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의 위기
경성 남대문 시장 지하 창고. 밤 열 시.
박준열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여섯 개월 동안 여덟 명이 죽었다. 이것을 모두가 알고 있나?"
방 안의 공기가 경직되었다. 박준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테이블을 누르내릴 듯했다. 한소영이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아홉 명입니다. 어제 밤 화학 공장에서 한 명이 더 쓰러졌어요."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그 사실을 몰랐다. 지난 사흘간 그의 기억은 조각조각이었다. 미래와 현재가 겹쳐 흐르면서 어느 것이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되곤 했다.
"이름이 뭐지?"
한소영이 무언으로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세 개뿐이었다. 상해에서 특고경찰에게 고문당한 흔적이었다.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당신 때문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을 위해서다."
준호가 말했다. 그 순간 방 안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박준열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오래된 슬픔이 있었다. 독립운동 시절, 동료들이 죽을 때 본 그 같은 슬픔이었다.
"조선을 위한다는 말은 위험하다. 그 말 앞에서는 모든 죽음이 정당화된다."
"그럼 우리는 뭘 하나요? 손 놓고 있다가 일제에 완전히 삼켜질 때까지 기다리나요?"
준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의 주먹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우리는 기술로 무장해야 합니다. 기술만이 조선을 살릴 수 있어요. 내가 본 미래에서는—"
"당신이 본 미래."
한소영이 끊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준호의 열정보다 훨씬 차가웠다.
"당신이 본 미래에는 누가 죽습니까? 당신이 죽나요? 아니면 이름 없는 여성들이 죽나요?"
준호가 대답하지 못했다. 한소영은 계속했다.
"화학 공장에서 죽은 아홉 명 중 일곱 명이 여자예요. 그들은 마스크도 없이 증기를 들이마셨어요. 당신의 설계도에는 환기 장치가 없었거든요. 환기 장치는 건설 기간을 열흘 더 늘리거든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것이 아니었다. 단순한 시간 절약이었다. 비용 절약이었다.
서유진이 일어났다. 경성 신문사의 기자 서유진이, 아니 지하 산업 네트워크의 정보 담당자 서유진이 그 원고를 들어 올렸다.
"내일 신문에 나간다."
"잠깐, 그러면 안 된다. 네가 이걸 발표하면 특고경찰이—"
"알아요. 그래서 더 빨리 나가야 합니다."
서유진의 얼굴이 너무 단단했다. 마치 이미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당신의 기술이 노동자들의 죽음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합니다. 당신을 영웅으로 숭배하는 것은 경영진들뿐이에요. 공장 노동자들은 당신을 모릅니다. 아홉 명의 죽은 사람들도 모릅니다."
"서유진, 들어봐. 지금 이것을 발표하면 네트워크 전체가 노출된다. 박준열이, 한소영이 모두 체포될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기술이 노동자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는 것을 막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어요."
서유진은 박준열을 바라봤다. 박준열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일어섰다. 창고의 한쪽 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지도가 붙어 있었다. 경성의 지하 공장 위치들을 표시한 지도였다. 빨간 핀이 열 개였다. 노란 핀이 여섯 개였다. 검은 핀이 셋이었다.
빨간 핀은 운영 중인 공장. 노란 핀은 계획 중인 공장. 검은 핀은—
"검은 핀은 뭐지?"
준호가 물었다.
"특고경찰의 감시 대상."
박준열이 대답했다. 그의 손가락이 검은 핀 위에서 멈췄다. 셋 모두였다.
"오타니가 움직이고 있다. 영지의 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어제부터 일제의 측량팀이 들어가 있다. 표면상으로는 도로 건설 조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 빼야 한다. 기계들을 옮기고—"
"이미 늦었다."
박준열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준호와 만났다.
"이정수가 오타니와 접촉했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끊어졌다.
"뭐라고?"
"어제 오후, 명동의 다방에서 만났다. 한 시간. 그 사이 무엇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오타니의 수사 강도가 갑자기 높아졌다."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이정수의 명함이 거기 있었다. 며칠 전 이정수가 준호에게 건넸던 명함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정수는 준호를 영지로 초대했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그 오후. 이정수는 준호의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제안했었다.
"당신의 기술이 독립군의 손에 들어가면 일본군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저 파괴의 도구일 뿐이다."
준호는 웃었었다. 이정수의 걱정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그 웃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정수는 이미 그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정수를 믿었다."
