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는 지오의 부츠가 재생기실 바닥 격자에 걸려 한 번 튕겼다. 도한은 힘을 늦추지 않았다. 지오의 팔꿈치가 문틀에 부딪혔고, 그 충격에도 붙잡힌 손목에서는 저항이 나오지 않았다.
"놔요, 도한.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
"걸을 수 있으면 왜 아까 무릎을 세 번 짚었지."
레나가 뒤따라오며 유리를 호출했다. 통신선 너머로 잠에 취한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유리, 의료실. 지금. 전신 스캔 세팅해."
의료실 문이 열렸을 때 유리는 이미 진단 콘솔 앞에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작업복 지퍼를 반쯤만 올린 채였다. 그가 끌려 들어오는 지오를 보고 굳었다. 지오의 소매가 여전히 걷혀 있었고, 조명 아래 손목뼈의 윤곽이 유리의 눈에도 그대로 들어왔다.
"앉혀요." 유리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에서 잠기운이 사라졌다. "도한, 팔 놔주세요. 스캔대엔 스스로 눕게 하는 게 나아요."
도한이 손을 놓았다. 지오는 진단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스스로 올라갔다. 그 짧은 동작에도 무릎이 삐걱였고, 다리를 올릴 때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저 혼자 떨렸다.
스캐너 아치가 지오의 몸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파란 격자광이 훑고 지나갈 때마다 콘솔에 뼈의 밀도 그래프가 층층이 쌓였다.
유리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골밀도 T-스코어… 마이너스 삼 점 팔." 그가 침을 삼켰다. "요골 근위부. 스물아홉 살 남자한테 이 수치가 나오려면… 이건 예순여덟 살, 골다공증 진행 단계예요."
"나흘." 도한이 팔짱을 꼈다. "나흘 만에."
"나흘이 아니에요." 지오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네 번이에요. 되감기 네 번."
방이 조용해졌다. 스캐너 아치가 다시 위로 접혀 올라가는 기계음만 났다.
유리가 콘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이 빨라졌다.
"잠깐만. 잠깐만요. 이거… 겹쳐볼게요." 그가 지오 쪽으로 몸을 돌렸다. "4화 때 제가 당신 손목 처음 스캔했어요. 그때 로그 남아 있어요. 그다음 5화 수리 전에도 도한이 강제 스캔 하나 걸었고. 지금이 세 번째 정밀 측정이에요. 세 번의 골밀도 값이 있어요."
"그래서요." 도한이 물었다.
"산소 로그도 있어요." 유리가 다른 창을 띄웠다. 세 단으로 급락한 그래프였다. 지오가 밤마다 위생실 거울 앞에서 보던 바로 그 곡선. "당신이 되감기 한 시각마다 산소가 얼마씩 빠졌는지. 여기 다 있어요. 그리고 되감기 횟수는—지오, 당신이 세어놨죠?"
"코어실에서 카이. 자정에 잠결에 한 번. 유리 당신을 어둠에서. 레나를 격벽에서." 지오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네 번."
유리는 세 개의 데이터를 한 화면에 끌어다 놓았다. 되감기 횟수, 산소 감소량, 지오의 골밀도 손실률. 세 줄의 숫자가 세로로 정렬됐다.
"제가 지금 이걸 왜 하는지 알아요?" 유리의 손이 잠깐 멈췄다. 화면 빛이 그의 얼굴을 파랗게 물들였다. "제가 정말 알고 싶은 건, 이 소모가 무한인지 아닌지예요. 당신 몸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거 알면 되감기를 몇 번 더 할 수 있는지 나올 테니까. 그러면… 당신을 안 죽이고 우리가 살 길이 있는지 계산이 되니까."
"유리." 레나가 조용히 불렀다.
"압니다." 유리가 눈을 감았다 떴다. "이런 계산 하면 안 되는 거. 알아요. 그런데 손이 먼저 하고 있어요."
그는 세 데이터의 비율을 나누기 시작했다.
첫 화면에서 유리의 손이 멈췄다.
"산소 감소량… 되감기 1회당 정확히 4일분. 항상. 오차 없이. 4.0, 4.0, 4.0, 4.0."
"알아요." 지오가 말했다. "그건 이미 나왔어요."
"이건 안 나왔죠." 유리가 골밀도 손실률을 그 옆에 붙였다. "당신 골밀도, 되감기 1회당 정확히 T-스코어 0.95씩 떨어졌어요. 회차마다. 첫 번째도 0.95. 네 번째도 0.95. 나이로 환산하면 회당 약 9.7년."
도한이 화면 쪽으로 한 발 다가섰다. 팔짱이 풀렸다.
"뭐가 이상한데."
"이상한 게 여기예요." 유리가 세 번째 값을 끌어왔다. 지오가 몰랐던 것이었다. 유리가 4화에서 몰래 걸어둔 미량 성분 로그. "재생기 순환수 회수율. 되감기 시각마다, 순환수가 유적 지하수 라인으로 역류한 양. 이것도 회당 일정해요. 그리고—"
그가 세 숫자를 하나의 식으로 묶었다.
화면 위에서 세 줄이 한 줄로 접혔다.
