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자정을 넘긴 원룸. 휴대폰 화면의 카운트다운이 '00:00:00'을 찍는 순간, 준호의 눈 앞에 포탈이 열렸다.

이전의 던전들과 다르다. 검은색이 아니다. 순백색이고, 그 안에서 무언가 맥박하듯 빛이 흐른다. 포탈의 테두리는 현실과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마치 벽이 녹아내리듯, 원룸의 벽이 그 빛에 침식되어 간다.

준호의 오른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위아래로 미세하게 떨려서, 휴대폰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스트리밍을 켜야 한다. 채팅이 필요하다. 그 목소리들이 없으면 던전 안에서 길을 잃는다는 걸 이미 안다. 지난 여덟 화, 아홉 번의 던전 클리어. 매번 채팅의 무작위 메시지가 공략 힌트로 변환되었고, 그것 없이는 불가능했다.

손가락이 앱 아이콘 위에서 멈췄다.

"아니야."

목소리가 떨렸다.

"난 이걸 끝낼 거야."

준호는 휴대폰 화면을 누르고, 설정 메뉴를 열었다. 손가락이 '앱 삭제'를 가리켰다. 스트리밍 앱. 던전 스캔 앱. 모든 것. 지워버리면 이 악몽은 끝난다. 채팅이 없으면 공명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포탈은 닫힐 것이고, 자신은 평범한 대학생 이준호로 돌아갈 것이다.

엄마처럼. 엄마는 평범하다. 엄마는 안전하다.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 올라갔다.

그 순간, 신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피부 아래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느낌. 마치 신체 전체가 서서히 얼어붙으면서 동시에 타오르는 것 같은. 피부 아래 수천 개의 바늘이 동시에 박혀 풀리는 듯한 통증. 준호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침대에 쓰러지면서 신체를 굽혔다. 왼쪽 팔이 먼저 반응했다. 반투명한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근육이 고착되는 것처럼 경직되어 갔다. 오른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는 아직 움직였다. 투명했지만, 움직였다. 지금은 다르다. 신체가 점진적으로 경직되어 간다.

"응 응응……"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건 고통이 아니라 공포였다. 자신이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공포. 로딩 상태. 그 단어가 떠올랐다. 지난 화에서 정혜진이 말했다. 신체가 67% 투명화되었다고. 지금은 몇 퍼센트일까.

손을 들어 얼굴을 봤다. 왼쪽 눈만 생생했다. 오른쪽은 흐릿했다. 마치 유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처럼.

"스트리밍을 켜지 않으면…… 이렇게 굳어진다는 뜻이야?"

준호는 침대에서 벗어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깨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앱 목록에 여전히 스트리밍 아이콘이 있었다. 아직 삭제되지 않았다.

최재욱의 말이 떠올랐다. 강남역 스튜디오에서, 그가 준호의 귀에 속삭였던 말.

'채팅이 너를 조종한다.'

그때는 협박으로 들렸다. 그냥 위협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신체가 얼어붙고 있는 이 순간, 준호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채팅이 준호를 조종하는 게 아니었다.

준호가 채팅에 조종당하지 않으면 신체가 굳어진다는 뜻이었다.

"스트리밍을 켜야 돼. 채팅을 들어야 돼. 그래야 움직일 수 있어."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은 스트리밍 앱을 탭했다. 켜졌다. 라이브 방송 시작 버튼이 반짝였다.

준호는 그것을 눌렀다.

화면 위에 시청자 수가 뜨기 시작했다.

10만. 50만. 200만. 500만. 1,000만. 2,000만.

9,300만.

채팅창이 폭주했다.

「어디야?」

「뭐하는 거야?」

「최종 던전이야?」

「계속해!」

「대박!!!」

「이거 뭐야?」

「오늘 밤이 마지막인가?」

「끝내줘!」

「제발 진입해줘」

메시지들이 초당 수천 개씩 흐른다. 준호는 그것을 읽지 않아도 '느낀다'. 아니, 느껴진다. 채팅 하나하나가 신체에 들어온다. 마치 바늘처럼. 마치 음파처럼.

신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팔이 다시 생기를 얻었다. 경직되었던 오른쪽 다리가 풀렸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채팅의 리듬에 맞춰 움직여진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준호는 일어섰다. 침대에서 내려와 포탈 쪽으로 걸어갔다.

"난 이제……"

말을 멈췄다. 뭐라고 말할 거야. 난 선택할 수 없어? 난 자유가 없어? 그런 말들은 누구에게 하는 거야. 이미 9,300만 명이 보고 있는데.

