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크의 중심부에서 세 성좌의 울음이 동시에 울렸다.
노동자 존 광장의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음파는 건물을 흔들었고, 지하 수십 층의 암반까지 진동시켰다. 준호는 동료들의 상자를 들어올린 채로 그 울음을 들었다. 엘리트 존의 제단에서는 황금의 수호자가 울었고, 심층부의 어딘가에서는 심연의 속삭임이 울었으며, 종말의 시인의 목소리는 모든 음파를 관통했다.
"아직도 모르는가, 나의 도구여."
종말의 시인의 음성은 준호의 두개골을 울렸다. 그는 상자를 내려놓고 팔을 펼쳤다. 검은 금이 팔뚝에서 목까지 확산되었고, 가슴팍의 피부는 이미 반투명했다. 의료진들이 말했던 '정상 범위'는 거짓이었다. 생명 계산기를 켜는 순간, 준호는 알았다.
남은 시간: 7개월 23일.
손가락이 떨렸다. 화면을 붙잡은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숨이 얕아졌다. 마지막 권능 사용에서 나머지 4년을 소모했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 7개월이다. 성좌의 거래 만료까지 남은 기간도 7개월. 계약의 마지막 숨이 준호의 숨과 일치했다. 시간이 아니라 운명이 준호를 내몰았다.
"세 성좌가 동시에 움직였다. 너를 차지하기 위해, 너를 제거하기 위해, 너를 이용하기 위해."
종말의 시인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종말의 시인은 아르크를 재구성하려 한다. 현재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인류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목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의 아르크는 사라져야 한다. 이곳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광장의 지표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노동자 존의 거주지에서 천장이 붕괴되고, 상층부에서 엘리트 존의 건물들이 내려앉고 있었다. 수천 명의 피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르크를 무너뜨리면 된다."
황금의 수호자의 음성이 응답했다. 그 순간, 격리 구역의 제단에서 빛이 폭발했고, 아르크 전체의 에너지가 일순간 역류했다. 붕괴되던 건물들이 멈췄다. 갈라진 지표면이 다시 닫혔다. 황금의 수호자가 아르크 전체의 에너지를 잠근 것이다.
"아르크의 질서는 내가 지킨다. 재시작은 없다. 심연의 속삭임도, 그 도구도 제거된다."
심연의 속삭임의 목소리는 가장 가볍고 냉담했다.
"모두 죽으면 된다."
세 성좌의 계획이 동시에 충돌했다. 종말의 시인은 현재의 인류를 소멸시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했고, 황금의 수호자는 아르크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고정시키려 했으며, 심연의 속삭임은 이 모든 갈등을 끝내기 위해 인류 전체의 멸종을 택했다. 그 충돌의 무게가 준호에게 내려앉았다.
준호는 상자를 들어올렸다. 그의 손가락에서 검은 금이 반짝였다. 한 번의 권능으로 모든 성좌를 동시에 죽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준호."
박서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광장의 한구석에서 준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몸 곳곳이 피에 젖어 있었고, 왼쪽 팔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은 명확했다.
"넌 여전히 복수를 포기 못 했구나."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서현이 더 가까이 왔다.
"하지만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 이걸 끝낼 수 있어. 넌 자신을 버린 세상을 구해야 해. 그게 진정한 복수야."
"박서현."
준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난 이미 죽어가고 있다. 7개월도 안 남았다. 성좌들을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죽는다."
박서현이 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아직 살아 있는 손의 온기였다. 준호는 그 온기를 느끼면서, 동시에 자신의 온기가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르크가 부서지고 있었다. 광장의 제단이 울음을 멈추고, 그 대신 지하의 더 깊은 곳에서 새로운 울음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박서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지하에 있어. 제단이 깨어나면 성좌들의 영향력이 끝나. 인류의 죽음이 기록된 그 제단이 깨어나는 순간, 성좌들의 권능 체계 자체가 무너져. 그럼 넌 생명도 돌아올 수 있어."
김은지가 나타났다. 그녀는 기록 장치를 들고 있었고, 그 뒤로 새벽의 횃불의 저항 조직원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눈은 모두 준호를 향했다.
"내가 너를 버린 게 아니라면, 넌 나를 위해 죽어야 하니?"
김은지가 말했다.
"아니야. 넌 살아야 해. 우리 모두가."
준호는 상자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동료들의 상자였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선택, 그들의 빚이 담긴 상자였다. 준호는 그 상자의 무게를 느꼈다. 7개월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아니라, 자신을 구하려던 사람들의 무게였다.
박서현이 준호의 팔을 더 강하게 잡으며 덧붙였다.
"격리 구역에 내려갔을 때, 가장 깊은 곳에서 봤어. 아포칼립스 당시 방사능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이 벽에 이름을 새기고 손자국을 남겼어. 그들은 죽음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려고 기록했어. 그 기록이 쌓여서 제단이 되었고, 성좌들은 그걸 봉인했어. 왜냐하면 그게 깨어나면 성좌들의 영향력이 끝나기 때문이야."
