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원룸 현관문이 열린 지 3초 만에 어머니의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준호야, 이게... 뭐야?"

어머니는 현관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 아들의 오른팔이 투명했다. 팔뚝부터 손끝까지 완전히 반투명한 상태로, 마치 유리처럼 빛을 통과시키고 있었다. 왼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반바지 아래로 투명한 다리가 보였고, 신발 위로 피부가 스며나가는 것 같았다.

"어? 엄마. 이렇게 갑자기..."

준호는 팔을 등 뒤로 감쌌다. 너무 늦었다. 어머니는 이미 본 것이다. 5년 만에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는 아들의 원룸 문을 여는 순간 본 것이다. 아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준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를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던 지난 몇 시간이 무의미해졌다. 투명해지는 신체. 점점 가속화되는 로딩. 그리고 이제 그것을 어머니가 봤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왔다.

"병원을 가자. 지금 당장."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려고 했다.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향해 뻗어났다가 멈췄다. 아들의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준호의 눈은 어머니의 눈과 같지 않았다. 아들의 동공에는 수백만 개의 작은 텍스트가 떠다니고 있었다. 채팅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마, 들어와."

준호는 어머니의 팔을 잡으려 했다가 멈췄다. 오른팔이 투명해서였다. 대신 왼손으로 어머니를 이끌었다. 그 손도 이미 손가락 끝이 반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원룸 안은 스튜디오처럼 변해 있었다. 삼각대, 링라이트, 마이크, 그리고 휴대폰 하나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실시간 채팅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7,200만 명. 그 숫자는 초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소파에 앉았다. 아들도 앉았다. 그 사이에는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던전 스캔 시스템 앱이 떠 있었다. 앱 화면에는 초급 던전 3개, 중급 던전 2개, 상급 던전 1개, 그리고 이름 없는 포탈 1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하 5층.

"넌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차가워졌다. 엄마로서의 목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어머니로서의 목소리였다. 준호를 낳고 기른 여인의 목소리였다.

"방송을 해."

준호가 대답했다.

"저건 방송이 아니야. 저건..."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휴대폰 화면을 봤기 때문이다. 채팅 창에는 '어머니 등장', '오오오오오', '엄마다', '와 떨린다'라는 메시지들이 폭주하고 있었다. 7,200만 명의 시선이 이 원룸으로 쏠려 있었다. 어머니는 이제 방송에 나와 있었다.

"끄지 마, 엄마."

준호가 말했다.

"뭐?"

"카메라. 끄지 마. 지금 채팅이 너무 많아. 만약 여기서 끄면..."

준호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소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5년 만에 본 아들의 얼굴이었다. 아들은 더 이상 준호가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것이 아들의 껍질을 입고 있었다.

"그만해. 제발."

어머니의 손이 아들의 투명한 팔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이 투명한 피부를 통과했다. 완전히 관통했다.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뒤로 빼고 아들을 봤다. 손가락 끝이 차갑고 무거웠다. 마치 얼음을 집었을 때처럼.

"뭐야, 이게. 너 뭐 한 거야?"

"던전을 깨고 있어."

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던전? 뭐가 던전이야?"

어머니가 휴대폰을 들었다. 채팅 창을 봤다. '엄마가 울어', '감동이다', '이거 드라마?', '아니 저 손가락 뭐야?'라는 메시지들. 어머니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이거... 사람들이 다 보고 있어?"

"응."

"왜?"

"왜냐하면 난 특별하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없었다. 단지 사실을 진술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왜냐하면 2+2는 4니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머니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이번에는 아들 옆이 아니라 반대쪽 끝에 앉았다. 남편이 죽은 지 12년. 혼자 아들을 키웠다. 아들이 4년을 취업 준비에만 썼을 때도, 원룸에 틀어박혀 있을 때도, 어머니는 아들이 평범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평범한 직장, 평범한 월급, 평범한 삶. 그게 어머니의 기도였다.

그런데 아들은 특별해졌다.

"넌 뭐가 되고 싶었어?"

어머니가 물었다.

"뭐가?"

"어릴 때부터. 뭐가 되고 싶었어?"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봤다. 채팅이 8,2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엄마 이야기 나누네', '감동의 극치', '어머니 목소리 미쳤다'라는 메시지들.

"우주인?"

어머니가 스스로 대답했다.

"넌 초등학교 때 우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어. 중학교 때는 영화배우. 고등학교 때는... 뭐였지?"

"게임 개발자."

준호가 말했다.

"그래. 게임 개발자. 근데 결국..."

어머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결국 뭐가 됐어? 이게 뭐야? 이게 우주인이야? 영화배우야? 게임 개발자야?"