산소 4일 : 골밀도 0.95 : 지하수 역류 1단위. 회차마다 똑같은 비율. 흔들림 없이.
"세 개가 같은 비례식이에요." 유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 뼈에서 빠진 것, 기지에서 사라진 산소, 유적으로 되돌아간 물. 이게 전부 하나의 값을 세 방향으로 나눠 낸 거예요. 되감기 한 번을 하면, 이 셋이 정확히 정해진 비율로 동시에 소모돼요. 우연이 아니에요. 이건… 환산표예요."
지오가 진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무릎이 아팠지만 앉았다.
"환산표." 그가 그 단어를 되뇌었다. 뇌 뒤편이 서늘해졌다. "1회를… 단위로 환산."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맞물렸다. 3화 벽면에서 각인된 문장—신호원은 사망 데이터를 수집한다. 4화 번역—자발적 승인을 유도하는 절차. 5화 회수 조건 충족률 50퍼센트. 그리고 지금, 유리의 손끝에 걸린 이 완벽한 비례.
"아니야." 지오가 말했다. "환산표가 아니에요. 계량기예요."
"뭐라고요?" 유리가 물었다.
"계측이야, 유리." 지오가 자기 손목을 들어 올렸다. 얇아진 뼈가 조명에 비쳤다. "내 뼈, 기지 산소, 유적 물. 이 셋이 하나의 값으로 묶인다는 건, 저쪽에서 이 셋을 하나의 눈금으로 읽고 있다는 뜻이에요. 재개자한테 되감기 한 번은 감정도 사고도 아니에요. 딱—데이터 1단위예요. 실험 데이터 1건. 그걸 세 방향으로 정확히 4일, 0.95, 1단위씩 떼어가면서 회수 진행도에 올리는 거예요."
레나가 벽에 등을 기댔다. 손이 입을 가렸다.
"그래서 오차가 없는 거야." 지오가 계속했다. 말이 빨라졌다. "감정 있는 존재라면 어떤 죽음은 더 무겁고 어떤 죽음은 덜 무겁겠죠. 그런데 이 숫자는 카이를 살렸을 때나 당신을 살렸을 때나 똑같이 4.0이에요. 사람한테 무게가 다른 걸, 저쪽은 전부 1단위로 셈해요. 이 비례식이 그 증거예요."
방 안에서 재생기 순환음처럼 조용한 소리가 났다. 유리가 숨을 내쉬는 소리였다.
"당신… 지금 자기 손으로 증명했어요." 유리가 말했다. "당신을 죽이는 규칙을."
"규칙을 아는 게 이기는 첫 단계예요." 지오가 말했다. "저쪽이 이걸 숨겨왔어요. 되감기가 나 하나만 늙게 하는 줄 알게 하려고. 그런데 아니에요. 되감기 1회는 곧 회수 데이터 1건이에요. 내가 누군가를 살릴 때마다, 저쪽 실험이 정확히 한 눈금 완성되는 거예요."
도한이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그럼 넌 지금까지 네 번 살릴 때마다, 네 번씩 저놈 손에 데이터를 갖다 바친 거야."
"…네."
"그걸 알면서도 레나를 되감았고, 유리를 되감았고."
"네."
도한이 벽을 한 번 쳤다. 세게는 아니었다. 주먹이 세라믹에 닿았다가 힘없이 미끄러졌다.
"난 이걸 마르가한테 보고할 거야." 그가 말했다. "지금."
유리가 콘솔을 붙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그는 저장 버튼 위에서 손을 멈춘 채 지오를 봤다. 진단대 위, 노인의 손목을 가진 스물아홉 살의 남자. 그 남자가 자기를 어둠에서 끌어올려 준 사람이라는 걸 유리는 잊지 않았다.
"제가 이거 저장하면요." 유리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당신 이제 되감기 못 해요. 마르가가 금지할 거예요. 무조건. 그러면 다음에 누가 죽을 때—"
"죽게 놔둬야죠." 지오가 말했다.
"그 말 진심으로 하는 거 아니잖아요." 유리가 소리쳤다. 처음으로 높아진 목소리였다. "당신, 대원 명단 하루에 몇 번 확인하는지 내가 봤어요. 열두 명 이름 다 외우고 있잖아요. 그런데 죽게 놔두라고요?"
지오가 대답하지 못했다.
유리의 눈에 물기가 돌았다. 그는 화면을 봤다. 저장하면 지오를 살리고 팀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사라진다. 저장하지 않으면 지오는 계속 자기 뼈를 재개자에게 갖다 바치고, 그 대가는 기지 전체가 나눠 진다.
"당신을 살리려면 진실을 감춰야 하고." 유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진실을 알리려면 당신을 못 살려요. 이게 무슨—"
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미안해요." 유리가 말했다. 눈물이 콘솔에 떨어졌다. "이건 나 혼자 지고 있을 데이터가 아니에요. 열두 명 거예요."
전송음이 울렸다. 데이터가 기지 공용 서버로 넘어갔다. A동 마르가의 콘솔에 알림이 뜨는 소리가 통신선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십 분 뒤, 의료실 문이 열렸다.
