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산의 계승
제철소 지하실에 신호음이 울렸다.
박준열은 손전등을 켜 들고 콘크리트 벽면을 훑었다. 신호 기계들이 울고 있었다. 그 음은 어제 밤 준호가 남긴 마지막 신호음이었다. 지금도 전국의 탑에서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준호는 없었다.
박준열이 지하실에 내려왔을 때, 거기는 빛만 남아 있었다. 기계의 불빛. 신호음. 그리고 텅 빈 공간.
"여기 있습니다."
한소영이 손전등을 들고 나타났다. 손가락 없는 손이 설계도 뭉치를 들고 있었다. 임재혁도 뒤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지난 며칠간의 피로로 흙빛이 되어 있었다.
박준열은 손전등의 빛을 기계들 위로 옮겼다. 신호 기계의 스위치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준호가 마지막으로 만진 것이 이것이었을 것이다. 박준열은 그 기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열을 느꼈다. 아직도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가 방금 떠난 것처럼.
"기계를 꺼야 합니까?"
임재혁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박준열은 고개를 저었다.
"꺼지 않는다. 계속 울린다. 이것이 준호가 남긴 것이다."
박준열은 기계의 금속 표면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뜨거운 동시에 느껴졌다. 준호의 손이 이 기계 위에서 마지막으로 무엇을 했을까.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신호를.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한소영이 설계도를 내려놓았다. 여러 장의 종이가 바닥에 흩어졌다.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통신 기계의 설계도. 준호가 자신의 마지막 수명을 모두 소비해서 완성한 것이다.
박준열은 그 종이들을 천천히 모았다. 한 장씩. 손가락이 설계도의 선을 따라갔다. 준호의 손이 그었던 선들. 이제 그 손은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입니까?"
한소영이 물었다.
박준열은 설계도를 들었다. 종이는 얇고 누렇게 변해 있었다. 준호의 손이 만졌던 것. 그 손이 이제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박준열은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것을 느꼈다.
"배포한다."
박준열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전국의 모든 지하 공장에. 경기도에서 경주까지. 평양에서 광주까지. 이 설계도를 복사해서 모든 노동자에게 나눠준다."
임재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일제가 알게 됩니다."
"그것이 목표다."
박준열이 설계도를 펼쳤다. 그의 손이 떨렸다.
"준호는 자신의 기술로 조선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배웠다. 기술은 한 명의 손에 들어가면 망가진다. 그 손의 주인이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박준열은 잠시 멈췄다. 지하실의 신호음이 울렸다.
"준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기술을 우리만의 것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그것은 준호의 죽음을 또 다른 죽음으로 만들 뿐이다."
한소영이 설계도의 한 장을 집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박준열은 그것을 봤다.
"이 기술을 모든 노동자가 가지면, 일제는 더 이상 기술을 독점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퍼지면, 그것은 더 이상 무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것이 됩니다."
박준열이 설계도를 임재혁에게 건넸다.
"내일부터 복사를 시작한다. 손으로 그려서라도 된다. 한 장 한 장을 모든 공장에 보낸다."
임재혁이 설계도를 받았다. 그의 손가락이 종이 위를 천천히 훑어내렸다. 신호 기계의 회로도. 준호가 남긴 마지막 그림이다.
그의 손가락이 한 선을 따라갔다. 그러다 멈췄다.
"아내가 죽을 때, 이 기술이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임재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의 눈이 감겼다.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설계도 위를 천천히 훑으며.
아내의 손이 직조기에 빨려들어가는 것. 손가락들이 하나씩 기계에 잘려나가는 것. 비명. 그리고 그 비명이 갑자기 끊기는 것.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임재혁의 손가락이 설계도 위에서 멈췄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모든 노동자의 손에 들어가면, 더 이상 한 명의 기술자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눈을 떴다. 박준열과 한소영을 바라봤다.
"모두가 기술을 알면, 모두가 위험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준열이 그를 바라봤다.
"그렇다."
박준열이 말했다.
"준호는 자신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가르쳤다. 기술은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누어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누군가의 기술이 아니라 모두의 기술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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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지하실의 한쪽 벽면에는 작은 인쇄소가 만들어져 있었다. 박준열이 준비한 것이었다. 손으로 그려진 설계도들이 이곳에서 복사되어 전국으로 흩어질 것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이것은 위험합니다."