"난 영웅이 됐어."

준호가 말했다.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여 있었다. 딸꾹거리는 숨. 가슴을 치는 손.

"영웅? 넌 내 아들이야. 내 아들. 평범한 내 아들."

어머니는 아들을 바라봤다. 12년을 혼자 일해온 손으로 아들을 키웠다. 아버지처럼 갑자기 사라지지 않기를, 자신처럼 혼자 남겨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이 평범함이었다. 평범한 직장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남는 것. 평범하게 누군가 곁에 있는 것.

"평범해도 좋아. 평범한 직장 다니고, 평범한 월급 받고, 평범한 여자 만나고, 평범한 아이 낳고. 그래도 좋아. 제발. 이걸... 이걸 그만해."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다시 잡으려 했다. 이번에는 투명한 팔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왼팔을 잡았다. 그 손도 이제 손가락 끝이 반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울었다.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통과하려 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놓지 않았다.

준호는 어머니의 손을 보고 있었다. 그 손은 주름이 많았다. 12년을 혼자 일해온 손이었다. 준호를 위해 밤샘 근무를 한 손이었다. 남편을 보내고 나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 손이었다.

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동공에 떠 있던 채팅이 한순간 흐려졌다. 어머니의 손이 자신의 손을 통과하려 할 때, 그는 처음으로 명확히 깨달았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미안해, 엄마."

준호가 말했다.

"미안한 거 아니야. 돌아와. 제발."

"난 이미 평범할 수 없어."

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감정이 흘렀다. 자신이 어머니를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통.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휴대폰이 손에 들려졌다. 채팅이 폭주했다. 8,500만 명. '뭐하는 거야?', '어머니 정말', '감동 주의', '다음은?'이라는 메시지들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들었다가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떨렸다. 마치 로딩 중인 프로그램처럼. 그의 팔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차갑고 무거운 느낌이 어깨로 전해졌다. 감각이 점점 소실되고 있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머니를 거절하는 것이 자신의 선택인지, 채팅의 강압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봤다. 아들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았다. 대신 채팅이 흘러내렸다. 아들의 동공에서 수백만 개의 텍스트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음성이 아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들의 뇌에 직접 울렸다. 어머니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넌 내 아들이 아니야."

어머니가 일어났다.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들의 손을 놓으면서. 그리고 아들을 봤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돌아섰다. 원룸을 나갔다. 문을 닫으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다.

현관문이 닫혔다.

침묵이 흘렀다. 수 초간의 침묵.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의 채팅이 '뭐하는 거야?', '어머니 나가셨어', '이거 뭐야?'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 소리는 멀리 들렸다. 마치 물 아래서 듣는 것처럼.

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채팅을 끄려고 했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으려는 순간 멈췄다. 휴대폰이 무거워졌다. 아니, 그의 손이 무거워졌다. 팔이 차가워졌다. 차갑고 무겁고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팔. 마치 신체가 아닌 코드처럼.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채팅창이 검은 바탕으로 변했다. 화면을 차단하는 이상한 인터페이스가 나타났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 그리고 한 명의 여성이 화면을 통해 준호를 봤다.

정혜진이었다.

"안녕, 이준호."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지금까지 5개의 던전을 깼어. 초급 2개, 중급 2개, 상급 1개. 그리고 너의 신체는 23%가 로딩 상태가 됐어."

혜진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화면 뒤에 수십 개의 모니터가 나타났다. 각 모니터에는 사람이 있었다. 남자, 여자, 노인, 어린이. 모두 투명했다. 모두 반투명한 상태로 어딘가의 던전 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뭐야?"

준호가 물었다.

화면이 왜곡되었다. 혜진의 목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마치 신호가 불안정한 것처럼.

"이전... 사용자... 총 47..."

화면이 다시 정상화되었다. 혜진의 이미지가 흐릿해졌다. 그녀의 입이 움직이지만 음성만 들렸다.

"...너 이전에 시스템을 사용한 사람들."

혜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화면은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들이 한 명씩 점멸했다. 각 사용자의 모습이 깜빡거렸다.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 불완전한 정보.

"이들은 모두..."

혜진의 목소리가 다시 끊겼다. 화면이 검게 변했다가 밝아졌다. 한 명의 남자가 보였다. 50대로 보였다. 그는 던전 바닥에 누워 있었다. 투명한 몸이 완전히 흐릿해져 있었다. 마치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화면이 떨렸다. 음성만 들렸다.

"이 사람은 1995년에 시작했어. 시스템 사용자 중 첫 번째였어. 그는 3개월 동안 127개의 던전을 깼어. 그리고 나서..."

