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시작
지하 격리실의 천장이 갈라졌다.
박서현의 팔에서 벗어나려는 준호의 몸은 이미 반 이상이 검게 변해 있었다. 피부 위의 금은 목구멍을 지나 턱까지 올라와 있었고, 그 틈으로 검은 혈액이 흘렀다. 건물 전체가 울음을 터뜨렸다. 저음의 진동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올랐고, 콘크리트 벽면이 한 줌씩 떨어져 내렸다.
"가만히 있어. 제발."
박서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준호의 팔을 더 단단히 움켜잡았다. 그것이 실수였다. 준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격리실 밖으로 나가는 통로의 비상 조명이 깜빡였다. 주홍색에서 파란색으로. 다시 주홍색으로. 그 리듬이 일정하지 않았다. 어딘가의 전력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준호는 박서현의 팔을 재빠르게 비틀어 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팔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준호!"
박서현이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준호는 통로로 뛰어나갔다. 아르크 전역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침입 경보가 아니었다. 준호는 그것을 알았다. 성좌들의 직접 개입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격리 구역의 경계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격리 구역 상층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샤프트의 벽면이 갈라지면서 노동자 존의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그 공기는 낡고 오래되고, 절망으로 절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강한 냄새가 있었다. 방사능이다. 준호는 공기 중의 입자를 감지했다. 그것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지표면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르크의 천장—지표면과의 경계—에서 황색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양이 아니었다. 아포칼립스 이후 3년간 봉인되어 있던 지표면의 방사능이 돌파구를 찾아 분출하고 있었다. 준호는 감지했다. 성좌의 계획이다. 하지만 어느 성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준호의 의식이 찢어졌다.
세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질서를 지켜라. 혼란은 죽음이다."** — 황금의 수호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금속적이었다. 그것이 울릴 때마다 아르크의 에너지 흐름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엘리트 존의 대형 제단이 빛났다. 황금색의 빛이었다. 그 빛이 노동자 존으로 퍼져나가자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정지되었다. 신경계가 마비되는 것이었다.
**"재시작하자. 낡은 것은 무너져야 한다."** — 종말의 시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유혹적이었다. 그것이 울릴 때마다 격리 구역의 경계 벽이 더욱 빠르게 붕괴되었다. 그 틈으로 쏟아지는 방사능이 노동자 존으로 흘러들어왔다. 사람들의 피부가 타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모두 죽어라. 이것이 유일한 자유다."** — 심연의 속삭임의 목소리는 거울처럼 준호의 머릿속에서 반사되며 증폭되었다. 그것이 울릴 때마다 노동자 존의 전력이 끊겼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준호의 신체가 세 방향으로 동시에 당겨졌다.
왼쪽에서는 황금의 수호자가 그를 끌었다. 그 끌림은 안정적이고 질서정연했다. 오른쪽에서는 종말의 시인이 그를 끌었다. 그 끌림은 매력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아래에서는 심연의 속삭임이 그를 끌었다. 그 끌림은 절망 그 자체였다. 준호는 세 곳 모두에 동시에 당겨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남은 생명이 3년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의 검은 금이 이미 목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그것이 턱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시간이 배로 단축되고 있었다. 처음 7년이었던 남은 생명이 지금은 얼마나 남았는가.
준호는 계산했다. 권능 사용 횟수, 각 사용 시점의 신체 변화 정도, 검은 금의 진행 속도. 모든 변수를 대입했다.
3년이 남았다. 정확히는 3년과 몇 개월. 하지만 권능을 한 번 더 쓰면 1년 6개월이 될 것이다. 신체의 손상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젠장."
준호는 손을 놨다. 세 성좌의 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정신력을 모아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피부의 검은 금이 더욱 진해졌다. 하지만 필요했다. 혼란 속에서 벗어나야 했다.
아르크의 노동자 존이 붕괴되고 있었다.
중층 구역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황금의 수호자의 영향으로 마비된 사람들도 있었고, 종말의 시인의 영향으로 방사능에 타오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연의 속삭임의 영향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도 있었다. 섞여 있었다. 구분할 수 없었다. 단지 비명만이 있었다.
그 와중에 박서현이 움직이고 있었다.
준호는 감지했다. 그녀가 노동자 존의 깊숙한 곳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피난소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새벽의 횃불이 가동되고 있었다. 박준영이 이끄는 저항 조직이 박서현의 지휘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좌들의 직접 개입을 예상했고, 대비책을 세워두었다.
준호는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엘리트 존의 최상층에서 신호가 왔다. 그것은 김은지였다. 그녀의 위치가 명확하게 감지되었다. 엘리트 존의 가장 깊은 곳. 황금의 수호자의 제단이 있는 장소. 그곳에서 그녀가 누군가와 거래하고 있었다.
준호는 움직였다.
