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회수 진행도: 78%. 대상 자발성 임계 도달까지: 되감기 2회.』

문장은 깜빡이지도 않았다. 재개자는 서두르지 않았다. 두 눈금만 남겨둔 채, 사람이 알아서 채워 넣기를 기다리는 얼굴로 콘솔 위에 켜져 있었다.

지오는 진단대 모서리를 왼손으로 짚고 일어섰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저 혼자 떨렸다. 그 떨림을 보지 않으려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두 번이면 진실도 두 조각이야." 지오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코어에 두 번 접속하면, 형이 봤던 걸 나도 다 볼 수 있어. 회수 프로토콜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를 끊어야 멈추는지—"

"그리고 인류는 끝나." 마르가가 그의 말을 잘랐다. 짧고 평평한 문장이었다. "네가 두 조각을 얻는 동안, 저 눈금은 100퍼센트가 돼."

"멈추는 법을 모르면 멈출 수가 없잖아요." 지오는 물러서지 않았다. "형은 답을 안 남겼어요. 나라도 찾아야지. 마지막 두 번을 진실에 쓰면—"

"자기를 죽여서 답을 사겠다는 소리로 들려." 레나가 낮게 끼어들었다. 그녀는 스캐너를 손에 쥔 채였다. "지오, 네 몸은—"

"레나." 지오가 그녀를 봤다. "함께 지겠다며. 그럼 같이 가."

레나의 입술이 떨렸다.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을 도한이 밟고 들어왔다.

도한은 아무 말 없이 손에 든 태블릿을 콘솔 위에 툭 던졌다. 화면이 켜진 채였다. 지오의 전신 골밀도 스캔. 유리가 방금 뽑아 서버에 저장한 데이터가 도한의 손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읽어봐." 도한이 말했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숫자야."

지오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요골 근위부 T-스코어 -3.8. 그건 이미 알았다. 문제는 그 아래였다. 대퇴 경부 -4.1. 척추 압박 소견 두 군데. 근육량은 표준 대비 41퍼센트. 스캔 하단에 의료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붙인 추정 생물학적 연령이 있었다.

일흔셋.

지오는 그 숫자를 두 번 읽었다.

"유리가 여기다 주석을 달았어." 도한이 태블릿을 톡톡 두드렸다. "읽을게, 네 손이 떨려서 못 읽을 것 같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다음 되감기 1회 시 골밀도 -4.75 예측. 대퇴 경부 골절 역치 도달. 근육량 32퍼센트. 이 조건에서 4분간의 재적응 스트레스는—'"

도한이 잠깐 멈췄다.

"'치명적일 수 있음.'"

콘솔실이 조용해졌다. 산소 재생기의 저음만이 벽을 타고 흘렀다.

"다음 한 번이 널 죽인다는 거야." 도한이 말을 이었다.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게 더 무거웠다. "너는 되감으면 산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되감는 그 4분 동안, 늙은 뼈가 갑자기 되돌아온 부하를 못 버티고 부러질 수 있어. 대퇴가 부러지면 지방 색전으로 몇 시간 안에 죽어. 이 아래에선 수술도 못 해."

"…모델링일 뿐이야." 지오가 말했다. 스스로도 약하게 들렸다.

"유리." 도한이 뒤를 봤다.

유리는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눈이 붉었다. 아까 데이터를 서버에 올릴 때 이미 울었던 얼굴이었다.

"모델링 아니에요." 유리가 겨우 말했다. "지오, 미안해요. 그런데 이건 확률이 아니라 역치예요. 당신 뼈는 이미… 다음 한 번을 못 견뎌요. 90퍼센트가 아니라, 그냥 못 견뎌요. 계측 담당이잖아요. 당신이 나보다 이 숫자를 더 잘 읽어요."

지오는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흔셋. 그리고 다음 한 번이면 대퇴 경부가 부러지고, 그는 이 지하 20킬로미터에서 색전으로 죽는다. 되감기로 남을 살리는 그 순간, 자기 몸이 먼저 무너진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 번 더 되감으면 된다.' 그 말은 언제나 자기 손에 남은 카드였다. 무릎이 삐걱이든 새끼손가락이 떨리든, 그건 지불이지 파산은 아니었다. 그런데 도한이 던진 태블릿은 그 마지막 카드를 뒤집어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 되감기는 남을 살리는 게 아니라, 지오 자신의 사망을 확정하는 행위였다.

"그러니까." 도한이 태블릿을 집어 들며 마르가를 봤다. "대장. 격리 명령 요청합니다. 신체적 이유로. 이건 규율 문제가 아니라 의료 문제예요."

