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절정과 선택

베이커리의 문이 열렸다.

새벽 서리가 내려앉은 밤의 정원을 헤치고 들어온 것은 세라였다. 은빛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 달빛처럼 떨렸다. 그녀의 눈은 광기와 절망이 섞인 채 에이든을 향했다.

"넌 가야 해."

목소리는 부서져 있었다. 마치 깨진 거울처럼 여러 겹의 음성이 겹쳐 울렸다.

"이 정원은 내 것이 되어야 해. 내가 원래 지켜야 할 것이었어."

에이든은 오븐 앞에서 손을 멈췄다. 마지막 반죽을 치던 손이다. 그 손은 이미 손목 위로 투명해지고 있었다. 빛에 비추면 뼛속까지 보일 정도로. 하지만 에이든은 그것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라."

에이든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원은 누구의 것도 아니야. 정원은 그냥... 정원일 뿐이야."

"거짓말하지 마!"

세라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손가락이 에이든을 향해 펼쳐졌고, 그 손가락 끝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베이커리의 벽이 울음을 냈다. 낡은 벽돌들이 서로 부딪치며 진동했다.

"내가 정원의 주인이 되면, 다시 처음처럼 돌아올 거야. 루미엘도, 정원도, 모든 것이. 넌 방해가 되는 거야. 넌 그냥 사라져야 해!"

그 순간, 어둠이 갈라졌다.

루미엘이 나타났다.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마치 검은 얇은 막처럼. 루미엘의 얼굴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지만, 그 눈빛에는 처음으로 명확한 감정이 떠올랐다. 슬픔이었다.

"넌 정원을 지키고 싶은 게 아니야, 세라."

루미엘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말은 베이커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넌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거지.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고, 다시 선택받고 싶어 하는 거야."

"그게 뭐가 잘못된 거야!"

세라의 목소리가 비명에 가까워졌다. 그녀의 은빛 머리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올랐고, 베이커리의 창문들이 동시에 깨졌다. 유리 조각들이 천천히 떨어졌다.

"난 사랑했어! 난 정원을 지키려고 했어! 난..."

목소리가 끊겼다. 세라의 두 무릎이 바닥에 꺾였다. 은빛 머리카락이 흙으로 변한 바닥에 흩어졌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실제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정원의 주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어. 그럼 다시 돌아올 줄 알았어. 근데..."

루미엘이 무릎을 꿇었다. 세라의 옆에.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안았다. 루미엘의 팔이 세라의 어깨를 감싸고, 세라는 그 팔 안에서 더욱 크게 울었다.

"과거는 돌아오지 않아. 하지만 새로움은 온다."

루미엘의 말이 세라의 귀에 속삭여졌다.

"넌 혼자가 아니었어. 처음부터."

에이든은 그 둘을 바라봤다. 투명해진 자신의 손이 반죽 위에 내려앉았고, 반죽이 미묘하게 색을 바꿨다. 따뜻한 금색에서 희미한 은색으로. 에이든은 천천히 오븐의 문을 열었다.

"세라."

에이든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넌 기억의 빵을 먹어본 적 없지?"

세라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그녀의 볼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루미엘의 팔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에이든은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빵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 구워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시간 자체가 그 빵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에이든이 빵을 반으로 나눴고, 한 조각을 세라에게 건넸다.

"먹어.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정원이 뭔지, 루미엘이 뭔지, 그리고 넌 뭔지."

세라는 빵을 받았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빵은 아직도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의 손을 통해 나온 것처럼. 세라가 빵을 깨물었다.

그 순간, 세라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자신을 봤다. 어린 세라가 아니라, 정원의 주인이 되려고 했던 세라를. 정원의 주인 루미엘과 정원을 지키던 그 여자를 사랑했던 에이든을 빼앗고 싶었던 세라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원에 불을 질렀던, 그 여자를 죽였던 세라를.

세라는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에는 여전히 검은 기운이 감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악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집착이었다. 소유욕이었다.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집착이었다.

"내가... 정원을 원했던 게 아니구나."

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원했던 건 루미엘이야. 루미엘을 소유하고 싶었어. 루미엘이 날 사랑하는 정원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그녀가 루미엘을 봤다. 루미엘의 팔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루미엘은 날 사랑한 적이 없었어. 루미엘은 정원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야."