마르가는 뛰어오지 않았다. 그는 늘 그렇듯 걷는 속도로 들어왔고, 문 앞에 서서 진단대 위 지오를 봤다. 그다음 유리의 콘솔로 걸어가 비례식 화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값이 같은 비율." 마르가가 마침내 말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되감기 한 번당 산소 4일, 지오의 수명 10년, 유적 회수 1단위. 유리, 이 계산 신뢰할 수 있나."
"오차 범위 안이에요." 유리가 말했다. "네 회차 전부 같은 비율이었어요. 우연으로 나올 확률은 사실상 없어요."
마르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오를 향해 돌아섰다.
"서지오." 그가 말했다. "1화에서 넌 카이를 살렸을 때 '운'이라고 했지. 내가 다음에 또 보이면 보고하라고 했고. 넌 안 했어. 세 번을 더 하고, 그때마다 산소 4일씩을 우리 전부의 폐에서 빼갔어. 우리가 하루에 몇 리터 마시는지 알면서."
"압니다." 지오가 말했다.
"넌 열두 명을 살리고 싶었겠지." 마르가가 계속했다. "명단을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는 것도 안다. 그런데 지오, 잘 들어. 이 비례식이 증명하는 건 하나야. 네가 한 사람을 되살릴 때마다, 나머지 열한 명의 목숨에서 나흘씩을 떼어 갔다는 거. 그리고 그 나흘이 곧 저쪽 실험의 눈금이 됐다는 거."
방이 조용했다. 지오의 새끼손가락이 떨렸다.
"난 한 명을 위해 전체가 죽는 방정식은 풀지 않아." 마르가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도 높아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단단하게 들렸다. "그런 식은 존재해선 안 돼. 대장으로서, 지금부로 되감기를 전면 금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가 죽어도. 이건 명령이야."
"마르가, 만약 다음에 죽는 게—" 레나가 입을 열었다.
"누구든." 마르가가 잘랐다. "너든, 나든, 유리든. 되감으면 다른 열한 명이 나흘씩 죽어. 그리고 저 실험이 완성돼. 산수야, 레나. 감정이 아니라."
도한이 처음으로 마르가 편에 서지 않았다. 그는 지오의 손목을 봤던 사람이었다. 삼키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오는 진단대에 앉아 마르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형이 떠올랐다.
서준오. 각인 링크를 스스로 끊고 죽은 형. 회수를 거부한 유일한 미회수 대상. '멈춰라. 되—'라고 남긴 형.
이제 지오는 그 문장의 뒷부분을 알 것 같았다. 멈춰라. 되감기를.
형은 이 비례식을 먼저 봤던 것이다. 되감기가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실험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그래서 자기가 각인 대상이 되기 전에, 링크를 끊고 스스로 미회수로 죽었다. 되감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하려고. 동생이 이 자리에 앉지 않게 하려고.
"형은 알았어." 지오가 낮게 말했다. 모두가 그를 봤다. "형은 이걸 봤고, 멈추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가 말을 멈췄다.
"그런데 형은 답을 안 남겼어요." 지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되감기를 멈추면, 다음에 죽는 사람은 어떻게 살려요? 형은 '멈춰라'까지만 말하고 죽었어요. 멈춘 다음에 어떻게 다 같이 사는지는… 안 알려줬어요. 나 아직 그걸 몰라요."
마르가가 그를 봤다. 처음으로 마르가의 눈에 무언가가 스쳤다.
"모르는 채로 멈추는 거야, 지오." 마르가가 말했다. "그게 답일 때도 있어."
지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되감기 없이 열두 명 전원을 지구로 데려가는 경로는, 이미 4화 시뮬레이션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멈추면 누군가는 죽는다. 확실하게. 그 사실이 그의 목을 조였다.
그때 유리의 콘솔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낮고 단조로운, 기지 시스템이 아닌 소리였다.
모두 화면을 봤다.
카운트다운 화면 위로 새 줄이 저 혼자 점화됐다. 아무도 입력하지 않은 문장이었다.
『회수 진행도: 78%. 대상 자발성 임계 도달까지: 되감기 2회.』
유리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굳었다. 지오가 진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섰다. 무릎이 꺾였지만 화면 앞으로 갔다.
50퍼센트였다. 5화 새벽까지 회수 충족률은 50퍼센트였다. 그사이 대원들의 반납이 계속됐고, 지오의 되감기 네 번이 눈금을 밀어 올렸다. 그리고 지금—78퍼센트.
되감기 두 번. 딱 두 번이면 임계에 닿는다. 그러면 인류라는 실험의 회수가 완성된다.
"두 번." 도한이 그 숫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네가 두 번만 더 하면… 우리 전부."
지오는 화면을 봤다. 누군가 다음에 죽으면, 그를 살리려 되감는 순간—그게 첫 번째 눈금이 된다. 그다음 한 번이면 끝이다. 그의 갈망, 단 한 명도 잃지 않겠다는 그 갈망이, 정확히 재개자가 마지막 두 눈금을 채우기 위해 놓아둔 미끼였다.
화면의 문장은 깜빡이지 않았다. 감정 없이, 눈금 두 개만 남겨둔 채, 그저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