박준열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지도자 김석준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 지하 공장 네트워크를 관할하는 인물이었다.
"기술을 공개하면 일제의 탄압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특고의 감시 아래 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배포하면 적발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지도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죽으면 기술도 함께 사라집니다."
박준열이 말했다.
"하지만 기술이 수천의 손에 퍼지면, 일제가 우리를 모두 잡지 않는 한 그것을 없앨 수 없습니다. 일제가 모든 노동자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임재혁이 나섰다.
"우리는 배포 방식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한 곳에서 모두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원본을 보내고 그들이 복사하도록 합니다. 경로를 흩어놓으면 일제가 추적하기 어려워집니다."
한소영이 덧붙였다.
"기술의 공유는 범죄가 아닙니다. 일제가 그것을 범죄로 만들려고 해도, 모든 노동자가 기술을 가지면 모두를 잡을 수 없습니다."
박준열이 설계도를 펼쳤다.
"내일 우리는 다섯 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경기도, 경주, 대구, 광주, 평양. 각 지역의 책임자는 이 설계도를 받아서 자신의 공장에서 복사한다. 그리고 그것을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눠준다. 한 번에 한 장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김석준이 물었다.
"적발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때는 그때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준호는 헛되게 죽은 것이다. 그리고 조선은 영원히 일제의 수탈 아래 남아있을 것이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 명씩, 노동자 지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김석준이 말했다.
"우리는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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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뒤, 경성의 특고경찰 본부.
오타니 도시오는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설계도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는 부하 경찰에게 물었다.
"제철소 지하실에서, 장관. 박준열의 영지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경주, 대구, 광주, 평양의 지하 공장들에서 복사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적발한 것만 해도 수십 장입니다. 하지만 적발하지 못한 것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타니는 설계도를 집어 들었다. 손으로 그려진 복사본이었다. 품질은 좋지 않았지만 내용은 명확했다. 통신 기계의 설계도.
"이 기술자는 죽었는가?"
"네, 장관. 한 달 전 제철소 지하실에서 신호를 보낸 뒤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그가 죽었다고 판단합니다."
오타니는 설계도를 내려놨다.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퍼뜨리는 것은 누구인가?"
"박준열입니다.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입니다."
"박준열을 체포하지 못했는가?"
"그는 자신의 영지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저항합니다."
오타니는 창문을 통해 경성의 거리를 바라봤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오갔다. 그들 중 몇 명이 이 설계도를 가지고 있을까.
"모든 신문사를 감시하라. 이 설계도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즉시 폐간시켜라. 그리고 박준열의 영지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라. 그가 움직이는 순간 체포한다."
"알겠습니다,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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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신문사 건물은 여전히 일제의 감시 아래 있었다. 특고경찰이 현관에 서 있었다. 하지만 서유진은 그들을 무시했다. 그녀는 이미 그들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한 장의 기사가 놓여 있었다. 제목을 정하기 위해 손가락이 타자기 위를 맴돌았다. 그녀는 지난 사흘 동안 이 기사를 썼다. 지하 공장. 노동자들의 죽음. 기술 개발의 과정. 모든 것을 썼다. 하지만 이름은 쓰지 못했다.
'이준호'라고 쓸 수 없었다. 왜인가? 준호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자신의 기술 때문이었다. 자신의 기술이 없었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준호가 죽지 않았다면, 지하 산업 네트워크는 무너졌을 것이다. 오타니의 군경이 제철소를 장악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은 여전히 일제의 수탈 아래 남아 있었을 것이다. 기술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수천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것이 준호가 죽으면서 가르친 것이었다.
서유진은 타자기를 두드렸다.
'익명의 기술자들: 조선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제목이 나왔다. 그녀는 기사의 맨 앞에 이 제목을 붙였다. 본문을 다시 읽었다. 어디에도 준호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거기에는 임재혁의 이름이 있었다. 한소영의 이름이 있었다. 박준열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수백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기사의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기술은 한 명의 천재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기술은 수천의 손, 수천의 눈, 수천의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배웠다. 조선의 미래는 한 명의 영웅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 의해 만들어진다.'
서유진은 원고를 들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이것을 제출하면, 신문사 편집국장이 기사를 거절할 것이다. 검열관이 삭제를 명령할 것이다. 일제의 경찰이 그녀를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제출했다.
편집국장은 기사를 읽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은 발행할 수 없습니다. 검열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일제의 기술 독점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입니다."