노동자 존의 혼란 속을 헤치며 엘리트 존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았다. 격리 구역의 붕괴로 인해 새로운 경로들이 열려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정전된 구간을 지나, 부분적으로 점화된 구간을 지나, 마침내 엘리트 존의 경계에 닿았다.
그 순간, 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준호는 돌아봤다. 박서현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곳까지 따라온 것인가. 준호는 발목을 빼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철처럼 단단했다.
"가지 마."
박서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의 떨림이 아니었다. 절박함의 떨림이었다.
"그곳으로 가면 넌 죽어. 아직도 모르니? 넌 이미 죽은 자야."
준호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박서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준호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개인의 복수는 이제 끝이야. 이건 모두의 싸움이야. 준호, 제발."
그 순간, 박서현은 주먹을 휘둘렀다.
준호의 옆구리를 겨냥한 펀치였다. 그것은 훈련받은 전투 능력자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그것을 피했다. 그러면서 박서현의 팔을 돌려 그녀를 자신의 뒤로 밀어냈다. 그녀가 중심을 잃었다.
"김은지를 찾아야 해."
"그건 함정이야!"
박서현이 다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녀는 황금의 수호자와 거래했어. 그곳으로 가면 넌 포위돼! 준호, 들어!"
하지만 준호는 이미 엘리트 존의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 문이 닫혔다. 박서현의 손이 닫히는 문 사이에 끼었다.
"아!"
그녀가 손을 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 내려갔다. 엘리트 존의 최하층으로. 황금의 수호자의 제단이 있는 장소로.
엘리트 존의 계단을 내려가며 준호는 권능을 다시 한 번 사용했다. 성좌들의 계획을 더 명확히 감지하기 위해. 그 순간, 피부의 검은 금이 가슴팍까지 내려왔다.
얼마나 남았는가.
신체 손상 비율로 계산하면,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에서 2년 사이. 권능을 한 번 더 쓰면 그것도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죽음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준호는 엘리트 존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상층부의 냉방 시스템이 작동하는 구간을 벗어나자, 습하고 금속성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만 나는 냄새였다. 제단의 냄새였다.
벽면의 조명이 희미해졌다. 준호는 손전등을 켜지 않았다. 빛은 위치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는 이미 위치가 드러나 있었다.
계단의 마지막 층. 준호는 발을 멈췄다.
앞에 펼쳐진 공간은 준호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제단이 하나가 아니었다. 세 개였다. 삼각형을 이루며 배치된 세 개의 제단이 동시에 빛을 내고 있었다. 금색, 검은색, 붉은색. 성좌들의 색이 각각 제단을 장식했다.
그 중심에 김은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준호를 보자 몸을 날렸다. 아니, 옆으로 굴렀다. 그 순간, 준호가 서 있던 자리에서 불이 솟았다. 노란 화염이 계단을 태워 올렸다.
"준호!"
김은지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준호는 몸을 날렸다. 화염을 피해 바닥을 구르며 제단의 음영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또 다른 공격이 들어왔다. 이번엔 위에서였다. 천장에서 얼음 기둥이 쏟아졌다. 심연의 속삭임의 권능이었다.
"흥미로워."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공간 전체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세 개의 제단이 동시에 울렸다.
"이미 죽은 자가 죽음을 거부한다. 얼마나 극적인가."
종말의 시인이었다.
"부질없는 발악이다. 질서는 유지되어야 한다."
황금의 수호자였다.
"인류는 죽어야 한다."
심연의 속삭임이었다.
세 목소리가 겹쳤다. 준호는 귀를 막지 않았다. 이미 막을 수 없었다. 성좌들의 목소리는 뇌 안에서 직접 울렸다.
준호는 권능을 사용했다.
그 세 목소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계획을 감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기 위해.
권능이 작동했을 때,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동시에, 모든 것이 깨졌다.
검은 금이 준호의 가슴을 가로질렀다. 피부가 벌어졌다. 혈관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통증은 없었다. 오직 냉각감만 있었다. 신체가 돌로 변해가는 냉각감. 장기들이 차가워지는 냉각감.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냉각감.
준호는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김은지가 그에게 달려왔다.
"잡아! 내 손을 잡아!"
그녀의 손이 준호를 향해 뻗어졌다. 하지만 준호는 그 손을 취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렸다. 팔 전체가 검은 금으로 덮여 있었다. 손가락 끝부터 어깨까지. 그것은 마치 돌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김은지."
준호의 목소리는 쉬었다.
"넌 여기서 뭐하는 거야?"
"거래야. 나는 거래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살아야 해. 그래서 난 그들에게 약속했어. 넌 죽은 자니까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그들이 그렇게 말했어. 준호, 제발..."
"누구와 거래했어?"
"세 성좌 모두와. 그들이 원했어. 넌 이미 죽었으니까 그들의 게임에 쓸 수 있다고. 대신 넌 살아날 수 있다고. 그들이 그렇게 말했어. 준호, 제발..."