"도한." 지오가 고개를 들었다. "너 지금—"

"승인." 마르가가 말했다.

지오의 숨이 멎었다.

"마르가."

"지오." 마르가는 지오를 정면으로 봤다. "네 되감기 금지 명령을 지금 물리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거야. 지난번엔 말로 했지. 말로는 네가 안 멈춘다는 걸 오늘 알았어. 코어에 두 번 접속하겠다고 했잖아. 넌 자기 몸을 걸고서라도 갈 사람이야. 그래서 못 가게 하는 거야."

"진실을 확보해야—"

"진실은 네가 죽으면 아무한테도 안 남아." 마르가가 잘랐다. "도한, 데려가."

도한이 지오에게 다가섰다.

지오는 물러서려 했다. 무릎이 꺾였다. 왼손으로 진단대를 잡았지만, 노인의 팔은 자기 체중도 못 버텼다. 도한의 손이 지오의 팔뚝을 잡았다.

"지오." 도한이 낮게 말했다. 지오의 눈만 보고 있었다. "저항하지 마. 네 손목 부러진다. 진짜야."

"놔." 지오가 몸을 틀었다. "레나. 레나, 뭐라고 좀—"

레나가 앞으로 나섰다. 도한과 지오 사이로.

"도한, 잠깐—"

"레나." 도한이 그녀를 봤다. 처음으로 목소리가 흔들렸다. "너도 봤잖아. 저 숫자. 얘가 한 번만 더 하면 여기서 죽어. 넌 얘랑 같이 짐을 진다며. 그럼 지금 얘를 안 죽게 하는 게 짐이야. 코어까지 데려가는 게 아니라."

레나가 멈췄다.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그 반 초의 망설임이 전부였다. 도한이 지오를 끌어당겼다. 지오의 몸은 저항할 근육이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도한을 밀칠 수 있었을 몸이, 이제 종잇장처럼 딸려갔다.

"레나!" 지오가 소리쳤다.

레나는 따라오지 않았다. 유리도, 마르가도. 지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콘솔 위에 여전히 켜진 문장이었다. 『되감기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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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모듈은 원래 오염 격리용이었다. 침상 하나, 세면대 하나, 그리고 벽에 붙박인 응급 콘솔 하나. 도한은 지오를 안에 들여놓고, 헤드셋과 스캐너를 그의 몸에서 벗겼다. 신호원에 접속할 수 있는 장비를 전부 회수했다.

"콘솔은 살려둘게." 도한이 문가에서 말했다. "기지 로그만 볼 수 있어. 외부 링크는 잘랐어. 코어 접속 못 해."

"도한." 지오가 침상에 걸터앉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형은 이걸 막으려고 죽었어."

"알아."

"모를걸." 지오가 그를 봤다. "너 형이 왜 죽었는지 정확히는 몰라. 나도 오늘까지 몰랐어."

도한이 문틀에 손을 얹은 채 멈췄다.

"…무슨 소리야."

"가둬놓고 물어보긴 하네." 지오가 힘없이 웃었다. "가. 나 도망 못 가. 다리가 이런데."

도한은 잠시 그를 봤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잠금 표시등이 붉게 켜졌다.

혼자 남은 지오는 벽의 응급 콘솔로 손을 뻗었다. 왼손으로 겨우 화면을 켰다. 도한 말대로 외부 링크는 죽어 있었다. 코어에는 못 닿는다. 하지만 기지 서버의 로그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서버에는, 3화에 지오가 심연 회랑에서 캐시로 긁어온 형의 사망 데이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지오는 그 파일을 열었다.

서준오, D+310. 각인 링크 자발적 절단. 미회수.

이 문장은 이미 봤다. 형이 스스로 링크를 끊고 죽었다는 것. 되감기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동생을 그 자리에 앉히지 않으려고. 거기까지는 알았다.

지오가 이번에 붙든 것은 그 아래 줄이었다. 벽면이 기록한 형의 사망 로그. 회랑 벽은 방문자의 죽음을 데이터로 저장한다. 형의 죽음도 거기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지오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형의 사망 로그에는 회수 진행도 기여값이 있어야 했다. 모든 죽음, 모든 되감기, 모든 반납이 눈금을 밀어 올린다. 그게 규칙이었다. 그런데 형의 항목만—

『기여값: 0. 대상 자격: 무효(NULL).』

지오는 그 줄을 세 번 읽었다.