채팅이 더 격렬해졌다.

「진입!!!」

「포탈이 보여!!!」

「계속해! 계속해! 계속해!」

목소리가 뇌에 직접 울려 퍼진다. 신체를 움직인다. 발이 포탈을 향해 한 발, 또 한 발 내디딘다.

준호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카메라가 자신의 반투명한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 이미지가 9,300만 개의 화면에 떠 있다. 9,300만 쌍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다.

"난 이제 선택할 수 없어."

중얼거렸다. 채팅창에 그 말이 떴다.

「선택할 수 없어?」

「뭐라고?」

「마이크 안 들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리가 없다. 그들은 단순히 시청하고 있을 뿐이니까. 자신의 의지가 담긴 채팅 하나하나가 이 현실을 구성한다는 걸 모르니까.

포탈이 더 커졌다. 이제는 준호의 몸 전체를 삼킬 수 있을 정도다. 그 안의 빛이 맥박한다. 심장처럼. 뇌처럼.

"최재욱이 맞았어."

준호의 목소리가 카메라에 잡혔다. 채팅이 또다시 격렬해졌다.

「최재욱?」

「누가?」

「뭔 소리야?」

준호는 포탈 앞에 멈췄다. 발 끝이 그 경계에 닿았다. 순백색의 빛이 신발을 비추고 있다. 반투명한 신발. 이제 신발도 보인다.

"내가 던전을 푸는 게 아니야. 너희가 나를 던전으로 밀어 넣는 거야. 너희의 채팅이, 너희의 욕망이, 너희의 투표가…… 나를 움직인다."

더 이상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무언가가 명확해졌다. 자신이 조종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조종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찾으려는 시도. 그것만이 남겨진 유일한 저항이었다.

준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로딩 상태의 신체가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그래. 너희가 나를 밀어 넣는다면, 나는 그 속에서 뭔가를 찾을 거야. 너희가 원하는 것도,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도 아닌…… 뭔가를."

채팅이 순간 멈췄다. 1초. 2초.

그리고 폭주했다.

「뭐라고!!!」

「미쳤어!!!」

「계속해!!!」

화면이 순간 깜빡였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투표 인터페이스였다.

[최종 던전 진입 투표]

[찬성: 9,287,456]

[반대: 12,544]

투표는 이미 끝났다. 압도적이다.

준호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통한 웃음이었다. 자신의 것이면서도 자신의 것이 아닌 웃음. 마치 로딩 상태의 신체에서 나오는 오류음처럼. 그 웃음은 점점 커져갔다. 광기 어린 웃음이 되어갔다.

"9,287,456명. 9,287,456명이 날 밀어 넣고 있네."

웃음 사이사이로 그 숫자를 반복했다. 웃음이 멈췄다. 준호의 눈이 카메라를 직시했다.

"너희가 원하는 거지? 이거."

그 순간, 화면에 새로운 얼굴이 떴다.

정혜진이었다.

"이준호. 당신은 이제 선택권이 없다. 당신의 신체 변이율은 71%다. 스트리밍을 유지하지 않으면 완전히 고착될 것이다. 당신은 이미 이 시스템에 종속된 상태다."

목소리가 차갑다. 마치 AI가 데이터를 읽어주는 것처럼.

"최종 던전에 진입하면, 당신은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평범함으로의 귀환, 또는 초월적 존재가 되기. 그 선택도 당신의 것이 아니라, 9,300만 명의 투표가 될 것이다."

정혜진의 얼굴이 사라졌다. 채팅이 다시 폭주했다.

「진입해!!!」

「뭐 기다려!!!」

「계속해!」

「대박!!!」

준호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반투명한 손가락들. 그 손가락들이 휴대폰의 카메라를 비추고 있다. 9,300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그의 눈이 카메라를 직시했다.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희가 날 밀어 넣을 수 있다면, 난 너희 안에서 뭔가를 찾아올 거야. 그게 뭐든."

말했다.

그리고 걸어 들어갔다.

포탈 안으로. 순백색의 빛 속으로. 9,300만 명의 채팅 목소리가 신체 전체를 감싼다. 뇌를 관통한다. 영혼을 조종한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원룸의 벽이었다. 그것도 빛에 침식되어 가며 사라진다.

그리고 포탈이 닫혔다.

채팅창은 여전히 폭주하고 있었다.