한소영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그것이 더 끔찍했다. 그것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가 기술을 팔려고 했을 때, 우리는 그를 말렸어야 했어. 하지만 준호가 '나를 믿으라'고 말했고, 우리는 믿었다."
"내가 이정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기술로 충분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준호의 목소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가 본 미래에서는—"
"당신이 본 미래는 당신이 원하는 미래입니다."
박준열이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노인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것이 조선의 미래는 아닙니다. 조선의 미래는 당신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만듭니다. 이 사람들이 살아야 조선이 살아요."
박준열이 창가로 걸어갔다. 밖은 캄캄했다. 경성의 야간 통금이 이미 시작되었다.
"임재혁이가 네트워크를 떠났다."
한소영이 조용히 말했다.
"이 아침에. 아내의 시신을 들고 충청도로 내려갔어요."
준호의 심장이 멎었다. 임재혁. 그는 제철소의 감독이었다. 가장 먼저 노동자들의 안전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준호가 가장 많이 무시했던 사람이었다.
박준열이 다시 돌아섰다.
"우리는 세 가지 길 앞에 있습니다."
"첫째, 준호의 길. 기술을 더 빨리 도입해서 일제를 압도하기.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는 한소영을 바라봤다.
"둘째, 한소영의 길.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집단협력 모델을 만들기. 느리지만 지속 가능합니다."
그리고 준호를 바라봤다.
"셋째, 내 길. 기술 개발을 중단하고 현재의 네트워크를 지키기. 이미 우리가 만든 것들이 충분합니다."
박준열이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일 밤, 각자 자기 길을 갈 것입니다. 준호, 넌?"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이 임재혁이 던진 피묻은 손수건을 집어 들었다. 마르고 경화된 혈흔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내일 밤, 특고경찰이 경성의 모든 공장을 급습한다."
한소영이 말했다. 그녀는 이미 그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다.
"오타니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술이 조선 독립군에 전달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빨리 움직이는 거예요."
준호가 일어났다. 그의 다리가 비틀거렸다. 지난 사흘간 그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그의 몸은 이미 한계였다.
"난 영지로 간다."
그가 말했다.
"박준열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박준열이 손을 들었다. 그 손이 준호의 입을 막았다.
"이미 내가 특고경찰에 자수했다."
준호가 멈췄다.
"뭐?"
박준열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의 눈이 어제 오후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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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다방. 오후 세 시.
오타니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경성의 거리가 보였다. 일제의 깃발이 펄럭이는 거리. 박준열이 들어섰을 때, 오타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오타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정수의 배신, 네트워크의 구조, 그리고 준호의 위치까지.
박준열은 찻잔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마셨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나 자신을 내줍니다."
"대신?"
"경성의 공장들에는 손을 대지 마십시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죄가 없습니다."
오타니가 웃었다. 그것은 승리의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계산이 있었다. 박준열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박준열이 죽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네트워크를 이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준호일 가능성이 높다. 준호는 더 위험하다. 기술을 가진 자는 언제나 위험하다.
"좋습니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오타니는 담배를 꺼냈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가 천천히 타올랐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필요합니다."
"뭐지?"
"준호의 위치."
박준열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거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공장들도 살지 못할 것입니다."
오타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차를 권하는 손님처럼.
박준열은 침묵했다. 창밖의 거리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의 손이 다시 떨렸다. 이 거래가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준호의 죽음도 함께 의미했다.
하지만 준호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기술을 가진 자는 언제나 다시 일어선다. 그것이 박준열의 믿음이었다.
"영지의 제철소. 그곳에 숨어 있을 겁니다."
박준열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죽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내일 밤 열 시에 급습하면 충분할 겁니다. 준호는 이미 체력이 다 떨어져 있을 테니까요."
오타니가 담배를 내려놨다. 그의 눈이 박준열을 바라봤다.
"좋은 정보입니다. 거래가 성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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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 돌아왔다. 창고의 어둠 속에서 박준열의 얼굴은 고요했다.
"내가 너를 팔았다. 너와 영지를."
박준열이 말했다.
"그래서 내일 밤 열 시, 오타니는 영지를 급습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넌 충청도로 가 있어야 한다. 임재혁처럼."
준호가 박준열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박준열의 어깨에 닿았다. 박준열의 몸은 차가웠다. 마치 이미 죽은 사람처럼.
"미안해."