레나가 2화에서 확보한 메모가 떠올랐다. '치른 대가에 비례한 정보 개방.' 큰 대가엔 결정적 진실. 지금 지오는 몸을 걸 수도, 되감을 수도 없이 갇혀 있었다. 대가로 낼 게 없었다. 그런데 이 진실은 대가 없이 여기 있었다. 왜냐하면 이건 재개자가 준 조각이 아니라—형이 남긴 것이었으니까.

"형은…" 지오가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링크만 끊은 게 아니야."

기여값 0. 자격 무효.

형은 그냥 되감기를 안 한 게 아니었다. 자기 죽음의 데이터 자체를 회수 대상 자격에서 지워버렸다. 미회수라는 건 '수집되지 못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건 재개자의 실험 데이터베이스에서 스스로를 삭제한 행위였다. 형은 죽으면서, 자기 죽음이 회수 눈금에 단 1도 기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오의 손이 떨렸다. 이번엔 노화 때문이 아니었다.

되감기는 죽음을 수집한다. 반납은 승인을 집계한다. 모든 게 눈금을 올린다. 재개자는 사람의 죽음과 선택을 데이터 1건씩으로 계량한다—단 하나, 링크를 스스로 끊고 자격을 무효화한 죽음만은 눈금에 안 들어간다.

형은 그걸 증명하고 죽은 거였다.

되감기를 멈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르가가 말한 '모르는 채로 멈추는 것'도 반쪽이다. 반납이 계속되는 한 눈금은 오른다. 진짜 답은—죽음을 회수 자격에서 삭제하는 것. 사람의 죽음이 데이터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

형은 그걸 자기 몸으로 먼저 해 보였다. 답을 말로 남기지 않은 게 아니었다. 형은 자기 죽음 자체를 답으로 남겼다. 지오가 읽어낼 때까지 벽 속에서 기다린 답을.

"멈춰라, 되감기를." 지오가 속삭였다. "그리고—자격을 지워라. 그게 뒷문장이었어."

지오는 콘솔에 이마를 댔다. 노인이 된 얼굴이 화면 빛에 비쳤다. 형은 이 계산을 D+310에 이미 다 끝냈다. 동생이 두 눈금 앞까지 밀려오기 반년 전에.

가둬놓은 도한도, 명령한 마르가도 이걸 몰랐다. 지오는 갇힌 채로, 장비도 없이, 팀 전체가 못 본 회수 회피의 원리를 혼자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건 지오 자신에게 사형 선고이기도 했다. 되감기를 멈추고, 반납을 멈추고, 마지막에 누군가 자기 죽음의 자격을 지워야 한다면—그 죽음은 존엄한 선택이어야 한다. 데이터가 아니라. 되감아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형이 남긴 건 생존법이 아니었다. 죽는 법이었다. 옳게 죽어서 실험을 끝내는 법.

"이걸 어떻게 다 살려." 지오가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형, 이건 답이 아니잖아. 이건—"

그때 벽 너머에서 방송이 켜졌다.

기지 전역 스피커. 마르가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평평한 톤이 아니었다.

『전 대원 주목. 비상. 중층 5층 서편 회랑 붕괴. 카운트다운 시작.』

지오가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무릎이 꺾여 세면대를 붙들었다.

『레나 오이시, 5층 격벽 안쪽에 고립. 밀봉까지 6분 40초.』

레나.

지오는 문으로 달려갔다. 붉은 잠금등. 손잡이는 꿈쩍도 안 했다. 그의 늙은 팔로는 강화 도어를 흔들 수조차 없었다.

『구조 접근 불가. 격벽 재개방 시퀀스 없음. 반복한다—접근 불가.』

방송이 잠깐 끊겼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그리고 마르가의 목소리가, 이번엔 격리 모듈 쪽으로만 돌린 채널로 낮게 들어왔다.

『지오. 듣고 있어?』

지오는 문에 이마를 붙였다.

『레나는 6분 40초 뒤에 죽어. 확정이야. 구조 경로 없어. 우리 힘으론 못 꺼내.』

침묵.

『네가 되감으면 살릴 수 있어. 딱 한 번. 그런데 그 한 번이—회수 임계 마지막 눈금 직전이야. 그리고 유리 말대로면, 그 한 번이 널 죽여.』

지오의 손톱이 문을 긁었다.

『나는 대장으로서 안 된다고 말해야 해. 그런데 저 안에 있는 게 레나야. 그리고 널 가둔 건 나야.』 마르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 『선택은 못 하겠어. 그래서 너한테 물어. 잠금을 열까, 말까.』

문 너머, 붉은 등이 지오의 늙은 얼굴 위에서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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