준호는 이민철과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다. 그들이 자신을 격리 구역으로 보낸 것, 떠난 것—모두 자신을 성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들도 그 제단의 기록 속에 있을 것이다. 죽음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려던 사람들의 기록 속에.
"난 산다."
준호가 선언했다.
"너희와 함께."
박서현의 손이 더 강하게 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아르크의 기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동자 존의 광장에서 지하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우리가 내려가야 해. 모든 것의 중심으로."
아르크의 흔들림이 점점 강해졌다. 노동자 존의 건물들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엘리트 존의 제단들이 빛을 폭발시켰다. 심연의 속삭임의 울음이 더욱 크게 울렸다.
*'멸종이 유일한 해답이다.'*
그 음성이 울리는 순간, 아르크의 공기 자체가 독이 되기 시작했다. 방사능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성좌의 권능이 직접 인류를 죽음으로 이끌고 있었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죽음의 권능을 사용하려는 순간, 박서현이 그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할 거야."
준호와 박서현, 그리고 김은지는 지하로 향하는 길로 내려갔다. 새벽의 횃불의 저항 조직원들이 그들을 따랐다. 아르크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지하의 격리 구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격리 구역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제단이 있었다.
벽에는 수천 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손자국들이 겹겹이 남아 있었고, 기도문 같은 글귀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죽음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려던 사람들의 기록이었다. 그들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준호는 그 벽을 바라봤다. 그 중에 이민철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의 이름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였다. 자신을 성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그것이 진정한 복수였다.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구한 것이었다.
기록 장치가 울렸다. 김은지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 장치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이상한 음을 냈고, 그 음은 아르크 전체로 퍼져나갔다.
기록 장치의 음은 성좌들의 언어였다. 죽음의 권능이 주었던 부수적 능력 중 하나로, 준호는 그 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좌들의 의사소통 채널에 접속하는 것. 그 음이 울리는 순간, 봉인이 깨져나갔다. 인류의 제단이 깨어났다.
동시에, 세 성좌의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황금의 수호자가 울었고, 심연의 속삭임이 울었으며, 종말의 시인의 음성도 일순간 흔들렸다. 그들의 비명은 아르크의 모든 제단을 울렸고, 격리 구역의 지하에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빛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제단의 중심부에서 빛이 폭발했다. 인류의 죽음이 기록된 제단의 빛이 아르크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 빛이 성좌들의 영향력을 걷어내고 있었다.
아르크 전체가 울음을 멈췄다.
박서현의 손이 준호의 손을 잡은 채로, 아르크의 모든 것이 변환되기 시작했다.
노동자 존의 광장에서부터 시작된 빛이 지하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고, 그 빛이 닿는 곳마다 공기의 질감이 달라졌다. 준호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피부를 뒤덮은 검은 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었다. 생명 계산기를 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준호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이 아니라,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다.
*'감사한다. 이 극의 배우들이여.'*
종말의 시인의 음성이 마지막으로 울렸다. 그 음성에는 더 이상 지배자의 거만함이 없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한 배우의 고요함만 있었다.
*'너희의 선택이 내 빚을 갚았다. 이제 이 무대는 너희의 것이다.'*
*'우리도 간다.'*
황금의 수호자가 울었다. 그 울음은 분노가 아니라 체념이었다. 질서의 수호자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하는 음성이었다.
*'질서는 끝났다. 이제 너희가 결정한다.'*
심연의 속삭임의 음성도 울었다. 그 음성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웠지만,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멸종이 아니라 선택. 그것이 너희의 길이다.'*
성좌의 모든 음성이 한 번에 끊겼다.
아르크가 지표면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준호와 박서현과 김은지는 그 빛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수천 명의 생존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준호."
박서현이 준호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가 올라간 그곳에서, 넌 뭘 볼 거 같아?"
준호는 박서현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따뜻했다. 아직 살아 있는 손의 온기였다. 그리고 그 온기는 자신의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모르겠어."
준호가 대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우리가 함께 올라간다는 거."
아르크의 기초가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지표면의 방사능 폭풍이 아르크를 관통했다. 아니, 폭풍이 아니라 빛이었다. 인류의 죽음이 기록된 제단의 빛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에 닿은 검은 금은 서서히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준호의 팔뚝에서 손가락 끝까지, 검은 금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피부가 다시 드러나고, 숨이 깊어졌다. 생명 계산기의 화면을 켜보니 숫자가 변하고 있었다. 7개월 23일에서 시작된 시간이 멈춰 있었다. 성좌의 권능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 죽음의 기록이 아닌, 살아갈 시간이.
심장의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준호는 박서현의 손을 잡은 채로, 그 빛 속으로 걸어갔다.
지표면에 도달했을 때, 방사능 폭풍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 폭풍 속에서 뭔가 변하고 있었다. 검은 하늘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고, 오염된 공기가 정화되고 있었다. 인류의 죽음이 기록된 제단의 빛이 이 모든 것을 변환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아직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