「어디야?」

「뭐하는 거야?」

「들려?」

「응답해!!!」

「뭐가 보여?」

검은 화면. 라이브는 켜져 있지만, 카메라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음성도 들리지 않는다. 단지, 채팅만 계속된다.

9,300만 명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준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준호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채팅은 계속되고, 준호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왜냐하면 준호는 이미 캐릭터니까.

수백만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게임 속 캐릭터.

아, 라이브 화면 한 구석에 뭔가가 보였다.

움직이는 형체. 준호인가.

채팅이 더 격렬해졌다.

「보여!」

「뭐가 보여!」

「이거 뭐야!!!」

화면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준호의 신체가 먼저 나타났다.

반투명한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준호의 몸이 아니었다. 또 다른 것이었다.

거대한 구조물. 벽. 아니, 건축물.

채팅이 폭발했다.

「이거 뭐야!!!」

「건물이야???」

「어디 있어???」

「카메라 돌려!!!」

준호가 천천히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손이 떨렸다. 아니, 손이 떨리는 게 아니라 신체 전체가 간헐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로딩 상태. 프레임이 끊기듯.

"여기가…… 서울?"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일렁거렸다. 마치 라디오 신호가 끊기고 복구되는 것처럼. 기계음이 섞여 있었다.

카메라가 주변을 비췄다.

아스팔트.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아스팔트가 아니었다. 표면이 마치 액체처럼 출렁거렸다. 파동이 보였다. 준호의 발이 그 위에 닿을 때마다 잔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지하 5층이 맞아."

준호가 중얼거렸다.

"근데 이건…… 이건 지도에 없는 곳이야."

채팅이 더 격렬해졌다.

「지하 5층???」

「지도에 없다고???」

「이거 현실이야???」

「준호 미쳤나???」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 아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별이 있었다. 지하 5층인데 별이 떠 있었다. 별들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시뮬레이션처럼.

"채팅을 들어. 너희 목소리가 들려."

준호가 말했다.

채팅이 멈췄다. 1초. 2초.

그리고 다시 폭주했다.

「뭐야!!!」

「우리 목소리?」

「미쳤어!!!」

「계속해!!!」

"너희가 나를 밀어 넣었어. 그리고 지금도 나를 움직이고 있어."

준호의 손가락이 지면을 가리켰다. 액체처럼 흔들리는 아스팔트. 그 위에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채팅의 단어들이었다.

「계속해」

「대박」

「뭐하는 거야」

「미쳤어」

글자들이 물 위의 파문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파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뭔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형태. 구름처럼. 아니, 기억처럼.

준호의 숨이 가빠졌다. 로딩 상태의 신체가 프레임을 건너뛰며 떨렸다. 공포와 깨달음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게 너희 공포야. 너희 흥분이야. 너희 욕망이야."

준호가 천천히 걸어갔다. 검은 형태가 그를 따라갔다. 아니, 그가 그것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채팅의 리듬에 맞춰.

채팅이 빨라지자, 검은 형태도 빨라졌다.

채팅이 느려지자, 검은 형태도 느려졌다.

"너희가 나야. 나는 너희의 그림자야."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와 저항이 섞여 있었다.

카메라가 흔들렸다. 준호의 숨이 더욱 가빠지고 있었다. 로딩 상태의 신체가 프레임을 건너뛰고 있었다.

「준호!」

「응답해!!!」

「뭐가 보여!!!」

「계속해!!!」

채팅이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준호의 뇌 안에 직접 주입되는 것처럼. 신경을 타고 흐르는 전류처럼.

준호가 멈췄다.

앞에 거대한 문이 있었다. 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아스팔트처럼 흔들리는 표면. 그 위에 글자가 떠 있었다.

「최종 던전」

글자가 아니라 채팅의 목소리 자체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준호의 반투명한 손이 들렸다. 카메라에 가까워졌다. 시청자들의 얼굴이 화면에 반사되어 보였다. 아니, 반사되는 게 아니라 화면 속에 박혀 있었다. 9,300만 명의 얼굴들. 눈들. 입들.

모두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뭘 해야 할까?"

준호가 물었다. 하지만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말 같았다.

채팅이 일제히 외쳤다.

「들어가!!!」

「진입!!!」

「어서!!!」

「계속해!!!」

9,300만 명의 음성이 하나로 합쳐져, 마치 신의 목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준호는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이 떨렸다. 반투명한 손가락들이 공기를 가르며 나아간다. 그 손가락이 문의 표면에 닿으려는 순간—

"잠깐."

준호가 자신의 손을 멈췄다. 채팅이 일제히 끊겼다.