눈물이 다시 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눈물이었다. 분노와 광기의 눈물이 아니라,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세라가 루미엘을 봤다. 그리고 에이든을 봤다.

"내가 다 망쳤어. 정원도, 넌 도, 모든 걸."

루미엘이 세라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처음으로. 어떤 계산이나 목적 없이, 단순히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루미엘의 손길이 세라의 은빛 머리에 내려앉았고, 세라는 그 손 아래에서 몸을 구부렸다.

에이든은 그것을 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정원이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루미엘이 지켜내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에이든이 오븐으로 돌아갔다. 그의 몸 절반이 이미 투명했다. 배꼽 아래로는 빛이 통과했다. 손가락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이든은 여전히 반죽을 만지고, 오븐의 불을 피울 수 있었다.

"루미엘."

에이든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가 마지막 기억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루미엘이 에이든을 봤다. 루미엘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수천 년의 시간이 그 눈 속에서 흐르는 것처럼.

"정원이 새로워질 거야."

루미엘이 천천히 일어섰다. 세라를 루미엘의 옆에 남겨두고, 에이든 쪽으로 걸어왔다.

"지금까지 넌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자신을 내려놓아 왔어. 하지만 넌 여전히 그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 잃어버린 그 여자의 기억을."

루미엘이 에이든의 투명해진 손을 들었다. 자신의 손 위에.

"만약 넌 그 마지막 기억마저 포기한다면..."

루미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루미엘이라는 존재가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럼 넌 더 이상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정원 자체가 될 거야. 정원의 일부가 아니라, 정원 그 자체로."

에이든은 루미엘을 봤다. 그리고 물었다.

"그럼 넌?"

"나는..."

루미엘이 한숨을 쉬었다. 마치 수천 년을 기다린 끝에 내쉬는 숨처럼.

"나는 넌 하고 싶은 거야. 정원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넌 하고 싶어. 이제 난 정원을 지킬 필요가 없어. 정원이 새로워질 테니까."

루미엘의 팔이 에이든을 감싸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에이든의 투명한 손을 마주 잡았다.

"지금 난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어. 정원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운명에서 벗어나서, 그냥... 너를."

에이든의 몸이 떨렸다. 아니, 떨린 게 아니었다. 에이든의 몸이 빛이 되고 있었다. 투명함에서 한 발 나아가 순수한 빛으로.

에이든은 오븐으로 돌아섰다.

"그럼 난 마지막 기억을 포기할게."

에이든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여자와 함께했던 시간. 함께 웃었던 날들. 함께 빵을 구웠던 밤들. 함께였던 모든 것."

에이든이 반죽을 들었다. 반죽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해가 반죽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에이든이 오븐에 반죽을 넣었다.

그 순간.

베이커리 전체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찼다. 금색의, 따뜻한, 포근한 빛이. 빛은 베이커리의 벽을 뚫고 나갔다. 정원 전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정원의 죽은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움직인 게 아니었다.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터져 나왔다. 한 번에. 동시에. 마치 계절 전체가 한 순간에 흐르는 것처럼.

녹색이 정원을 덮었다. 죽은 흙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원의 담장이 부서진 곳에서 새로운 벽이 자라났다. 덩굴이 그것을 감싸고, 꽃이 그것을 장식했다.

그리고 에이든이 변했다.

에이든의 몸이 더 이상 투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빛이 되었다. 순수한 빛. 형태를 가진 빛. 그 빛은 에이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원의 모든 것과 이어져 있었다. 정원의 흙이 되고, 정원의 공기가 되고, 정원의 밤이 되었다.

에이든은 더 이상 에이든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여전히 자신이었다.

베이커리의 오븐에서 빵이 나왔다.

전과는 다른 형태의 빵이었다. 기억의 빵이 아니었다. 이 빵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빵이었다. 먹는 사람의 마음속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심는 빵이었다. 그들이 앞으로 만날 수 있는 행복들을 속삭이는 빵이었다.

마을의 사람들이 정원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 다음이 카일이었다. 그리고 아르카스. 그리고 모두.

카일이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왔다. 오븐 앞에 서 있는 빛을 봤다. 그 빛이 에이든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카일의 얼굴에 미소가 떴다.

"당신이 있으면 괜찮아."

카일이 속삭였다.

