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지하 1층, 타임트레이드 관리국 조사실
회색 벽지, 형광등 하나, 테이블 두 개. 준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2043년 7월부터 현재까지 총 47회 거래. 월간 한도 3회를 기준으로 44회 초과. 공식 거래소 거래액 3억 2,100만 원, 시간 골목 거래액 1억 8,500만 원. 합계 5억 500만 원."
조사관은 태블릿 화면을 준호 쪽으로 돌렸다. 숫자들이 죽죽 나열되어 있었다. 준호는 그 숫자들을 읽지 않았다.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 조사관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7월 18일 23시 47분, 타임트레이드 중앙 DB에 대한 침입 시도. 기록 조작 의도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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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준호의 자취방]**
화면의 코드가 흐르고 있었다. 터미널 창에 명령어가 입력되었다.
``` >access_central_db >retrieve_transaction_records_user_id_준호 >delete_flag_true ```
보안 계층 1이 뚫렸다. 2초.
보안 계층 2가 진동했다. 빨간 경고음.
``` !UNAUTHORIZED_ACCESS_DETECTED !BLOCKCHAIN_VERIFICATION_FAILED ```
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에 떴다.
``` !IMMUTABLE_RECORD_PROTOCOL_ACTIVATED !ALL_ACCESS_ATTEMPTS_LOGGED !SYSTEM_LOCKDOWN_INITIATED ```
0.3초. 그게 전부였다.
준호는 모니터를 껐다. 손이 떨렸다.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더 잘 알았다. 블록체인 기반. 모든 거래는 불변 기록으로 남는다. 삭제 불가능. 수정 불가능.
그리고 그 불변 기록에 자신의 해킹 시도까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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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실로 돌아왔다.
침묵.
"시스템이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건 알고 있었나?"
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이었다.
"모든 거래는 삭제 불가능. 위조 불가능. 당신이 시도한 해킹은 첫 계층 암호화에서 실패했다. 우리 시스템이 당신의 침입을 감지하는 데 0.3초밖에 걸리지 않았어."
조사관이 다시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이제 당신의 계정은 정지됩니다. 법적 조사는 검찰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거래 기록 위조 시도죄, 월간 한도 초과 거래, 블랙마켓 이용 혐의."
조사관이 화면을 켰다. 뉴스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타임트레이드 불법 거래자 적발...47회 거래로 5억 원 벌어」**
**「개발자 이준호, 시스템 해킹 시도 적발」**
**「부모의 빚을 남은 수명으로 갚은 거래자의 정체」**
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언론에 배포되었어요. 당신의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 정보가 되었습니다."
조사관은 무표정했다.
준호는 화면을 바라봤다. 자신의 이름, 자신의 거래액, 자신의 모든 것이 기사에 떠 있었다. 댓글란에는 이미 수천 개의 반응이 달려 있었다.
—신인류네. 저 정도면 이미 뇌 손상 심각할 텐데 왜 또 거래해?
—47회면 기억 능력 10% 이하겠네. 이미 사람 아니잖아.
—부모 빚 때문에 자식을 죽인 거네.
"조사 결과 통보는 3주 후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계정은 정지 상태입니다."
준호는 일어섰다. 다리가 불안정했다. 조사실을 나가는 동안 벽이 자꾸만 옆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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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출구. 준호는 계단 옆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아버지 이름이 떠 있었다.
손가락이 정지 버튼 위에서 떨렸다. 결국 답했다.
"아버지..."
침묵.
"내가... 넌 정말...?"
"아버지."
"내 빚을 갚기 위해 넌 너의 수명을 팔았단 말이냐?"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내 빚이 너를 죽였구나."
"아버지..."
전화가 끊어졌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뇌에서 지워질 것이다. 타임트레이드 때문에. 그 음성도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지하철 환기구에서 나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춥지 않았다. 그런데 떨렸다.
강남역 지하 통로의 사람들이 준호 옆을 지나갔다. 누군가는 뉴스에서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준호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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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미가 나타난 것은 30분 후였다.
"뉴스 봤어."