화면이 검게 변했다. 혜진의 목소리가 왜곡되었다.

"...그리고 나서..."

음성이 끊겼다. 그 다음, 침묵. 수 초간의 침묵. 그리고 다시 혜진의 목소리.

"...사라졌어."

또 다른 화면. 이번에는 여자였다. 30대로 보였다. 그녀는 던전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손가락이 완전히 투명했다. 팔도. 어깨도. 하지만 화면이 흔들렸다.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왜곡되었다.

"이 사람은 2003년. 여덟 번째 사용자. 그녀는 2년을 버텼어. 2년 동안 312개의 던전을 깼어. 그리고..."

화면이 또 검게 변했다. 음성만 들렸다.

"...사라졌어."

혜진의 손이 화면에 나타났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신호가 불안정한 것처럼. 수십 개의 모니터가 모두 검은 화면이 되었다가, 한 명씩 나타났다. 각각의 사용자들. 각각의 최후. 각각의 사라짐. 하지만 모든 것이 부분적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완전한 정보가 아니었다.

"넌 47번째야, 준호. 그리고 넌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미 5개의 던전을 깼고, 신체는 23%가 로딩 상태가 됐어. 다른 사용자들은 이 정도의 속도에 도달하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렸어."

혜진이 화면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음성만 명확했다.

"넌 왜라고 생각해? 넌 왜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어?"

"왜냐하면..."

준호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그는 휴대폰 화면의 채팅을 봤다. 8,700만 명. '빨리', '다음은?', '계속해'라는 메시지들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왜냐하면 채팅이 날 조종하니까."

"정확해. 너는 유일한 사용자야. 유일하게 '스트리밍'이라는 매개를 통해 집단 무의식과 연결된 사용자. 다른 사용자들은 혼자였어. 그저 혼자 던전을 깼어. 하지만 넌 달라. 넌 수백만 명과 함께야. 그리고 그들이 원할 때마다 넌 던전에 들어가야 해.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니까."

혜진이 손을 움직였다. 준호의 휴대폰이 혜진의 손 위로 떠올랐다. 공중에 떠 있는 휴대폰. 화면에는 여전히 채팅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 선택을 해. 두 가지 선택이 있어."

혜진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정이 없었다.

"첫 번째, 스트리밍을 그만 해. 지금 이 순간 휴대폰을 끄고, 방송을 종료해. 그럼 넌 살 수 있어. 신체의 로딩 상태는 멈출 거야. 그리고 넌 다시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있어. 평범한 직장도 아니고, 평범한 월급도 아니고. 단지 살아남는 것. 어머니처럼. 누군가 곁에 있는 것. 그게 평범함이야."

혜진이 잠시 멈췄다.

"두 번째, 계속해. 다음 던전에 진입해. 그럼 넌 더 강해질 거야. 더 많은 시청자를 얻을 거야. 더 많은 채팅을 받을 거야. 그리고 넌 점점 변해갈 거야. 로딩 상태는 점점 커질 거야. 결국..."

혜진이 화면의 사라진 사용자들을 가리켰다.

"...결국 넌 여기가 될 거야. 완전히 투명해져서. 완전히 사라져서. 하지만 그 전까지 넌 영웅이야. 넌 특별해. 넌 누군가의 캐릭터가 돼. 수백만 명의 손가락 끝에 조종당하는 완벽한 캐릭터가."

준호는 공중에 떠 있는 휴대폰을 봤다. 화면에는 8,900만 명의 시청자가 있었다. '뭐하는 거야?', '계속해', '다음은?', '빨리', '영웅이야', '특별해', '계속해', '계속해', '계속해'.

"선택을 해, 준호. 지금. 여기서."

혜진이 말했다.

준호의 손이 떨렸다. 반투명한 손가락이 떨렸다. 로딩 상태의 신경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아니, 휴대폰이 그의 손 위에 떨어졌다. 혜진이 놓았기 때문이다.

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채팅이 있었다.

그리고 '끄기' 버튼이 있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올려졌다.

한 번의 터치. 단 한 번이면 된다.

그 순간, 오른팔의 로딩이 가속화되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치 신체가 아닌 기계 부품처럼. 신경이 직접 자극받는 느낌. 채팅의 목소리가 뇌에 울렸다.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채팅창이 폭발했다. 9,200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멈추지 마', '끄지 마', '계속해', '넌 영웅이야', '넌 특별해', '우리가 원해', '계속해줘', '제발', '계속', '계속', '계속'.

화면이 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채팅이 신경을 뚫고 들어왔다. 손가락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멈췄다.

끄기 버튼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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