그 순간, 빛이 흔들렸다. 에이든이 흔들렸다. 아니, 그것은 흔들림이 아니었다. 웃음이었다. 순수한 빛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정원 깊숙이, 금이 간 흙 아래에서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검은 것이었다. 어둠 그 자체가 아니라, 어둠을 먹으며 자라나는 무언가. 에이든이 자신의 기억을 포기했을 때 생겨난 그 공백. 그 상실의 무게가 정원의 가장 깊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피어날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루미엘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루미엘은 침묵하고 있었다.

# 절정과 선택

베이커리의 문이 열렸다.

세라가 들어왔다. 은빛 머리가 밤의 어둠을 흩어내며. 그녀의 눈은 에이든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에이든을 보지 않았다. 정원을 보고 있었다. 정원을 원하고 있었다.

"넌 가야 해."

세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아래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 정원은 내 것이 되어야 해."

에이든은 반죽을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이 반투명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리듬을 유지했다. 밀가루가 공중에서 반짝였다.

"세라."

에이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정원이 정말 필요한 거야?"

"필요한 게 아니라 내 것이어야 한다는 거야."

세라가 한 발 더 다가왔다. 베이커리 바닥이 울렸다. 그녀의 발걸음이 무언가를 짓누르는 소리였다.

"루미엘도 내 것이어야 해. 처음처럼. 정원도 내 것이어야 해. 처음처럼."

"처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루미엘이 세라의 몸 앞에 나타났다. 서서히. 그림자에서 형태로. 어둠이 인간의 형상을 가지는 그 순간처럼 자연스럽게.

"정원을 지키고 싶은 게 아니구나. 넌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거지."

루미엘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지만, 그 말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세라의 몸이 흔들렸다.

"내가 정원의 주인이 되면 다시 처음처럼 돌아올 거야."

세라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부서지고 있었다.

"리아가 돌아올 거야. 루미엘이 돌아올 거야. 모든 게 다시..."

"과거는 돌아오지 않아."

루미엘이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새로움은 온다."

그 말이 나가는 순간, 세라의 무릎이 꺾였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버렸다. 은빛 머리가 자기 발 위에 떨어졌다. 어깨가 흔들렸다. 울음이었다. 깊고 오래된 울음이 이제야 나오고 있었다.

에이든은 반죽을 내려놓았다.

한 걸음. 두 걸음. 투명한 손가락이 세라의 어깨에 닿았다. 세라는 그 손을 느꼈을까? 아니면 그저 공기의 움직임만 느꼈을까? 중요하지 않았다.

"기억의 빵을 나눌래?"

에이든이 물었다.

"그럼 우리 모두 치유될 수 있어."

세라가 에이든을 봤다. 그녀의 눈은 이미 온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희망이 아니라, 항복.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이해. 마침내, 자신이 뭘 원했는지를 이해하는 얼굴.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커리의 오븐에서 빵이 나왔다. 에이든이 구운 게 아니었다. 이미 구워져 있던 것이 이제 현현하는 것이었다. 기억의 빵. 그것은 세라의 손 안에 놓였다.

세라가 그것을 먹었다.

그 순간, 베이커리 전체가 떨렸다. 아니, 떨린 게 아니었다. 시간이 흔들렸다. 과거의 모든 시간이 세라 위를 흘러갔다. 그 안에는 루미엘이 있었다. 정원이 아직 살아 있던 시절의 루미엘. 리아와 함께 웃고 있는 루미엘. 그리고 세라 자신. 세라가 정원의 주인이 되려고 했던 이유.

세라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은 이미 투명했다.

"내가 정원의 주인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었구나."

세라가 중얼거렸다.

"루미엘을 소유하고 싶었던 거였어. 정원을 소유하고 싶었던 거였어. 과거를 소유하고 싶었던 거였어."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넌... 그렇지 않네. 넌 그냥 사랑하는 거구나."

에이든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미엘이 움직였다. 루미엘의 팔이 세라를 감쌌다. 처음으로. 세라를 안으면서 동시에 세라를 놓아주는 그 움직임으로.

에이든은 그 둘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자신이 이 정원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루미엘."

에이든이 불렀다.

루미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라를 감싼 팔을 풀지 않으면서.

"내가 마지막 기억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침묵이 흘렀다. 오래된 침묵. 마치 정원 자체가 숨을 쉬는 동안의 침묵.