그녀는 준호 앞에 섰다. 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정은미의 얼굴은 단단했다. 그런데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이 만든 시스템. 당신이 파괴하려던 시스템. 그게 당신을 완벽하게 포섭했어."
그녀가 준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화면을 내렸다. 침묵. 그리고 떠났다.
준호는 정은미가 지하철 계단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봤다. 돌아보지 않았다.
휴대폰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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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지하 1층, 편의점. 준호는 휴대폰 충전기를 들었다. 가격: 15,000원.
계산을 했다. 충전을 시작했다.
화면이 켜졌다.
휴대폰을 들었다. 시간 골목 앱 알림.
**새로운 고수익 정보 - 초당 6,000원 예정**
송민재였다.
준호는 메시지를 열었다.
**"준호, 이번 건 진짜야. 6,000원. 근데 시간이 없어. 30분 안에 결정해야 해. 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너한테 넘길게. 이번 기회 놓치면 다시 없어. 근데 진짜 조심해. 이 정도면 뇌 손상 회복 불가능 수준이야. 나도 이미... 알지?"**
송민재. 준호와 같은 대학 동기였다. 타임트레이드 초기 사용자. 지난 3개월간 총 51회 거래.
"나도 이미... 알지?"
문장이 걸렸다. 송민재도 중독자였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거래를 권유하고 있었다.
준호는 송민재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송민재 - 활동 중**
**총 거래: 51회**
**총 거래액: 8억 7,600만 원**
**예상 뇌 손상도: 78%**
78%. 준호보다 6% 더 손상되었다.
그런데 송민재는 계속 거래하고 있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메시지를 열었다.
**"고마워. 근데 난 패스할게."**
송민재의 답장이 즉시 왔다.
**"뭐? 왜? 이 기회 놓치면 후회할 거야."**
**"이미 충분해."**
**"충분하다고? 넌 아직 살 날이 20년 이상 남았잖아. 그 시간을 어떻게 버릴 거야?"**
준호는 화면을 내렸다.
편의점 선반에 박수영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지난달 타임트레이드 중독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용자. 총 73회 거래. 예상 뇌 손상도 92%.
뉴스에 따르면 박수영은 자신의 거래 기록을 모두 삭제하려다 실패했고, 그 기록들이 공개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다.
준호는 박수영의 거래 기록을 검색했다.
**박수영 - 고인**
**총 거래: 73회**
**총 거래액: 12억 3,400만 원**
거래 목록을 스크롤했다. 마지막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초당 9,200원**
**거래 시간: 2043년 7월 14일 22시 18분**
자살이 2시간 후였다.
박수영도 손가락을 멈추지 못했다.
준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충전기를 들었다.
편의점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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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플랫폼. 준호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50%까지 올라왔다.
시간 골목 앱을 켰다.
초당 6,500원.
손가락이 거래 시작 버튼 위에 떠올랐다.
박수영의 마지막 거래 기록이 떠올랐다. 초당 9,200원. 자살 2시간 전.
손가락이 화면에서 떨어졌다.
휴대폰을 내렸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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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 준호는 창밖을 봤다. 강남역 플랫폼이 지나갔다.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떴다.
**타임트레이드 관리국 최종 통보**
**대상자: 이준호**
**처분:**
**· 공식 거래소 계정 영구 정지**
**· 모든 거래 기록 공개 공시**
**· 법적 조사 진행**
**· 예상 형량: 징역 3년 이상**
준호의 손이 떨렸다.
3년. 그 사이에 뇌 손상은 더 진행될 것이다.
시간 골목 앱을 켰다.
초당 7,200원.
손가락이 화면 위에 있었다.
**거래 시작**
버튼이 보였다.
손가락이 내려갔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준호는 받았다.
"이준호입니까?"
"네."
"타임트레이드 관리국 수사팀입니다. 내일 오전 10시에 조사에 응하실 수 있습니까?"
"네."
"녹음하겠습니다. 귀 계정의 시스템 해킹 시도와 관련하여..."
통화가 길었다. 15분. 30분. 준호는 계속 받고만 있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준호는 휴대폰을 내렸다.
시간 골목 앱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초당 8,100원.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