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슈미트의 유산

슈미트의 시신이 놓인 침대 옆에서 이준호는 손을 떨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다. 박의령이 그의 맥을 짚었을 때, 박동의 리듬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준호도 느꼈다. 심장이 뛰는 방식이 낯설었다. 가슴팍에서 펄떠름거리는 것이 자신의 심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 그의 뇌 속에는 슈미트의 지식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화학식, 실험실의 냄새, 현미경을 통해 본 세균의 형태, 에탄올 추출액의 투명한 색깔. 모두 낯설었고, 모두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생생했다.

"당신이 본 것을 말해주십시오."

박의령의 목소리가 이준호를 현재로 끌어당겼다. 스승은 이미 진료소의 불을 켜고 있었다. 밤거리의 어둠이 창밖으로 물러났다.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오는 말이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톤이 낮고, 발음이 정확했고, 마치 누군가 자신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황기와 감초, 인삼의 활성 성분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에탄올 추출로 유효 물질만 추출한 다음 농도를 측정하고, 세균 배양을 통해 항균 효과를 검증합니다. 콜레라 치료에 필요한 것은 장내 독소를 중화시키고 수액 손실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를 보하고 습을 제거한다'는 이론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서양 의학의 언어로 다시 말하면 삼투압 조절과 독소 해독입니다."

박의령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의심이 있었고, 동시에 다른 감정도 섞여 있었다. 인정. 놀라움. 그리고 오래된 무언가를 기다렸던 자가 그것을 마침내 마주했을 때의 감정.

"그것을 어디서 배웠습니까?"

이준호가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알지 못합니다."

그 말은 불합리했지만, 둘 다 그 불합리함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박의령은 낡은 약초 목록을 꺼냈다. 백 년 전 의관이 남긴 문서였다.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글씨가 희미했다. 하지만 거기에 적힌 처방전의 구조는 명확했다. 동양의 이론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하려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주석이 적혀 있었다. 필체는 떨렸다:

'이것을 완성시킬 자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을 것이다.'

박의령이 이 문장을 읽고 있을 때, 이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박의령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는 이미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평생 빈민가에서 한약만 달여온 의사였다.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확신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그 길이 지금 나타났다.

"당신을 도울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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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밤을 새웠다.

진료소의 뒷방을 실험실로 만들었다. 박의령이 비축해둔 약재를 꺼냈다. 황기 다발, 감초 덩어리, 인삼 뿌리. 이준호는 이 모든 것을 본 적이 없었지만, 손은 알고 있었다. 어느 약재를 어느 정도 건조시켜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처리해야 하는지.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따랐다.

슈미트의 실험실에서 사용했던 유리 기구들을 이준호는 기억했다. 그것들이 서울 어디에 있는지도 알았다. 진료소 인근 약재 상인 중 서양 물품을 다루는 자가 있었다. 그는 돈을 주고 구매했다. 손에 쥔 돈이 자신의 것인지 슈미트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인은 의심하지 않았다.

에탄올. 가열 도구. 거즈. 유리 막대.

박의령은 전통 약재 조제법을 설명했다. 이준호는 그것을 서양 화학 언어로 번역했다. 동양의 '불 조절'은 온도 관리였다. '우림'은 침출이었다. '농축'은 농도 측정이었다. 완전히 다른 체계였지만, 목표는 같았다. 유효 성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순수하게 추출하는 것.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추출액이 탁했다.

두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냄새가 이상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 박의령이 이준호의 팔을 잡았다.

"당신의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이준호가 자신의 손을 봤다. 정말 떨리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쓰고 있는 것입니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처방전을 완성하십시오."

네 번째 시도에서 추출액이 투명했다. 노란색이었다. 냄새는 쌉싸름했지만 약재 특유의 향이 살아있었다. 박의령이 이것을 들었다. 햇빛에 비췄다. 빛이 액체를 통과했다. 아무 침전물도 없었다.