"정원이 새로워질 거야."

루미엘이 말했다.

"넌 더 이상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정원 자체가 될 거야. 그럼 모든 사람이 정원에 들어올 때마다, 그들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어. 과거의 아픔을 위로받는 게 아니라, 미래의 행복을 만드는 거야."

에이든은 루미엘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 아래에 있는 다른 말도 들었다.

— 그럼 넌 나를 잊어버려야 한다는 거네.

— 그래.

— 그래도 괜찮아?

루미엘의 눈이 흔들렸다. 정령의 눈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흔들렸다.

"괜찮아. 왜냐하면 넌 나를 잊어버려도, 나는 너를 기억할 테니까."

에이든이 오븐으로 돌아섰다.

반죽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금색의, 빛나는, 그리고 무거운 반죽이. 그것은 에이든의 마지막 기억을 담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했던 시간. 함께했던 시간.

그 여자와.

"그 여자와 함께했던 시간. 함께 웃었던 날들. 함께 빵을 구웠던 밤들. 함께였던 모든 것."

에이든이 반죽을 들었다. 손가락이 반투명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확실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손의 움직임. 작별인사를 하는 손의 움직임.

에이든이 오븐에 반죽을 넣었다.

그 순간.

베이커리 전체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찼다. 금색의, 따뜻한, 포근한 빛이. 빛은 베이커리의 벽을 뚫고 나갔다. 정원 전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정원의 죽은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움직인 게 아니었다.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터져 나왔다. 한 번에. 동시에. 마치 계절 전체가 한 순간에 흐르는 것처럼.

녹색이 정원을 덮었다. 죽은 흙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원의 담장이 부서진 곳에서 새로운 벽이 자라났다. 덩굴이 그것을 감싸고, 꽃이 그것을 장식했다. 밤이 밤이 아니라 새벽이 되고, 새벽이 아침이 되고, 아침이 정오가 되는 모든 시간을 동시에 담은 시간 속에서.

그리고 에이든이 변했다.

에이든의 몸이 더 이상 투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빛이 되었다. 순수한 빛. 형태를 가진 빛. 그 빛은 에이든의 형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원의 모든 것과 이어져 있었다. 정원의 흙이 되고, 정원의 공기가 되고, 정원의 밤이 되고, 정원의 아침이 되었다.

에이든은 더 이상 에이든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여전히 자신이었다.

베이커리의 오븐에서 빵이 나왔다.

전과는 다른 형태의 빵이었다. 기억의 빵이 아니었다. 이 빵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빵이었다. 먹는 사람의 마음속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심는 빵이었다. 그들이 앞으로 만날 수 있는 행복들을 속삭이는 빵이었다.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을 약속하는 빵이었다.

마을의 사람들이 정원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있었지만, 그 눈은 웃고 있었다. 그 다음이 카일이었다. 소년은 이미 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카스. 그리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 그들은 모두 정원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이 삶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카일이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왔다. 오븐 앞에 서 있는 빛을 봤다. 그 빛이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그 빛이 누구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여기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이 있으면 괜찮아."

카일이 속삭였다.

그 순간, 빛이 흔들렸다. 에이든이 흔들렸다. 아니, 그것은 흔들림이 아니었다. 웃음이었다. 순수한 빛이 웃고 있었다. 마치 그 웃음이 정원 전체를 울리는 것처럼. 모든 나뭇잎이 떨렸다. 모든 꽃이 흔들렸다. 모든 흙이 살아났다.

루미엘이 에이든이 된 빛 옆에 서 있었다. 세라는 이제 정원의 한 구석에서 마리아와 함께 있었다. 과거를 내려놓은 두 여자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원 깊숙이, 금이 간 흙 아래에서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검은 것이었다. 어둠 그 자체가 아니라, 어둠을 먹으며 자라나는 무언가. 에이든이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포기했을 때 생겨난 그 공백. 그 상실의 무게가 정원의 가장 깊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루미엘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루미엘의 눈이 정원 깊숙이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자라나는 검은 뭔가를. 그리고 루미엘은 침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루미엘도 그것이 언제쯤 피어날지, 무엇으로 피어날지, 그것이 정원과 에이든과 모든 것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원은 이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정원의 심장 속에는 새로운 어둠이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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