서유진은 침묵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검열관에게 제출하기 전에 다른 신문사들에 먼저 보내겠습니다."
편집국장이 놀라서 쳐다봤다.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동시 발행입니다. 한 신문이 폐간되더라도, 다른 신문들이 같은 기사를 실으면 검열할 수 없습니다."
편집국장은 서유진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시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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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경성의 여러 신문사에서 같은 기사가 동시에 조판되었다. 서유진이 연락한 기자들이 각각의 신문사에서 원고를 제출했다. 제목은 모두 같았다.
'익명의 기술자들: 조선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검열관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신문만 폐간할 수는 없었다. 모든 신문을 폐간할 수도 없었다.
조선총독부는 결정을 내렸다. 기사를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대부분의 신문은 따랐다. 하지만 한 신문은 저항했다. 서유진이 일하는 신문이었다.
"발행하겠습니다."
편집국장이 말했다.
"책임은 제가 집니다."
신문이 발행되자, 특고경찰이 신문사로 몰려왔다. 하지만 서유진은 이미 도망쳤다. 한소영이 그녀를 숨겨줬다. 박준열의 영지로.
그 신문은 단 하루 만에 폐간되었다. 하지만 그 하루 동안, 경성의 수천의 사람들이 그 신문을 읽었다. 그들은 웃음을 지었다. 조선의 기술자들이다. 우리다. 이것이 우리의 기술이다.
오타니는 신문이 발행된 것을 알고 즉시 명령을 내렸다.
"신문사를 폐간시켜라. 편집국장을 체포하라. 그리고 서유진을 찾아라."
하지만 서유진은 이미 경성을 떠났다. 박준열의 영지에서 새로운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손으로 인쇄한 신문. 그것은 전국의 지하 공장으로 배포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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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 지났다.
경성의 특고경찰 본부는 전국의 보고서로 가득 찼다. 설계도의 배포. 기술의 확산. 그리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저항.
오타니는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적발된 설계도는 몇 장인가?"
"수백 장입니다, 장관. 하지만 적발하지 못한 것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준열은?"
"여전히 자신의 영지에 있습니다. 우리가 진입하려고 할 때마다 주민들이 저항합니다."
오타니는 창문을 통해 경성의 거리를 바라봤다. 거리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기술이 퍼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오타니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꼈다. 기술이 너무 많이 퍼져 있었다. 이제 모두를 잡을 수 없었다.
"모든 지하 공장을 수색하라. 설계도를 모두 압수하라."
그는 명령했지만, 그것이 무의미함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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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의 한 구석에서 한소영은 여성 기술자들을 만났다. 다섯 명이었다. 모두 경성의 지하 공장에서 일했던 여자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손가락을 잃었다. 다른 한 명은 화학 화상을 입었다. 세 번째 여자는 폐병 증상이 있었다.
한소영은 설계도를 펼쳤다. 준호가 남긴 통신 기계의 설계도였다.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한소영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배울 것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그녀는 다른 종이를 꺼냈다. 손글씨로 그려진 설계도였다. 한소영이 직접 그린 것이었다.
"직조기의 개선된 설계입니다. 준호의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가 더 안전하게 만든 것입니다."
한 여성이 물었다.
"안전하게? 어떻게요?"
"기계의 손가락을 자르지 않도록. 기계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작업자의 손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한소영은 설계도를 가리켰다. 그것은 준호의 직조기와 달랐다. 더 복잡했고, 더 정교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한 여성이 말했다.
"철과 시간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서로의 손입니다."
한소영이 자신의 손가락 없는 손을 펼쳤다. 여자들이 그것을 봤다. 그들 중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우리는 남자들처럼 설계를 그릴 수 없습니다. 법이 우리를 기술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손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우리는 기계가 우리를 어떻게 상하게 하는지 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나은 기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소영은 설계도를 모두에게 나눠줬다.
"내일부터 이것을 복사합니다. 그리고 모든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보냅니다. 우리는 준호의 기술을 배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개선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기술을 만들 것입니다."
한 여성이 물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한소영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위험합니다. 매일 위험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이 기술을 알면, 더 많은 여성이 위험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이 기술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배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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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이 지났다.
경성의 암시장에서 임재혁은 한 젊은 노동자에게 설계도를 건네고 있었다. 그 노동자는 한소영의 제자였다. 직조기를 만드는 기술을 배운 여성이었다.