"이것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준호가 느꼈다. 뭔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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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환자는 할머니였다. 나이는 육십을 넘었을 것 같았다. 콜레라로 이미 의식을 잃은 지 반나절이 지난 상태였다.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맥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준호가 진료소에 들어왔을 때, 박의령은 이미 그녀의 맥을 잡고 있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이준호는 할머니의 팔에 침을 놓았다. 특정 혈위. 기를 보하는 혈위.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정확한 깊이. 동시에 박의령이 준비한 추출액을 환자의 입에 천천히 흘려 넣었다.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진료소의 불을 켜두고 밤을 지샜다.

여섯 시간 후.

할머니가 신음했다. 작은 소리였지만, 그것은 생명의 신호였다. 이준호의 손이 멈췄다. 박의령이 다시 맥을 잡았다. 심장이 다시 뛰고 있었다. 더 강하게.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 손으로 한 생명을 살렸다. 하지만 그 손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가슴팍에서 뭔가가 터져 나왔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명.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구했다는 사실. 하지만 그 승리감은 곧 공허함으로 변했다. 그것이 자신의 승리인지, 자신 안에 있는 누군가의 승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열두 시간 후.

할머니가 눈을 떴다. 초점이 없었지만, 떴다. 입이 움직였다. 목이 말랐다는 신호였다. 박의령이 미온수를 마시게 했다. 할머니는 물을 마셨다.

열여덟 시간 후.

할머니가 일어나 앉았다.

박의령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준호는 처음 봤다. 스승이 우는 것을. 박의령은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살았습니다. 당신이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약한 목소리였지만, 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죽지 않았나요?"

"죽지 않으셨습니다."

박의령이 할머니의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찌푸렸다. 나이 많은 의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려 보였다. 마치 자신의 삶 전체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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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환자들이 왔다.

박의령이 남촌 약방 조합에 소식을 전했다. 신약이 있다고. 콜레라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그 말은 불처럼 퍼져나갔다.

이틀 동안 진료소 앞에는 환자들의 줄이 서 있었다. 콜레라로 죽어가는 사람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희망을 가지고 온 사람들.

두 번째 환자는 중년의 남자였다. 손가락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이미 독소가 사지까지 퍼져 있다는 신호였다. 이준호는 침을 놓았다.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정확한 혈위. 정확한 깊이. 추출액을 먹였다.

남자의 손가락 색깔이 변하는 과정을 이준호는 관찰했다. 열두 시간 후 검은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열여덟 시간 후 손가락이 거의 정상 색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이준호는 자신의 어머니 기억 일부가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대신 슈미트의 기억이 더욱 선명해졌다. 베를린의 거리. 어떤 여자의 웃음.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데도 그 웃음이 자신의 것처럼 들렸다.

세 번째 환자는 어린 아이였다. 어머니가 품에 안고 왔다. 아이는 이미 경련을 하고 있었다. 이준호가 침을 놓는 순간, 아이의 어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죽입니까? 죽는 겁니까?"

"살립니다."

그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이준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살았다. 스물네 시간 후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준호는 자신이 아버지의 얼굴을 완전히 잊었음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자신을 안던 느낌도 없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슈미트의 실험실 냄새가 더욱 생생했다. 포름알데히드. 혈액. 그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네 번째 환자를 치료하던 중, 이준호는 거울을 봤다. 진료소 벽에 붙은 작은 거울. 거기에 비친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눈빛이 다르고, 턱선이 다르고, 표정이 다르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환자의 눈이 감사로 가득 찼다. 그 감사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이준호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 안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손이 떨렸다. 환자가 신음했다.

"죄송합니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사과하는 것인지 자신도 몰랐다. 환자에게인지, 자신의 사라져가는 기억에게인지. 그 순간 이준호의 뇌를 무언가가 관통했다. 자신의 손이 정말 자신의 손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깨달음. 손을 들었다. 손가락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의지인지, 슈미트의 의지인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이 누구의 손가락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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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이소영이 진료소를 찾았다.

그녀는 아버지 박의령의 딸이었고, 이준호의 약혼자였다. 아직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소영은 이준호를 봤을 때 발걸음을 멈췄다.