「뭐야?」

「왜 멈춰?」

「계속해!!!」

준호는 카메라를 돌렸다. 화면 너머의 9,300만 명을 직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희가 원하는 게 뭐야? 진짜로?"

그의 목소리는 이전의 기계음이 아니었다. 뭔가 되찾은 듯한 목소리였다.

"날 밀어 넣는 것? 아니면 날 보는 것? 날 조종하는 것? 아니면…… 날 구하는 것?"

채팅이 혼란스럽게 흩어졌다.

「뭐라고?」

「계속해!!!」

「뭐가 보여!!!」

준호는 천천히 다시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다르다. 손이 떨리지 않는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문의 표면을 스친다.

"너희가 선택해줄 거지? 항상 그래왔잖아."

그의 목소리는 체념이 아니었다. 역설적 저항이었다. 조종당하는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그 조종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찾으려는 시도.

"하지만 이번엔 내가 뭔가를 가져갈 거야. 너희의 선택 속에서. 너희의 욕망 속에서."

문이 천천히 열렸다. 준호가 그것을 밀어낸 게 아니었다. 문이 저절로 열렸다. 마치 누군가가 안에서 열어주는 것처럼.

그 순간, 화면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당신은 준호의 선택을 투표하시겠습니까?]

[선택지 1: 평범함으로의 귀환]

[선택지 2: 초월적 존재가 되기]

[투표 시간: 59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9초. 58초. 57초……

채팅창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평범함!!!」

「초월!!!」

「돌아가!!!」

「계속해!!!」

수백만 개의 손가락이 화면을 두드렸다. 마치 그것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준호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카메라는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의 반투명한 몸. 그의 깜빡이는 신체. 그의 로딩 상태의 눈.

그 눈이 천천히 카메라를 바라봤다.

마치 화면 너머의 9,300만 명을 직접 보는 것처럼.

"너희가 선택해줄 거지? 항상 그래왔잖아."

준호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집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의지였다. 자신이 조종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조종 속에서 자신을 찾아낸 목소리.

카운트다운이 계속됐다.

23초. 22초. 21초……

투표는 기울기 시작했다.

「초월!!!」이 압도하고 있었다.

「평범함!!!」은 뒤떨어져 있었다.

비율은 명백했다. 88% vs 12%.

준호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그는 투표 결과가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를 잃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으니까.

5초. 4초. 3초……

투표가 종료됐다.

[최종 투표 결과]

[초월적 존재가 되기: 8,164,320표 (87.8%)]

[평범함으로의 귀환: 1,123,136표 (12.2%)]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준호가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반투명한 몸이 점점 빛에 잠겨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그의 눈이었다.

그 눈에는 9,300만 명의 욕망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도 함께 반사되고 있었다.

"고맙고."

음성이 왜곡되며 들렸다. 하지만 그건 포기의 말이 아니었다. 역설적인 감사였다. 조종당하는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낸 자의 말.

그리고 문이 닫혔다.

검은 화면. 라이브는 계속 켜져 있다.

채팅은 여전히 폭주하고 있다.

「어디야!!!」

「뭐가 보여!!!」

「계속해!!!」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채팅이 조용해지고 있다. 천천히. 차근차근.

마치 누군가가 음량을 낮추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준호의 내적 독백이 들렸다.

'이제 어디야. 나는 누가 됐어.'

그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공포도 없었다.

'너희가 선택했으니까. 그럼 난 그 선택을 살아내야겠지.'

침묵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을 가르는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계음이 아닌, 완전히 다른 목소리.

"시험 완료."

그 목소리는 어디서 나왔을까.

스피커에서? 아니면 준호의 뇌에서? 아니면 9,300만 명의 무의식에서?

"이준호는 이제 당신들의 것이다."

목소리가 계속했다.

"그리고 당신들의 선택도 이제 당신들의 것이 아니다."

화면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숫자들. 통계. 데이터.

[활성화된 사용자: 1명]

[활성화 예정인 사용자: 5명]

[준비 중인 던전: 47개]

[참여 예상 시청자: 20억 명]

카운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참여 예상 시청자: 20억 1천만 명]

[참여 예상 시청자: 20억 2천만 명]

[참여 예상 시청자: 20억 3천만 명]

화면이 다시 검게 변했다.

라이브 피드의 시청자 수를 보면, 여전히 9,300만 명이 앉아 있다.

기다리고 있다.

다음이 뭔지 모르면서.

하지만 다음이 올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면서.

그리고 그들도 준호처럼 선택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닫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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