그 말이 나왔을 때, 박준열이 준호를 안았다. 그것은 포옹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별이었다.
"살아남아. 그리고 기억해. 네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으로 조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박준열이—"
"가. 지금."
박준열이 밀어냈다. 준호가 비틀거렸다. 한소영이 그를 잡았다.
"영지로 가세요. 우리가 길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한소영, 넌?"
한소영의 눈이 준호를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나는 여기 남습니다. 박준열이가 일제에 잡혀가더라도 네트워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내일부터 여성 노동자들을 모아야 해요. 공장 노동자들의 조합을 만들 거예요. 임금 협상, 안전 기준, 그리고 당신 같은 기술자들을 감시할 조직을요."
"어떻게?"
"명동 교회의 지하실부터 시작합니다. 여성들만. 일제도 주목하지 않을 작은 모임으로. 그곳에서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규칙을 만들 것입니다. 기술을 다루는 방법을."
한소영의 손이 준호의 손을 놓았다.
"기술은 여성을 구원하지 않습니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여성을 구원합니다. 당신이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한소영—"
"가세요."
한소영이 돌아섰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창고의 문이 열렸다. 밖에서는 이미 특고경찰의 차량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사이렌이 경성 전역을 울리고 있었다.
서유진이 준호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들은 창고의 뒤쪽 통로로 달렸다. 어둠 속에서 준호는 박준열의 형상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봤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것은 박준열의 손이었다. 그 손이 설계도들을 집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촛불에 던지고 있었다.
불이 타올랐다.
여섯 개월간의 노력이, 아홉 명의 죽음이, 모든 것이 검은 연기로 변했다.
서유진이 계속 끌고 갔다. 뒤에서 부츠 소리가 들렸다. 특고경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골목을 빠져나갔다. 경성의 지하 수로를 통해.
"여기서 떨어져요."
서유진이 갈림길에서 멈췄다. 그녀의 손이 준호의 손을 놓았다.
"나는 신문사로 간다. 기사를 내보내야 해요."
"서유진, 그러면 잡혀간다."
"알아요."
서유진이 돌아섰다. 준호와 마주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어요. 아홉 명의 죽음이 묻혀버려요. 당신의 기술이 정당화돼요. 그건 내가 견딜 수 없습니다."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세요. 살아남으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당신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조선을 만든다는 것을."
서유진이 돌아섰다.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경성의 지하 수로에서. 손에는 임재혁이 던진 피묻은 손수건과 이정수의 명함이 있었다.
수로의 물이 발목을 적셨다. 차갑고 축축한 습기가 그의 다리를 감쌌다. 손수건의 무게가 손가락 사이에서 점점 무거워졌다. 마른 혈흔이 물에 젖으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화학 공장의 여성 노동자. 그녀의 손가락이 세 개뿐이었다. 임재혁의 아내. 그녀의 손이 마지막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어제 죽은 노동자. 그의 손이 영원히 닫혔다.
더 많은 손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손이 하나하나 펴졌다가 닫혔다. 닫혔다가 펼쳐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손가락이 없어졌다. 손이 차가워졌다.
준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이 조선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죽음의 이미지라는 것을.
수로의 돌 위를 밟으며 걸었다. 발소리가 물 위에서 울렸다. 한 발, 한 발. 영지로 향하는 길. 하지만 그 길이 정말 영지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야가 흔들렸다. 벽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물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니면 자신의 귀가 더 민감해진 것일 수도 있었다.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정신을 쪼개고 또 쪼갰다. 이제 그 대가가 몸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손을 벽에 짚었다. 차갑고 축축한 벽돌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마치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죽은 손이었다.
준호는 계속 걸었다. 영지로 향해. 하지만 이미 특고경찰이 거기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박준열이 오타니에게 말한 시간. 내일 밤 열 시.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었다. 시계가 없었다. 태양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어둠과 물의 소리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환청이 들렸다. 부츠 소리. 사이렌.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 아홉 명의 비명이 겹쳐져 한 목소리가 되어 울렸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만 나아갔다. 영지로. 죽음으로.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로.
수로의 끝이 보였다.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밖이었다. 그 너머에 영지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빛 속에 인영이 있었다.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준호의 발이 멈췄다. 그것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임재혁일 수도 있었다. 오타니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자신이 죽인 아홉 명의 망령일 수도 있었다.
그는 다시 걸었다. 빛을 향해. 손수건과 명함을 여전히 손에 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