"이것을 가져가십시오."
임재혁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십시오. 복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성이 설계도를 받았다. 그녀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이것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합니다."
임재혁이 대답했다.
"하지만 제 아내는 이 기술이 없어서 죽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기술이 한 명의 손에만 있었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만약 모든 노동자가 이 기술을 알았다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재혁은 여성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이 이 기술을 나누면, 다른 누군가의 아내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누겠습니다."
그녀는 암시장을 나갔다. 설계도를 품에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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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경성의 여러 공장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나타났다. 개선된 직조기. 더 효율적인 제철 기술. 화학 공정을 자동화한 기계들.
그것들은 모두 준호의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준호의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임재혁이 만든 안전 기계였다. 한소영이 개선한 직조기였다. 박준열의 노동자들이 개발한 제철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수천의 노동자들이 만든 무수한 개선 사항들이었다.
박준열과 한소영은 경기도의 제철소 지붕에 섰다. 아래로는 수백의 노동자들이 신호 기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준호의 설계도를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들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준호는 죽었지만, 그의 꿈은 우리 모두 안에서 살아있습니다."
박준열이 한소영에게 말했다.
한소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 없는 손을 펼쳤다. 그리고 아래 공장을 가리켰다.
"이것이 그가 원했던 것입니다. 한 명의 기술자가 아니라, 모두의 기술.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수천의 손."
박준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신호탑이 울렸다. 신호음이 경성 전역에 퍼졌다. 그 신호음은 한 명의 천재 기술자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의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것은 조선의 미래가 만든 것이었다.
신호음이 계속 울렸다. 밤새 울렸다. 다음 날도 울렸다. 그 신호음은 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명의 손이 아니라, 수천의 손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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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가 죽은 지 정확히 1년 뒤.
경성의 암시장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설계도를 팔고 있었다. 그녀는 한소영의 제자였다. 직조기를 개선한 설계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은 준호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임재혁과 한소영과 수십의 노동자들이 개선한 것이었다.
"이것을 사가시겠어요?"
여성이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것을 샀다. 헌 신발 한 켤레를 주고. 그 사람은 자신의 공장에 가서 설계도를 복사했다. 그리고 다른 노동자에게 팔았다. 그 노동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팔았다.
기술은 흘러갔다. 강물처럼. 멈출 수 없게.
여성은 다시 다른 설계도를 꺼냈다. 또 다른 개선 사항. 또 다른 기술자의 손이 만든 것. 그녀는 그것을 다시 팔기 시작했다.
"이것도 보세요. 더 나은 것입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있었다.
기술의 원천에는 한 명의 천재 기술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기술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이것이 진정한 산업화였다.
한 명의 기술자의 죽음이 수천의 기술자를 낳았다.
그리고 그 수천의 기술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있었다. 더 나은 기술. 더 안전한 기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기술.
오타니는 경찰청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설계도들이 쌓여 있었다. 수백 장의 복사본들. 그리고 그것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모두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기술이 너무 퍼져 있었다. 너무 많은 손에 들어가 있었다.
오타니는 한 장의 설계도를 집어 들었다. 손으로 그려진 것이었다. 품질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준호가 만든 통신 기계의 설계도. 하지만 더 이상 준호의 것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그 설계도를 내려놨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경성의 거리를 바라봤다.
거리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오타니는 이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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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열은 경기도의 제철소에서 새로운 설계도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한소영이 그린 것이었다. 직조기의 또 다른 개선안이었다.
"이것이 마지막일까요?"
한소영이 물었다.
박준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것은 시작이다. 우리는 계속 개선할 것이다. 더 나은 기술을 만들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안전하게."
박준열은 설계도를 펼쳤다.
"준호는 우리에게 가르쳤다. 기술은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누어진 기술은 더 이상 한 명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된다는 것을."
그는 임재혁을 바라봤다. 임재혁은 여전히 설계도 위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계속해야 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 배우고, 계속 개선하고, 계속 나누어야 한다."
박준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결연했다.
"일제가 우리를 모두 잡지 않는 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제가 우리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신호음이 울렸다. 지하 신호탑에서. 그 음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경기도에서 경주까지. 평양에서 광주까지.
그것은 준호가 남긴 마지막 신호였다. 하지만 더 이상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수천의 손이 만드는 새로운 신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