윤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손은 여전히 태오의 슬리퍼를 쥔 채였다. 머릿속에서 이성이 소리쳤다. *지금 반응하면 안 돼. 저 사람이 눈치채면.* 하지만 이번만은 몸이 먼저였다. 처음으로, 판단을 정리하기 전에 입이 열렸다.

"그 열쇠고리, 어디서 났어요?"

한명진의 손이 안주머니 앞에서 멈췄다.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부드럽게 셔츠를 여몄다.

"열쇠고리요?"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제 차 키입니다. 왜요?"

"방금 바닥에서 집었잖아요."

"규칙표만 집었는데요." 한명진이 웃었다. 눈은 웃지 않았다. "서도윤 씨. 밤새 작업하면 눈이 헛것을 봐요. 특히 이런 현장은. 방이 바뀌었다, 벽이 움직였다—그것도 다 눈이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가서 쉬세요."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버텼다.

"제 동생 거예요, 그거."

한명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아주 천천히 지워졌다. 지워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화도, 놀람도, 당황도. 무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표정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진 얼굴. 이 어둠 속에서 손전등 없이 걸어 들어온 사람의 진짜 얼굴이 잠깐 드러났다가, 이내 다시 부드러운 껍질이 덮였다.

"서지안 씨." 한명진이 그 이름을 발음했다. 도윤이 입에 올린 적 없는 이름이었다. 입사 지원서 어디에도 동생 이름은 쓰지 않았다. "아—입사 때 그 얘긴 없으셨죠. 동생분이 우리 회사에 있었던 거."

도윤의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알고 있었다. 저 사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도윤이 왜 이 일에 들어왔는지, 왜 하필 이 업체인지, 왜 지안이 사라진 3동 인근 현장만 자원했는지—전부.

"제가 왜 여기 온 줄 알면서."

"당연히 알죠." 한명진이 안주머니를 툭툭 두드렸다. 그 안에 든 것을 자랑하듯이. "그래서 붙여드린 거예요, 정태오 씨를. 도윤 씨 혼자 두면 자꾸 규칙을 의심하시니까. 의심하는 사람은 오래 걸려요. 완성이. 옆에 규칙을 잘 믿는 사람 하나 붙여두면, 그 사람이 먼저 완성되거든요. 그럼 도윤 씨도 배우죠.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라고."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맞물렸다. 태오는 미끼가 아니었다. 제물이었다. 도윤에게 '규칙을 믿으면 이렇게 된다'를 가르치기 위해—아니, 도윤보다 먼저 조건 하나를 완성시켜 이 현장에서 '물건'을 뽑아내기 위해, 한명진이 골라 붙인 성실한 제물.

"동생분도 그랬어요." 한명진이 문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무심한 어조였다. "너무 똑똑했어요. 규칙을 의심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물건이 어디로 가는지까지 알아버렸거든. 그래서 오래 걸렸죠. 완성이."

도윤이 앞으로 나섰다. "동생 어디 있어요."

"글쎄요." 한명진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의 안주머니에서 별 모양 고무의 노란 꼭짓점이 셔츠 틈으로 삐죽 나와 있었다. "완성된 물건은 제가 가져가지만, 아직 완성 안 된 건 현장에 남아 있어요. 반쯤 걸린 채로. 도윤 씨가 밟고 다니는 이 집들 어딘가에."

문이 열렸다. 계단 위 어둠으로 그가 한 발을 내디뎠다.

"참." 한명진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302호 서랍에서 뭔가 찾으셨죠? 종이쪽지. 그거, 아직 완성 안 된 겁니다. 동생분이 쓰다 만 거요. 마저 완성되면—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도윤의 가슴 주머니 안에서, 지안의 미완성 메모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한명진의 실루엣이 계단 위로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말이 어둠을 타고 내려왔다.

"그 쪽지, 도윤 씨가 완성시키게 될 거예요. 다들 그러거든요."

문이 닫혔다.

도윤은 가슴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종이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오빠, 이 일 그만둬. 여기 물건들이 어디로*—거기서 끊긴 문장. 지안이 마저 쓰지 못한 그 뒷말을, 자신이 언젠가 이어 쓰게 된다는 뜻인가.

거울 넷이 다시, 아주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서 도윤의 상이—두 박자 늦게 움직이던 그 상이—이번엔 실체보다 먼저 가슴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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