김은지의 말이 흐려졌다. 제단의 빛이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세 색의 빛이 동시에 폭발했다.
준호는 그 빛 속에서 깨달았다.
3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정확히 3년이라는 것을. 권능 사용으로 인한 손상을 모두 계산했을 때, 남은 시간은 정확히 3년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권능을 한 번 더 쓰면 1년 6개월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세 성좌를 죽이려면 회당 1년씩 소모되어야 한다. 정확히 계산하면 불가능했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을 깨달았다.
종말의 시인의 '재시작'이 무엇인지. 그것은 단순한 멸종이 아니었다. 현재의 아르크를 파괴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 계층을 무너뜨리고 모든 인간을 동등한 죽음 앞에 세우는 것. 그것이 '극적 장면'이었다.
황금의 수호자는 그것을 막고 싶었다. 질서의 유지를 위해. 하지만 그 질서 자체가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심연의 속삭임은 더 빠른 멸종을 원했다. 종말의 시인의 '재시작'마저도 거부했다. 오직 완전한 소멸만을.
그리고 준호는?
준호는 손을 들었다. 검은 금으로 덮인 손을.
"내 시간이 3년이고, 세 성좌를 죽이려면 회당 1년씩 소모되어야 한다는 걸 알아?"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단지 사실을 진술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난 알아.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누구 덕분인지. 종말의 시인이 날 선택한 이유가 뭔지. 난 그의 게임의 말이었어. 그런데..."
준호가 일어섰다. 검은 금이 그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얼굴까지 밀려 올라왔다.
"내가 말이 되길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세 제단의 빛이 한 점으로 수렴했다.
김은지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진짜 안 돼!"
그녀는 준호를 붙잡으려 했지만 빛의 벽에 밀려났다. 그녀의 신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성좌들의 권능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잠깐!"
준호가 소리쳤다.
"그 여자를 놓아!"
"거래 위반이다."
황금의 수호자의 목소리였다.
"극의 몰개성화다. 지루해진다."
종말의 시인의 목소리였다.
"인류는 죽어야 한다."
심연의 속삭임의 목소리였다.
세 목소리가 겹쳤다. 그리고 준호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 그녀를 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이 될 것이었다. 아니면 그녀를 포기할 것인가.
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권능이 발동되려는 찰나, 계단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손가락을 더 움직이면, 넌 정말로 죽는다."
박서현이었다.
그녀는 엘리트 존의 경계를 돌파했다. 손과 팔이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눈은 선명했다.
"날 봐. 김은지가 아니라. 날 봐, 준호."
박서현이 준호 앞에 섰다. 성좌들의 빛이 그녀를 태워 올렸다.
"난 죽었어. 언니 박준영도 죽었어. 격리 구역에서 전술을 짜던 그 사람도. 마지막 날 내 손을 잡고 있던 그 사람도. 격리 구역의 모두가 죽었어."
그녀의 몸이 검은 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빛에 노출된 부분부터 피부가 검은 금으로 뒤덮였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하지만 넌 다르다고 했잖아. 넌 살 수 있다고. 그래서 난 올라왔어."
박서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성좌들의 빛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넌 알아야 해. 넌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준호의 얼굴을 잡았다. 차가운 손으로. 거의 돌처럼 딱딱한 손으로.
"살아 있는 자들을 구해. 제발."
준호가 깨달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자신이 구하려던 것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이미 죽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
박서현이 손을 놨다. 그녀의 몸이 완전히 검은 금으로 변했다. 더 이상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 뒤에서 제단의 빛이 사라졌다.
그녀의 마지막 행동이 노동자 존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었다.
"가. 시간이 없어."
준호는 그 통로로 향했다.
성좌들의 빛이 그를 태워 올렸지만, 그는 계속 걸었다. 검은 금이 얼굴을 완전히 덮어 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노동자 존에 도착했을 때, 준호는 거의 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격리 구역에서 올라온 사람들. 노동자 존의 사람들. 모두가 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의 횃불이 그들을 집결시켰다. 박준영의 저항 조직이 준호의 신호를 받고 움직였다.
"이제 시작해."
준호의 목소리는 돌과 같은 소리였다.
"전쟁은 이제부터야."
죽음을 선택했으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모순. 그 모순 속에서 준호는 분노를 느꼈다. 성좌들에 대한 분노. 자신을 게임의 말로 삼으려 했던 모든 것에 대한 분노. 그 분노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 순간, 아르크의 전역에서 폭발이 울렸다.
새벽의 횃불이 움직였다. 박준영의 저항 조직이. 준호가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와 함께.
그리고 성좌들의 제단에서는 또 다른 신호가 나갔다.
세 성좌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신호가.
준호는 검은 금이 덮인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 3년.
그 시간 안에 세 성좌를 죽여야 했다.
회당 1년씩 소모되어야 한다. 정확히 계산하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죽음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권능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아르크는 진정한 전쟁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