"당신... 뭔가 달라졌습니다."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이소영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이준호를 알고 있는 표정으로 이준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선 표정도 섞여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눈빛입니다. 목소리입니다. 당신의 움직임 전부입니다."

이소영이 이준호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당신이 당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준호가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이소영이 더 강하게 잡았다. 이준호는 손을 빼는 대신 옆으로 몸을 돌렸다. 이소영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을 피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이전의 이준호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톤이었다.

"아버지가 뭔가 알고 계십니다. 당신에 대해서.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이소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이소영이 쥐고 있는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손인지, 슈미트의 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손. 이준호는 이소영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의 움직임은 부드러웠지만, 거부감이 명확했다. 이소영이 놀라 물러섰다.

"이소영."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낯설었다.

"나는... 누구입니까?"

이소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 선 사람이 정말로 이준호인지, 아니면 이준호의 가죽을 쓴 누군가인지.

박의령이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이소영을 바라봤다.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이 얼굴을 스쳤다. 자신이 제자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자의 표정. 하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이었다. 박의령은 눈을 감았다. 조선을 위해서라면, 그는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 그는 이준호에게로 향했다.

"또 다른 기술자가 있습니다."

박의령이 이준호에게 편지를 건넸다. 손이 약간 떨렸다. 종이가 낡아 있었고, 끝이 찢겨있었다. 글씨는 흐렸다:

'또 다른 기술자가 있다. 그는 서구 의학을 넘어 생명 자체를 다루려 한다. 하지만 그를 찾으면 돌아올 수 없다. 그 길은 죽음의 길이다.'

편지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한 문장이 더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도마스 윌슨. 제국의 카르텔이 그를 보호하고 있다.'

박의령이 입을 다물었다. 말하려던 말이 있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준호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으로 돌아섰다. 어깨가 움직였다. 호흡이 깊어졌다. 그 모든 것이 자책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서서 이준호를 향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명령조였다.

"당신은 그를 찾아야 합니다."

이준호가 편지를 들었다. 종이가 떨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손인지, 슈미트의 손인지 알 수 없는 손이. 도마스 윌슨. 그 이름이 이준호의 뇌 속에서 뭔가를 깨웠다. 슈미트의 기억 속에서. 베를린의 어느 카페. 젖은 돌 바닥. 한 남자의 웃음소리. 그 남자가 슈미트에게 말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준호는 그 말들을 기억했다. 자신이 기억한 것이 아니라, 슈미트가 기억한 것을. 그 남자는 슈미트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더 멀리 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럼... 내가 죽는 것입니까?"

박의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진료소를 채웠다. 그것이 모든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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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졌다.

이준호가 진료소를 나왔다. 서울의 밤거리가 조용했다. 남촌의 좁은 골목. 집들이 겹겹이 들어서 있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신음하고 있었다. 콜레라 환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가는 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발이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알고 있었다. 슈미트의 발이. 슈미트의 손가락이. 아니면 자신의 것이. 구별이 되지 않았다.

골목의 끝에서 이준호는 멈췄다. 뒤를 봤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 신발 소리가 들렸다. 양복 소리가 들렸다. 서양식 옷감이 스치는 소리. 횃불의 불빛이 벽에 드리워졌다. 붉은 그림자가 골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거칠고 급한 숨. 그들은 아직 가까워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들을 보지 않고 앞을 봤다. 어둠 속의 길. 그 길의 끝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곳으로 가야 했다.

베를린의 카페. 슈미트의 기억 속에서 떠오른 그 장면이 현재와 겹쳤다. 젖은 돌 바닥. 누군가를 피해 달리던 그때. 그리고 지금. 뒤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횃불의 불빛이 더 가까워졌다.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도마스 윌슨. 그 이름이 떠올랐다. 슈미트가 피하던 자. 제국의 카르텔이 지키려던 자. 그리고 지금 이준호를 막으려는 자들도 그를 막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를 찾으면 자신은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횃불의 불빛이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숨소리도. 그 모든 것이 이준호를 밀어붙였다. 앞으로. 계속 앞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며.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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